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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제5장
제5장. 100인의 주인공들 - 커버리지 매트릭스와 인물 균형
케이팝K의 멤버는 100명입니다. 이것은 처음에는 흥미롭고 나중에는 압도적으로 느껴지는 숫자입니다. 100명 전원에게 각각의 원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100명 중 누구를 먼저 써야 하는가. 특정 인물만 계속 쓰게 되는 것을 어떻게 방지하는가. 모든 인물이 고르게 표현되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가.
이번 강연은 그 질문들에 대한 답입니다.
100명이라는 숫자의 의미
케이팝K에 100명의 멤버가 있다는 것은 단순히 숫자가 크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세계관의 밀도 선언입니다.
미디어학자 헨리 젠킨스(Henry Jenkins)는 《컨버전스 컬처》(Convergence Culture, 2006)에서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을 "서로 다른 미디어 플랫폼에 걸쳐 세계를 펼치는 기술"로 정의합니다. 그의 이론에서, 서로 다른 플랫폼에 흩어진 콘텐츠들이 각각 그 세계의 독립적인 부분을 담당할 때 그 세계는 가장 풍부해진다고 합니다. 100명의 멤버 각각이 하나 이상의 원고를 가진다면, 그 원고들이 케이팝K 세계를 100개의 다른 시선에서 조명합니다. 팬은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의 원고를 통해 그 세계에 들어오고, 그 원고가 자연스럽게 다른 멤버들의 존재를 암시합니다.
100명을 쓴다는 것은 100개의 출입문을 만드는 것입니다. 어떤 팬이든 자신의 문으로 들어올 수 있는 세계. 그것이 100인 시스템의 목적입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페이즈 4에서 이 작업을 의식적으로 했습니다. 〈Eternals〉의 10명 영웅 각각에게 별도의 백스토리 단편(공식 만화·디즈니+ 단편)을 분배해 배포했고, 〈WandaVision〉이 보여준 9 에피소드도 같은 메커니즘. 한 캐릭터의 일상 단면 9개를 다른 톤으로 9번 보여 주어 그 인물의 다층을 짠 작업입니다. 일본 만화에서 〈하이큐〉가 한 팀 6+α 인물을 모두 풀빌드하면서 동시에 50화 이상 각자의 일상 단면을 뿌리는 방식, 한국 웹툰 〈외모지상주의〉의 다중 시점 운영도 같은 결입니다. 다른 점은 이 작품들이 100명까지 가지 않았을 뿐.
그런데 현실에서는 100명이 모두 균등하게 집필되지 않습니다. 작가는 자연스럽게 특정 인물에게 끌립니다. 서사적으로 풍부한 인물, 쓰기 쉬운 인물,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인물. 그 인물들에게 원고가 몰립니다. 반면 서사적으로 덜 매력적이거나 아직 개발이 덜 된 인물은 계속 미뤄집니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저희는 커버리지 매트릭스를 사용합니다.
커버리지 매트릭스
커버리지 매트릭스는 100인 × 편 수의 교차표입니다. 세로축에 100명의 멤버 이름이 있고 가로축에 집필된 원고 번호가 있습니다. 특정 멤버의 원고가 특정 편에 완성되면 해당 칸을 채웁니다.
이 매트릭스를 보면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어떤 멤버는 칸이 여러 개 채워져 있고 어떤 멤버는 아직 한 개도 없습니다. 어떤 멤버는 꽁트만 있고 단편소설이 없습니다. 어떤 멤버는 항상 같은 조합의 인물들과만 등장합니다.
매트릭스는 편향을 드러냅니다. 편향을 드러내면 조정할 수 있습니다.
매트릭스에서 확인하는 항목들은 여러 가지입니다.
주인공 분포. 이 원고에서 주인공을 맡은 멤버가 누구인지 기록합니다. 특정 멤버가 주인공인 원고 수가 편중되지 않도록 봅니다.
등장 분포.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중요한 조연으로 등장한 경우를 기록합니다. 어떤 멤버가 항상 조연으로만 등장하는지, 어떤 멤버는 아예 등장하지 않는지 파악합니다.
형식 분포. 각 멤버에 대한 원고의 형식이 다양한지 확인합니다. 단편소설만 있는 멤버, 꽁트만 있는 멤버가 있으면 다양화를 계획합니다.
소재 분포. 각 멤버의 원고에서 다룬 소재 유형을 기록합니다. 특정 소재(예: 공연 전 긴장)만 반복되는 멤버가 있으면 다른 소재를 탐색합니다.
매트릭스 관리는 13장(100편을 관리하는 일)에서 더 상세히 다룹니다. 이번 장에서는 매트릭스의 개념과 활용 원칙을 이해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인물 개발의 깊이
100명이 모두 동등한 깊이의 인물일 수는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사실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이야기 세계에서 인물은 서사적 역할과 깊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계층화됩니다.
저희는 세 개의 계층을 사용합니다.
핵심 인물 (Tier 1). 세계관의 중심에서 여러 원고에 걸쳐 복잡한 서사를 가지는 인물들입니다. 이들의 Vault는 가장 두껍고, 이들을 다룬 원고의 형식과 소재는 가장 다양합니다. 케이팝K에서 강명숙이 이 계층에 속한다면, 그녀에 대한 단편소설, 꽁트, 만담형 다이얼로그가 모두 존재할 수 있습니다.
중간 인물 (Tier 2). 특정 맥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핵심 인물만큼 전면에 나서지 않는 인물들입니다. 이들은 몇 편의 원고를 가지고, 핵심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Vault는 핵심 인물보다 얇지만 공백이 없어야 합니다.
배경 인물 (Tier 3). 세계관에 존재하지만 개별 원고에서 주인공이 되기보다 배경으로 등장하거나 단 한 편의 원고를 가지는 인물들입니다. 그들의 존재가 세계의 밀도를 높이지만 이들 하나하나에 깊은 서사를 부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Tier 배정의 초기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서사 밀도(그 인물의 Vault에 얼마나 많은 정보가 쌓여 있는가), 관계 복잡성(몇 명의 다른 인물과 의미 있는 관계를 가지는가), 집필 준비도(그 인물에 대한 원고를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상태인가)입니다. 집필 초기에 Tier를 고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원고가 쌓이면서 특정 인물의 Tier가 자연스럽게 상향됩니다.
100명이라고 해서 모두 Tier 1일 필요는 없습니다. 케이팝K에서 Tier 1이 20명, Tier 2가 40명, Tier 3이 40명이라도 세계관은 충분히 풍부합니다. 중요한 것은 각 Tier의 인물들이 그 Tier에 맞는 수준의 원고와 Vault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누구를 먼저 써야 하는가
집필 순서의 원칙은 두 가지를 균형 잡는 것입니다. 쓰고 싶은 것과 써야 하는 것.
쓰고 싶은 것만 쓰면 특정 인물에 원고가 몰립니다. 써야 하는 것만 쓰면 집필이 의무가 되어 원고의 에너지가 떨어집니다.
저희의 권장 방식은 2:1 비율입니다. 두 편은 쓰고 싶은 인물, 한 편은 매트릭스에서 부족한 인물. 이 비율은 고정 규칙이 아니라 경험적 가이드라인입니다. 프로젝트 초기에는 3:1로 느슨하게, 50편이 넘어서면 1:1로 엄격하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이 비율로 집필하면 자연스러운 동기와 포트폴리오 균형이 함께 유지됩니다.
이 원칙을 적용할 때 "쓰고 싶다"는 감각을 존중합니다. 작가가 특정 인물에 끌리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인물에서 발견한 서사적 가능성, 그 인물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들리는 것, 그 인물에 얽힌 아이디어가 이미 여러 개 있는 것. 이런 준비 상태는 원고의 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반대로 "써야 한다"는 기준도 무시하지 않습니다. 매트릭스에서 빈칸이 너무 많은 인물, 특히 Tier 2 이상인데 아직 원고가 없는 인물은 세계관의 구멍을 만듭니다. 그 구멍이 팬들에게 "케이팝K에서 이 멤버는 존재감이 없다"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조연과 교차 등장
100편 중 한 멤버가 주인공인 원고가 있고, 다른 멤버가 그 원고에 조연으로 등장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교차 등장이라 합니다.
교차 등장은 세계관을 풍부하게 만드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강명숙의 원고에서 다른 멤버가 잠깐 등장하고, 그 다른 멤버의 원고에서 강명숙이 잠깐 등장합니다. 팬들은 두 원고를 읽으면서 그 두 인물의 관계를 다른 시선에서 경험합니다.
교차 등장을 설계할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Vault 확인 필수. 조연으로 등장하는 멤버의 Vault도 확인합니다. 그 멤버의 언어 습관, 특징적인 행동, 현재 상태가 다른 원고들과 충돌하지 않아야 합니다.
조연 납치 금지. 강명숙의 원고에서 조연으로 등장한 멤버가 너무 매력적으로 그려져서 사실상 그 원고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조연 납치입니다. 조연은 주인공의 서사를 지원하는 역할이어야 합니다. 조연의 매력이 주인공을 넘어서면 안 됩니다.
양쪽 원고의 일관성. A의 원고에서 A와 B의 관계가 "가깝지만 어색한 거리"로 묘사됐다면, B의 원고에서도 그 관계는 동일해야 합니다. 교차 등장한 두 원고가 같은 관계를 서로 다르게 묘사하면 세계관 충돌입니다.
인물 선택의 소재적 관점
같은 인물이라도 어떤 소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원고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강명숙이 매번 공연 전 긴장을 다루는 원고로만 등장한다면, 그것은 그 인물의 한 면만 보여주는 것입니다.
라이브러리 표제의 여섯 가지(배경, 소재, 인물, 사건, 사물, 장소)를 기준으로 같은 인물을 다양한 각도에서 탐색할 수 있습니다.
배경 다양화. 강명숙을 연습실에서만 쓰지 않습니다. 이동 중 차 안, 팬 사인회장, 숙소 주방, 병원 대기실. 다른 배경에서 같은 인물은 다른 측면을 드러냅니다.
소재 다양화. 공연 전 긴장 외에도 시도할 수 있는 소재들이 있습니다. 일상의 지루함, 예상치 못한 친절, 소소한 실수, 혼자 있는 시간. 인물의 평소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 위기 상황보다 때로 더 풍부한 원고를 만듭니다.
관계 다양화. 항상 팀 내에서의 강명숙만 쓰지 않습니다. 가족, 팬, 낯선 사람, 오래된 지인. 다른 관계 안에서 인물의 다른 면이 보입니다.
커버리지 매트릭스에 소재 유형을 함께 기록하면 이 다양화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강명숙: 공연 전×2, 이동 중×1, 혼자×0, 팬과 만남×0" 이런 식으로. 빈 칸이 보이면 그것이 다음 소재를 선택하는 힌트가 됩니다.
100명 전원의 원고가 필요한가
가끔 이 질문을 받습니다. "100명 모두에게 원고를 써야 하는 건 너무 많지 않나?"
의무의 문제로 보면 답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목적의 문제로 보면 답이 다릅니다.
100편은 100명 모두의 원고를 채우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100편은 이 세계관이 100편의 일상단면 시나리오를 지탱할 만큼 풍부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어떤 멤버가 아직 원고의 주인공이 되지 않았더라도, 다른 원고에서 잘 그려진 조연으로 여러 번 등장했다면 그 멤버도 세계관 안에 살아 있습니다. 100편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이지, 100명이 각각 주인공인 원고를 하나씩 가지는 것이 목표는 아닙니다.
단, 커버리지 매트릭스는 어떤 멤버가 어떤 방식으로 등장했는지를 추적합니다. "주인공으로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Tier 1 멤버"가 있다면 그것은 세계관의 비대칭입니다. 그 비대칭은 해소되어야 합니다.
5장이 남기는 것
100인의 주인공들은 무작위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계층이 있고, 관계가 있고, 각자가 세계관 안에서 위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커버리지 매트릭스는 그 위치들이 얼마나 채워졌는지를 보여주는 지도입니다.
이 지도를 보면서 집필 계획을 세웁니다. 누가 이번에 주인공인가. 어떤 형식인가. 어떤 소재인가. 어떤 인물이 조연으로 함께 등장하는가.
집필은 감각으로 시작하지만 지도 위에서 완성됩니다.
다음 장에서는 소재 발굴 네 갈래를 다룹니다. Vault 안에서 소재를 찾는 방법, 라이브러리 표제를 활용하는 방법, 일상에서 발굴하는 방법, 그리고 다른 원고에서 이어받는 방법.
- 본문 / 라이브러리 기반 스토리텔링100 강연고 5회 / 202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