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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제11장

MEJE Works · Chapter 11

제11장. 참조 작가 시스템 - 기술·직업 루틴과 내면 감각의 통합


원고를 쓰다 보면 막히는 지점이 있습니다. 이 장면을 어떻게 써야 할지, 이 문장이 왜 죽어 있는지, 이 인물의 내면이 어떻게 전달되어야 하는지. 그 막힘을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참조 작가 시스템입니다.

참조 작가 시스템은 특정 작가의 특정 기술을 의식적으로 참조해서 자신의 원고에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모방이 아닙니다. 그 작가가 이 상황을 어떻게 다루었는가를 배우고, 그 기술을 자신의 세계와 인물에 맞게 변환하는 것입니다.


참조 작가 시스템의 원리

모든 작가는 다른 작가들로부터 배웁니다. 이것은 숨길 일이 아닙니다. T.S. 엘리엇은 에세이 〈필립 매신저〉(Philip Massinger, 1920)에서 "미성숙한 시인은 모방하고 성숙한 시인은 훔친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훔친다"는 것은 기술의 원리를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한다는 뜻입니다.

저희의 참조 작가 시스템은 두 가지 원칙으로 운영됩니다.

첫째, 쌍 조합 원칙. 외국 작가와 한국 작가를 짝지어 참조합니다. 외국 작가는 기술적 구조를 제공하고, 한국 작가는 언어 감각과 정서를 제공합니다. 한국어로 쓰는 원고에서 외국 작가의 기술만 참조하면 언어가 번역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한국 작가와 쌍을 이룰 때 그 기술이 한국어 안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합니다.

둘째, 소재 매칭 원칙. 소재에 따라 참조 작가를 선택합니다. 모든 소재에 같은 작가를 참조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소재가 요구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기술에 뛰어난 작가를 선택합니다.


검증된 조합들

저희가 사용하는 주요 참조 작가 조합을 소개합니다. 네 조합의 선정 기준은 케이팝K 소재에서 반복적으로 필요한 네 가지 기술 유형입니다: (1) 직업 루틴의 정밀 묘사, (2) 내면의 미세 변화 포착, (3) 일상 관계의 아이러니, (4) 음악·무대 경험의 언어화. 각 조합은 이 네 유형 중 하나에 특화됩니다.

코맥 매카시 + 김훈. 기술·직업 루틴, 정밀 묘사

코맥 매카시는 직업과 기술을 묘사할 때 극도로 구체적입니다. 《로드》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인물들이 어떤 도구를 어떻게 다루는지, 어떤 절차로 어떤 일을 하는지가 아주 정밀하게 묘사됩니다. 그 정밀함이 인물을 그 직업 안에 뿌리박은 존재로 만듭니다.

김훈은 《칼의 노래》와 《남한산성》에서 전쟁과 생존의 기술을 비슷한 정밀함으로 다룹니다. 그런데 그 정밀함이 한국어의 리듬 안에서 전혀 다른 감각을 만듭니다. 매카시의 정밀함이 냉정하다면, 김훈의 정밀함은 숨이 막히도록 아프습니다.

케이팝K 세계에서 이 조합을 적용하는 소재: 댄서 멤버가 특정 안무 동작을 반복 연습하는 장면, 음향 엔지니어가 무대 설비를 점검하는 장면, 매니저가 물류를 처리하는 일상. 이런 소재에서 매카시+김훈 조합의 정밀한 기술 묘사가 빛납니다.

테드 창 + 오정희. 내면 감각, 미세한 심리 변화

테드 창의 소설은 복잡한 개념을 인물의 내면 경험으로 전달하는 데 뛰어납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서 주인공이 외계어를 배우면서 시간 인식이 바뀌는 과정을 심리의 세밀한 변화로 묘사합니다. 거대한 개념이 몸과 내면의 언어로 전환됩니다.

오정희는 한국 소설에서 여성 인물의 내면을 가장 정밀하게 묘사하는 작가 중 하나입니다. 《새》나 《유년의 뜰》에서 감각과 기억과 감정이 분리되지 않은 채 흐릅니다. 오정희의 인물들은 몸과 감정과 인식이 뒤섞인 상태로 존재합니다.

케이팝K 세계에서 이 조합을 적용하는 소재: 아이돌 세계에 처음 들어온 멤버가 이 세계의 규칙을 내면화하는 과정, 오래된 팬덤 관계가 서서히 변화하는 것을 인물이 인식하는 과정, 무대 위에서 의식의 상태가 달라지는 경험.

레이먼드 카버 + 박완서. 일상 관계, 루틴, 소소한 아이러니

레이먼드 카버는 일상의 작은 것들로 거대한 것을 드러냅니다. 그의 소설에서 두 사람이 식사를 하거나 대화를 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장면들이, 그들 사이에 있는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전달합니다. 카버의 기술은 생략입니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하는 것.

박완서는 일상의 아이러니를 가장 날카롭게 포착하는 한국 작가입니다. 《나목》이나 단편들에서 일상의 소소한 장면이 갑자기 깊은 상처나 모순을 드러냅니다. 그런데 그것이 무겁지 않습니다. 가볍게 건드렸는데 독자 안에서 오래 울립니다.

케이팝K 세계에서 이 조합을 적용하는 소재: 팀 내의 오래된 갈등이 아무런 해결 없이 일상 속에 녹아 있는 장면, 선배와 후배가 함께 있는 일상적 순간에 흐르는 보이지 않는 긴장, 팬덤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작은 아이러니.

무라카미 하루키 + 이상. 음악과 공연, 내면의 사유

무라카미 하루키는 음악이 인물의 내면 상태와 연결되는 방식을 가장 능숙하게 쓰는 작가입니다. 그의 소설에서 특정 음악이 인물의 기억, 감정, 사유와 연결됩니다. 음악이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심리적 좌표가 됩니다.

이상의 《날개》(1936)에서 의식의 흐름 기법은 한국 근대소설에서 가장 이른 실험 중 하나입니다. "나는 왜 이렇게 피곤한가" "아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와 같은 단편적 질문들이 연속으로 흐르면서 현실 관찰과 내면 독백이 분리되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현실과 내면 사이를 자유롭게 오갑니다. 그 자유로움이 한국어의 리듬과 결합할 때 특별한 감각을 만듭니다.

케이팝K 세계에서 이 조합을 적용하는 소재: 공연 직전이나 직후, 특정 음악이 인물의 기억을 불러오는 순간, 무대 위와 무대 아래의 자아가 충돌하는 내면.


참조 작가를 실제로 활용하는 방법

참조 작가 시스템은 추상적인 것이 아닙니다. 실제 집필에서 구체적으로 작동합니다.

단계 1. 막힌 지점 파악. 원고의 어느 부분이 죽어 있는지, 어떤 종류의 기술이 필요한지 파악합니다. "이 인물의 직업적 루틴을 묘사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매카시+김훈. "이 인물의 내면 변화를 포착해야 하는데 감이 없다"면 테드 창+오정희.

단계 2. 참조 작품 단락 읽기. 선택한 작가의 작품 중 비슷한 유형의 장면을 찾아서 그 단락을 읽습니다. 전체를 다시 읽을 필요 없습니다. 관련 단락 하나 또는 둘.

단계 3. 기술 분석. 그 단락이 어떻게 쓰여 있는지 분석합니다. 문장의 길이, 감각의 순서, 정보 배치 방식, 생략의 위치. 기술을 언어화합니다. "매카시는 행동을 묘사할 때 도구의 이름과 그 도구가 닿는 신체 부위를 항상 같이 씁니다."

단계 4. 자신의 언어로 변환. 분석한 기술을 케이팝K 세계와 자신이 쓰는 인물에 맞게 변환합니다. 매카시의 총기 관리 절차 묘사 방식을 강명숙의 마이크 그립 묘사에 적용합니다.

이 네 단계는 집필 중에 5~10분이면 됩니다. 막혔을 때 이것을 하는 것이 그냥 계속 막혀 있는 것보다 훨씬 생산적입니다.


음악·공연·무대 일상 소재의 특별성

케이팝K 세계는 음악과 공연이 일상인 세계입니다. 이 세계의 소재는 일반 소설에서 다루는 방식과 달리 접근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음악은 추상적입니다. 텍스트에서 음악을 묘사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루키의 방식은 음악 자체를 묘사하지 않고 음악이 인물에게 무엇을 하는지를 묘사하는 것입니다. 특정 곡의 첫 소절에서 인물의 어깨가 약간 낮아지는 것. 음악이 들리는 순간 인물이 현재가 아닌 다른 시간에 있게 되는 것.

무대는 이중성의 공간입니다. 무대 위의 인물과 무대 아래의 인물은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존재처럼 작동합니다. 이 이중성을 묘사할 때 이상의 의식의 흐름 기법이 유용합니다. 무대 위에서 동작을 하면서 동시에 머릿속에서 다른 것을 생각하는 인물. 그 두 레이어가 겹치는 장면.

직업 루틴은 반복입니다. 반복되는 것을 매번 새롭게 묘사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매카시와 김훈의 방식은 반복을 반복으로 묘사하지 않는 것입니다. 오늘의 반복에 이 인물만의 특수한 조건을 더합니다. 오늘은 손목이 조금 무겁습니다. 오늘은 연습실이 평소보다 조용합니다. 그 작은 차이가 반복을 새로운 경험으로 만듭니다.


참조는 기준이 아니다

참조 작가 시스템을 사용할 때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참조 작가의 기술이 케이팝K 원고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매카시의 방식으로 쓰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케이팝K의 강명숙을 매카시처럼 쓰는 것도 아닙니다. 매카시의 기술을 빌려서 케이팝K 세계의 일상단면을 더 잘 전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술이 인물보다 앞서면 안 됩니다. 참조 작가의 기술을 적용하려고 인물이 그 기술에 맞춰 움직이면 원고가 역전됩니다. 인물이 중심이고 기술이 도구입니다.

또한, 참조 작가 시스템은 항상 사용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원고가 잘 쓰여지고 있을 때, 기술이 자연스럽게 나올 때는 참조가 필요 없습니다. 막혔을 때, 또는 특별히 어려운 유형의 장면을 써야 할 때 꺼내는 도구입니다.


참조 확장하기

네 가지 조합은 시작점입니다. 100편을 쓰는 동안 새로운 조합이 발견됩니다.

케이팝K 세계에서 저희가 경험하게 될 소재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어떤 소재에서는 이 네 조합보다 더 잘 맞는 다른 조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발견을 기록합니다.

"이 소재(팬덤과의 관계 변화)를 쓸 때 최은영(한국 소설가,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등, 관계의 미세한 온도 변화를 담담하게 포착하는 데 뛰어남)의 방식이 가장 잘 맞았다." 이런 기록이 쌓이면 저희만의 참조 작가 시스템이 완성됩니다. 처음에는 네 가지 조합으로 시작하지만 100편이 끝날 때는 더 넓고 더 정밀한 시스템이 되어 있습니다.


11장이 전하는 것

참조 작가 시스템은 작가 지망생이 모방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100편이라는 규모의 프로젝트에서 안정적인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기술의 저장고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케이팝K 세계의 소재는 독특합니다. 그 독특한 소재에 검증된 기술을 결합할 때, 원고는 세계관을 담은 문학이 됩니다. 매카시의 정밀함과 김훈의 아픔이 케이팝K의 연습실에서 만납니다. 테드 창의 내면 언어와 오정희의 감각이 케이팝K 멤버의 무대 경험을 담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합격선 앞에 서는 법을 다룹니다. QA 리포트의 실제 작성 방법, 자기 원고를 객관적으로 보는 방법, 보강이 필요한 부분을 교정하는 방법.


- 본문 / 라이브러리 기반 스토리텔링100 강연고 11회 / 202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