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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제6장
제6장. 소재 발굴 네 갈래 - 라이브러리 표제와 일상의 밀도
가장 자주 막히는 순간이 있습니다. 인물도 있고 세계관도 있고 집필 의지도 있는데, 오늘 이 인물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지 모르겠는 그 순간입니다. 소재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것입니다. 또는 생각해 봐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이 막힘은 방법론의 문제입니다. 소재를 발굴하는 경로가 없을 때 발생합니다. 이번 강연에서 저희가 사용하는 네 가지 소재 발굴 경로를 소개합니다.
소재 발굴 전에: 일상단면의 본질
소재 발굴을 시작하기 전에, 일상단면 시나리오에서 소재란 무엇인지를 다시 짚습니다.
일상단면 시나리오는 한 인물의 특정 하루 또는 특정 시간대의 단면을 포착한 시나리오입니다. 정의하자면 "하나의 인물이 하나의 배경 안에서 겪는, 시작과 착지가 있는 일상의 한 장면"입니다. 케이팝K의 멤버가 소속사 대표와 거대한 계약 분쟁을 벌이는 이야기는 일상단면이 아닙니다. 그것은 클라이맥스이고 드라마입니다. 일상단면은 그 사이의 날들입니다.
"이 세계에서 이렇게 살아가는구나"의 밀도가 핵심입니다. 월요일 오후 연습이 끝나고 편의점에서 음료를 고르는 30분. 팬 사인회장에서 대기하는 동안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는 인물. 숙소 복도에서 다른 팀 멤버와 무언의 눈인사를 나누는 순간. 이런 것들이 소재입니다.
박완서 〈엄마의 말뚝〉이 이 결의 단편 한 묶음이고, 체호프의 단편들도 같은 결입니다. 거대 사건이 아니라 한 인물의 평일 한 토막, 시동생을 처음 만나는 정오, 환자가 의자에 앉아 시계를 보는 7분. 그 안에 한 시대와 한 사람이 압축되어 있습니다. 일본 영화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한국 영화에서 〈벌새〉의 1994년 봄·여름이 같은 결의 일상단면들. 작은 시간 단위가 한 세계의 단면이 되는 작품들.
소재가 작을수록 좋은 것은 아닙니다. 소재의 크기보다 소재의 밀도가 중요합니다. 작은 일이라도 그 안에 인물의 삶이 압축되어 있으면 강력한 소재입니다. 큰 사건이라도 인물의 내면과 연결되지 않으면 빈 소재입니다.
첫 번째 갈래: Vault 표제 탐색
가장 먼저 들어갈 경로는 Vault입니다. 라이브러리 표제 여섯 가지(배경, 소재, 인물, 사건, 사물, 장소)가 소재 발굴의 첫 번째 갈래입니다.
배경에서 출발하면 인물이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일상이 보입니다. 케이팝K의 연습실이 배경이라면 아침 일찍 도착해 혼자 연습하는 시간, 저녁 늦게 마지막으로 나가는 사람이 되는 시간, 조명이 꺼지지 않는 방에서 거울을 보는 순간. 배경에 인물이 있으면 소재가 생겨납니다. Vault에 소재 표제로 기록된 항목 중 아직 원고에서 다루지 않은 것을 커버리지 매트릭스로 교차 확인해 선택할 수도 있고, 인물 기록 속 성격·습관·과거 사건에서 한 가지를 집어 "이것이 일상에서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상상할 수도 있습니다. 강명숙이 극도로 긴장할 때 왼쪽 엄지손가락 손톱을 뜯는다는 기록이 있다면 그 습관이 드러나는 순간이 곧 장면입니다. Vault의 사건 기록에 있는 중요한 사건들 사이의 여백(공연 A와 공연 B 사이의 열흘, 계약 갱신 전날 밤, 갈등 표면화 직전 이틀)도 일상의 소재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사물 기록과 장소 기록을 훑으며 "이것이 이 인물과 어떻게 만나는가"를 생각하면, 사물과 장소가 소재의 발화점(ignition point: 이야기에 불을 붙이는 최초의 구체적 요소. 이것이 있어야 막연한 아이디어가 장면으로 점화됩니다)이 됩니다.
두 번째 갈래: 육하원칙 조합
첫 번째 갈래에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 때 두 번째 갈래로 들어갑니다. 이것은 기계적이지만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누가 + 어디서 + 무엇을 세 요소를 조합합니다. 이 방법이 효과적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세 요소의 충돌이 의외의 연결을 만들고 그 의외성이 소재의 신선함이 됩니다. 둘째, 추상("뭔가 긴장되는 이야기")을 구체("병원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강명숙")로 변환하는 강제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누가'는 주인공 인물입니다. '어디서'는 라이브러리 장소 표제에서 선택합니다. '무엇을'은 라이브러리 소재 표제에서 선택합니다. 이 세 요소를 무작위로 조합하면 소재가 만들어집니다.
예시입니다. 강명숙(누가) + 병원 대기실(어디서) + 기다림(무엇을). 이것만으로 소재가 하나 생깁니다. 강명숙이 병원 대기실에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기다림은 어떤 종류인가. 부상 검사인가, 다른 멤버를 데려다 준 것인가, 자신의 건강 검진인가. 어떤 방향으로 가든 원고가 될 수 있는 소재입니다.
조합이 어색하게 느껴지면 그 어색함이 오히려 힌트입니다. 강명숙(누가) + 주차장(어디서) + 전화 통화(무엇을). 이 조합이 왜 어색하게 느껴지는가를 생각하면 소재의 핵심이 보입니다. 강명숙이 주차장에서 전화를 받는다는 것은 어떤 상황인가. 그 전화는 좋은 소식인가 나쁜 소식인가. 아무도 없는 주차장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세 요소 조합이 막히면 '언제'를 추가합니다. 아침 6시, 자정, 공연 30분 전, 데뷔 기념일. 시간이 추가되면 소재의 온도가 달라집니다.
세 번째 갈래: 교차 관계 탐색
소재가 특정 인물 안에서만 나온다는 생각을 버립니다. 소재는 관계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계 매핑. 이 인물이 케이팝K 안에서 가진 관계들을 나열합니다. 같은 팀 내 멤버, 다른 팀 멤버, 스태프, 팬. 각 관계마다 소재가 있습니다.
관계의 긴장 지점. 각 관계에서 긴장이 있는 지점을 찾습니다. 두 인물 사이에 말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가. 표면의 화목 뒤에 숨겨진 불편함이 있는가. 오래된 감사함인데 아직 표현하지 못한 것이 있는가. 그 긴장 지점이 소재가 됩니다.
관계의 전환점. Vault의 관계 기록에 두 인물 사이의 관계가 바뀐 사건이 있다면, 그 전환점 직전이나 직후의 일상이 소재가 됩니다. 관계가 바뀌기 전날의 일상, 관계가 바뀐 후 처음으로 마주친 순간.
역할 역전. 이 인물이 평소에 강자의 위치에 있다면 약자의 위치에 놓입니다. 평소에 지원받는 위치라면 지원하는 위치에 놓입니다. 이 역전이 어떤 소재를 만드는지 탐색합니다. 강명숙이 케이팝K에서 리더 역할이라면, 막내 멤버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 그 상황이 소재입니다.
네 번째 갈래: 원고 간 계승
100편이 쌓이면 새로운 소재 발굴 방법이 생깁니다. 이미 완성된 원고에서 소재를 계승하는 것입니다.
열린 끝의 계승. 어떤 원고가 착지를 완성하면서도 열린 질문을 남겼다면, 그 질문이 다음 원고의 소재가 됩니다. 강명숙의 원고가 그녀가 어떤 결정을 내린 직후에 끝났다면, 그 결정 이후의 일상이 다음 소재입니다. 이것은 연속성이 아닙니다. 독립적인 원고이지만 같은 인물의 다른 단면입니다.
교차 등장의 여운. A의 원고에서 B가 조연으로 등장했고, 그 장면에서 B에게 흥미로운 일면이 드러났습니다. 그 B의 일면을 탐색하는 것이 B를 주인공으로 한 다음 원고의 소재가 됩니다. 원고들이 서로를 탐색합니다.
세계관 발견의 계승. 앞선 원고를 쓰면서 발견된 세계관 세부가 Vault에 추가됐습니다. 그 새로운 세부에서 다른 인물의 소재가 발굴됩니다. 원고가 세계관을 풍부하게 만들고, 풍부해진 세계관이 새로운 원고의 소재를 만들고, 그 원고가 다시 세계관을 풍부하게 만듭니다. 이것이 환류 루프의 소재적 측면입니다.
미완성 실마리. 원고 안에서 충분히 탐색하지 못한 것들이 있습니다. 배경 인물로 잠깐 등장했지만 흥미로운 인물, 설명 없이 지나간 관습, 언급됐지만 전개되지 않은 사건. 이 미완성 실마리들이 소재의 씨앗입니다.
소재의 밀도 테스트
발굴한 소재가 원고가 될 수 있는지 밀도 테스트를 합니다.
밀도 테스트 질문 다섯 가지:
- 이 소재 안에 인물이 잃을 수 있는 것(판돈)이 있는가?
- 이 소재는 케이팝K 세계관 안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인가, 아니면 어떤 세계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인가?
- 이 소재에서 주인공의 몸이 어떻게 등장할 수 있는가?
- 이 소재가 어떤 형식에 가장 잘 맞는가?
- 이 소재를 쓰는 것이 이 인물에 대해 아직 말하지 않은 무언가를 말하는가?
5번 질문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미 쓴 원고에서 충분히 드러난 인물의 측면을 다시 쓰는 것은 소재의 낭비입니다. 아직 말하지 않은 것, 이 소재가 아니면 드러날 수 없는 것이 있을 때 소재의 밀도가 높습니다.
소재 목록 관리
발굴한 소재를 즉시 쓸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을 그냥 두면 잊힙니다. 소재 목록을 관리합니다.
소재 목록은 간단한 형태면 됩니다. 인물 이름 + 소재 요약 + 형식 예상 + 발굴 경로. 예를 들면: "강명숙 / 병원 대기실에서 다른 팀 멤버와 조용히 기다리는 오후 / 꽁트 또는 만담형 / 교차 관계 탐색". 이 네 가지만 기록하면 나중에 다시 꺼내서 쓸 수 있습니다.
소재 목록이 Vault에 통합되면 더 좋습니다. 그렇게 하면 소재도 SSOT 안에 있게 됩니다.
소재 목록이 쌓이면 집필 계획이 자동으로 생깁니다. 목록을 보면서 매트릭스의 빈칸을 채울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합니다. 그것이 다음 집필 대상입니다.
소재가 없는 것이 아니다
이 강연을 마치면서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집필이 막히는 대부분의 경우, 소재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소재를 발굴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발굴한 소재가 충분히 크지 않다는 불안이 있거나, 이 소재로 진짜 원고가 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는 것입니다.
일상단면 시나리오의 본질은 작은 것에 있습니다. 거대하지 않아도 됩니다. 케이팝K 멤버가 혼자 라면을 끓이는 5분도 소재가 됩니다. 그 라면을 끓이는 방식, 그 5분 동안 흐르는 음악, 그 방의 온도. 이것들이 모여서 "이 세계에서 이렇게 살아가는구나"의 밀도를 만듭니다.
소재는 이미 있습니다. Vault 안에, 관계 안에, 지난 원고의 여백 안에. 네 개의 갈래로 들어가면 반드시 나옵니다.
다음 장에서는 신체 앵커를 전담해서 다룹니다. B 기준(MUST PASS)의 실제 설계 방법, 인물마다 달라야 하는 앵커의 특성, 그리고 몸으로 내면을 전달하는 기술.
- 본문 / 라이브러리 기반 스토리텔링100 강연고 6회 / 202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