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JE BOOKS 읽기 사이트

MEJE PROCESS · MEJE 캐릭터특화 프로세스

04 제4장

MEJE Works · Chapter 4

제4장. 시드 결정: 30카드와 약식 시드의 갈래

지난 세 장에 자세와 골격을 잡아 두었습니다. 캐릭터를 한 인간으로 다룬다는 자세, 제작자가 AI 작업 동료와 함께 끌고 간다는 자세, 12 단계의 흐름과 위계, 그리고 사전 준비 5 모듈. 손에 지도를 쥐고 있는 셈입니다.

오늘부터 본격 작업입니다. 첫 단계는 시드 결정입니다. 한 인물의 출발점을 한 줄로 압축하는 단계입니다. 한 줄이 결정되면 후속 11 단계가 그 줄을 향해 정렬됩니다. 한 줄이 흔들리면 후속 11 단계도 흔들립니다.

오늘 장에서는 시드를 만드는 두 갈래: 외부에서 받은 키워드를 정리하는 길과 30종의 시드 카드에서 다섯을 뽑는 길, 그리고 빠르게 시드를 짤 때 쓰는 약식 세 가지, 그리고 시드를 한 줄로 압축하는 작법을 다룹니다.

시드는 닫힌 명령이 아닙니다

먼저 시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정리해 두겠습니다.

시드는 한 인물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명령이 아닙니다. 시드는 출발점일 뿐입니다. 출발점에서 출발한 인물은 후속 11 단계를 거치면서 시드와 다른 지점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시드의 일부는 4단계 비틀기에서 거꾸로 뒤집히고, 일부는 7단계 결점 작업에서 보강되고, 일부는 작업 도중 폐기됩니다.

저희는 시드를 두 종류로 나눠 둡니다. Hard 시드는 절대 변경하지 않을 1~3개 핵심 키워드, Soft 시드는 변경 가능한 보조 키워드입니다.

Hard 시드는 작품의 콘셉트와 직결된 키워드입니다. "30년차 부검의" 같은 직업, "조선 후기" 같은 시대, "쌍둥이 서사" 같은 핵심 관계 등. 이 키워드는 다음 단계들에서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

Soft 시드는 그 외의 키워드입니다. 시작점에서 가졌던 인상이지만 작업이 진행되면서 더 좋은 표현으로 갈아탈 수 있는 키워드. 예를 들어 시드 단계에서 "왼쪽 어깨에 화상"이라고 적어 둔 외형이 5단계에서 "왼쪽 검지 지문 소멸"로 바뀌어도 작품에 큰 영향이 없습니다. Soft 시드는 작업 도중 자주 갈아탑니다.

시드를 결정할 때 Hard와 Soft를 구분해 두면 후속 단계의 결정이 빨라집니다. 어느 키워드가 바뀌어도 되는지를 미리 알고 들어가니까요.

바꾸지 않을 핵심과 바꿔도 되는 곁가지를 미리 갈라 두는 발상은 다른 분야에도 있습니다. 게임 개발에서는 끝까지 흔들지 않을 핵심 가치를 '디자인 기둥(design pillar)'이라 부르고 나머지 요소는 자유롭게 조정합니다. 시나리오 작법의 '전제(프레미스)'도 비슷합니다. 무엇이 협상 불가능한 중심인지를 먼저 못 박아 두면, 나머지는 마음껏 실험할 수 있게 됩니다.

외부 시드: 사용자가 이미 가진 키워드 묶음

첫 갈래는 외부 시드입니다. 작품을 시작할 때 제작자가 이미 한 인물에 대한 인상을 가진 경우입니다. 그 인상을 양식에 정리합니다.

외부 조건 몇 개만 주어져도 독자는 인물의 가능성 공간을 먼저 감지합니다. 〈매드맨〉의 돈 드레이퍼는 '1960년대 뉴욕 광고 회사의 잘나가는 중역'이라는 외부 설정만으로도, 그 시대의 욕망과 위선, 그 안에서 자기 본모습을 감추고 사는 한 사람이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외부 시드는 이렇게 인물의 속을 채우기 전에 그가 설 무대부터 그려 줍니다.

양식은 단순합니다.

# Seed (외부)

## 주어진 키워드
- 장르:
- 세계관:
- 직업·역할:
- 모티프:
- 관계 시드:
- 사건 시드:
- 시대:

## 톤·정조
## 제약
## 기획 의도 (한 줄)

## 인물 위계
- 주인공 / 주요 / 조연 / 단역

이 양식의 빈칸을 채우는 일은 제작자 직접 작업입니다. AI 활용 부분이 아닙니다. 외부 시드는 제작자의 머릿속에 이미 있는 인상을 정리하는 작업이니, 외부 도구가 채워 줄 게 없습니다. 한 키워드가 막히면 비워 두고 넘어갑니다. 어차피 한 줄로 압축할 때 필요한 키워드만 살아남습니다.

기획 의도 한 줄은 비워 두면 안 됩니다. "이 캐릭터로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한 줄로 답합니다. 답이 안 나오면 잠깐 멈추고 다시 생각합니다. 이 한 줄이 작품 내내 그 인물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인물 위계도 비워 두면 안 됩니다. 지난 장에 정리한 네 위계 중 하나로 명시합니다. 이 명시가 후속 11 단계의 작업 깊이를 결정합니다.

30종의 시드 카드: 임의 문답으로 출발

둘째 갈래는 30종의 시드 카드입니다. 외부 시드가 제작자의 머릿속에 이미 있는 인상을 정리하는 작업이라면, 카드는 머릿속에 인상이 약할 때 발상을 자극하는 도구입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벤자민 버튼은 '노인의 몸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는 사람'이라는 내부 씨앗 하나로 외모와 실제 나이의 불일치를 단숨에 장착합니다. 겉모습과 속이 어긋나는 이런 씨앗은 그 자체로 사연과 갈등을 불러옵니다. 소년의 마음과 노인의 얼굴이 만나는 순간마다 이야기가 솟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30종의 시드 카드를 미리 만들어 두었습니다. 다섯 분류로 나뉩니다.

A 카드(직업·환경, 6장)는 인물의 일과 살아가는 환경을 자극하고, B 카드(사건 시드, 6장)는 결정적 사건, C 카드(관계 시드, 6장)는 핵심 관계, D 카드(감각·이미지 시드, 6장)는 시그니처 감각, E 카드(모순·이중성 시드, 6장)는 핵심 모순을 자극합니다.

각 카드에는 한 줄짜리 키워드가 적혀 있습니다. 예를 들어 A03 카드의 키워드는 "직업적으로는 정확하지만 사적으로는 어수룩한 사람", B05 카드의 키워드는 "어린 시절 한 번 잃어버린 것이 어른이 되어 돌아온 일", E01 카드의 키워드는 "약함을 위장해 강함을 숨긴다" 같은 식입니다.

무작위 카드로 발상을 깨우는 방식에는 유명한 선례가 있습니다. 음악가 브라이언 이노와 화가 피터 슈미트는 1975년 〈오블리크 스트래터지〉라는 카드 한 벌을 만들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을 지워 보라' 같은 알쏭달쏭한 문구가 한 장씩 적혀 있어, 막혔을 때 한 장 뽑아 생각을 비틀게 합니다. 데이비드 보위가 앨범 작업에 즐겨 썼다고 알려져 있죠. TRPG의 무작위 표나 타로 카드의 그림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작업 절차는 단순합니다.

  1. 30카드에서 5장에서 10장 사이를 무작위로 뽑습니다. (다섯 분류에서 각 한 장 + 자유 추가 한두 장이 권장 조합)
  2. 각 카드의 키워드에 답을 한두 문장으로 답니다. 답은 검열 없이 첫 떠오른 것으로.
  3. 답변 다섯 개를 한 인물로 묶을 수 있는지 시도합니다.
  4. 묶이지 않는 답변 한두 개는 폐기하거나 다른 카드로 바꿉니다.
  5. 묶인 답변을 한 줄로 압축합니다.

이 다섯 단계 중 첫 단계(무작위 셔플)는 도구가 합니다. 두 번째 단계(키워드별 1차 답변)는 AI 활용 부분입니다. 키워드 한 줄을 입력으로 주면 AI가 다섯에서 열 가지 답변 후보를 빠르게 짜냅니다. 그 후보 중에서 가장 끌리는 답을 채택하거나, 후보를 발판 삼아 다른 답을 만드는 일은 제작자입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단계: 묶기와 폐기는 제작자 직접 작업입니다. 다섯 답변이 한 인물로 묶이는지를 판단하려면 작품의 콘셉트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AI 작업 동료와 함께 묶기 초안을 받을 수는 있지만, 채택과 폐기는 제작자가 합니다.

다섯 번째 단계: 한 줄 압축은 제작자가 직접 합니다. 이 한 줄이 후속 11 단계의 합격선이 되니, 다른 사람이 대신 써 줄 수 없습니다.

예시. 다섯 카드에서 한 줄까지

이 절차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한 예시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이 예시 인물은 본 강연의 후반부에서 다시 등장하니 짧게 이름을 붙여 두겠습니다. 부르기 편하게 M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이름이 아니라 코드네임입니다.

다섯 카드 추첨 결과:

A03: "직업적으로는 정확하지만 사적으로는 어수룩한 사람"
B05: "어린 시절 한 번 잃어버린 것이 어른이 되어 돌아온 일"
C02: "혈연 아닌 가족"
D04: "특정 냄새를 맡으면 토하고 싶어진다"
E01: "약함을 위장해 강함을 숨긴다"

각 카드에 답변을 답니다. AI 작업 동료와 함께 1차 답변 다섯 개를 받아 그중 한 개씩 채택했다고 가정합시다.

A03 → 30년차 부검의. 시신 앞에서는 침착하지만 마트 셀프계산대에서 늘 헤맨다.
B05 → 7살 때 잃어버린 어머니의 결혼반지. 30년 뒤 부검 도중 한 시신의 손에서 발견한다.
C02 → 같은 부검과 동료. 30년 함께 일했고 여전히 서로의 첫이름을 모른다.
D04 → 베이비파우더 냄새. 원인 미상.
E01 → 약하다는 평판을 일부러 유지한다. 강함이 드러나면 더는 부검과에 머물 수 없을 것 같아서.

이제 다섯 답변이 한 인물로 묶이는지 시도합니다. 묶을 때는 답변 사이에 인과를 부여합니다.

M은 30년차 부검의다. 7살 때 잃어버린 어머니의 결혼반지를 어느 시신의 손에서 발견한다. 30년을 함께 일한 동료와는 여전히 첫이름을 모른다. 베이비파우더 냄새에 토한다. 강함을 일부러 숨기는 것은, 약한 자만이 죽음 곁에 머물 수 있다는 사적 신념 때문이다.

다섯 답변이 한 인물로 묶입니다. 폐기할 답변이 없습니다. 묶임이 자연스럽지 않다면 한 답변을 폐기하고 다른 카드로 갈아탑니다.

마지막으로 한 줄로 압축합니다.

M. 30년차 부검의. 어머니의 잃어버린 반지를 어느 시신에서 발견하면서 자신이 일부러 숨겨 온 강함과 마주한다.

이 한 줄이 M의 시드 압축입니다. 후속 11 단계가 이 한 줄을 향해 정렬됩니다.

예시. 외부 시드만으로 출발

다른 갈래도 한 번 보여 드립니다.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외부 시드만으로 시작하는 경우입니다.

이번에는 다른 코드네임: J라고 하겠습니다. 의 외부 시드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 Seed (외부): J

## 주어진 키워드
- 장르: 자전적 소설·문학적 산문
- 세계관: 현대 한국, 출판·미디어 업계
- 직업·역할: 작가, 영화 연출과 국문 동시 전공
- 모티프: 강박적 완벽주의, 작가 사칭에 대한 자기 의심
- 관계 시드: 글쓰기 동료, 마감을 끊지 못한 친구
- 사건 시드: 글럼프, 글럼프 극복, 베스트셀러 실패와 회복
- 시대: 동시대

## 톤·정조
- 사변과 실무가 섞인 차분한 1인칭. 분노보다 애정.

## 제약
- 직업 변경 금지. 작가의 의식 흐름이 핵심.

## 기획 의도 (한 줄)
- 결과물의 가치가 아닌 쓰기의 행위 자체에서 의미를 찾는 작가의 한 시기.

## 인물 위계
- 주인공

J의 시드 한 줄 압축은 다음과 같습니다.

J. 베스트셀러를 원하면서도 글 쓰는 행위 자체에 재미를 잃지 않으려 분투하는 작가.

J에는 카드 절차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외부 키워드가 충분히 갖춰져 있어서 카드의 자극이 필요 없었기 때문입니다. 두 갈래 중 어느 쪽을 택할지는 제작자의 머릿속에 인상이 얼마나 잡혀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인상이 약하면 카드, 인상이 강하면 외부 시드입니다.

약식 시드 세 갈래: 빠른 진입

12 단계 풀빌드에 8시간에서 15시간이 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캐릭터에 그 시간을 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단역에는 30분도 길고, 발상 자극용으로 짧은 시드만 던져 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희는 약식 시드 세 갈래를 두고 있습니다.

1-카드 시드 (5분). 부록 A에서 카드 한 장만 무작위로 뽑고, 그 키워드에 한두 문장 답합니다. 한 줄 압축까지 5분이면 끝납니다. 단역이나 발상 자극용으로 사용합니다.

3-키워드 시드 (15분). 직업·모티프·관계 세 키워드를 사용자가 직접 정합니다. 그 셋을 한두 문장으로 통합하고, 자기 객관화 단계의 일부(MBTI 주기능 한 글자 + 흑백 슬라이더 세 축)만 추가로 결정합니다. 조연이나 주요 인물의 첫 초안에 적합합니다.

랜덤 1-라인 시드 (발상 자극용). 30카드에서 다섯을 뽑되 답변하지 않습니다. 다섯 키워드를 그대로 한 줄로 이어 붙여 한 문장을 만듭니다. 그 문장을 보면서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캐릭터를 메모합니다. 예를 들어 "직업적 정확성과 사적 어수룩함을 가진, 어린 시절 잃어버린 것이 돌아온, 적이라 알았으나 자기 자신이었던, 비 오는 날에만 들리는 소리를 듣는, 약함을 위장해 강함을 숨기는 사람" 같은 한 줄에서 어떤 인물이 떠오르는지를 봅니다. 답변하지 않고 시드 자체로 사용하니, 작가의 발상이 막혔을 때 환기 도구로 쓸 만합니다.

답을 정하지 않고 우연이 던진 조합을 발상의 재료로 삼는 방식은 초현실주의 예술과 닿아 있습니다. 앙드레 브르통을 비롯한 초현실주의자들은 의식의 검열 없이 떠오르는 대로 쓰는 '자동기술법'으로 뜻밖의 이미지를 길어 올렸습니다. 무작위로 이어 붙인 다섯 키워드 한 줄을 멍하니 바라보는 일도, 논리가 끼어들기 전의 첫 인상을 낚아챈다는 점에서 같은 원리입니다.

세 갈래는 모두 AI 활용이 강합니다. 1-카드의 1차 답변, 3-키워드의 통합 한 줄, 랜덤 1-라인의 즉흥 메모 모두 AI가 빠르게 짜냅니다. 제작자는 받은 산출물을 검수하고 채택합니다.

빌드 시간별 가이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5분이면 1-카드와 한 단어 정체성만으로 한 줄 시드(단역). 15분에 3-키워드와 거울 일부와 이름까지 시드+골격(조연·주요). 30분이면 진입 가이드 7단계로 통합 시트 초안(주요, 조정 후 주인공 가능). 23시간 단축경로로 압축 시트(조연·주요). 815시간 풀빌드로 풀 시트와 일상단면 시나리오(주인공).

이 표가 시드 결정의 작업 시간을 미리 알려 줍니다. 한 작품에 30명의 인물이 등장한다면, 표에 따라 각 인물의 시간 예산을 미리 분배합니다. 주인공 두 명에 8시간씩, 주요 인물 다섯에 4시간씩, 조연 열에 1시간씩, 단역 열셋에 30분씩, 이런 식으로 분배해 두면 작품의 캐릭터 빌드 총 시간이 합리적인 범위에 들어옵니다.

약식에서 풀빌드로의 승격

약식 시드로 시작한 인물이 작품 진행 중에 위계가 올라가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역으로 두었던 인물이 작품 후반부에 핵심 갈등의 한 축이 되는 경우입니다.

알베르 카뮈 〈이방인〉의 뫼르소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남자'라는 작은 씨앗에서 출발합니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도 울지 않던 그 무심함이, 결국 재판에서 그를 사형대로 보내는 결정적 근거가 됩니다. 처음엔 사소해 보이던 한 줄짜리 씨앗이 작품 전체의 구조로 자라난 경우입니다. 허먼 멜빌 〈필경사 바틀비〉의 바틀비도 그렇습니다.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는 한 마디 거부가 인물의 전부이자 작품 전체의 구조가 됩니다.

돋보기 · 윤태호 〈미생〉의 장그래 웹툰 〈미생〉은 '프로 바둑 입단에 실패한 청년이 종합상사의 계약직 인턴으로 들어간다'는 한 줄 시드에서 출발합니다. 이 한 줄에 인물의 거의 모든 것이 들어 있습니다. 바둑밖에 모르던 사람이라 회사 일에 서툴고, 그래서 매 순간 바둑의 수읽기로 직장을 해석하죠. 시드 한 줄이 정해지면 후속 전개가 그 줄을 향해 정렬된다는 이 장의 명제를, 한 회사원의 일상으로 증명한 작품입니다.

이런 승격은 양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시드 양식의 위계 줄을 단역에서 주요 인물로 바꾸고, 단축경로에서 빠진 단계들을 차례로 추가하면 됩니다. 이미 결정해 둔 1-카드 답변이나 3-키워드는 그대로 보존됩니다.

이 승격을 위해서는 약식 시드도 양식의 형태로 저장해 두어야 합니다. 머릿속에만 두면 승격할 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단역도 한 줄짜리 양식 파일로 저장해 두는 자세. 이것이 약식 시드의 마지막 원칙입니다.

9분류 보조 추출

시드 한 줄을 결정한 뒤, 그 시드를 9개의 분류 차원으로 풀어 보는 보조 도구가 있습니다. 시드 한 줄이 인물의 핵심을 단단히 압축한다면, 9분류 보조 추출은 그 핵심 옆의 빈 부분을 메우는 작업입니다.

배경. 캐릭터 설계 실무에서는 한 인물을 묘사할 때 외형·성격·직업·환경 같은 단일 축으로만 보면 빈 부분이 생긴다는 사실이 오랫동안 알려져 있습니다. 단일 축으로만 빚은 인물은 자기 인생의 한 단면만 보이고, 그 외 다른 단면이 자작자작 마르거나 비어 있게 됩니다. 9분류 보조 추출은 그 빈 부분을 사전에 짚어 두는 체크 표입니다.

도입 취지. 시드 한 줄이 결정된 뒤에 9개의 차원을 한곳에 펼쳐 보고, 어느 차원이 시드와 단단히 결합하고 어느 차원이 비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결합하는 차원은 후속 단계에서 발전시키고, 비어 있는 차원은 의식해서 채울지 그대로 둘지를 결단합니다.

기대 효과. 시드 한 줄에서 출발한 인물이 작품 안에서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사전 점검의 자세를 잡아 줍니다. 이 작업을 거치고 나면 후속 5단계 드라마 부여, 7단계 결점·트라우마, 9단계 갈등 설계의 결정이 빨라집니다.

9분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홉 분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1번 직업·역할은 작품 안에서 인물이 일하는 환경, 2번 가족·관계는 출신 가족과 현재 핵심 관계, 3번 외형·시각은 외모 1요인 또는 신체 앵커 사전 후보, 4번 시간축·연령은 발달 단계와 연령대, 5번 공간·지리는 출신 지역과 현재 거주. 6번 사회·계급은 사회경제적 위치, 7번 능력·재능은 직업성 또는 초능력, 8번 결점·결핍은 한 줄 결점 후보, 9번 모순·이중성은 한 인물이 가진 두 면 사이의 어긋남.

각 분류에 한두 줄을 답하는 작업입니다. 시드 한 줄이 이미 답한 분류는 그대로, 시드에 없는 분류는 1차 답변을 짜냅니다. 답변 1차 짜냄은 AI 활용 부분, 채택과 폐기는 제작자 직접 작업입니다.

M의 9분류 보조 추출 예시:

1. 직업·역할: 30년차 부검의 (시드)
2. 가족·관계: 어머니 부재 (시드) + 30년 동행 동료 부검의
3. 외형·시각: 부검복 안 흰 셔츠 + 왼쪽 검지 굳은살 (5단계 발전)
4. 시간축·연령: 45세 / Erikson 7단계 (생산성 vs 침체)
5. 공간·지리: 서울 모 대학병원 부검과
6. 사회·계급: 전문직 중산 / 직업적 자존감 강함
7. 능력·재능: 시신 손가락 굳은살 부분으로 직업 추정 (시드의 발전)
8. 결점·결핍: 사적 영역 회피 (7단계 결점)
9. 모순·이중성: 부검대 앞에서는 정확, 마트 셀프계산대에서는 멈춤 (시드)

이 표가 한 곳에 모이면 한 인물의 입체적 윤곽이 잡힙니다. 9차원 중 한두 곳이 비어도 후속 단계에서 채워지지만, 처음부터 비어 있는 곳을 의식하고 진입하는 자세가 본 도구의 본분입니다.

에릭슨 발달 단계: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이 사람의 일생을 여덟 시기로 나누고, 시기마다 풀어야 할 과제를 짝지어 둔 이론입니다. 예시의 7단계는 중년기로, 과제가 '생산성 대 침체'입니다. 다음 세대에 무언가를 남기느냐, 자기 안에 고이느냐의 갈림이죠. 인물의 나이대에 어울리는 내적 숙제를 빠르게 잡는 참고 틀로 쓰입니다.

사전 준비 모듈 3·4의 적용

3장에서 정리한 사전 준비 5 모듈 중 시드 결정 단계에서 자주 작동하는 둘이 있습니다.

모듈 4(세계관 정합성) 가 켜져 있다면, 시드 한 줄을 모듈의 여덟 항목(세계관 한 줄 요약·기술/마법 수준·사회 구조·핵심 갈등 원천·중요 연표·다른 핵심 인물·톤 매뉴얼·금지 사항)과 대조합니다. 직업이 사회 구조에 맞는가, 능력이 기술·마법 수준 안에서 가능한가, 사건이 연표와 어긋나지 않는가, 톤이 매뉴얼에 맞는가, 금지 사항을 건드리지 않는가. 한두 항목 어긋나면 보정, 다섯 개 이상 어긋나면 폐기 후 재시작. 이 대조는 30분 안에 끝나고, 후속 11 단계의 시간을 크게 절약합니다.

모듈 3(참조 캐릭터 매핑) 도 자주 켭니다. 시드 한 줄이 정해진 뒤 외국 작품 캐릭터와 한국 작품 캐릭터 한두 명씩을 골라 다섯 줄로 매핑합니다. 외국 참조, 한국 참조, 비슷한 점(어떤 측면을 차용), 다른 점(어떻게 비틀었는가), 클리셰 회피 메모(참조 캐릭터의 흔한 함정). 이 매핑이 작업 도중 톤이 어긋날 때 돌아오는 기준이 됩니다.

다음 장으로

오늘 장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시드는 한 인물의 출발점을 한 줄로 압축한 단계이고, 외부 시드와 30카드 시드 두 갈래가 있다. 시드 결정의 작업은 AI 작업 동료와 함께 1차 답변을 받고 제작자가 채택과 압축을 결정하는 분담입니다. 약식 세 갈래로 빠른 진입도 가능합니다.

오늘 두 코드네임: M(부검의)과 J(작가)의 시드를 보여 드렸습니다. 이 두 인물은 본 강연 내내 예시로 다시 등장합니다. 한 장에 한 인물씩 다루는 게 아니라, 어느 단계에 어느 인물이 잘 어울리느냐에 따라 골라서 보여 드립니다.

다음 장에서는 자기 객관화의 거울 단계입니다. 시드 한 줄에 등장한 인물에게 다섯 종류의 척도를 들이대 한 단어 정체성을 뽑는 단계입니다. M과 J의 거울 결과가 어떻게 다르게 나오는지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Copyright (c) 2026 김동은WhtDrgon. MEJEWorks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