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JE PROCESS · MEJE 캐릭터특화 프로세스 (14편)
다섯 가지 진단, 그리고 마지막 인사
제14장. 다섯 가지 진단, 그리고 마지막 인사
13장에 걸쳐 한 캐릭터를 0에서 출력까지 빚는 절차를 따라왔습니다. 시드에서 자기 객관화로, 일상단면 시나리오에서 비틀기로, 결점·트라우마에서 목표·갈등으로, 캐스트와 몰입으로, 다섯 매체 출력으로, 비전형 캐릭터까지. 12 단계가 모두 끝났습니다.
오늘 장은 두 가지를 합쳐 다룹니다. 첫째, 빚어진 캐릭터가 합격선을 통과하는지 점검하는 다섯 가지 진단. 둘째, 강연고 전체의 결산과 마지막 인사.
캐릭터가 작품에 기여하는가
먼저 합격 점검의 자세를 짚어 두겠습니다.
캐릭터 빌드의 마지막 단계는 그 인물이 작품에 기여하는지를 점검하는 단계입니다. 빌드만 잘 됐다고 작품에 기여하는 것이 아닙니다. 작품 안에서 그 인물이 자기 위치를 갖고 자기 결을 갖는지가 별개의 점검 영역입니다.
이 점검을 위해 다섯 진단을 사용합니다. 다섯 진단은 영화·드라마·소설 비평과 작업 현장에서 널리 쓰여 온 점검 질문들입니다. 다섯이 모두 통과하면 그 캐릭터는 작품 안에서 자기 위치를 가집니다. 한두 진단이 ✕여도 작품에 따라 OK일 수 있고, 어떤 한 진단이 ✕인 경우는 즉시 재설계해야 합니다.
다섯 진단을 차례로 짚어 봅니다.
진단 1. Bechdel Test
첫째 진단은 Bechdel Test입니다. 만화가 Alison Bechdel의 1985년 만화에서 유래.
세 조건 (작품 단위 점검):
- 작품에 여성 캐릭터 두 명 이상.
- 그 둘이 서로 대화한다.
- 그 대화가 남성 외 주제.
세 조건이 모두 통과해야 ○. 한 조건이라도 ✕면 ✕.
이 진단은 낮은 기준선입니다. 통과해도 좋은 여성 묘사가 보장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통과 못 함은 적신호입니다. 여성 캐릭터가 두 명 미만이거나, 두 명이 만나지 못하거나, 만나도 남자 이야기만 한다면, 작품이 여성을 충분히 다루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본 강연이 따라온 인물 중 M(부검의)이 여성입니다. M의 캐스트에 또 다른 여성 한 명(후배 부검의)이 있습니다. M과 후배가 부검 작업·동료 동행에 대해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면 Bechdel 통과. M에게는 ○가 잡힙니다.
이 진단은 작품 단위입니다. 한 캐릭터의 진단이 아니라, 그 캐릭터가 들어간 작품 전체의 진단입니다.
진단 2. Mako Mori Test
둘째 진단은 Mako Mori Test입니다. 2013년 영화 〈퍼시픽 림〉의 캐릭터 마코 모리에서 유래.
〈퍼시픽 림〉의 마코 모리는 자기만의 서사를 가진 인물의 대표로 꼽혀, 아예 그의 이름을 딴 진단이 생겼습니다. 그는 남자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장치가 아니라, 어린 시절 가족을 잃은 상처를 딛고 거대 로봇의 조종사가 되려는 자기 목표를 따로 품습니다. 누군가의 연인이나 조력자로 환원되지 않는, 독립된 아크를 가진 인물입니다.
원전 세 조건:
- 작품에 여성 캐릭터 한 명 이상.
- 자신의 서사 아크.
- 그 아크가 다른 캐릭터의 도구로 환원되지 않는다.
원전은 여성 캐릭터 평가용으로 만들어졌으나, 본 작업에서는 일반화해 사용합니다. 모든 성별·정체성의 캐릭터에 동일 기준을 적용합니다.
본 작업의 일반화 점검:
캐릭터의 5막 변천(11단계)이 다른 캐릭터를 위한 도구가 아닌, 자기 자신의 변화인가?
M의 5막 변천이 어머니의 부재를 자기 자세로 받아들이는 변화입니다. 다른 인물(예: 동료 부검의)을 위한 변화가 아닙니다. M에게 Mako Mori 통과.
E의 5막 변천이 7세 인질 아이를 살리지 못하고 자기 처벌로 더 깊이 빠지는 변화입니다. 아이가 도구가 아니라 E 자신의 트라우마 재현. E에게 Mako Mori 통과.
J의 5막 변천이 베스트셀러 멘토를 거절하고 자기 자세를 보존하는 변화입니다. 멘토가 도구가 아니라 J의 Lie를 흔드는 인물. J에게 Mako Mori 통과.
세 인물 모두 통과. 본 절차의 12 단계가 캐릭터의 자기 아크를 강하게 두는 절차이기에 Mako Mori 통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단 3. Sexy Lamp Test
셋째 진단은 Kelly Sue DeConnick이 제안한 Sexy Lamp Test입니다.
조건 한 가지:
캐릭터를 섹시한 램프로 대체했을 때 줄거리가 그대로 진행된다면 fail.
이 진단은 캐릭터의 작품 기여도를 점검합니다. 그 캐릭터가 작품의 사건에 능동적으로 영향을 행사하는가, 아니면 단순 객체로만 존재하는가.
M에게 적용해 봅니다. M을 섹시한 램프로 대체하면: 어느 시신의 손에서 결혼반지가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납니까? 그 반지가 가방에 들어가는 결정이 일어납니까? 부검과의 절차 위반이 일어납니까? 일어나지 않습니다. M의 모든 결정이 작품의 사건을 굴립니다. M에게 Sexy Lamp 통과.
이 진단은 작품의 캐릭터 의존도를 검증합니다. 능동적이지 않은 캐릭터는 작품에서 빠져도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런 캐릭터는 즉시 재설계해야 합니다. Sexy Lamp 실패는 즉시 재설계 신호입니다.
이 시험을 가뿐히 통과하는 인물은 사건을 직접 굴립니다. 〈에이리언〉의 리플리를 한낱 장식용 램프로 바꾸면 우주선의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고 이야기가 멈춥니다. 그가 내리는 판단 하나하나가 생사를 가르기 때문이죠. 반대로 '구출되기만 기다리는 인물'은 램프로 바꿔도 줄거리가 그대로 굴러갑니다. 캐릭터가 사건의 주어인지 목적어인지를 가르는 시험입니다.
진단 4. Walks-into-a-room Test
넷째 진단은 산업 비공식 도구. Walks-into-a-room Test.
조건 한 가지:
캐릭터가 어떤 장면에 처음 들어왔을 때, 5초 안에 누구인지·무엇을 원하는지 식별 가능한가?
5초. 작품의 첫 등장 장면에서 그 캐릭터가 누구인지 빠르게 잡혀야 합니다. 시각·청각·행동 어느 단서로든.
본 절차에서 5초 식별을 받쳐 주는 도구는 셋입니다. 외모 한 요인, 신체 앵커, 말투. 이 셋 중 세 개 모두가 첫 등장에 작동해야 통과.
M에게 적용해 봅니다.
- 외모 한 요인: 부검복 안 흰 셔츠. ○
- 신체 앵커: 왼쪽 검지 두 마디 안쪽 굳은살. ○
- 말투: "두 번이면 보존이 된다." 같은 짧고 정확한 한 줄. ○
세 도구 모두 작동. M에게 Walks-into-a-room 통과.
이 진단이 ✕인 캐릭터는 첫 등장의 효율이 낮습니다. 독자가 그 인물을 빠르게 인식하지 못하면 작품에 머물기 어렵습니다.
진단 5. One-Line Test
다섯째 진단은 One-Line Test.
잘 완성된 캐릭터는 긴 설명 없이도 읽힙니다. 픽사 〈월-E〉의 주인공 로봇은 영화 내내 거의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텅 빈 지구에서 쓰레기를 정리하며 작은 물건들을 모으는 행동, 이브를 바라보는 눈빛 하나만으로 외로움과 사랑, 호기심이 또렷이 전해집니다. 대사가 아니라 행동과 눈빛이 인물을 말해 줄 때, 그 캐릭터는 완성에 가까워집니다.
조건 한 가지:
한 줄로 캐릭터를 설명. "주인공"이라는 단어 외 다른 캐릭터와 구분되는 특질이 있는가?
좋은 예와 나쁜 예를 비교해 둡니다.
"30년차 부검의. 7살 때 잃어버린 어머니의 결혼반지를 어느 시신에서 발견한다."가 좋은 예라면 "주인공. 뭔가 어두운 과거가 있다."는 나쁜 예. "냉담한 살인 청부업자. 7세 인질 아이 앞에서 처음으로 명령을 어긴다."가 좋은 예라면 "능력 있는 형사."는 나쁜 예입니다.
좋은 예는 그 인물만의 결을 갖습니다. 나쁜 예는 다른 캐릭터로 대체해도 같은 한 줄이 가능합니다.
이 진단은 통합 시트의 한 줄 캐치프레이즈가 통과해야 합니다. 12 단계 출력의 첫 줄이 이 진단의 합격선이니, 중요한 부분입니다.
M의 캐치프레이즈: "30년차 부검의. 어머니의 잃어버린 반지를 어느 시신에서 발견하면서 자신이 일부러 숨겨 온 강함과 마주한다." 이 한 줄이 다른 캐릭터로 대체할 수 없는 결. M에게 One-Line 통과.
진단 6 (보조) - Pixar Truth Test
진단 다섯 가지 외에 보조 진단 한 가지가 있습니다. 9장에서 본 Pixar Truth Test입니다. 시작의 Lie와 끝의 Truth가 거울처럼 마주 보는지, 곧 결말이 시작과 정합한지를 점검합니다.
M의 시작 Lie: "어머니의 마지막을 모르면 그가 살아 돌아올 수도 있다."
M의 끝 Truth: "어머니의 마지막을 모르는 채로도 부재의 자리에 살 수 있다."
두 진술이 거울처럼 대응합니다. M에게 Truth Test 통과. 결말의 Truth가 시작의 Lie와 거울 대응하지 않으면 작품 전체의 인과 사슬이 끊깁니다.
다섯 + 한 가지 진단 통합 점검
여섯 진단을 한 표로 정리해 둡니다.
M의 진단 결과:
- Bechdel: ○ (작품 안에 여성 캐릭터 다수)
- Mako Mori: ○ (자기 아크 보유)
- Sexy Lamp: ○ (모든 사건이 M의 결정에 좌우)
- Walks-into-a-room: ○ (외모·앵커·말투 모두 작동)
- One-Line: ○ (대체 불가능한 한 줄)
- Truth Test: ○ (Lie와 Truth 거울 대응)
여섯 진단 모두 ○. M의 캐릭터 빌드가 합격선을 통과한 결과.
대조로, 도덕적 회색의 E를 같은 표에 올려 보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E의 진단 결과:
- Bechdel: ✕ (전쟁 세계관, 여성 캐릭터가 거의 없음). 작품 성격상의 적신호. 의식한 편향인지 점검 필요.
- Mako Mori: ○ (C의 죽음에 대한 자기 용서라는 자기 아크)
- Sexy Lamp: ○ (명령 거부·아이 구출 시도 등 E의 결정이 사건을 굴림)
- Walks-into-a-room: ○ (어깨 화상·냉담한 말투로 5초 식별)
- One-Line: ○ ("냉담한 살인 청부업자, 7세 인질 아이 앞에서 처음으로 명령을 어긴다")
- Truth Test: ○ (Truth는 또렷하되 E가 끝내 닿지 못함. 비극으로 의도된 미도달)
M은 여섯 진단 모두 ○인데 E는 Bechdel에서 ✕가 나옵니다. 이 차이가 중요합니다. 진단은 모든 칸을 ○로 채우라는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작품의 성격을 비춰 주는 거울입니다. E의 Bechdel ✕는 "이 전쟁물이 여성 인물을 의식해서 비운 것인가, 그냥 놓친 것인가"를 되묻게 하는 신호이고, 강제 통과 두 진단(Sexy Lamp·One-Line)은 E도 넘겼으니 작품에 들어갈 자격은 갖춘 셈입니다.
다섯 진단 모두 통과는 강제가 아닙니다. 작품 성격에 따라 일부 진단이 비해당일 수 있습니다(예: 1인 단편의 Bechdel은 비해당). 다만 두 진단은 강제 통과:
- Sexy Lamp 실패: 즉시 재설계. 캐릭터의 작품 기여도가 0인 결과.
- One-Line 실패: 한 줄 캐치프레이즈 재작성. 다른 캐릭터와 구분되지 않는 결과.
이 두 진단은 ✕면 그 캐릭터가 작품에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돋보기 · 〈헝거 게임〉의 캣니스 에버딘 캣니스는 여섯 진단을 거의 교과서처럼 통과합니다. 활과 모킹제이 핀, '여동생 대신 자원한 소녀'라는 한 줄로 5초 만에 식별되고(Walks-into-a-room·One-Line), 그가 내리는 선택 하나하나가 이야기를 굴리며(Sexy Lamp), 동생을 지키려던 마음에서 혁명의 상징으로 자라나는 자기 아크를 갖습니다(Mako Mori). M이 그랬듯, 잘 빚은 주인공은 진단을 '통과하려고' 만든 게 아닌데도 자연히 통과합니다. 진단은 채워야 할 목표가 아니라 인물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증거입니다.
누가 무엇을 하는가
본 단계도 AI 활용과 제작자의 분담이 분리됩니다.
진단 자동 점검은 AI 활용이 강합니다. 통합 시트와 작품 캐스트를 입력으로 주면 여섯 진단의 1차 평가가 짧은 시간에 나옵니다.
점검 결과를 보고 캐릭터를 재설계할지 통과시킬지 결정하는 일은 제작자가 합니다. 작품의 톤·기획·독자에 대한 책임은 제작자가 집니다. AI 작업 동료와 함께 자동 평가가 통과로 나와도 제작자가 작품 톤에 맞지 않다고 판단하면 재설계합니다.
강연고 전체의 결산
진단을 끝낸 다음 강연고 전체를 한 번 돌아봅시다.
어슐러 K. 르 귄은 〈어둠의 왼손〉 서문에서, 소설은 미래를 예언하거나 정답을 증명하는 글이 아니라 일종의 '사고 실험'이라고 했습니다. 인물을 어떤 처지에 놓고 "그러면 어떻게 될까"를 실험해 보는 일이라는 것이죠. 캐릭터를 빚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결론을 미리 정해 인물에게 강요하는 게 아니라, 잘 설계된 질문 하나를 인물에게 건네고 그가 어떻게 답하는지를 지켜보는 일에 가깝습니다.
14장의 흐름은 이렇습니다. 1장 자세 잡기(캐릭터를 한 인간으로·작가가 아닌 제작자·AI 활용 전제), 2장 12 단계 지도, 3장 4계층 위계와 사전 준비 5 모듈. 4장 시드 결정(30 카드와 약식), 5장 자기 객관화의 거울 다섯 척도, 6장 일상단면 시나리오 1500자 단편 모의. 7장 비틀기와 신체 앵커, 8장 결점·결핍·트라우마, 9장 목표와 갈등(Want·Need·Lie와 8유형·판돈 5종·Fun Engine 5종). 10장 캐스트 5축 매트릭스, 11장 몰입 운용(22문답·편지·일기·호칭·말투·5막), 12장 다섯 매체 출력(옵시디안·TRPG·시나리오·애니·웹소설). 13장 비전형 캐릭터와 작품 다양성, 그리고 오늘 14장 다섯 진단과 결산.
도구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떤 도구도 두 자세 위에 놓여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캐릭터를 한 인간으로 다룬다. 데이터의 묶음이 아니라 충분히 살아 움직이는 존재로, 분노가 아닌 애정으로, 납작하게 시작해 부풀리며, 그에게 잘못된 방향을 계속 제시합니다. 제작자가 AI 작업 동료와 함께 끌고 간다. 손으로만 끌면 30시간 걸리는 일을 8시간으로 줄이고, 매 단계 AI 부분과 제작자 직접 작업 부분이 분리되며, 두 부분을 정직하게 두는 자세가 효율과 품질을 동시에 받칩니다. 이 두 자세를 받쳐 주는 위치에 있을 때만 도구는 의미를 갖습니다.
한계 인정
본 절차가 모든 캐릭터 빌드의 정답은 아닙니다. 12 단계는 길잡이이지 강제가 아닙니다.
어떤 작가는 시드 한 줄에서 직접 1500자 단편으로 들어가고, 자기 객관화 거울 단계를 건너뜁니다. 그렇게도 충분히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가 나옵니다. 어떤 작가는 30 카드 셔플의 무작위에서 출발하지 않고 자기 머릿속의 인상에서만 출발합니다. 그렇게도 좋은 작품이 나옵니다.
본 절차는 한 갈래입니다. 효율적이고 검증되었지만 유일하지 않습니다. 자기 작업 방식이 따로 있는 작가는 본 절차의 한 부분만 빌려 쓸 수도 있고, 전혀 안 쓸 수도 있습니다. 본 강연이 가르치는 것은 이 절차를 그대로 따르라가 아니라 이런 절차가 가능하다입니다.
또 한 가지 한계. 본 절차의 시간 예산(주인공 8~15시간)은 AI 활용을 전제로 합니다. AI 활용을 하지 않는 작업장에서는 시간이 두세 배 길어집니다. 그 길이가 비효율적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손으로만 끌어가는 작업이 가진 깊이가 따로 있습니다. 다만 본 절차의 시간 예산은 그 작업장에 직접 적용되지 않습니다.
자매 강연고와의 접점
본 강연이 다룬 영역은 〈신규 캐릭터 빌드〉입니다. 0에서 한 인물을 빚는 작업.
이 영역과 짝을 이루는 자매 작업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외국어 텍스트의 번역 준비 공정. 이미 있는 작품을 깊이 읽어 번역에 들이기 전에 자료를 정리하는 작업. 본 강연이 빚는 작업이라면 자매 작업은 읽는 작업입니다. 두 작업이 같은 회사의 두 기둥입니다.
둘째: 세계관 IP의 통합 라이브러리 구축. 빚어진 캐릭터들과 그들이 사는 세계의 모든 자료를 한곳에 모아 두는 작업. 본 강연이 한 인물의 폴더를 만든다면, 이 자매 작업은 모든 인물의 폴더가 모인 라이브러리를 만듭니다.
세 작업이 한 줄로 이어집니다. 빚고, 읽고, 모은다. 본 강연은 그중 첫째를 다뤘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마지막으로. 본 강연 14장 동안 함께 일한 동료들에 대한 인사입니다.
본 절차가 14 장으로 정리되기까지 여러 곳에서 손이 모였습니다. 캐릭터 빌드의 자세를 정리한 작업, 12 단계의 흐름을 짠 작업, 다섯 척도와 5 매체 출력의 양식을 만든 작업, AI 활용의 분담을 정직하게 두는 작업. 이 모든 작업에서 함께 일한 동료들이 있었습니다. 본 강연의 자세인 '분노가 아닌 애정'은 그 협업의 현장에서 먼저 나온 자세입니다.
본 강연을 따라온 독자에게도 짧은 인사를 드립니다. 14 장을 함께 따라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절차가 독자의 캐릭터 빌드에 한 부분이라도 받침이 된다면 본 강연을 한 보람이 있습니다. 본 절차의 일부만 빌려 가셔도 좋고, 전혀 안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다만 두 자세, 캐릭터를 한 인간으로 다룬다는 자세, 제작자가 AI 작업 동료와 함께 끌고 간다는 자세, 만은 한 번 손에 쥐어 두시기를 바랍니다.
마치며. 작가가 아니라 제작자라 부르는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본 강연의 첫 장으로 돌아갑니다.
저희는 캐릭터를 빚는 사람을 작가가 아닌 제작자라 불렀습니다. 작가는 텍스트를 직접 쓰는 사람이고, 제작자는 한 콘텐츠를 시드에서 출력까지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두 호칭이 겹칠 수도 있고 갈라질 수도 있습니다.
본 강연이 가르친 절차는 제작자의 의식 흐름에 맞춰 설계되었습니다. 한 줄을 어떻게 멋있게 쓸까가 아니라, 한 캐릭터를 0에서 출력까지 어떻게 끌고 갈까. 12 단계 모두가 그 의식 흐름입니다.
이 호칭의 차이가 본 강연 내내 의미를 가졌습니다. 매 장마다 누가 무엇을 하는지를 정직하게 두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제작자의 직접 작업이 필요한지, 어떤 부분에서 AI 활용이 강한지. 두 부분을 분리하는 자세가 작업의 효율과 품질을 동시에 받쳐 주었습니다.
저희는 이 일을 14 장으로 끝까지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본 작업은 14 장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빚어진 캐릭터가 작품에 들어가는 단계, 작품이 출간되는 단계, 출간된 작품이 독자를 만나는 단계, 독자가 그 캐릭터를 다시 입에 올리는 단계, 그 단계들이 본 작업 다음에 옵니다. 본 강연이 거기까지 함께 가지는 못하지만, 거기에 닿을 수 있는 도구를 드린다면 본 강연을 한 보람이 있습니다.
작가가 아니라 제작자라 부르는 우리에게, 캐릭터를 한 인간으로 다루는 우리에게, AI를 활용해 효율을 만드는 우리에게, 본 절차가 한 부분이라도 받침이 되기를 바랍니다.
캐릭터를 빚는 일은 한 인간을 충분히 호흡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14 장 동안 그 자세를 함께 짚어 본 일이, 독자의 다음 작품에서 한 인물의 한 줄로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며.
본 강연 첫 장에서 물었습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가장 깊이 사랑한 캐릭터가 누구입니까. 그 질문에서 출발한 강연이 이제 끝납니다. 그리고 그 질문이 뒤집힙니다. 이제 당신이 그 캐릭터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이로써 〈신규 캐릭터 빌드〉 강연 14 장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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