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JE BOOKS 읽기 사이트

MEJE PROCESS · MEJE 캐릭터특화 프로세스

07 제7장

MEJE Works · Chapter 7

제7장. 비틀기와 드라마: 클리셰의 거꾸로, 그리고 신체 앵커

지난 장에 일상단면 시나리오로 캐릭터를 한 번 산문으로 검증했습니다. M의 단편은 짧은 문장과 환유로 짜였고, J의 단편은 사변과 자기 의식의 뒤집기로 짜였습니다. 두 단편이 같은 절차에서 다른 톤으로 나왔다는 사실이 본 작업의 절차가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오늘 장부터는 입체화의 단계입니다. 첫 세 단계가 한 인물을 한 번 압축한 단계였다면, 다음 세 단계는 그 압축 위에 살을 붙이는 단계입니다. 오늘은 그 첫째, 비틀기와 드라마. 클리셰의 거꾸로와 신체 앵커가 두 핵심 도구입니다.

신선한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면 클리셰부터

먼저 클리셰 자체를 짚어 두겠습니다.

신선한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 마음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신선한 캐릭터를 만들려면 먼저 클리셰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클리셰를 모르면 클리셰를 비틀 수 없고, 모르고 비튼 결과는 결국 다른 클리셰가 됩니다. 클리셰의 부정이 아니라 클리셰의 의식적 운용이 본 단계의 목표입니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는 '악당에게는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는 오래된 클리셰를 정면으로 비틉니다. 그는 자기 흉터의 유래를 만날 때마다 다르게 지어내며, 끝내 어떤 동기도 내주지 않습니다. 동기 없는 혼돈 그 자체라는 점이 도리어 그를 잊지 못할 인물로 만들었습니다. 클리셰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았기에 그 반대편으로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경우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앨런 무어 〈왓치맨〉의 로어셰크도 같은 길을 갑니다. '정의의 자경단'이라는 슈퍼히어로 클리셰를 알면서 끝까지 밀어붙여, 타협을 모르는 광신적 극단주의자로 뒤집어 보여 줍니다.

저희는 캐릭터를 일부러 클리셰의 좌표 위에 얹어 봅니다. 그 좌표 위에서 어느 부분이 그 인물에 맞고 어느 부분이 안 맞는지를 점검합니다. 어느 부분은 일부러 거꾸로 비틉니다. 클리셰의 안정감, 독자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부분, 과 비틀린 부분의 신선함을 균형 있게 두는 작업이 이 단계입니다.

6요인 고정관념 카탈로그

클리셰는 여섯 요인에서 작동합니다. 직업("작가는 맞춤법 오류에 예민하다"·"의사는 냉정하다"), 나이("노인은 헬스장 운동을 어려워한다"·"아이는 사고를 친다"), 인종("아시아인은 눈이 찢어졌다"·"흑인은 운동 능력이 좋다"), 성별("여성은 집안일을 한다"·"남성은 속눈썹이 짧다"), 지역·집단("경상도 사람은 보수당을 지지한다"·"인도인은 수학을 잘한다"), 가족관계("외동은 이기적이다"·"부모 없이 자란 사람은 예의를 모른다") 같은 식입니다.

이 여섯 요인은 모든 인물에 작동합니다. 한 인물이 어느 직업·나이·인종·성별·지역·가족관계인지를 정하면, 그 인물에게 자동으로 따라붙는 고정관념 묶음이 있습니다. 그 묶음이 클리셰의 좌표입니다.

작업 절차:

  1. 캐릭터의 6요인을 적습니다.
  2. 각 요인에 대한 23개 고정관념을 적습니다. 이 작업은 AI 작업 동료와 함께 진행하는 부분입니다. 시드와 다섯 척도 결과를 입력으로 주면 6요인 × 23개 고정관념의 1차 카탈로그가 짧은 시간에 나옵니다.
  3. 각 고정관념에 그 인물이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를 ○ / △ / ✕ 세 단계로 표시합니다. 이 표시는 제작자 직접 작업입니다.

6×3 해체 매트릭스

표시가 끝나면 매트릭스 한 장이 나옵니다.

M의 6요인 매트릭스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직업(부검의)에서는 시신 앞 냉정 ○, 사적 영역 무관심 ✕, 죽음 일상화 ○. 나이(45세 여성)에서는 가정 우선 ✕, 사회적 야망 약화 ○, 외형 신경 쓰지 않음 ○. 인종(한국인)에서는 직업 위계 의식 △, 가족 중심 ✕. 성별(여성)에서는 부드러운 의사소통 ○(밖)·✕(속), 감정 표현 풍부 ✕. 지역(서울)에서는 빠른 템포 ○, 익명성 선호 ○. 가족관계(외동·어머니 부재)에서는 자기중심적 ✕, 의지 강함 ○.

M의 6×3 매트릭스가 이렇게 짜입니다. ○가 일곱 개, △가 한 개, ✕가 네 개. 이 분포가 M의 결을 보여 줍니다.

판정의 의미:

  • ○ (70~100% 부합): 클리셰. 독자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부분. 이 부분은 비틀기 후보가 됩니다.
  • △ (40~70%): 안정감과 신선함의 균형 부분. 이 부분은 그대로 둡니다.
  • ✕ (0~30%): 반전 포인트. 이 부분이 캐릭터의 매력 부분입니다.

M의 매트릭스에서 ✕는 네 부분, 사적 영역에 무관심(M은 마트 셀프계산대에서 헤맴), 가정 우선(M은 가정이 없음), 가족 중심(M은 어머니 부재), 자기중심적(M은 동료의 첫이름 모르고도 30년 동행). 이 네 부분이 M의 매력 부분입니다.

이런 매트릭스를 짜는 작업은 AI 작업 동료와 함께 1차 평가를 받고 제작자가 채택합니다.

종족·국가·문화의 보편성 vs 특수성

비틀기 매트릭스의 6요인은 현대·현실 작품에 강합니다. 그러나 판타지·SF·역사물·다문화 작품에는 한 영역을 더 짚어 두는 도구가 있습니다. 종족·국가·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의 비율을 의식해서 결정하는 작업입니다.

클리셰를 대하는 또 다른 태도가 있습니다. 움베르토 에코는 〈장미의 이름〉 후기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은 클리셰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 따옴표를 쳐서, 곧 아이러니로 다시 쓰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진부한 표현인 줄 뻔히 알면서 일부러 가져와 한 번 비틀면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비틀기 매트릭스가 노리는 바와 같습니다.

배경

판타지·SF의 캐릭터를 빚을 때 자주 어긋나는 부분이 한 곳 있습니다. 한 인물이 호빗·엘프·드워프 같은 종족에 속할 때, 그 종족의 보편적 특성을 모두 따르면 인물이 종족의 한 표본으로 평면화됩니다. 모두 어긋나면 그 인물이 어느 종족인지 알 수 없게 됩니다. 두 영역 사이의 비율이 핵심입니다.

같은 도구가 역사물·다문화 작품에도 적용됩니다. 19세기 영국 귀족 캐릭터, 21세기 한국 직장인 캐릭터, 이들이 속한 사회·문화의 보편성을 어디까지 지키고 어디서 일탈하는지가 매력의 핵심.

도입 취지

현대 한국 배경의 일반 드라마라면 6요인 매트릭스로 충분합니다. 그러나 작품에 특수한 종족·시대·문화권의 캐릭터가 들어 있다면, 그 캐릭터의 매력이 소속 집단의 보편성을 지키는 부분과 이탈하는 부분의 비율 조정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의식해서 작업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대 효과

이 도구를 거치면 종족·문화 캐릭터가 평면화되지도 정체성 없이 흩어지지도 않습니다. 보편성은 독자가 그 인물을 종족·문화의 한 사람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특수성은 그 인물만의 매력을 만듭니다.

작업 양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호빗(공통 특성: 싸움 싫어함·음식 사랑·지식 무관심)이라는 종족을 예로 들면, 캐릭터가 음식 사랑은 일치(○)하면서 싸움 즐김으로 일탈하는 짝이 매력의 축이 됩니다.

호빗 캐릭터의 매력의 축이 음식 사랑(보편성 유지)와 싸움 즐김(특수성 일탈)의 짝에서 나옵니다. 호빗인데 음식을 싫어하면 호빗이 아닌 인물이 되고, 호빗인데 모든 보편성을 지키면 다른 호빗과 구별되지 않습니다.

이 작업은 6요인 매트릭스 옆에 짧은 표 한 장을 두는 정도입니다. 판타지·SF·역사물·이주 서사에 등장하는 캐릭터에는 의식해서 켜 두기를 권합니다.

다섯 직업 비틀기

클리셰를 더 적극적으로 비트는 도구가 하나 있습니다. 같은 성향의 인물에게 직업만 다섯 가지로 다르게 입혀 보는 작업입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킬 빌〉의 더 브라이드는 '복수에 나선 여전사'라는 익숙한 클리셰에서 출발합니다. 그러나 빼앗긴 아이를 향한 모성과 칼을 빼 드는 순간의 떨림을 전면에 내세워, 무적의 액션 영웅이 아니라 상처 입은 한 사람으로 비틀어 둡니다. 같은 클리셰라도 어디에 취약성을 심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물이 됩니다.

작업 절차:

  1. 캐릭터의 핵심 결(한 단어 정체성 + 흑백 7축)을 한 줄로 정리합니다.
  2. 그 결을 가진 인물이 가질 만한 직업을 다섯 가지 가정합니다. 시드의 원래 직업과 다른 다섯 가지로.
  3. 각 직업에서 캐릭터의 결과 어떻게 부딪치고 어떻게 시너지를 내는지를 한 줄씩 적습니다.
  4. 다섯 중 가장 흥미로운 한두 가지를 메모해 둡니다. 시드의 원래 직업을 유지하더라도, 그 메모가 후속 단계의 발상 재료가 됩니다.

이 작업은 AI 작업 동료와 함께 진행할 때 강한 부분입니다. 결을 입력으로 주면 다섯 직업 후보와 각 직업의 시너지·갈등이 짧은 시간에 나옵니다.

예시: E의 비틀기

비틀기를 잘 보여 주는 인물이 한 명 더 있습니다. 본 강연 후반부에서 다시 등장하니, 이름을 미리 정해 둡니다. E라고 부르겠습니다.

E의 시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E, 가상 전쟁 세계관의 살인 청부업자. 7세 때 형제 같던 C가 적군에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했고, 그 후로 약함을 위장해 강함을 숨긴다.

E의 한 단어 정체성은 "냉담한 잔존자". 호그와트는 슬리데린, MBTI는 ISTP.

E를 비틀기 매트릭스에 얹어 보면 직업의 클리셰가 가장 강하게 작동합니다. 살인 청부업자의 클리셰, 냉정함, 신뢰 결여, 직업 정체성과 사적 정체성의 분리, 도덕 회색. 이 클리셰가 E의 시드와 거의 100% 부합합니다.

여기서 비틀기를 시도합니다. E의 결(한 단어 정체성, 흑백 7축)을 그대로 두고 직업만 다섯 가지로 바꿔 봅니다.

E의 결: "냉담한 잔존자". 손에 익숙한 일을 정확히 하는 사람. 사적 관계 회피. 7세 트라우마.

직업 다섯 후보:
1. 강력반 형사: 시너지: 손에 익숙한 일을 정확히. 갈등: 도덕 회색의 결이 약해짐.
2. 시계 수리공: 시너지: 정확. 갈등: 외부 위협이 사라짐.
3. 외과 의사: 시너지: 정확, 도덕 회색. 갈등: 사회적 신분이 다름.
4. 초등학교 교사: 시너지: 사적 회피의 거꾸로, 매일 작은 인간들과 마주봄. 갈등: 폭력이 사라짐.
5. 도살장 작업자: 시너지: 죽음의 일상화. 갈등: 자기 통제가 약함.

다섯 후보 중 4번이 가장 흥미롭습니다. 거친 입과 7세 트라우마의 인물을, 일부러, 초등학교 교사로 바꿔 보면 어떻게 될까. 이 비틀기가 E를 시드의 살인 청부업자로 둘 때보다 더 풍부한 인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비틀기를 채택할지는 제작자의 결정입니다. 시드의 원래 직업을 유지하더라도, 4번 후보의 메모는 후속 단계에서 자주 떠오릅니다. "E가 살인 청부업자가 아닌 초등학교 교사였다면" 이 가정이 E의 결점·트라우마·갈등을 짤 때 다른 시각을 줍니다.

작가가 처음에 살인 청부업자의 클리셰를 받아들이고 시드를 결정했더라도, 비틀기 단계에서 일부러 거꾸로 가 봐야 합니다. 거꾸로 가 본 결과에서 시드의 클리셰가 더 선명해지고, 동시에 그 클리셰를 어떻게 비틀어야 할지가 보입니다.

행동·동기: Show, Don't Tell

비틀기가 끝나면 본격 살붙이기에 들어갑니다. 첫째 도구는 행동·동기입니다.

캐릭터의 결을 표현하는 가장 약한 방식은 형용사를 늘어놓는 것입니다. "M은 차가운 사람이다." "E는 냉담하다." "J는 강박적이다." 이런 형용사 묶음은 정보 밀도가 낮습니다. 독자에게 전달되는 것이 없습니다. 같은 결을 행동으로 보여 주면 정보 밀도가 다섯 배쯤 됩니다.

'말하지 말고 보여 주라(Show, Don't Tell)'는 거의 모든 이야기 매체가 공유하는 원칙입니다. 영화는 "그는 외로웠다"는 자막 대신 빈 식탁에 홀로 놓인 한 벌의 수저를 비추고, 만화는 "화가 났다"고 적는 대신 꽉 쥔 주먹과 칸 밖으로 삐져나온 효과선을 그립니다. 연극 무대 위 작은 손동작, 게임 속에 버려진 일기장 한 장도 같은 일을 합니다. 설명은 머리에 닿고, 보여 줌은 몸에 닿습니다.

작업 절차:

  1. 캐릭터의 핵심 결(한 단어 정체성)을 다시 떠올립니다.
  2. 그 결을 보여 주는 5개의 행동을 적습니다.
  3. 한 가지 상황을 가정하고, 그 상황에서 캐릭터가 취할 5가지 행동과 5가지 말을 적습니다.
  4. 캐릭터의 가장 비도덕적 행동 한 가지와 그 동기를 적습니다.

5개의 행동은 짧고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M의 5행동:
1. 부검대 위 시신의 손가락을 만질 때, 자기 검지의 굳은살로 시신의 굳은살 부분을 한 번 확인한다.
2. 동료가 새 부검 키트를 가져다 두면 다섯 번까지 다시 정렬한다.
3. 시신의 가족 앞에서는 단답으로 답하고 그곳을 빠르게 떠난다.
4. 매년 어머니 기일 새벽에 부검대 앞에서 한 시간을 그냥 서 있는다.
5. 베이비파우더 냄새가 나는 시신을 만지지 않는다. 동료에게 부탁한다.

다섯 행동을 보면 M이 어떤 사람인지가 한 번에 잡힙니다. 정확하고, 반복하고, 사적 관계를 빠르게 끊고, 어머니에 대한 집착이 의례화되어 있고, 베이비파우더라는 한 가지 트리거를 가진 사람.

이 다섯 행동은 AI 작업 동료와 함께 1차 후보를 받습니다. 제작자는 그 후보 중 가장 캐릭터에 어울리는 다섯 가지를 채택합니다.

세 번째 작업: 한 상황을 가정해 5행동 + 5말, 도 같은 절차입니다. 입력은 시드 + 다섯 척도 + 다섯 행동 + 가정 상황. AI 작업 동료와 함께 1차 후보가 나오고 제작자가 채택합니다.

네 번째 작업: 가장 비도덕적 행동과 동기 가 중요합니다. 캐릭터에게 도덕적 회색의 부분이 있어야 입체적입니다. 모든 행동이 도덕적인 인물은 평면화됩니다. 캐릭터가 작품 안에서 가장 비도덕적인 행동 한 가지를 미리 정해 두고, 그 행동의 동기를 한 줄로 정리합니다.

M의 가장 비도덕적 행동: 시신의 손에서 어머니의 결혼반지를 발견한 그날, 그 반지를 비닐 봉투에 담아 자기 가방에 넣고 나간다. 절차상 유족 인계가 원칙이지만, M은 그 반지의 진짜 유족이 누구인지를 결정하지 않은 채 가방에 넣는다.

동기: 어머니의 부재가 30년이었고, 어머니의 마지막을 모른 채 30년이었고, 그 반지가 어머니의 마지막일 가능성이 있었다. 절차보다 어머니의 마지막을 우선했다.

이 비도덕적 행동이 후속 단계: 7단계 결점·트라우마, 9단계 갈등, 의 재료가 됩니다.

신체 앵커: 추상을 한 곳에 고정시키기

행동·동기가 캐릭터를 보여 주는 첫째 도구라면, 둘째 도구는 신체 앵커입니다.

신체 앵커는 추상적인 캐릭터의 결을 신체 한 부분의 구체적 감각에 고정시키는 작업입니다. 다음 다섯 단계로 짭니다.

  1. 캐릭터의 직업을 정합니다 (이미 시드에서 정해진 경우 그대로).
  2. 그 직업에서 가장 많이 쓰는 신체 부위를 찾습니다.
  3. 그 부위에 남은 흔적: 굳은살, 흉터, 변형, 통증 을 결정합니다.
  4. 그 흔적이 일상단면 시나리오 첫 줄에 감각으로 등장하도록 합니다.
  5. 사소설 내내 그 감각이 상황에 따라 변주되도록 합니다.

좋은 앵커의 네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시적 좌표는 "손"이 아니라 "왼쪽 검지 두 마디 안쪽 2mm" 정도의 정확한 위치(직업성 마모의 한 지점). 감각 구체성은 시각이 아닌 촉각·통증·온도·압력(척추 디스크 눌림, 굳은살의 결). 서사 기능은 캐릭터의 직업·역사·상태를 알려주는 것(30년 메스를 잡은 검지의 굳은살). 반복 변주는 3장 이상 반복되되 매번 의미가 달라지는 것(굳은살의 위치가 1막에선 자기 정체, 3막에선 시신과의 일치, 5막에선 놓아줌의 의미로 변주).

M의 신체 앵커:

"M의 왼쪽 검지 두 마디 안쪽의 굳은살. 30년간 메스를 잡은 자리."

이 한 줄이 M의 결을 한곳에 모아 줍니다. 30년의 시간, 메스라는 도구, 굳은살이라는 흔적, 검지 안쪽이라는 미시 좌표, 다섯 가지 정보가 한 줄에 압축되어 있습니다.

이 앵커가 일상단면 시나리오의 첫 줄에 등장합니다 (지난 장 발췌의 "검지 두 마디 안쪽에 굳은살이 박혀 있는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본문 중간에서 시신의 같은 부분 굳은살과 만나고 (3장 반복), 단편의 끝에서 봉투에 반지를 담는 손가락의 같은 부분에서 의미가 한 번 더 변주됩니다.

신체 앵커는 외모 묘사의 한 요인과 다른 도구입니다. 외모는 시각·서사적이고, 신체 앵커는 감각·반복적입니다. 한 캐릭터가 둘 다 가질 수 있습니다.

인물을 몸의 한 곳에 고정한 예는 도처에 있습니다. 〈모비 딕〉의 에이해브 선장은 흰 고래에게 잃은 다리 대신 짚은 고래뼈 의족을 갑판에 찍는 소리로 광기를 끌고 다니고, 〈배트맨〉의 투페이스는 반쪽 타 버린 얼굴이 그대로 둘로 쪼개진 자아가 됩니다. 〈올드보이〉의 오대수는 15년간 군만두만 먹은 혀의 기억으로 자신이 갇혔던 곳을 되짚습니다. 몸에 새긴 흔적 하나가 인물의 역사를 통째로 압축합니다.

돋보기 · 〈강철의 연금술사〉의 에드워드 엘릭 에드워드의 오른팔과 왼다리는 '오토메일'이라 불리는 금속 의수·의족입니다. 죽은 어머니를 되살리려다 실패한 대가로 잃은 자리죠. 추운 날이면 접합부가 시려 오고, 그 통증이 그에게 죄와 책임을 매일 새로 일깨웁니다. 추상적인 죄책감을 몸의 한 부분에 고정해 매 장면 변주한다는 이 장의 신체 앵커 원리를, 한 소년의 금속 팔로 또렷이 보여 주는 작품입니다.

좋은 앵커 6 유형

검증된 앵커는 여섯 유형입니다. 직업성 마모(검지 지문 소멸·굳은살·동상 흔적), 임플란트·접합(임플란트 떨림·접합선), 통증·압력(척추 눌림·소금 금 사이 쓰림), 체온·냉기(금속 차가움·보관실 4도), 맥박·진동(관자놀이 맥뜀·생체막 진동), 피부 반응(검은 핏줄·뒤꿈치 갈라짐).

이 유형 중 하나를 캐릭터에 매핑합니다. M은 직업성 마모(검지 굳은살). E는 통증·압력(왼쪽 어깨 화상의 비 오는 날 통증). J는 피부 반응(글 쓰기 전 손이 벌게질 때까지 씻는 강박). 세 인물이 다른 유형의 앵커를 가집니다.

신체 앵커 결정은 제작자 직접 작업입니다. AI 작업 동료와 함께 6 유형별 후보를 받을 수 있지만, 미시 좌표·감각 구체성·서사 기능·반복 변주의 네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한 부분을 정하는 일은 제작자가 합니다.

전사: Egri 3차원

행동·동기와 신체 앵커가 정해지면, 다음으로 전사를 짭니다. 캐릭터의 과거가 어떻게 현재로 이어졌는지를 5에서 10문장으로 정리하는 작업입니다.

전사는 세 차원 모두에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생리 차원은 성별·나이·키·외모·건강·유전을, 사회 차원은 출신·교육·종교·정치성향·취미·국적·가족을, 심리 차원은 성격·복합·강박·트라우마·열망·환멸·도덕률을 잡아냅니다.

세 차원 중 한 차원에 치우치면 캐릭터가 평면화됩니다. 생리만 강하면 외형 묘사만 두꺼워지고, 사회만 강하면 배경 설명만 길어지고, 심리만 강하면 추상화가 과해집니다. 세 차원이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에그리 3차원: 극작가 라요시 에그리가 〈희곡 작법(The Art of Dramatic Writing)〉에서 제시한 인물 분석 틀입니다. 한 사람을 생리(몸), 사회(처지), 심리(마음)의 세 차원에서 함께 보자는 발상이죠. 셋 중 하나만 두꺼우면 인물이 한쪽으로 기울기 때문에, 세 층을 고루 채웠는지 살피는 점검표로 쓰입니다.

5에서 10문장의 전사 1차 초고는 AI 작업 동료와 함께 짜는 부분입니다. 시드·다섯 척도·다섯 행동·신체 앵커를 입력으로 주면 1차 초고가 나옵니다. 제작자는 검수해서 세 차원의 균형이 어긋난 부분을 보정합니다.

능력과 기호

마지막 두 도구가 짧게 남았습니다. 능력과 기호.

능력은 캐릭터가 가진 특별한 재능 한 가지입니다. 직업성 능력이거나 초능력이거나 사회적 능력이거나. 한 가지를 정하고, 그 능력의 이점과 부작용을 정리합니다.

M의 능력: 시신의 손가락 굳은살 부분만으로 그가 살아 생전에 어떤 도구를 매일 잡았는지를 추정한다.
이점: 부검 작업의 정확도가 동료 대비 30% 높음.
부작용: 자기 검지 굳은살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음. 자기 굳은살이 어머니의 굳은살과 어떻게 다른지를 매일 점검.
가능한 상황: 시신의 굳은살 부분이 어머니의 굳은살 부분과 일치하는 그날, 시드의 사건.

이점만 있는 능력은 평면적입니다. 부작용이 있어야 능력이 갈등의 가능성을 품습니다. 능력 결정의 1차 후보는 AI 작업 동료와 함께 뽑는 부분, 부작용 한 줄은 제작자 직접 작업.

기호·취향은 옷차림·입맛·취미·색·계절·숫자·음악·책·영화·스포츠 등에서 캐릭터의 선호와 혐오를 정리합니다. 짧은 한 줄씩.

기호의 마지막 한 줄은 반전매력입니다.

M의 반전매력: "조용한 증인"임에도, 매주 토요일 오후에 동네 노래교실에 다닌다. 박수만 친다. 노래는 부르지 않는다.

이 한 줄이 캐릭터의 결에 작은 모순을 더해 줍니다. 모든 결이 한 방향이면 평면화되고, 한 가지 작은 모순이 있으면 입체화됩니다.

다음 장으로

오늘 장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클리셰의 좌표를 의식해서 운용하고, 캐릭터의 결을 신체 한 부분의 감각에 고정시키고, 행동과 전사와 능력과 기호로 살을 붙인다.

AI 작업 동료와 함께할 때 강한 지점은 6×3 매트릭스 1차 평가, 다섯 직업 후보, 다섯 행동·다섯 말 1차 초고, 능력 후보, 전사 1차 초고입니다. 제작자가 직접 결정해야 하는 지점은 매트릭스 채택, 비틀기 결정, 신체 앵커의 한 부분 결정, 비도덕적 행동·동기 결정, 반전매력 한 줄 결정입니다.

오늘까지 12 단계 중 5단계가 끝났습니다. M·E·J 세 인물이 모두 클리셰 매트릭스 위를 한 번 통과했고, 신체의 한 곳에 결이 고정되었고, 전사·능력·기호로 살이 붙었습니다.

다음 장은 결점·결핍·트라우마. 캐릭터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동력이 여기서 심어집니다. 도덕적 회색의 척도까지 함께 다룹니다.


Copyright (c) 2026 김동은WhtDrgon. MEJEWorks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