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DONG-EUN · 뉴콘텐츠 BM과 IP 확장 경제 (30편)
경계의 해체 하이브리드 BM과 GaaS
10편. 경계의 해체 - 하이브리드 BM과 GaaS
게임은 원래 끝이 있었습니다.
1980년대 콘솔 게임의 마지막 화면에는 "THE END"가 떴습니다. 게임 오버 후에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거나, 다른 게임 카트리지를 넣었습니다. 지불은 이미 완료되어 있었습니다. 패키지를 구매한 순간 거래는 끝났습니다.
월정액 MMORPG는 이 구조를 변형했습니다. 월 $14.99를 내는 동안 게임은 계속됐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끝"의 개념을 전제했습니다. 콘텐츠가 소진되면 이용자는 떠났고, 게임사는 새 확장팩을 내놓아야 했습니다. "완성품 납품 → 이용자 소비 → 다음 완성품 납품"의 사이클이었습니다.
2010년대 중반, 다른 종류의 게임이 등장했습니다. 끝나지 않는 게임들이었습니다. 출시는 시작이었고, 게임은 계속 변했습니다. 이용자가 접속할 때마다 세계가 조금씩 달라져 있었습니다. 게임을 "완성품"이 아닌 "서비스"로 다루는 모델인 **GaaS(Games as a Service)**입니다.
GaaS가 바꾼 것은 단순히 수익 구조가 아니었습니다. 게임과 이용자의 관계 자체를 바꿨습니다. "게임을 소유한다"에서 "게임에 가입한다"로.
리그 오브 레전드 - 완전 무료의 역설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Riot Games, 2009)는 완전 무료였습니다.
게임을 다운로드하고 플레이하는 데 한 푼도 들지 않았습니다. 챔피언(게임 내 캐릭터)은 기간 한정으로 무료 순환되거나, 플레이를 통해 획득하는 가상화폐(IP)로 구매했습니다. 현금으로 직접 구매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팔았는가. **스킨(Skin)**이었습니다. 챔피언의 외형을 바꾸는 코스메틱 아이템입니다. 게임 승률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스킨이 있든 없든 동일한 챔피언이라면 능력치는 같습니다.
그런데도 이용자들은 구매했습니다. 이유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자신이 선호하는 챔피언을 원하는 외형으로 갖고 싶었습니다. 둘째, 게임 내에서 같은 팀원들이 볼 수 있었습니다. 수집과 과시. 게임 성능이 아닌 정체성 표현에 돈을 내는 구조였습니다.
이 구조는 기존 지불 습관의 어디에 착지했는가. 의류와 패션입니다. 동일한 기능을 하는 청바지도 브랜드에 따라 수십만 원의 차이가 납니다. 옷이 체온 조절만을 위한 것이 아니듯, 게임 스킨도 게임 승리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어떻게 보이고 싶은가"의 지불입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2009년 이후 리그 오브 레전드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했습니다. 새 챔피언이 추가됐고, 맵이 개편됐으며, 게임 규칙이 조율됐습니다. 시즌 개념이 도입됐고, 시즌별 랭크 보상이 지급됐습니다. 게임은 "완성된 제품"이 아니라 "살아있는 환경"이 됐습니다.
2012년 리그 오브 레전드는 PC 게임 중 월간 활성 이용자 수 기준 세계 최대 게임이 됐습니다. 이후 수년간 그 지위를 유지했습니다. 2023년 기준 라이엇 게임즈의 연간 매출은 약 15억 달러로 추정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BM은 이후 "GaaS + 코스메틱 판매"의 원형 중 하나로 자주 인용됩니다. 게임 자체는 무료이며, 이용자가 게임 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지불 기회가 누적됩니다.
포트나이트의 배틀패스 - 시즌이라는 시간 단위의 발명
2017년 9월, 에픽게임즈(Epic Games)는 포트나이트(Fortnite) 배틀로얄 모드를 출시했습니다. 100명이 섬에 착지해 마지막 생존자가 남을 때까지 싸우는 배틀로얄 장르는 당시 플레이어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PUBG, 2017)가 대중화한 직후였습니다.
포트나이트 배틀로얄은 무료였습니다.
2017년 12월 시즌 2부터 포트나이트는 배틀패스(Battle Pass)를 도입했습니다. $9.99를 내면 시즌 동안 플레이하면서 100단계의 보상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스킨, 이모트(춤 동작), 픽액스 외형 등 코스메틱 아이템들이었습니다. 무료 이용자는 일부 보상만 획득합니다.
배틀패스의 핵심 구조:
- 시즌 기한: 배틀패스는 한 시즌(약 10~13주)이 지나면 종료됩니다. 시즌 고유의 스킨은 해당 시즌에만 획득 가능합니다.
- 진행 보상: 플레이할수록 레벨이 올라가고 보상이 누적됩니다. 플레이 시간과 보상 획득이 연동됩니다.
- 사전 공개: 해당 시즌에 얻을 수 있는 보상 목록이 처음부터 공개됩니다.
마지막 항목이 가챠와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입니다. 가챠는 무엇이 나올지 모릅니다. 배틀패스는 무엇을 받을 수 있는지 처음부터 알 수 있습니다. 단, 받으려면 해당 시즌 동안 충분히 플레이해야 합니다.
지불 동기의 구조: "$9.99를 이미 냈으니 보상을 받기 위해 플레이해야 한다"는 유인이 게임 플레이 시간을 늘립니다. 게임 플레이 시간이 늘어나면 다음 시즌 배틀패스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 사이클이 반복됩니다.
또 다른 요소: FOMO(Fear Of Missing Out). 시즌이 끝나면 해당 시즌 한정 스킨은 다시 얻을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시즌에만" 이라는 한정성이 구매 결정을 당깁니다. 이것은 아케이드 게임의 "게임 오버" 카운트다운과 유사한 심리 구조입니다. 기다리면 기회를 잃는다는 불안.
포트나이트의 크로스플랫폼 전략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에픽게임즈는 PC, PlayStation, Xbox, 닌텐도 스위치, iOS, Android 전 플랫폼에 포트나이트를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하나의 계정으로 여러 기기에서 플레이할 수 있고, 구매한 스킨은 어느 기기에서도 적용됐습니다. "게임을 어디서 하든 같은 지갑"이 됐습니다.
포트나이트의 2019년 추정 연간 매출은 약 18억 달러였습니다.
배틀패스 모델은 이후 다수의 게임으로 확산됐습니다. 에이펙스 레전드(Apex Legends, EA/Respawn, 2019), 로켓 리그(Rocket League, 2020 F2P 전환 후), 콜 오브 듀티: 워존(Call of Duty: Warzone, 2020), 발로란트(Valorant, Riot Games, 2020) 등이 배틀패스를 채택했습니다. 2020년 이후 배틀패스는 멀티플레이어 GaaS 게임의 사실상 표준 BM이 됐습니다.
데스티니 - GaaS의 초기 실험
포트나이트 이전, GaaS 모델의 초기 시도가 있었습니다. 번지(Bungie)와 액티비전(Activision)이 공동 출시한 **데스티니(Destiny, 2014)**였습니다.
데스티니는 패키지 게임($59.99)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게임 내 구조는 전통적 패키지 게임과 달랐습니다. 엔드게임 콘텐츠(레이드, 나이트폴)가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됐고, 시즌별 이벤트가 진행됐습니다. "완성품 한 번 구매"가 아닌 지속적 콘텐츠 소비를 전제한 설계였습니다.
그러나 확장팩(DLC) 정책이 논란이 됐습니다. 2015년 출시된 확장팩 "더 테이큰 킹(The Taken King)"은 $39.99였습니다. 신규 이용자를 위한 합본은 $59.99였습니다. 기존 이용자는 신규 이용자보다 더 많은 돈을 써야 같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데스티니 2(2017)는 처음에 패키지 게임($59.99)으로 출시됐습니다. 그러나 2019년 10월 F2P로 전환됐습니다. 이용자 기반을 넓히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기존 구매자들의 반발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유료로 산 게임이 무료가 된 것입니다.
데스티니 시리즈는 GaaS 모델의 과도기적 사례입니다. 패키지 구매, 확장팩, F2P 전환, 시즌 패스 등 여러 BM 유형이 순차적으로 시도됐습니다.
폴 가이즈 - 유료에서 무료로의 전환
**폴 가이즈(Fall Guys: Ultimate Knockout)**는 2020년 8월 Mediatonic(이후 Epic Games 인수)이 출시했습니다. 60명이 다양한 장애물 코스를 통과하는 배틀로얄 장르였습니다. 출시 가격은 $19.99였습니다.
출시 직후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습니다. 스팀에서 2020년 8월 동시접속 피크 기준 약 17만 명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PS4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 무료 제공 게임에 포함됐습니다.
그러나 1년 후 이용자 수는 크게 감소했습니다. 2022년 6월, 에픽게임즈 인수 후 폴 가이즈는 완전 무료(F2P)로 전환됐습니다. 동시에 시즌 패스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전환 직후 이용자 수는 다시 급증했습니다. 무료 전환 첫 주 신규 이용자가 1,000만 명 이상이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폴 가이즈 사례는 GaaS 시대의 역설을 보여줍니다. 유료 게임이 콘텐츠 소진 후 이용자를 유지하기 어렵다면, 무료 전환 + 코스메틱 과금이 더 긴 수명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단, 기존 유료 구매자의 감정적 반발을 어떻게 다루는가가 숙제입니다.
실패 사례: 앤썸 - GaaS의 약속이 이행되지 않을 때
바이오웨어(BioWare)는 매스 이펙트(Mass Effect) 시리즈, 드래곤 에이지(Dragon Age) 시리즈로 알려진 게임사입니다. 스토리 중심의 싱글 플레이어 RPG로 명성을 쌓았습니다.
2019년 2월, 바이오웨어는 **앤썸(Anthem)**을 출시했습니다. EA가 퍼블리싱한 GaaS 기반 슈팅 게임이었습니다. 출시 전 마케팅이 강조한 것: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 시즌 이벤트, 장기적 세계관 확장.
앤썸의 출시 가격은 $59.99였습니다. GaaS였지만 기본 구매가 필요했습니다. 게임 구매는 "서비스에 대한 투자"라는 신호를 담고 있었습니다.
출시 후 관찰된 사항들: 스토리 분량이 짧다는 평가, 엔드게임 콘텐츠 부족, 게임 버그 다수, 약속한 시즌 업데이트의 지연 또는 규모 축소.
2021년 2월, EA는 앤썸의 대규모 재설계 계획을 공식 취소했습니다. 공식 서비스는 유지하되 추가 개발을 중단한다는 발표였습니다. 앤썸에 $59.99를 지불한 이용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추가 개발 없이 유지만 되는 게임이었습니다.
GaaS 모델은 "서비스 약속"을 담습니다. 이용자가 $59.99를 내는 것은 게임 완성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될 서비스에 대한 투자입니다. 그 약속이 이행되지 않을 때 이용자가 느끼는 것은 단순한 불만이 아닙니다. "투자한 서비스가 철수했다"는 배신감입니다.
디아블로 이모탈 - F2P와 기존 IP의 공간 충돌
2018년 블리즈컨(Blizzcon) 행사에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Blizzard Entertainment)는 디아블로 이모탈(Diablo Immortal)을 발표했습니다.
행사장 분위기는 차가웠습니다. 발표가 끝난 후 한 관객이 마이크로 물었습니다: "Is this an out-of-season April Fools' joke?" 이 질문은 이후 널리 인용됐습니다.
디아블로는 1990년대부터 PC 코어 게이머들의 지지를 받아온 액션 RPG 시리즈였습니다. 이모탈은 모바일 게임이었고, NetEase(중국 게임사)와 공동 개발됐으며, F2P 모바일 BM이 적용됐습니다.
2022년 6월 출시 후, 게임 분석가들이 최고 등급 아이템 세트(게임 내 최강 장비) 보유까지 필요한 최대 결제금액을 추산했습니다. 추정치는 수십만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이 수치는 분석가마다 달랐으며, 확정적 공식 수치는 아닙니다.)
Metacritic의 이용자 점수는 0.5/10을 기록했습니다. 비판의 내용은 게임플레이 품질이 아니었습니다. "디아블로 IP를 모바일 F2P 가챠 게임으로 만들었다"는 것 자체에 대한 반발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매출 결과는 달랐습니다. 출시 3개월 만에 약 1억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 비판하는 이용자와 결제하는 이용자가 다를 수 있습니다. 기존 디아블로 팬덤(PC 코어 게이머)과 모바일 캐주얼 이용자는 지불 습관 공간이 달랐습니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기존 팬덤 공간에 완전히 착지하지 못했지만, 모바일 이용자 공간에는 일부 착지했습니다.
"반응이 나쁘다"와 "매출이 나쁘다"는 다른 진단입니다. 어떤 공간의 반응인가를 구분해야 합니다.
로블록스 - 이용자가 BM을 만드는 플랫폼
로블록스(Roblox, Roblox Corporation)는 2006년 출시됐습니다. 플랫폼 자체가 게임이 아니라, 이용자가 게임을 만들고 다른 이용자가 플레이하는 메타게임 구조였습니다.
핵심 BM: **Robux(로벅스)**라는 가상화폐를 현금으로 구매합니다. 이 로벅스로 다른 이용자가 만든 게임 내 아이템, 아바타 옷, 게임 접근권 등을 구매합니다. 게임을 만든 이용자는 로벅스로 수익을 얻고, 일정 조건 충족 시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습니다.
이 구조에서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은 게임 콘텐츠를 직접 만들지 않습니다. 플랫폼과 가상화폐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콘텐츠는 이용자(개발자 커뮤니티)가 만듭니다.
2023년 기준 로블록스의 일간 활성 이용자(DAU)는 약 6,840만 명(2023년 연간 평균)이었습니다. 이용자 중 상당수는 13세 미만이었습니다.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당시 시가총액은 약 380억 달러였습니다.
로블록스의 지불 습관 공간: 장난감 구매입니다. 어린이가 부모에게 게임이나 장난감 소품을 요청하는 기존 습관이, 로블록스 기프트 카드와 로벅스 충전으로 연결됐습니다. 생일 선물, 명절 선물로 로블록스 기프트 카드를 사는 부모들. 새로운 지불 습관이 아니라 기존 습관의 다른 통로입니다.
로블록스의 BM 모델이 보여주는 것: 플랫폼이 콘텐츠 생산 비용을 이용자에게 이전할 수 있습니다.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이 수십만 개의 게임을 직접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이용자 커뮤니티가 그 콘텐츠를 만들고, 다른 이용자가 소비합니다. 로블록스는 그 거래를 중개하며 일정 비율을 가져갑니다.
로블록스는 개발자 수익 분배 프로그램 Developer Exchange(DevEx)를 운영합니다. 개발자가 획득한 로벅스를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상위 개발자들은 이 구조로 연간 수십만 달러에서 수백만 달러를 수익화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용자가 게임을 만들고, 그 게임이 다른 이용자를 끌어들이며, 더 많은 콘텐츠가 더 많은 이용자를 유치하는 자기 강화 구조입니다.
버추얼 유튜버 - 아이돌 팬덤이 스트리밍에 착지한 방법
2016년 11월, 키즈나 AI(Kizuna AI)가 유튜브에 등장했습니다. 가상 캐릭터가 직접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습니다. 이것이 **버추얼 유튜버(Vtuber)**의 초기 형태였습니다.
Vtuber의 BM 구조:
- 슈퍼챗(SuperChat): 유튜브 라이브 방송 중 후원금 기능입니다. 이용자가 금액을 설정해 보내면 채팅창에 강조 표시됩니다. 스트리머가 읽어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 멤버십(채널 구독): 월정액 구독으로 전용 이모지, 배지, 멤버 전용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 굿즈 판매: 캐릭터 피규어, 응원봉, 앨범 등 물리적 상품.
- 목소리 팩, 배경화면 등 디지털 상품: 캐릭터와 관련된 디지털 콘텐츠.
**호로라이브(Hololive, Cover Corporation)**는 Cover Corporation이 2016년 설립됐으며, 호로라이브 VTuber 서비스는 2018년부터 시작됐습니다. 2022년 기준 호로라이브 소속 Vtuber들이 유튜브 슈퍼챗 수익 세계 상위권을 다수 차지했습니다.
Vtuber의 지불 습관 공간: 아이돌 팬덤입니다. 일본의 아이돌 그룹 팬덤은 오랫동안 공연 티켓, 악수회, 한정판 굿즈에 고액을 지불해왔습니다. Vtuber는 이 팬덤 습관을 라이브 스트리밍과 슈퍼챗으로 이식했습니다.
차이점 하나: 아이돌은 실제 인간입니다. Vtuber는 가상 캐릭터입니다. 그러나 팬들의 지불 행동은 유사합니다. "내가 지지하는 캐릭터/인물에게 직접 반응을 이끌어내는" 경험에 돈을 냅니다.
슈퍼챗의 심리 구조가 흥미롭습니다. 슈퍼챗을 보내는 이유는 단순한 후원이 아닙니다. 라이브 방송 중 스트리머가 자신의 이름을 읽어주고 반응하는 것을 원합니다. "공연장에서 꽃다발을 던졌더니 스타가 집어들고 인사를 해줬다"와 유사한 경험입니다. 이 경험은 6편에서 다룬 아케이드의 "구경꾼이 참여자가 되는 구조"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Vtuber는 게임 스트리밍 문화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호로라이브 소속 Vtuber들의 게임 스트리밍이 일부 게임의 판매량에 영향을 주기도 했습니다. 스트리머와 게임사의 관계가 단순한 홍보를 넘어 새로운 유통 채널로 진화한 사례입니다.
실패 사례: NBA 2K - 반복 구매 구조의 역설
NBA 2K 시리즈(2K Sports/Visual Concepts)는 매년 새 버전을 출시하는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60-70의 패키지 게임입니다.
MyTeam 모드는 선수 카드를 수집해 팀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EA의 FUT와 구조가 유사합니다. 카드 팩을 구매하면 어떤 선수가 나올지 모릅니다. 최고 등급 선수는 낮은 확률로 등장합니다.
NBA 2K19(2018년 출시), 2K20(2019년), 2K21(2020년)을 거치면서 MyTeam 모드의 유료 요소 강도에 대한 팬덤 내 비판이 증가했습니다. $60 이상의 패키지 게임을 구매한 후에도 MyTeam에서 경쟁력 있는 팀을 구성하려면 추가 결제가 필요한 구조라는 것이었습니다.
NBA 2K 구조의 특수한 문제: 매년 새 버전이 출시됩니다. 전년도 버전에서 모은 카드와 투자한 금액은 새 버전에서는 승계되지 않습니다. 매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매년 동일한 구조의 과금을 반복하게 됩니다.
2022년 기준 영국, 네덜란드 등에서 게임 내 유료 아이템 팩에 대한 도박 규제 논의가 진행됐습니다. NBA 2K 시리즈도 이 논의에서 언급됐습니다.
NBA 2K의 딜레마는 GaaS 시대 스포츠 게임 전체의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매년 신규 버전 출시(라이선스 갱신, 선수 데이터 업데이트)라는 구조와 GaaS의 장기 서비스 철학이 충돌합니다.
Xbox Game Pass - 게임 라이브러리의 구독화
GaaS가 개별 게임 단위에서 작동한다면, 더 큰 단위의 GaaS가 있습니다. 게임 라이브러리 자체를 서비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7년 Xbox Game Pass를 출시했습니다. 월정액($9.99~$14.99)을 내면 수백 개의 게임을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신규 퍼스트파티 게임들은 출시 당일 Game Pass에 포함됩니다.
이 모델의 핵심은 넷플릭스와 동일한 구조입니다. 개별 게임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라이브러리에 대한 접속권을 구독합니다. 넷플릭스가 영화·드라마 라이브러리를 구독으로 제공하듯, Game Pass는 게임 라이브러리를 구독으로 제공합니다.
이용자 입장에서의 변화: 기존에 $60~70을 주고 게임 한 편을 구매하던 습관이, 월 $14.99로 수백 개 게임에 접속하는 습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소유"가 아닌 "접속"입니다. 게임을 소장하는 것이 아니라 구독을 유지하는 동안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게임사 입장의 변화: 마이크로소프트의 퍼스트파티 게임이 Game Pass에 포함되면서, 판매량 개념이 달라졌습니다. "몇 장 팔렸는가"보다 "Game Pass 가입자가 얼마나 오래 플레이했는가"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됐습니다. 2023년 기준 Game Pass 가입자 수는 수천만 명 수준이었습니다.
Game Pass는 7편에서 언급한 세가 채널(Sega Channel, 1994)의 후예입니다. 케이블 TV를 통해 게임을 구독하던 1994년의 시도가, 인터넷 시대에 현실적 규모로 실현된 것입니다.
포트나이트 콘서트 - 게임이 공연장이 되는 순간
GaaS의 또 다른 진화 방향: 게임 공간이 이벤트 공간이 됩니다.
2020년 4월, 포트나이트 내에서 래퍼 Travis Scott의 가상 콘서트 "아스트로노미컬(Astronomical)"이 열렸습니다. 포트나이트 이용자들이 게임 내에서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약 1,230만 명이 동시 참여했다고 에픽게임즈가 발표했습니다. 코로나19로 실제 공연이 불가능한 시기였습니다.
게임 공간이 공연 공간이 된 것입니다. 이용자들은 포트나이트를 플레이하러 갔다가 콘서트를 경험했습니다. 이 이벤트는 포트나이트의 한정 스킨 출시와 연동됐습니다. Travis Scott 관련 코스메틱 아이템들이 이벤트 기간에 판매됐습니다. 게임 이벤트와 코스메틱 판매가 결합됐습니다.
Marshmello(2019), Ariana Grande(2021) 등 여러 아티스트가 포트나이트에서 유사한 가상 콘서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구조가 보여주는 것: GaaS 공간은 단순히 게임 콘텐츠를 지속 제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게임 공간을 다른 엔터테인먼트의 무대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확장됩니다. "게임과 공연의 경계가 해체된다"는 것이 이 챕터의 주제와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크로스플랫폼 - 지갑이 기기를 따라다니는 세계
포트나이트가 연 또 다른 문: 크로스플레이와 크로스플랫폼 구매입니다.
2018년 이전까지 게임 내 구매 아이템은 플랫폼에 묶여 있었습니다. PlayStation에서 산 스킨은 Xbox에서 쓸 수 없었습니다. 기기가 바뀌면 구매 내역이 새로 시작됐습니다.
포트나이트는 에픽게임즈 계정 하나로 PC, PlayStation, Xbox, 닌텐도 스위치, 모바일 어디서든 동일한 스킨과 구매 내역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PlayStation과 Xbox 간 크로스플레이도 포트나이트에서 처음으로 광범위하게 구현됐습니다.
이 변화는 지불 습관 공간에 영향을 줍니다. "이 플랫폼에서 이미 많은 걸 샀으니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기 어렵다"는 잠금 효과(lock-in)가 플랫폼이 아닌 계정과 구매 내역으로 이전됩니다. 플랫폼을 바꿔도 지불한 것들이 따라옵니다.
이것은 이용자에게 편리하지만,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불리한 구조입니다. 독점 타이틀과 독점 구매 내역이 이용자를 특정 플랫폼에 가두는 전통적 방식이 약화됩니다.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PlayStation)는 초기에 크로스플레이 도입에 소극적이었습니다. 포트나이트의 크로스플레이 요청을 2018년까지 거부했다가 이후 허용했습니다. 반면 닌텐도는 여전히 닌텐도 생태계 안에서의 독점 콘텐츠 전략을 유지합니다. 오픈 크로스플랫폼 전략과 폐쇄 생태계 전략, 두 방향이 2020년대 게임 시장에 공존합니다.
이 장의 힌트 - 뉴콘텐츠 기획자를 위한 체크포인트
체크포인트 1: 내 콘텐츠는 "출시 후"를 설계했는가?
GaaS의 핵심은 출시일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당신의 콘텐츠는 출시 이후 어떻게 살아있는 상태를 유지합니까? 업데이트 주기, 시즌 개념, 이벤트 구조가 없다면 이용자는 콘텐츠를 소진하고 떠납니다. 끝이 없는 콘텐츠를 만들 것이 아니라, "이 콘텐츠 다음에 무엇이 오는가"의 설계가 먼저입니다.
체크포인트 2: 배틀패스의 핵심은 약속이다
배틀패스가 작동하는 이유는 이용자가 "이 시즌 동안 이것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알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받는지 모르면 가챠입니다. 받을 것이 명확하되 기한이 있으면 배틀패스입니다. 시간 한정 혜택을 설계할 때, 이용자가 기대 가치를 사전에 평가할 수 있도록 공개 여부를 먼저 결정하십시오.
체크포인트 3: 비판 여론과 결제 행동은 다른 신호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이용자 점수 최저 수준과 1억 달러 이상 매출을 동시에 기록했습니다. 비판하는 이용자와 결제하는 이용자가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공간의 이용자가 비판하고, 어떤 공간의 이용자가 결제하는지 구분해야 합니다. "소셜 미디어의 반응"과 "실제 결제 데이터"는 별개의 정보입니다.
체크포인트 4: 이용자가 만드는 BM 공간이 있는가?
로블록스는 이용자가 콘텐츠를 만들고 수익을 얻는 구조를 플랫폼 설계에 포함했습니다. 당신의 콘텐츠에서 이용자가 다른 이용자에게 가치를 만들어줄 수 있는 구조가 있습니까? 그 구조가 있다면 콘텐츠 생산 비용의 일부를 커뮤니티가 분담합니다. 단, 그 수익 분배 구조가 투명하고 지속 가능한지를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게임이 공연장이 되는 순간으로 이동합니다. e스포츠, 게임 방송, 그리고 "보는 것"이 지불 습관이 된 구조. 게임을 직접 하지 않는 이용자도 지불하는 이유.
김동은WhtDrgon@MEJE.kr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