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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DONG-EUN · 뉴콘텐츠 BM과 IP 확장 경제 (30편)

게임 BM의 미래와 사회 새 기술은 새 습관 공간을 만드는가

김동은WhtDrgon. · 12편

12편. 게임 BM의 미래와 사회 - 새 기술은 새 습관 공간을 만드는가

핵심 질문: "새로운 기술이 새로운 지불 습관 공간을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기존 공간에 기술이 덮이는가?"

기술은 습관보다 빨리 온다

게임 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기술이 습관을 선행하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카트리지 교체 가능한 콘솔이 등장했을 때, 지불 습관은 이미 있었습니다. 책과 LP를 사는 습관 위에 게임 카트리지가 착지했습니다. 월정액 인터넷이 보급됐을 때, 월정액 지불 습관은 이미 신문 구독에 있었습니다. F2P가 등장했을 때, "무료로 써보고 더 원하면 산다"는 쉐어웨어의 논리가 먼저 있었습니다.

기술이 습관보다 먼저 도착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6편의 레이저디스크 게임, 7편의 3DO, 11편의 MLG TV 방송이 그 답입니다. 기술은 충분했지만 착지할 습관 공간이 없었습니다.

2010년대 말부터 게임 산업에는 여러 새 기술들이 동시에 등장했습니다. VR, 블록체인, AI, 클라우드 스트리밍. 각각의 기술이 새로운 지불 습관 공간을 만들었는지, 기존 공간에 착지했는지, 아니면 공간 없이 표류하고 있는지를 차례로 살펴봅니다.

VR 게임 - 테마파크 경험의 집 안 이식

가상현실(VR) 게임의 기술적 시도는 오래됐습니다. 1990년대 VR 기기들이 있었지만 기술 수준과 가격이 대중화의 장벽이었습니다. 2016년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와 HTC Vive의 상업 출시가 현대 VR 게임 시장의 시작점으로 불립니다.

2019년 오큘러스 퀘스트(Oculus Quest)가 출시됐습니다. PC 연결 없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무선 VR 헤드셋이었습니다. 2020년 오큘러스 퀘스트 2는 $299로 가격을 낮췄습니다. 메타(Meta, 구 페이스북)는 2022년 초 오큘러스 브랜드를 메타 퀘스트(Meta Quest)로 전환했습니다.

VR 게임에서 가장 성공한 타이틀 중 하나는 **비트 세이버(Beat Saber, Beat Games, 2018)**입니다. 리듬에 맞춰 광선검으로 블록을 쪼개는 게임입니다. $29.99 기본 패키지에 음악 팩(DLC, $12.99~14.99)을 추가하는 구조입니다. 빌리 아일리시, 린킨 파크, 방탄소년단 등 아티스트별 팩이 출시됐습니다.

비트 세이버의 BM이 착지한 지불 습관 공간: **음악 구매 + 리듬 게임(DDR, 태고의 달인)**입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아티스트 팩을 추가 구매하는 구조입니다. 이미 익숙한 두 습관 공간이 VR이라는 기술 위에 올라탔습니다.

VR 아케이드: VR 기기($300500)를 개인이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시장을 대상으로 VR 아케이드가 등장했습니다. 시간 단위($1020/30분)로 VR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6편에서 다룬 아케이드 오락실의 구조와 동일합니다. "기기를 소유하지 않아도 경험을 살 수 있다"는 모델입니다. 지불 습관 공간: 테마파크 어트랙션 입장료.

그러나 VR 게임 시장은 아직 대중화 임계점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킬러 앱(반드시 VR로 해야 하는 경험)의 부재, 장시간 착용의 불편함, 충분한 공간 확보 문제가 대중화의 장벽으로 꼽힙니다.

2024년 애플은 **애플 비전 프로(Apple Vision Pro)**를 $3,499에 출시했습니다. 스마트폰·PC 화면을 공간 안에 띄우는 "공간 컴퓨팅"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게임보다 생산성과 엔터테인먼트를 강조했습니다. 지불 습관 공간을 "VR 게임"보다 "고급 개인 극장"과 "업무용 멀티 모니터"에 연결하려는 시도로 읽힙니다. 초기 판매량과 지속 성장 여부는 이 글이 쓰이는 시점에서도 지켜보는 중입니다.

P2E의 실험과 붕괴 - 악시 인피니티 사례

**P2E(Play-to-Earn)**는 게임을 하면서 암호화폐 또는 NFT 형태의 자산을 획득하고 현금화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악시 인피니티(Axie Infinity, Sky Mavis, 2018)**는 P2E의 대표 사례이자 가장 극적인 붕괴 사례입니다.

악시(Axie)는 NFT로 발행된 몬스터 캐릭터입니다. 악시로 전투하면 SLP(Smooth Love Potion)라는 토큰을 획득합니다. SLP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었습니다.

2021년 코로나19로 실업이 증가한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악시 인피니티가 생계 수단으로 활용됐습니다. 하루 수 시간 플레이하면 현지 최저임금 수준의 수익이 가능하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2021년 말 일일 활성 이용자는 최고 약 270만 명에 달했습니다.

SLP 토큰의 가격이 최고점일 때 이 구조는 작동했습니다. 그러나 구조적 문제가 있었습니다. SLP를 소비하는 것보다 생산하는 것이 많았습니다. 새 이용자가 계속 유입돼 악시(NFT)를 구매해야 기존 이용자의 SLP 가치가 유지됩니다. 신규 이용자 유입이 줄어들면 토큰 가격이 하락합니다.

2022년 3월, 악시 인피니티의 사이드체인 로닌 네트워크(Ronin Network)가 해킹됐습니다. 약 $6억 2,500만 달러(625million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가 탈취됐습니다. 당시 암호화폐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킹 중 하나였습니다. SLP 가격이 급락했습니다. 2021년 최고점 대비 99% 이상 하락했습니다. 일일 활성 이용자는 최고점 대비 약 90% 이상 감소했습니다.

P2E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게임을 하면 돈을 번다"는 지불 습관 공간은 노동 보상입니다. 일을 하면 보상을 받는다는 기존 습관에 착지했습니다. 그러나 이 구조가 유지되려면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돈이 들어와야 합니다. 게임 내부에서 가치가 생성되지 않으면 새 투자자가 기존 이용자의 수익을 대는 구조가 됩니다.

P2E BM 구조의 내부 해부 - 무엇이 작동하고 무엇이 무너지는가

악시 인피니티와 위믹스의 실패를 "블록체인은 실패한다"로 읽는 것은 피상적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토큰 경제의 내부 구조가 붕괴했다는 것입니다.

토큰 경제(Token Economy)가 지속 가능하려면 생산(토큰 발행·획득)과 소각(토큰 제거·소비)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게임 내 기존 자원(골드, 다이아)과 동일한 원리입니다. 클래시 오브 클랜에서 골드가 너무 많이 생산되고 소비처가 없으면 골드 가치가 떨어집니다. 블록체인 토큰도 같습니다.

악시 인피니티의 SLP가 붕괴한 이유를 구조적으로 보면: SLP를 소비하는 경로(악시 번식)보다 생산하는 경로(전투)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새 이용자가 계속 유입되는 동안은 번식 수요가 생산을 흡수했습니다. 유입이 멈추자 소비 없이 생산만 남았습니다.

균형을 잡는 방법: 소각 메커니즘

주식 시장에서 기업이 자사주 매입 후 소각(Buyback & Burn)을 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 주당 가치가 높아집니다. 특별한 배당 지급 없이 시세 상승 자체가 주주에게 가치를 환원합니다. 토큰 경제에서도 같은 구조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라운드별 토큰 배분 모델을 가정합니다. 이용자들이 참여(플레이, 기여, 거래)할 때마다 라운드 단위로 토큰을 배분합니다. 동시에 게임 내 특정 활동(고급 아이템 제작, 특별 미션 참여, 프리미엄 콘텐츠 언락)을 할 때마다 토큰이 소각됩니다. 서비스 수익의 일부로 시장에서 토큰을 재매입해 소각하는 Buyback 정책이 추가되면, 유통 토큰 수는 줄어들고 잔존 토큰의 가치가 높아집니다.

이 구조에서 초기 라운드에서 많은 토큰을 획득한 이용자는 "시세 상승에 의한 사실상의 배당"을 받게 됩니다. 현금 지급 없이 보유 토큰의 가치 상승이 수익이 됩니다. 악시처럼 매일 토큰을 현금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장기 보유자에게 유리한 구조입니다.

지속 가능한 P2E의 조건 체크리스트:

  1. 생산 속도 > 소각 속도이면 인플레이션. 반드시 소각 경로를 설계해야 합니다.
  2. 소각 경로가 재미있어야 합니다. 강제로 소각하면 이용자가 떠납니다. 고급 제작, 특별 콘텐츠, 커뮤니티 이벤트처럼 "토큰을 태우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되도록.
  3. 외부 자본 의존도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게임 내부 경제만으로 순환할 수 있는가.
  4. 투기 참여자와 실제 이용자를 구분해야 합니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토큰을 자연스럽게 소비하는 것과, 토큰 시세만 보고 들어온 사람이 토큰을 빠르게 현금화하는 것은 다릅니다. 두 그룹이 섞이면 구조가 흔들립니다.

P2E의 가능성은 "게임하면 돈 번다"가 아니라 "게임 생태계에 기여하면 그 생태계의 성장에 참여한다"는 논리에 있습니다. 악시 인피니티가 실패했다는 것이 이 논리 자체의 실패가 아닙니다. 토큰 경제의 내부 설계가 붕괴한 것입니다.

NFT 게임 아이템 - 디지털 소유권의 실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NFT(Non-Fungible Token) 게임 아이템은 "진정한 디지털 소유권"을 제안했습니다. 7편에서 다룬 소니의 라이선스 박탈 논란처럼, 플랫폼이 게임이나 아이템을 삭제하면 이용자가 잃어버리는 문제를 NFT가 해결한다는 논리였습니다. NFT 아이템은 플랫폼이 아닌 블록체인에 존재하므로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유비소프트 쿼츠(Ubisoft Quartz, 2021): 유비소프트는 Ghost Recon Breakpoint에 NFT 게임 아이템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이용자들의 반발이 강했습니다. 발표 영상의 유튜브 좋아요:싫어요 비율이 압도적으로 부정적이었고, 유비소프트는 이 프로그램을 사실상 철수했습니다.

이용자 반발의 논리: "내가 이미 게임을 $60에 샀는데 아이템도 NFT로 따로 사야 하는가." 기존 패키지 게임 구매 습관 공간과 충돌했습니다.

스팀의 NFT/블록체인 게임 금지(2021): 밸브는 스팀 플랫폼에서 NFT 또는 블록체인 기반 자산을 포함한 게임의 출시를 금지했습니다. 이유로 제시한 것: "게임 내 자산의 실제 가치를 조성하는 것은 스팀의 정책에 위배된다." 스팀 이용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지지였습니다.

NFT 게임 아이템이 지불 습관 공간 측면에서 어렵다는 이유: 기존 게이머들은 게임 아이템이 "그 게임 안에서만 의미 있는 것"이라는 습관이 있습니다. 아이템을 다른 게임에 가져가거나 현금화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NFT의 가치 제안("진정한 소유, 거래 가능")이 기존 게이머 습관 공간과 잘 맞지 않았습니다.

실패 사례: 구글 스타디아 - 기술이 충분해도 습관이 없으면

**구글 스타디아(Google Stadia)**는 2019년 출시된 클라우드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입니다. 고사양 PC나 콘솔 없이 인터넷 연결만으로 게임을 스트리밍하는 서비스였습니다.

가격 구조: 기본 무료 플랜 + Pro 구독($9.99/월) + 게임 개별 구매($59.99 등). 하이브리드였습니다. 구독을 해도 게임을 개별 구매해야 했습니다.

구글의 퍼스트파티 게임 개발을 위한 스튜디오(Stadia Games and Entertainment)를 설립했지만 2021년 폐쇄했습니다. 약속한 독점 콘텐츠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2023년 1월, 구글은 스타디아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이용자들이 구매한 게임 비용은 환불됐습니다.

스타디아가 착지할 습관 공간이 없었습니다. 기존 게이머들은 스팀, PlayStation, Xbox에 라이브러리가 있었습니다. 스타디아에서 같은 게임을 다시 사는 이유가 없었습니다. 비게이머들에게는 클라우드 게이밍 자체가 새로운 개념이었습니다. "콘솔도 PC도 없이 TV로 게임을 한다"는 경험이 기존 습관 공간에 없었습니다.

반면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이밍(Xbox Cloud Gaming)**과 **엔비디아 지포스 나우(GeForce Now)**는 다른 방향으로 접근했습니다. GeForce Now는 이용자가 Steam 등에서 이미 소유한 게임을 클라우드에서 구동합니다. 새 게임을 살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있는 라이브러리를 어디서나 실행한다는 제안입니다. Xbox Cloud Gaming은 Game Pass 구독에 포함됩니다. 별도 구매 없이 수백 개 게임을 스마트폰에서 플레이합니다. 기존 지불 습관(Game Pass 구독)에 클라우드라는 기술이 올라탄 것입니다.

스타디아는 새 습관을 만들려 했습니다. Xbox Cloud와 GeForce Now는 기존 습관에 기술을 얹었습니다. 결과가 달랐습니다.

게이미피케이션 - 게임 메커니즘이 다른 산업으로

게임의 메커니즘(점수, 레벨, 연속 달성, 리더보드, 보상)이 게임 바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라고 부릅니다.

듀오링고(Duolingo): 언어 학습 앱입니다. 스트릭(연속 학습일 수), 경험치(XP), 리그(주간 순위 경쟁), 아이템(스트릭 프리즈), 캐릭터(Duo 올빼미)가 모두 게임 요소입니다. 무료로 광고를 보며 학습하거나, Super Duolingo($6.99~$12.99/월)를 구독하면 광고 없이 무제한 하트를 이용합니다.

듀오링고의 핵심 지불 트리거 중 하나가 하트 시스템입니다. 오답을 내면 하트가 소모됩니다. 하트가 없으면 학습을 멈추고 기다리거나 유료로 충전해야 합니다. 9편 모바일 게임의 에너지 시스템과 구조가 동일합니다. 교육 앱이 게임의 과금 메커니즘을 그대로 이식한 것입니다.

2023년 기준 듀오링고의 구독자는 약 660만 명으로 알려졌습니다.

헬스케어 게이미피케이션: 나이키 런 클럽, 스트라바(Strava) 등 운동 앱이 달리기 기록을 게임 업적처럼 관리합니다. 포켓몬 GO(9편)가 걷기와 수집을 결합했듯, 운동과 게임 메커니즘의 결합이 지속됩니다.

교육 게이미피케이션: 한국 에듀테크 시장에서 게임 요소를 학습에 적용하는 앱들이 증가했습니다. 학습 포인트, 레벨, 친구와의 경쟁 등이 포함됩니다. 게임에서 증명된 참여 유지 메커니즘이 교육 업계로 이식됩니다.

환경·ESG 게이미피케이션: 에코시아(Ecosia)는 검색할 때마다 나무 심기에 기여하는 검색 엔진입니다. 검색 횟수를 나무 심기 수로 표시해 이용자에게 가시적 달성감을 줍니다. 기업 내부에서도 에너지 절감 목표를 직원 리더보드로 관리하는 게이미피케이션 사례가 증가했습니다. "환경을 위해 행동하면 즉각 피드백이 온다"는 게임 메커니즘이 환경 행동 습관 형성에 적용되는 방향입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의 BM 의미: 게임이 만든 지불 습관 공간(에너지 소진 → 결제, 랭킹 경쟁 → 결제, 연속 기록 → 결제)이 게임 바깥 산업에서도 작동합니다. "게임 같은 앱"은 다른 앱보다 이용자 유지율이 높고, 결제 전환율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게이미피케이션이 겉모양만 따올 때, 즉 포인트와 배지만 붙이고 내부 루프가 설계되지 않으면 이용자는 곧 이탈합니다. 게임이 중독적인 이유는 레벨업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레벨업이 의미 있는 보상으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방탈출 카페 - 아케이드 경험의 오프라인 재탄생

2007년 일본에서 시작된 방탈출 게임(Escape Room)이 2010년대 전 세계로 확산됐습니다. 한국에서는 2010년대 중반 강남, 홍대 등을 중심으로 급성장했습니다.

방탈출 카페의 BM:

  • 입장료: 인원수 × 가격($15~30/인)
  • 힌트: 어려울 때 힌트를 요청하면 추가 비용
  • 기념 사진: 테마 공간에서 찍는 사진 판매
  • 시간 추가: 시간 내 탈출하지 못했을 때 시간 연장 결제

방탈출이 착지한 지불 습관 공간: 테마파크 어트랙션입니다. 놀이공원에서 특정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 서고 입장하는 경험과 유사합니다. "일정 시간 동안 설계된 경험 공간에 입장료를 내는" 구조입니다.

6편에서 다룬 아케이드 BM과 비교하면: 아케이드는 기계 단위로 코인을 냈습니다(코인 퍼 플레이). 방탈출은 공간 단위로 팀이 입장료를 냅니다(공간 퍼 플레이). 기기가 없어도, 디지털이 아니어도, 경험 설계에 돈을 내는 구조는 작동합니다.

한국의 방탈출 카페 시장은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후, 온라인 방탈출(화상회의로 진행하는 방탈출) 등 새로운 형식이 등장했습니다. 물리적 공간이 제약될 때 경험 자체를 어떻게 이식하는가의 실험이었습니다.

방탈출 카페의 성장이 보여주는 것: 디지털화 시대에도 "물리적 공간에서의 경험"에 대한 지불 습관은 건재합니다. 오히려 디지털 콘텐츠가 넘쳐날수록 "직접 몸으로 참여하는 경험"의 희소가치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인생네컷(6편)과 방탈출이 같은 흐름에 있습니다.

AR 게임의 확산과 한계 - 포켓몬GO 이후의 나이언틱

9편에서 다룬 포켓몬GO(2016)는 AR(증강현실) 게임의 가능성을 증명했습니다. 나이언틱(Niantic)은 이후 같은 기술로 여러 AR 게임을 출시했습니다.

해리 포터: 마법사 연합(Harry Potter: Wizards Unite, 2019): 포켓몬GO와 유사한 위치 기반 AR 구조입니다. 글로벌 IP인 해리 포터 원작 팬덤을 기반으로 출시됐습니다. 2022년 1월 서비스가 종료됐습니다.

피크민 블룸(Pikmin Bloom, 닌텐도 협업, 2021): 걷기와 피크민 수집을 결합한 AR 게임입니다. 전투보다 산책 동기 부여에 집중했습니다. 유료 코인으로 묘목과 아이템을 구매하는 구조입니다.

인그레스(Ingress, 2012): 나이언틱의 첫 위치 기반 게임입니다. 포켓몬GO보다 복잡한 게임성으로 코어 게이머층이 형성됐습니다. 포켓몬GO의 포켓스톱 위치 데이터 상당수는 인그레스 이용자들이 제출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습니다.

포켓몬GO의 지불 습관 공간이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보면: AR 기술이 착지한 것이 아니라, 포켓몬 시리즈 30년의 수집 게임 습관이 착지한 것이었습니다. 같은 기술, 같은 설계를 해리 포터 IP에 적용했을 때 결과가 달랐습니다. 포켓몬 시리즈는 1996년부터 누적된 "몬스터를 모아 강하게 만든다"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해리 포터 팬덤은 강력하지만, "위치를 이동하며 마법 흔적을 수집한다"는 행동 패턴이 기존 팬들의 습관 공간에 없었습니다.

메타버스 게임 - 가상 공간 지불의 실험

2021년 메타버스(Metaverse)가 주목받으면서 가상 공간 안에서의 지불 습관이 새로운 주제가 됐습니다.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The Sandbox, Decentraland 등에서 이용자는 NFT 토큰으로 가상 부동산을 구매하고 광고를 붙이거나 게임을 운영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지불 습관 공간의 근거로 삼은 것은 "현실 부동산 투자" 및 "디지털 자산 소유"였습니다. 그러나 NFT 게임 아이템과 같은 구조적 문제를 공유했습니다.

제페토(ZEPETO, 네이버 Z, 2018): 한국에서 시작한 아바타 기반 소셜 플랫폼입니다. 이용자가 캐릭터 의상과 아이템을 직접 디자인해 판매하고, 다른 이용자는 코인(유료 충전)으로 구매합니다. 10대 이용자 비율이 높습니다. 2020년 누적 가입자 2억 명을 돌파했습니다.

제페토가 착지한 지불 습관 공간은 "아바타 꾸미기"입니다. 2000년대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미니미 아이템 구매 습관이 선행 사례입니다. 가상 공간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아이템에 돈을 내는 구조는 이미 익숙한 것이었습니다.

메타버스의 지불 습관 공간 정착 여부는 기술의 완성도보다 "이 공간 안에서 내가 누구인가"라는 정체성 경험이 얼마나 강한가에 달린 것으로 보입니다. 로블록스와 포트나이트가 메타버스적 기능(콘서트, 전시)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것은 이미 강한 이용자 정체성이 형성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 P2E 실험 - 위메이드와 위믹스

악시 인피니티가 해외 P2E 실험의 대표 사례였다면, 한국에서는 위메이드(Wemade)의 위믹스(WEMIX) 프로젝트가 유사한 시기에 전개됐습니다.

위메이드는 미르4(2021) 글로벌 서비스에 P2E 요소를 도입했습니다. 게임 내 자원인 흑철을 채굴해 블록체인 토큰으로 전환하는 구조였습니다. 출시 후 글로벌 동시 접속자가 증가했고, 위믹스 토큰 가격도 상승했습니다.

2022년 11월, 위믹스 토큰이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로부터 거래 지원 종료 통보를 받았습니다. 거래소 협의체인 닥사(DAXA)는 유통량 관련 정보 불일치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위믹스 가격이 급락했습니다. 위메이드는 법적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습니다.

한국의 게임 규제 구조도 P2E 확산의 변수였습니다. 한국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 내 획득 자산의 현금화를 사행성으로 판단해 해당 게임들의 국내 등급 분류를 거부했습니다. 일부 게임사들은 P2E 요소를 국내에서 제거하고 해외 서비스에만 적용하는 분리 운영을 선택했습니다.

P2E 게임의 지불 습관 공간 문제는 악시 인피니티와 동일합니다. 이용자의 참여 동기가 "게임이 재미있어서"보다 "토큰을 모아 현금화하기 위해서"에 가까울수록, 토큰 가격의 등락이 이용자 수의 등락과 연동됩니다.

AI와 게임 - 아직 습관 공간 없는 기술

2022년 이후 생성형 AI가 게임 산업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AI가 게임에 활용되는 방향:

  • NPC 대화: 스크립트 기반이 아닌 AI가 실시간 생성하는 대화
  • 절차적 콘텐츠 생성: AI가 맵, 퀘스트, 이벤트를 동적으로 생성
  • 게임 어시스턴트: 공략을 도와주는 AI 도우미

아직 "AI 게임 콘텐츠에 돈을 내는" 지불 습관 공간이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용자들은 AI가 만든 콘텐츠와 인간이 만든 콘텐츠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AI 생성 콘텐츠에 추가 비용을 낼 의향이 낮다는 조사들이 있습니다.

AI 던전(AI Dungeon, Latitude, 2019): GPT 기반 AI가 실시간으로 스토리를 생성하는 텍스트 RPG입니다. 이용자가 어떤 행동을 입력하든 AI가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무료 플레이 + 월정액 구독($9.99/월, 더 빠른 AI 접근)의 구조입니다.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 습관 공간에 AI를 얹은 형태입니다. 이용자 기반을 형성했으나 AI 생성 콘텐츠의 품질 일관성이 과제로 꼽혔습니다.

AI가 콘텐츠 생산 비용을 낮추면, 개발사가 더 많은 콘텐츠를 더 빠르게 출시할 수 있습니다. GaaS(10편)에서 핵심이었던 "지속적 콘텐츠 업데이트" 역량이 AI로 강화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이용자가 AI 콘텐츠에 직접 돈을 내는 구조가 아니라, 개발사의 제작 비용 구조가 바뀌는 것입니다. 이용자 지불 습관 공간이 새로 생기는 것과 다릅니다.

게임 구독 서비스의 확산 - 넷플릭스 모델의 게임 이식

2020년대 들어 게임 산업에서 구독 서비스가 확산됐습니다. 10편의 Xbox Game Pass에서 시작된 흐름입니다.

애플 아케이드(Apple Arcade, 2019): $4.99/월 구독으로 광고 없이 인앱 결제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모바일 게임의 F2P + 광고 + 인앱 결제 구조에 피로를 느끼는 이용자를 타겟으로 합니다. "광고와 추가 결제 없는 프리미엄 모바일 게임"이라는 지불 습관 공간입니다. 인기 모바일 게임의 대규모 흥행 타이틀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PlayStation Plus 3단계 개편(2022): 소니는 PlayStation Plus를 Essential(온라인 멀티플레이, 월 무료 게임), Extra(게임 카탈로그), Premium(클래식 게임 스트리밍)으로 3단계로 개편했습니다. Xbox Game Pass에 대응하는 구조입니다.

EA Play: 일렉트로닉 아츠(EA)가 운영하는 구독 서비스입니다. $4.99/월 또는 $29.99/년으로 EA 게임 라이브러리에 접근합니다. Xbox Game Pass와 연계되어 Game Pass Ultimate 구독자에게 포함됩니다.

게임 구독 서비스의 확산이 보여주는 것: "모든 것을 한 번에"라는 넷플릭스의 모델이 게임으로 이식됐습니다. 그러나 게임은 영상과 다릅니다. 영상은 새 콘텐츠가 끝없이 소비됩니다. 게임은 하나의 타이틀을 수백 시간 플레이합니다. 구독 서비스에 포함된 게임을 "진지하게 하는"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구독으로는 수익이 부족한 퍼블리셔는 서비스 참여를 재검토하게 됩니다. 게임 구독과 개별 판매의 공존 모델이 어떻게 균형을 찾을지는 진행 중입니다.

이 장의 힌트 - 뉴콘텐츠 기획자를 위한 체크포인트

체크포인트 1: 새 기술을 쓰기 전에 착지할 습관 공간부터 확인하라

구글 스타디아의 실패, P2E의 붕괴, NFT 게임 아이템의 이용자 반발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 기술이 앞서 도착하면 습관 없는 공간에 표류합니다. 당신의 콘텐츠에 새 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이 기술을 사용하는 이용자의 기존 지불 습관이 무엇인가"를 먼저 찾으십시오.

체크포인트 2: 게이미피케이션은 메커니즘 이식이지 게임화가 아니다

듀오링고가 게임 회사가 된 것이 아닙니다. 에너지 시스템, 스트릭, 리더보드라는 게임 메커니즘을 언어 학습에 이식한 것입니다. 당신의 콘텐츠에 어떤 게임 메커니즘을 빌려올 수 있는지가 질문입니다. "게임을 만들겠다"가 아니라 "게임이 만든 참여 유지 구조를 빌리겠다"는 관점입니다.

체크포인트 3: 물리적 경험의 희소가치는 디지털 시대에 더 높아질 수 있다

방탈출 카페, 인생네컷, VR 아케이드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 디지털로 대체될 수 없는 "직접 경험"에 대한 수요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디지털이 넘칠수록 물리적 경험의 가치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당신의 콘텐츠가 디지털과 물리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 그 조합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체크포인트 4: P2E의 교훈 - 지불 습관 공간이 "수익"이면 지속 불가능하다

"돈을 벌기 위해 게임을 한다"는 동기는 "게임이 재미있어서 돈을 낸다"는 동기와 반대입니다. 이용자가 수익을 기대하고 참여하는 순간, 수익이 줄어들면 이탈합니다. 콘텐츠의 지불 동기가 "이것을 경험하고 싶다"에 있는지, "이것으로 돈을 벌고 싶다"에 있는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전자는 콘텐츠 BM이고, 후자는 투자 BM입니다. 둘을 섞으면 어느 쪽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것으로 1권의 게임 산업 파트가 마무리됩니다. 6편부터 12편까지, 아케이드의 동전 한 닢에서 출발한 게임 산업의 지불 습관은 콘솔 패키지, PC 월정액, 모바일 가챠, GaaS 배틀패스, e스포츠 관람, 그리고 VR과 P2E의 실험까지 이동했습니다. 다음 권에서는 음악 산업으로 이동합니다. 게임이 지불 습관의 실험실이었다면, 음악은 그 습관이 정착하고 붕괴하고 재탄생하는 과정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산업입니다.

김동은WhtDrgon@MEJE.kr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