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JE PROCESS · MEJE 라이브러링 워크플로 백서
02 제2장
제2장. 제작자와 AI 작업 동료 - 두 손으로 짓는 위키
이 장은 톨킨이 〈실마릴리온〉을 끝내 책으로 묶지 못한 이야기로 시작하려 합니다. 1차 세계대전 참호에서 수첩에 처음 적은 메모가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50년 가까이 그의 책상에 쌓여 가는 동안, 부족과 언어, 왕조와 지명, 세대 계보가 끊임없이 늘어났고 그는 그 한 줄 한 줄을 자기 손으로 다 풀어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끝내 그 자료는 한 권의 책이 되지 못한 채 남았고, 흩어진 그것을 책으로 묶어 낸 사람은 그의 아들 크리스토퍼 톨킨입니다. 아들은 작가가 아니라, 아버지가 남긴 자료를 모아 한 권의 사전과 한 권의 신화 모음집으로 정리해 낸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는 그 역할을 제작자라고 부릅니다.
1,500개의 표제어를 짓는다고 할 때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그림은 책상 앞에 혼자 앉아 한 표제어씩 정리해 나가는 모습, 곧 작가의 그림입니다. 그 그림대로 작업하면 6개월이 걸립니다.
라이브러링은 다른 그림에서 시작합니다. 1차 추출, 2차 통합, 3차 골격 빌드, 4차 서술 집필이라는 네 단계가 있고, 이 네 단계를 통과하는 두 종류의 손이 있어서, 한 손은 결정하고 다른 한 손은 짜냅니다.
창작 산업은 오래전부터 손을 나눠 왔다
영화 한 편이 완성되는 과정을 떠올려 봅니다. 감독은 카메라 앞에서 방향을 정하고, 편집실에서 최종 컷을 결정하고, 음악의 어우러짐을 판단하지만, 그 모든 결정이 현실에서 작동하려면 예산을 짜고 촬영 일정을 조율하고 수십 개 팀이 충돌 없이 굴러가도록 관리하는 역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감독은 결정하고 프로듀서는 짜냅니다.
같은 구조는 음악과 출판, 게임 어느 창작 산업에나 있습니다. 〈디스코 엘리시움〉을 만든 ZA/UM에서는 리드 작가 로베르트 쿠르비츠가 세계관과 톤의 기준을 정하고 여러 명의 작가가 그 기준 아래에서 100만 단어 분량을 분담해 짰으며, CD Projekt Red가 〈위쳐 3〉의 방대한 대사를 만들 때도 소수의 리드가 방향을 결정하고 다수의 작가가 퀘스트별로 짜내는 같은 구조였습니다. 결정하는 역할과 짜내는 역할이 분리될 때 비로소 더 넓은 규모의 작업이 가능해지므로, 라이브러링이 사람과 AI 작업 동료를 분리하는 방식도 이 오랜 분업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새로운 발상은 아니고, 다만 짜내는 손이 사람에서 AI로 바뀐 것입니다.
작가가 아니라 제작자
이 분업 구조에서 이 글은 독자를 작가라 부르지 않고 제작자라고 부릅니다.
작가는 한국어에서나 영어에서나 자연스러운 호칭이어서, 글을 쓰는 사람도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도 키워드를 빚는 사람도 모두 작가의 일을 한다고 불립니다. 그러나 작가라는 호칭에는 한 가지 좁은 의미가 있는데, 텍스트를 직접 쓰는 사람을 가리킨다는 점입니다. 종이나 화면 앞에 앉아 한 줄 한 줄을 자기 손으로 풀어내는 사람, 그 모습이 작가의 전형입니다.
이 글이 다루려는 영역은 그보다 넓어서, 한 IP의 자료가 흩어진 입력에서 한 권의 위키로 정리되기까지 그 전 과정을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그 책임을 지는 사람은 매 줄을 자기 손으로 직접 쓸 수도 있고, 어떤 줄은 AI 작업 동료가 1차로 짜내고 자신은 검수만 할 수도 있으며, 어떤 줄은 다른 사람이 외주로 끌어올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그 자료의 마지막 합격선을 결정하는 사람은 한 명이고, 이 책은 그 한 명을 제작자라고 부릅니다.
한 사람이 두 호칭을 동시에 가질 수도 있습니다. 자기 손으로 한 줄 한 줄 다 쓰면서 동시에 입력에서 출력까지 책임지면 그 사람은 작가이자 제작자이고, 둘 중 한 쪽만 가질 수도 있어서 자기 손으로 직접 쓰지는 않지만 자료의 마지막 합격선을 정하는 사람은 작가가 아닌 제작자입니다.
라이브러링이라는 작업의 의식 흐름은 제작자의 의식 흐름에 가까워서, "한 줄을 어떻게 멋있게 쓸까"가 아니라 "1,500 표제어가 어떤 사전이 되어야 하는가"를 향합니다. 작가의 일과 제작자의 일은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같지는 않으며, 그 둘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이 글은 제작자 쪽을 따라갑니다.
6개월이 9~16시간이 된 이유
이 제작자가 혼자서 1,500 표제어의 위키를 지을 수 있을까요.
가능합니다. 다만 시간이 듭니다. 표제어 하나의 서술을 평균 200자에서 1,000자로 잡고 한 사람이 그 한 편을 짜는 데 30분에서 한 시간이 걸린다고 보면, 1,500 표제어 곱하기 평균 45분은 1,125시간입니다. 하루 8시간 풀로 작업한다고 잡아도 140일, 주말을 빼면 반년이 넘는 시간인데, 이것은 4차 서술 집필만의 시간입니다. 여기에 1차 추출, 2차 통합, 3차 골격 빌드, 검증과 갱신을 합치면 한 달이 더 들어, 한 사람이 손으로만 라이브러링을 끌면 한 IP에 대략 6개월이 걸리는 셈입니다.
이 6개월은 실제 작업에서 겪었던 시간입니다. 한 IP의 키워드 클라우드를 처음 짓는 데 6개월이 걸렸고, 짓고 나서도 새 단편이 한 편 들어올 때마다 며칠씩 갱신 작업이 따라붙어 그 며칠이 쌓이면 다시 한 달이 갔습니다. 6개월을 들여 짓고 운영에 또 한 달이 들면 1년에 한 IP를 한 번 정도 정리할 수 있는 셈인데, 한 IP만 운영한다면 그래도 가능한 시간이지만 두세 개를 운영하기 시작하면 그 시간을 감당하기 어려워집니다.
감당되지 않으면 자료가 갱신되지 않고, 갱신되지 않은 자료는 한 분기 두 분기를 지나면서 작품에서 멀어집니다. 단편에 새로 등장한 인물이 위키에 들어오지 않은 채로 한 달이 지나고, 룰북이 개정되어 명명이 바뀐 키워드가 위키에서는 이전 표기로 남아 있으며, 폐기된 장치가 위키에서는 여전히 현행으로 표기되어 있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위키가 작품과 어긋나면서 기능을 잃기 시작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라이브러링을 정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절차의 정리와 AI 작업 동료의 도입이라는 두 가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중 AI 작업 동료의 도입이 4차 서술 집필에 한해 1,125시간을 510시간으로 줄였고, 1차, 2차, 3차와 검증을 합치면 916시간 범위에 들어옵니다. 6개월이 하루 이틀의 작업으로 줄어든 것입니다.
AI 작업 동료라는 자세
이 글에서 자주 등장시킬 호칭이 하나 더 있는데, AI 작업 동료입니다. 이 글이 다루는 AI는 독자가 일상에서 한두 번씩 사용해 보았을 텍스트 생성 보조 도구, 곧 한 줄 질문을 주면 답을 짜내고 한 단락 문서를 주면 정리해 주며 표 한 장을 주면 다른 형식으로 변환해 주는 그런 도구를 가리킵니다. 어느 회사의 어느 모델인지는 짚지 않는데, 독자의 환경이 어느 쪽이든 이 글의 절차가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AI를 도구라고 부르지 않고 작업 동료라고 부르며, 그 호칭에 작은 의도가 들어 있습니다. 도구라는 호칭은 사람이 일방적으로 사용하는 대상을 가리키는데, 망치를 도구라 부를 때 사람은 그 망치에게 정해진 한 가지 동작을 정확히 반복해 주기를 기대할 뿐입니다. 망치가 "이번에는 살짝 비스듬하게 칠까요"라고 묻지 않고, 묻는다면 그건 도구의 범위를 벗어난 것입니다.
AI는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면 어떤 국면에서는 도구처럼 작동하고 어떤 국면에서는 그보다 더 넓은 역할을 합니다. 1차 추출에서 정규화된 입력 문서를 읽고 9분류 표를 받아 오는 작업, 2차 통합에서 동의어 후보를 추출해 받는 작업에서는 AI 작업 동료가 정해진 입력에 정해진 출력을 빠르게 반복하는 도구처럼 작동합니다. 3차 골격에서 각 파일 머리에 붙는 정리 정보(frontmatter라고 부르며, 7장에서 자세히 다룹니다)를 만드는 단계는 더 결정적입니다. 이때는 AI의 추론보다, 정해진 변환 규칙과 자동화 계약이 중심이 됩니다.
그러나 4차 서술 집필에서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한 표제어의 서술을 짤 때 AI는 단순히 정의를 받아 정의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표제어가 IP 컨텍스트 안에서 어떤 비중을 갖는지를 추론하고 다른 키워드와의 관계를 살피며 톤을 맞춰 서술을 짭니다. 결과물이 100% 마음에 들 때도 있고 50%만 마음에 들 때도 있는데, 50%인 서술이라도 그 안에 살릴 만한 한 줄이 있을 수 있어서 사람은 그 한 줄을 살리고 나머지를 다시 쓰라고 요청하며 AI는 다시 짜냅니다. 이 왕복이 한 표제어 안에서 두세 번 일어나면서 한 표제어가 합격선을 넘어가는데, 이 관계에 더 가까운 비유는 편집자와 작가의 관계이고 AI 작업 동료는 그 교환 구조 안에서 짜내는 쪽 역할을 맡습니다.
다만 한 가지를 분명히 해 두고 싶습니다. AI 작업 동료를 동료라 부른다고 해서 사람과 같은 위치에 두는 것은 아닙니다. 합격선을 결정하는 사람은 제작자입니다. 동료가 짠 서술이 통과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사람, 두세 번 왕복해도 합격선을 못 넘는 서술을 폐기할지 다른 방식으로 처리할지를 결정하는 사람, 한 표제어가 IP 안에서 어떤 비중을 가져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사람이 모두 제작자이며, 이 결정의 권한은 사람에게 있고 AI 작업 동료는 그 결정을 받아 짜내는 일을 합니다.
이 비대칭 관계가 이 글이 말하는 두 손의 정확한 모양입니다. 두 손이 함께 일하지만 그 둘이 같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니어서, 한 손은 결정하고 한 손은 짜냅니다. 두 손의 분담을 정확히 그어 두는 것이 라이브러링이 9~16시간 안에 끝나는 비결입니다.
협업 4축
이 분담을 본문에서 매번 자세히 다루기 위해 한 가지 분석 틀을 정해 둡니다. 14장 내내 매 단계에서 반복하는 네 개의 질문이 있습니다.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는가, 왜 굳이 AI 작업 동료에게 시키는가, 시키면 무엇이 좋아지는가, 맡길 수 없는 일은 무엇인가. 같은 도구를 쓰는데 어떤 사람은 원하는 결과를 잘 얻고 어떤 사람은 자꾸 실망하는 차이가 여기서 납니다. "이 표제어 설명을 써 주세요"라고만 던지면 AI는 일반 지식으로 채워 옵니다. "이 표제어는 이 IP의 이 시대 배경에서 이런 역할을 합니다, 서술 톤은 이 예시와 같아야 합니다, 분량은 200자 이내로"라고 전달하면 훨씬 가까운 방향으로 짜내 옵니다. 그 차이를 이 네 질문이 만듭니다.
이 네 질문에는 짧은 이름을 붙입니다. 규격, 의도, 기대 효과, 한계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를 협업 4축이라고 부릅니다.
시중의 AI 도구 소개서는 대개 "이렇게 쓰면 빠르고 좋다"에서 멈추지만, 협업 4축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매 위임마다 무엇을 주는가(규격), 왜 맡기는가(의도), 무엇을 얻는가(기대 효과), 어디서 사람이 멈추는가(한계)라는 네 질문을 빠짐없이 묻습니다. 그래서 협업 4축은 위임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하나의 고유한 분석 틀입니다. 라이브러링을 한 줄도 하지 않는 독자도 이 네 질문만 자기 작업에 얹으면 되고, 그 순간 "도구를 썼다"와 "도구를 부렸다"가 갈립니다.
규격은 그 단계에서 AI 작업 동료에게 무엇을 입력으로 주고 무엇을 출력으로 받는지를 정한 형식입니다. "이 문서를 정리해 주세요"라고만 던지면 한 번은 표가, 한 번은 글머리표가, 또 한 번은 한 단락 서술이 나와 다음 단계의 형식 통일에만 시간이 듭니다. 그래서 매 단계의 시작에서 입력 형식과 출력 형식, 필드 구성을 한 줄로 정해 두고 출발합니다.
의도는 그 위임의 목적, 곧 이 단계에서 사람이 직접 하지 않고 AI에게 위임하는 까닭을 한 줄로 정리한 것입니다. 의도가 시간 단축이었는데 결과가 5분 만에 나왔다면 의도 달성이고, 의도가 일관성이었는데 1,500 표제어에서 표기가 들쭉날쭉이라면 의도 미달성이어서, 같은 결과물도 의도가 무엇이냐에 따라 통과인지 미통과인지가 달라집니다. 라이브러링에서 위임의 의도는 대개 셋 중 하나로 추려집니다. 사람이 손으로 끌면 100시간 드는 작업을 5시간으로 줄이는 시간 단축, 1번째 표제어와 1,500번째 표제어 사이의 톤 어긋남을 막는 일관성, 한 사람의 머릿속에 한 번에 담을 수 없는 양을 다루는 1,500 단위 처리입니다.
기대 효과는 위임으로 얻는 구체 산출입니다. 의도가 시간 단축이라면 "100시간이 5시간으로 줄어든다"는 한 줄이고, 의도가 일관성이라면 "어떤 형식의 일관성이 보장되는가"의 한 줄입니다. 미리 정해 두지 않으면 독자가 자기 환경에서 같은 협업을 짤 때 만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나도 AI를 써 봤는데 별로였다"는 평가가 보통 기대 효과를 미리 정해 두지 않은 곳에서 나옵니다.
한계는 위임이 닿지 못하는 부분, 사람이 반드시 검수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라이브러링 매 단계에서 마주치는 한계는 대체로 IP의 시기 변천에 따라 의미가 바뀐 키워드, 시리즈 내부 농담과 인용, 대명사로만 등장하는 인물과 사물, 시점과 연대 표기처럼 5년치 작품을 읽은 사람의 머릿속에만 들어 있는 자료에서 비롯됩니다. 매 단계의 한계를 한 줄씩 명시적으로 짚어, 사람이 반드시 검수해야 할 부분을 분명히 해 둡니다.
잘 위임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
4축을 짚어 두었으니 큰 그림에서 라이브러링의 어느 부분이 AI 작업 동료에게 잘 위임되고 어느 부분이 사람의 일인지를 한 번에 펼칩니다.
잘 위임되는 일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기계적 반복으로, 같은 형식의 작업을 1,500번 반복하는 일입니다. 사람이 손으로 끌면 지치고 톤이 일정하지 않지만 AI 작업 동료는 1번째와 1,500번째에서 같은 자세를 유지합니다. 둘째는 양식 변환입니다. 표 한 행을 위키 파일의 머리 정보로 옮기거나 한 단락 서술을 글머리표 목록으로 압축하는, 규칙이 명확한 변환을 말합니다. 셋째는 후보 생성으로, 동의어 후보와 세계관축 후보, 관련 키워드 후보를 빠르게 짜내면 사람이 그중 합격선을 넘는 것을 고릅니다. 넷째는 초고 작성인데, 합격선이 100%가 아닌 경우의 첫 초안을 80% 정도로 받아 사람이 나머지 20%를 다듬어 합격선에 도달시킵니다.
그렇지 않은 일에도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판단으로, 두 키워드가 같은 표제어인지, 세계관축 체계를 신설할지, 한 서술이 합격인지를 가리는 일입니다. 둘째는 IP 고유의 미묘함이어서 5년치 작품의 농담과 인용, 시기 변천, 폐기된 명사의 흔적이 여기에 속합니다. 셋째는 큰 그림으로, IP가 큰 전환을 맞아 세계관축 체계 자체를 다시 짜야 하는 결정과 hub의 우선순위 결정이 그렇습니다. 넷째는 마지막 합격선인데, 전권을 완성한 뒤 통합 빌드를 띄워 그래프 뷰를 한 번에 보고 "이게 우리의 사전이 맞는가"를 판단하는 작업입니다.
이 두 영역을 갈라 두는 선이 명확하면 협업이 매끄럽습니다. 선이 흐려지면 한쪽은 결정에 시간을 쓰고 다른 쪽은 짜낸 결과를 폐기하는 일이 자주 일어납니다.
합격선과 검수
협업의 결을 결정하는 한 가지 개념이 합격선, 곧 한 산출물이 통과인지 미통과인지를 가르는 기준입니다. 시험 채점에서 60점이 통과인지 70점이 통과인지를 미리 정해 두는 것과 같은 개념이고, 식당에서 음식이 나가기 전 주방장이 한 번 보고 통과시키는 역할이기도 합니다.
라이브러링에서는 단계마다 합격선이 다릅니다. 1차 추출은 너그러운 60% 정도여서 중복이나 오기, 빠진 항목이 있어도 다음 단계에서 사람이 정리하지만, 2차 통합은 까다로운 95% 정도여서 동의어 묶음이 잘못되면 위키 전체가 어긋나므로 사람이 직접 결정합니다. 3차 골격 빌드는 100%인데, 자동 변환 규칙이 한 곳에서 어긋나면 1,500 파일에 똑같이 복제되므로 실행 전에 규칙 자체를 사람이 점검합니다. 4차 서술 집필은 표제어 비중에 따라 갈려서 hub 표제어는 95%, leaf 표제어는 80%입니다.
hub와 leaf가 무엇인지는 8장에서 다루고, 지금은 핵심 표제어가 hub, 주변 표제어가 leaf라고만 짚어 둡니다.
이 합격선이 단계마다 다른 이유는 검수의 자세가 단계마다 달라야 하기 때문이고, 결국 사람이 검수의 자세를 어떻게 갖느냐가 협업의 합격선을 결정합니다.
검수의 자세를 한 줄로 정리하면, 합격선의 80%를 받아 들고 20%를 사람이 채운다는 것입니다. 100%를 받기를 기대하면 협업이 부담스러워집니다. AI 작업 동료가 100% 산출을 내지 못한다는 사실에 사람이 매번 좌절하게 되고, 그 좌절이 누적되면 협업 자체를 폐기하고 사람이 손으로 다 끌게 되어 6개월이 다시 옵니다.
100%를 기대하지 않고 80%를 받기로 합의하면 협업이 가벼워집니다. AI 작업 동료가 80%를 짜내면 사람이 그 위에 20%를 더 얹어 합격선에 도달시키는데, 사람이 맡는 그 20%는 결정과 압축, 합격선 판단에서 나옵니다. AI 작업 동료가 짜낸 서술 한 단락을 읽고 "이 한 줄은 살리고 나머지는 다시"라고 표시한 뒤 다시 짜내라고 요청하는 작업이 바로 그 20%이며, 이 80 대 20의 비율은 초고를 빠르게 뽑고 퇴고로 다듬는 방식, 즉 작가가 오래전부터 써 온 방식과 같은 원리를 따릅니다.
다만 80%의 위치는 단계마다 다릅니다. 1차 추출의 80%는 분류만 맞으면 되는 상태이고, 2차 통합의 80%는 사람의 결정만 들어가면 되는 상태이며, 4차 서술의 80%는 한 표제어의 핵심이 들어가 있고 톤이 맞으면 되는 상태입니다. 80%가 무엇인지가 단계마다 달라지므로, 매 장에서 80%가 무엇인지를 한 줄로 짚습니다.
협업 4축이 남기는 것
독자 중에는 라이브러링이라는 작업이 자기 IP에 직접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한 IP를 5년 운영해 본 적이 없거나, 1,500 표제어 규모의 자료를 다루지 않거나, 옵시디안을 쓰지 않는 경우인데, 그런 독자가 이 글에서 단 하나를 가져간다면 그것은 협업 4축입니다. 이것은 라이브러링에 딸린 부속이 아니라 라이브러링 밖에서도 그대로 작동하는 분석 틀이어서, Vault를 한 번도 짓지 않더라도 어떤 AI 위임에든 규격, 의도, 기대 효과, 한계 네 질문을 얹으면 위임의 결이 달라집니다. 글을 쓰는 독자에게도, 그림을 그리는 독자에게도, 코드를 짜는 독자에게도, 자기 일터에서 자료를 정리하는 독자에게도 통하며, 같은 도구를 쓰는데 누구는 잘 얻고 누구는 자꾸 실망하는 차이가 바로 여기서 납니다.
라이브러링은 두 손으로 짓는 작업입니다. 한 손은 결정하고, 다른 한 손은 짜냅니다. 결정하는 손은 사람의 손이고, 짜내는 손은 AI 작업 동료의 손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그 두 손이 함께 통과하는 4단계의 흐름 전체를 한 번에 펼칩니다. 1차 추출, 2차 통합, 3차 골격 빌드, 4차 서술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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