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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제8장

MEJE Works · Chapter 8

제8장. hub와 leaf - 표제어의 비중을 결정하는 일

Vault 그래프 뷰를 처음 띄우면 1,500개의 점이 화면에 펼쳐지고 그 점들 사이로 선이 이어져 있는데, 자세히 보면 점들의 크기가 같지 않습니다. 어떤 점에는 선이 수십 개나 모여드는 반면 어떤 점은 선이 두세 개밖에 닿지 않으며, 바로 이 비중의 차이가 8장에서 다룰 핵심입니다. 어떤 점이 hub이고 어떤 점이 leaf인지를 가려내는 일입니다.

스케일-프리 네트워크, 자연이 선택한 구조

인터넷에서 웹페이지들이 서로 주고받는 링크의 분포를 분석한다고 가정해 봅니다. 수십억 개에 이르는 페이지들은 저마다 링크를 얼마나 받고 있을까요?

알베르트-라슬로 바라바시가 1999년에 이 문제를 분석했을 때, 결과는 예상과 사뭇 달랐습니다. 대부분의 페이지는 링크를 거의 받지 못한 반면 구글, 유튜브, 위키피디아 같은 소수의 페이지는 수십억 개의 링크를 끌어모으고 있었으니, 링크가 고르게 흩어지지 않고 소수에 집중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바라바시는 이것을 스케일-프리 네트워크(scale-free network)라고 불렀는데, 이 패턴은 인터넷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공항의 항공 노선망, 뇌의 신경 연결, 도시의 도로망, 학술 논문의 인용 구조에서도 똑같이 관찰되고, 연결이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네트워크라면 거의 예외 없이 소수의 허브(hub)에 연결이 몰리고 나머지 대다수 노드는 연결이 적은 이 패턴을 따릅니다.

라이브러링의 Vault에서도 같은 패턴이 나타나서, 1,500개의 표제어 가운데 wikilink를 가장 많이 받는 100150개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데 이것이 이 IP의 허브, 곧 hub이고 나머지 1,3001,400개는 연결이 적은 leaf입니다. 누가 인위적으로 정하기 이전에 IP 안에 본래부터 있던 구조여서, 한 IP를 오래 즐겨 온 팬이라면 "이 IP에서 뭐가 제일 중요해?"라는 질문에 곧장 10~20개를 댈 수 있을 만큼 이 구조를 직감으로 알고 있습니다. Vault의 hub 작업은 그 직감을 데이터로 확인하는 일입니다.

이 분포는 이미 완성된 이야기에서도 확인됩니다.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을 보면 성좌와 화신과 도깨비가 끝없이 등장하고 작중작의 분량만 3000화가 넘는데도, 서사는 결국 김독자, 유중혁, 한수영 세 인물에게로 돌아옵니다. 인용이 몰리는 hub는 이 소수이고 나머지 수많은 존재는 한 장면을 채우고 흩어지는 leaf인 셈입니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도 챔피언은 170여 명에 이르지만 이야기가 실제로 펼쳐지는 무대는 데마시아, 녹서스, 슈리마 같은 십여 개 핵심 지역으로 좁아지므로, 캐릭터는 백수십 개의 leaf로 흩어지더라도 인용이 몰리는 지역 hub는 소수라는 뜻입니다.

백과사전은 오래전부터 이 결정을 해 왔다

연결이 많은 것과 적은 것을 다르게 다루는 것은 라이브러링만의 발명이 아닙니다. 백과사전 편찬학이 수백 년 동안 해 온 일입니다.

1768년에 처음 발행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예로 들면, 이 사전에는 한 줄짜리 정의 항목이 있는가 하면 수십 페이지에 이르는 특집 항목도 있습니다. "바이올린"은 두 단락에 그치지만 "음악"은 수십 쪽에 달하고, "런던"은 간략한 정의로 끝나지만 "대영제국"은 긴 특집 기사로 다뤄집니다. 편집위원회는 어느 항목이 긴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는가를 가리느라 이 배분에 오랜 시간을 들이는데, 그렇게 내린 결정이 백과사전의 지식 위계를 만들고 독자가 지식을 어떻게 탐색하는지까지 좌우합니다.

디지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도 마찬가지여서, 편집자 수천 명이 수십 년에 걸쳐 다듬은 "대한민국" 항목은 수만 단어가 넘는 반면 작은 마을의 항목은 주민 수와 지리 정보 두어 줄이 전부입니다. 연결이 많고 중요성이 높을수록 더 많은 공을 들이는 것입니다. 라이브러링의 hub와 leaf 구분은 이 전통을 옵시디안 Vault로 가져온 것으로, hub는 IP의 브리태니커 특집 항목에 해당하고 leaf는 간략 정의 항목에 해당합니다.

hub와 leaf의 정의

hub는 다른 표제어들이 자주 인용하는 표제어로, 옵시디안 그래프 뷰에서 선이 많이 모여드는 점이 hub입니다. 한 IP의 핵심 개념과 주요 인물, 중심 무대, 핵심 장치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hub의 특성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그 표제어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 다른 많은 표제어까지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것이 hub입니다. 음식과 가문을 다룬 세계관 「전수서」에서 "손맛"을 모르면 "가신", "전수서", "종부", "금기 재료"를 이해할 수 없으니, 손맛이 hub인 이유입니다.

leaf는 인용이 적은 변두리 표제어로, 한두 번 언급된 단역이나 잠깐 등장한 사물, 배경에 깔린 문화 어휘처럼 다른 표제어들이 거의 인용하지 않는 표제어를 말합니다. 그렇다고 leaf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leaf가 없으면 Vault가 비어 보이고, 단역 하나는 leaf이지만 그 인물이 한 장면에서 IP의 분위기를 결정하기도 하므로, leaf는 IP 세계의 밀도를 만드는 어휘들입니다. 다만 leaf에 hub만큼의 집필 공을 들이는 것은 자원의 낭비입니다.

한 IP는 대체로 이런 분포를 보입니다. hub는 약 10%에 해당하는 100150개, 중간 층위는 약 20%에 해당하는 200300개, leaf는 약 70%에 해당하는 1,000~1,200개입니다. 예전에는 인용 횟수 16회 이상 같은 식으로 임계값을 잡아 설명하기도 했지만, 실제 작업에서는 그렇게 단순하게 자르지 않습니다. 출현빈도와 피인용수를 함께 세어 후보표를 만들고, 그 후보를 사람이 보며 본 IP의 핵심인지 아닌지를 확정합니다. 이를 분량으로 옮기면 hub는 leaf보다 깊게 여러 문단으로 쓰고, 중간 층위는 그 사이에 두며, leaf는 한두 문장에서 한두 문단으로 씁니다. 이 세 층위가 4차 서술 집필의 분량 기준이 되어, 여기서 집필 시간 배분의 90%가 결정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이 hub/leaf 분포가 인용 비중으로 나눈 축이라면, 9장에서 인물 표제어를 주인공, 주요, 조연, 단역의 4계층으로 나누어 분량을 차등하는 것은 서사 역할로 나눈 또 다른 축입니다. 두 축은 서로 다른 기준이라 한 인물에게 함께 적용되어서, 주인공이면서 hub인 인물을 가장 깊고 길게 쓰는 식입니다.

자동 카운트와 사람의 결정

hub를 결정하는 첫 번째 도구는 자동 카운트입니다. 2차 통합에서 관련키워드 컬럼이 채워질 때 각 표제어가 다른 표제어의 상세설명 안에 몇 번 등장했는지를 세는데, 이 카운트가 높은 표제어가 hub 후보가 됩니다.

그런데 인용 횟수 순위가 그대로 hub 목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자동 카운트가 놓치는 경우가 셋 있습니다.

첫 번째는 모든 곳에 등장하지만 핵심은 아닌 표제어입니다. 한 IP의 모든 인물이 어린 시절을 보낸 "황제 도시 리앙"이 있다면 리앙은 인용 횟수가 매우 높게 나오지만, 이 IP의 이야기가 리앙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고 공통 배경 정보에 가깝습니다. 이런 표제어는 카운트가 높더라도 hub보다는 중간 층위로 배정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인용은 적지만 IP의 정체를 결정하는 표제어가 있습니다. 한 작품에만 등장하는 장치인데도 그것이 이 IP의 세계관 원리를 결정하는 핵심인 경우로, 인용 횟수는 3~4회에 불과해도 이 IP를 다른 IP와 구분하는 정수입니다. 자동 카운트에서는 낮은 순위에 머물지만 사람의 눈에는 명백한 hub여서, IP를 깊이 아는 사람만이 이런 표제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세계관축별 핵심 표제어로, 6장에서 정한 각 세계관축 안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표제어가 그 축의 hub 후보가 됩니다. 전체 인용 횟수 순위에서는 중간에 있더라도 특정 세계관축 안에서는 가장 중요한 표제어일 수 있어서, 전체 카운트와 축별 카운트를 함께 보면 Vault의 구조가 입체적으로 드러납니다.

이 셋은 사람이 직접 판단합니다. 자동 카운트 결과를 받아 "이 표제어는 카운트가 낮아도 hub다", "이 표제어는 카운트가 높아도 leaf다"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hub 확정의 실제 과정

hub 확정 작업은 네 단계로 진행됩니다.

먼저 자동 카운트 상위 200개 목록 생성입니다. 2차 CSV에서 관련키워드 컬럼과 상세설명 컬럼을 분석하여 각 표제어가 다른 표제어 안에서 인용된 횟수를 세고 상위 200개를 추출하는데, 이 200개 가운데 약 100~150개가 실제 hub로 남습니다.

그다음은 목록 훑기입니다. 상위 200개를 빠르게 훑으면서 공통 배경 정보, 단순히 자주 언급되는 지명, 조사 용어처럼 쓰이는 단어들을 "이것은 hub가 아니다"라고 표시해 제외하면, 이 작업에서 50~100개가 빠집니다.

세 번째는 카운트 외부에서 hub 추가입니다. 남은 목록 바깥에서 hub를 더하는 단계로, "IP의 정수인데 인용이 적은 표제어"를 찾는 일이라 IP를 깊이 아는 사람의 직감이 필요합니다. 전체 1,500개의 표제어 이름을 빠르게 스크롤하면서 눈에 걸리는 것을 더하면 통상 10~30개가 추가됩니다.

마지막은 세계관축별 교차 확인입니다. 각 세계관축을 하나씩 확인하면서 축마다 hub가 고르게 있는지 살피는데, 가신 축에 hub가 30개인데 종가 축에는 hub가 2개라면 종가 관련 작업이 상대적으로 얕게 끝났다는 신호입니다. 이 불균형을 발견했을 때 종가 축의 상세설명을 다시 검토할지, 아니면 IP의 실제 비중 차이를 반영한 것으로 볼지를 판단합니다.

이 4단계 작업에 드는 시간은 숙련된 제작자 기준으로 약 30분에서 1시간인데, 여기서는 속도가 중요합니다. 각 표제어에서 너무 오래 고민하면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므로, "확실히 hub다", "확실히 아니다", "모르겠다, 일단 hub로" 세 가지로만 분류합니다. 미심쩍은 것은 나중에 4차 집필에서 서술을 쓰며 조정할 수 있습니다.

hub 목록이 만드는 것

hub 확정이 끝나면 두 가지 산출물이 생깁니다.

하나는 IP 핵심 어휘 사전입니다. hub 100~150개의 목록은 그 자체로 IP의 핵심 어휘 사전이 되어서, 이 IP에 처음 합류하는 편집자나 번역자, 파트너에게 hub 목록을 먼저 건네면 그 사람은 1,500개를 다 읽지 않고 100개만 읽어도 IP의 골격을 이해하며 핵심을 가장 빠르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4차 집필의 순서표입니다. hub 확정이 4차 서술 집필의 순서를 결정하는데, hub 서술이 이후 모든 집필의 톤 기준이 되기 때문에 hub부터 씁니다.

이 점을 미리 짚어 두면 다음 9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hub 표제어의 서술은 AI 작업 동료에게 맡기지 않고 제작자가 직접 쓰는데, 두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hub 서술이 이후 집필 전체의 톤 기준이 됩니다. hub 510개를 제작자가 직접 쓰고 나면 그 서술들이 이 IP 서술의 질감과 어조를 보여 주는 사례집이 되어서, AI 작업 동료에게 leaf 1,000개의 서술을 맡길 때 hub 서술 23편을 "이런 톤으로 써 달라"는 사례로 함께 건넵니다. hub가 없으면 톤 기준이 없고, 톤 기준이 없으면 1,000개의 서술이 제각각의 톤으로 나옵니다.

hub 서술이 집필 품질 검수의 기준이 됩니다. hub 서술을 직접 쓴 사람은 이후 위임으로 만들어진 서술들을 검수할 때 "hub의 태도와 일치하는가"를 보는데, 기준이 있어야 검수가 가능하고 기준 없는 검수는 주관에 그칩니다.

대표 hub 5~10개 정도는 제작자가 직접 쓰고 나머지는 AI 작업 동료에게 맡기는 이 분담이 4차 집필의 분업 원칙입니다.

hub와 leaf를 Vault 그래프에서 보면

3차 골격 빌드를 마치고 처음 Vault를 띄웠을 때의 그래프 뷰 풍경으로 돌아옵니다. hub를 확정한 다음에는 그래프 뷰에서 hub 표제어에 더 큰 점이나 다른 색깔을 지정합니다. 별도 태그나 표시값을 두면 옵시디안에서 hub와 leaf를 색깔로 구분할 수 있고, 4차 집필 순서를 짤 때도 그 목록을 바로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래프가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1,500개의 점이 비슷한 크기로 보였다면, 이제 100~150개의 큰 점이 네트워크의 중심을 이루고 나머지 작은 점들이 그 큰 점들 둘레에 붙어 있는 구조가 드러납니다. 대형 허브 공항들을 중심으로 소형 공항들이 연결된 공항 노선망 지도처럼, 이 그림이 라이브러링이 만드는 IP 구조 지도입니다.

이 지도에서는 한 가지를 더 읽어 낼 수 있습니다. 6장에서 설계한 세계관축별로 색깔을 구분하면 어느 축에서 hub가 많이 나왔는지가 보이는데, 가신 축의 hub가 많다면 이 IP는 가신 신앙을 핵심 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뜻이고, 반대로 특정 축에 hub가 거의 없다면 그 축은 아직 충분히 개발되지 않았거나 이 IP에서 실제로 비중이 낮은 축입니다. 이 분포를 살피면서 4차 집필의 자원 배분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IP 관계자들은 이 지도를 함께 보면서 "우리 IP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IP를 오래 만들어 온 팀도 전체 구조를 한눈에 본 적은 없기 때문에, 5년을 운영한 IP인데도 이 지도를 처음 본 순간 "우리 IP가 이런 구조였구나" 하고 깨닫는 경우가 있습니다. Vault 그래프가 그 구조를 처음으로 보여 주는 것입니다.

hub 목록을 손에 들고

hub와 leaf는 분량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동 카운트는 데이터일 뿐이고, hub를 결정하는 일은 그 데이터를 해석하는 판단이어서, 같은 데이터를 두 사람이 보더라도 서로 다른 hub 목록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 차이는 곧 이 IP를 얼마나 깊이 아느냐의 차이입니다. hub 결정에는 제작자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100~150개의 hub 목록이 완성되면 그 목록이 이 IP의 핵심 어휘 사전이자 4차 집필의 로드맵이 됩니다.

9장은 4차 서술 집필입니다. 1,500개의 표제어가 뼈대로만 서 있는 Vault에 IP 세계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서술을 써 넣는 단계로, 대표 hub 5~10개를 제작자가 직접 쓰는 것에서 시작해 나머지를 AI 작업 동료에게 맡기고 품질을 담보하는 방법까지 살펴봅니다.

9장과 10장에 검사가 두 번 나오는데 층위가 서로 다르므로 미리 분명히 해 둡니다. 9장의 검수 다섯 단계가 한 표제어 또는 한 배치를 통과시키는 작업 단위 검사라면, 10장의 검증 세 단계는 1,500개가 다 채워진 Vault 전체를 핸드오프 전에 훑는 점검입니다. 하나는 표제어 단위, 다른 하나는 Vault 단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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