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JE BOOKS 읽기 사이트

MEJE PROCESS · MEJE 라이브러링 워크플로 백서

04 제4장

MEJE Works · Chapter 4

제4장. 모든 키워드를 끌어내기 - 1차 추출의 자세

IP 문서를 처음 펼치는 순간을 생각해 봅니다. 룰북 한 권과 단편 몇 편, 기획서 한 묶음을 앞에 두고, 거기서 이 IP의 관계망 전체를 꺼내야 합니다. 어디서 시작해야 하고 무엇부터 잡아야 할까요.

1차 추출이라는 이름이 단순해 보이지만, 이 단계의 자세가 라이브러링 전체의 결을 결정합니다. 첫 단계가 흐려지면 다음 세 단계가 모두 흐려지고, 첫 단계가 단단하면 다음 세 단계가 한결 가벼워집니다.

이 단계 전체를 지배하는 원칙은 하나입니다. 먼저 모으고 나중에 정리한다. 과학자가 가설을 확인하면서 데이터를 수집하면 확증 편향에 빠지는데, 1차 추출도 다르지 않아서 키워드를 끌어내면서 동시에 "이게 hub인지 leaf인지", "2차 통합에서 어떻게 묶일지"를 판단하기 시작하면 정작 좋은 키워드를 놓치고 맙니다. 그러니 1차에서는 일단 끌어내는 데만 집중하고, 나머지 판단은 다음 단계들에 맡깁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OED) 편찬자들이 1860년대에 사용한 방식이 바로 이 자세였습니다. 그들은 자원봉사자 수천 명에게 책 수만 권을 나눠 주고, 한 단어가 등장할 때마다 가로 10센티미터 카드 한 장에 그 단어와 출처 한 줄을 적게 했습니다. 그 카드가 약 500만 장 모인 다음에 비로소 정리와 통합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카드 한 장 한 장이 한 행이 되고, 정리가 시작되기 전에 산처럼 쌓인 카드 더미가 1차 추출의 결과물입니다. 라이브러링의 1차도 이 자세를 그대로 따라갑니다.

이것이 1차의 합격선을 60%로 잡는 이유입니다. 중복이 있어도, 같은 인물이 다른 표기로 두 번 들어와도, 분류가 살짝 어긋나 있어도 1차에서는 무방하며, 분류가 명확하지 않은 것들은 가장 가까운 분류에 일단 넣어 두고 결정은 다음 단계로 미룹니다.

핵심은 빠뜨리지 않는 것입니다. 한번 빠진 키워드는 다음 단계에서 다시 발견되지 않기 때문인데, 들어온 키워드 가운데 불필요한 것은 2차 통합에서 정리해 빼낼 수 있어도 처음에 들어오지 못한 것은 끝까지 들어오지 못합니다.

한 페이지에 키워드가 몇 개일까

먼저 한 가지 풍경을 떠올려 봅니다. 독자가 운영하는 IP의 룰북이든 단편이든 기획서든 한 권을 꺼내 한 페이지를 펴 봅니다. 그 페이지에 키워드가 몇 개나 들어 있을까요.

이 질문의 답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옵니다. 다섯 개라고 보는 쪽도 있고, 스무 개라고 보는 쪽도 있습니다. 답의 차이는 키워드를 어디까지 잡느냐에서 옵니다.

한 룰북의 한 페이지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그 페이지가 현대 헌터물 세계관 「공동」의 한 장면을 한 단락으로 묘사한다고 합시다. "강시우는 13번 게이트 앞에서 등급 카드를 꺼냈다. 무특성인 그의 카드에는 등급 칸이 빈칸으로 남아 있었다. 헌터협회 심사관 윤서경이 농도 계측기를 그에게 들이댔지만, 바늘은 공백을 가리키며 측정 불가를 선고했다. 윤서경은 18년 전 집단 재각성 사고를 떠올렸다. 게이트 너머에서 균열빛이 새어 나오는 동안, 시우의 시야에는 시스템창의 푸른빛이 끝내 뜨지 않았다."

평소 읽으면 한 단락의 자연스러운 묘사로 보이지만, 1차 추출의 시선으로 보면 이 한 단락에 적어도 열두 개의 키워드가 들어 있습니다. 인물 이름 둘(강시우, 윤서경), 직책 하나(심사관), 장소 둘(13번 게이트, 헌터협회), 사물 둘(등급 카드, 농도 계측기), 시점 하나(18년 전), 사건 하나(집단 재각성 사고), 고유 어휘 둘(무특성, 측정 불가), 작동 원리 하나(시스템창)입니다.

그런데 더 있을 수 있습니다. 균열빛이 그 IP에서 게이트마다 반복되는 시각 이미지라면 장소에 묻어 있는 묘사이면서 미장센 분류이기도 하고, 등급 카드의 빈칸이 무특성을 가리키는 상징으로 반복된다면 사물이면서 미장센에도 들어갑니다. 한 페이지에서 끌어낼 수 있는 키워드의 양은 끌어내려는 자세의 깊이에 따라 달라집니다. 라이브러링의 1차 추출은 가능한 한 깊이 끌어내는 자세입니다.

이 열두 개의 키워드가 9분류 안에서 어디에 들어가는지 짚어 봅니다. "무특성"과 "측정 불가"는 그 IP를 모르는 사람에게 뜻을 설명해야 하는 고유 어휘라 전문용어이고, 강시우와 윤서경은 행위자로 기능하므로 인물이며, "심사관"도 본 텍스트에서 실제 인물을 가리키므로 인물입니다. 다만 협회의 직위 체계라는 추상으로 쓰였다면 개념이 됩니다. 13번 게이트와 헌터협회는 배경 공간이라 장소이고, "등급 카드"와 "농도 계측기"는 손에 잡히는 물건이라 사물입니다. "18년 전 집단 재각성 사고"는 특정 시점에 일어난 일이라 사건, "시스템창"은 능력과 등급을 띄우는 작동 원리라 장치, "균열빛"은 게이트마다 반복되는 분위기 요소라 미장센입니다.

배분에서 짚어 둘 셋이 있습니다. 첫째, "심사관"이 인물로 분류된 것은 본 텍스트에서 실제 인물을 가리키기 때문이고, 협회의 직위 체계라는 추상이라면 개념입니다. 둘째, "등급 카드"는 사물이지만 빈칸이 무특성을 가리키는 상징으로 반복된다면 미장센에도 중복 등록합니다. 1차에서는 두 분류에 모두 올리고 2차에서 결정합니다. 셋째, 분류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는 1차에서 가장 가까운 분류에 일단 넣고 넘어갑니다. 합격선이 60%이기 때문입니다. 한 단락의 키워드가 5컬럼 CSV의 한 묶음 행이 되는 첫 연습입니다.

9분류, 서사적 기능의 분류

라이브러링은 키워드를 9가지 분류로 끌어내며, 이 글에서는 이를 9분류라고 부릅니다. 전문용어, 인물, 장소, 사물, 사건, 장치, 미장센, 개념, 가치입니다. 한 IP의 어떤 키워드든 이 아홉 분류 가운데 하나, 경우에 따라서는 둘에 들어가도록 정해 두었습니다.

아홉 분류는 모두 "이 키워드가 서사 안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가"를 기준으로 나뉘는데, 이렇게 가르는 방식을 서사적 기능 분류라고 부릅니다. 알파벳순 같은 형식적 분류나 중요도에 따른 분류, 등장 빈도에 따른 분류는 "왜 이 키워드들이 이 그룹에 함께 있는가"를 설명하지 못하지만, 서사적 기능 분류에서는 "이 그룹에 있는 키워드들은 모두 이야기 안에서 같은 역할을 한다"는 근거가 분명합니다. 인물 분류에 있는 모든 키워드는 행위자로 기능하고 장소 분류에 있는 모든 키워드는 배경으로 기능하며, 이 공통된 기능이 표제어 서술을 쓸 때나 출구 작업이 Vault를 사용할 때 모두 도움이 됩니다.

6장에서 소개할 세계관축이 두 번째 분류 기준이며, 두 기준은 독립적으로 한 키워드를 좌표화합니다. 9분류가 서사적 기능의 X축이라면 세계관축은 IP 설계의 Y축에 해당해서, 한 키워드는 이 두 축 위에서 각각의 좌표를 가집니다. 지금은 9분류가 서사적 기능 분류라는 사실만 기억해 둡니다.

아홉 분류를 한 흐름으로 풀어 두면 셋씩 묶입니다.

고유 어휘와 사람 계열. 전문용어는 IP에만 존재하는 고유 어휘입니다. "흑공", "코핀", "신기", "임플란트", "차원이동"처럼 그 IP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뜻을 설명해야 하는 모든 어휘가 여기 들어갑니다. 1차에서 가장 먼저 포화 상태로 채워야 하며, hub의 핵심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물은 IP에 등장하는 모든 인격체입니다. 주인공, 조연, 단역, 회상 속 인물, 이름 없는 직책 호칭까지 모두 포함되고, 사람뿐 아니라 AI나 혼령, 신처럼 인격체로 기능하는 것도 들어갑니다. 같은 인물이 여러 표기로 등장하면(한 인물이 본문에서 "강시우"로도 "시우"로도 불린다면) 표기마다 따로 추출하고, 묶는 작업은 2차에서 합니다. 가문이나 세력, 교단처럼 사람이 모인 집단은 단일 인격체처럼 기능하면 인물로, 추상적인 체계처럼 기능하면 개념으로 분류합니다. 두 분류에 걸치면 두 행으로 등록합니다.

공간과 사물 계열. 장소는 도시, 지역, 차원계, 건물, 방 한 칸까지 모든 공간입니다. 직접 등장한 곳이든 언급만 된 곳이든 모두 끌어냅니다. 위계가 있는 경우(나라에서 도시로, 한 사택으로, 그 안의 식당으로 좁혀지는 식)는 1차에서 평탄하게 끌어내고 위계는 2차에서 정리합니다. 사물은 손에 잡히는 모든 물건입니다. 도구, 장비, 아이템, 음식, 재료, 가구, 장신구, 표지물이 여기 들어갑니다. 사소해 보이는 물건이 나중에 중요한 상징이 되는 일이 있으니 빠뜨리지 않습니다. 장치는 IP의 작동 원리와 서사 장치입니다. 게임 메커니즘, 마법 규칙, 시스템 기능, 그리고 복선이나 반복 모티프, 화자 개입 방식 같은 서사 운영의 원리가 여기 속합니다. hub 표제어 비중이 큰 분류이고, 사물과 장치가 헷갈리는 경우(마법 지팡이 같은)는 작동 원리가 핵심이면 장치, 모양이나 재질, 소유 이력이 핵심이면 사물로 분류합니다. 둘 다 걸치면 둘 다 등록합니다.

시간과 분위기, 추상 계열. 사건은 작품 안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에피소드나 플래시백, 발생한 일들로, 시점과 결과와 관련 인물이 함께 있는 내용입니다. 사건 분류는 IP의 시간 축을 정리하는 작업이라, 1차에서 빠짐없이 끌어내면 2차에서 사건 마스터를 정렬해 IP의 시간선을 한 줄로 볼 수 있습니다.

미장센은 IP의 분위기를 만드는 요소입니다. 시각과 청각의 분위기, 반복되는 배경 이미지, 상징적으로 등장하는 색채나 소리가 여기 들어갑니다. 비 오는 날이 인물의 전환점마다 등장한다면 "비"는 미장센 키워드입니다. 본문에 물리적 대상으로 등장하기보다 분위기로 녹아들어 있어 1차 추출에서 자주 빠지는 분류입니다. AI 작업 동료에게 9분류 가이드를 줄 때 미장센의 예시를 충분히 함께 전달하면 정확도가 올라갑니다.

개념은 추상 개념입니다. 세계의 설정 원리, 규율, 법칙, 사회 체계, 제도, 본문이 전제하는 작동 원칙이 여기 들어갑니다. "그녀의 지참금이 5천 파운드였다"는 한 줄에는 결혼 경제학이라는 개념이 전제되어 있고, "그는 귀족 작위를 받을 자격이 없었다"에는 귀족 작위 체계가 전제되어 있습니다. 함의 키워드는 AI 작업 동료가 자주 놓치므로 사람의 거시 검수에서 한 번 더 살핍니다.

가치는 IP가 전하는 것입니다. 주제의식, 감정, 관계성, 반복 모티프, 그리고 "복수", "희생", "자유", "가족"처럼 핵심 메시지를 이루는 추상 층위입니다. 개념이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가"라면, 가치는 "그 세계 안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옳은가"입니다.

분류 경계가 흐려지는 경우들은 1차에서는 두 분류에 모두 올리고 2차에서 결정한다는 원칙이 일관됩니다. 1차의 합격선이 60%이고 빠뜨리는 쪽이 더 큰 손실이기 때문입니다.

5컬럼 CSV의 한 행

9분류로 끌어낸 키워드는 5컬럼 CSV에 한 행씩 정리됩니다. 한 키워드가 한 행이고, 다섯 칸에 정보가 분포합니다.

IDX는 행 순번이고 각 행을 구별하는 고유 번호이며, 분류는 9분류 중 어느 분류인가를 표시합니다. 키워드는 한국어든 영어든 원문에 등장한 표기 그대로 적고, 설명은 한두 줄 정의이며, 출처는 어느 문서의 어느 위치에서 등장했는지를 적습니다.

한 IP의 1차 추출 결과는 이 5컬럼 행이 5,000개에서 15,000개 사이가 모인 표가 됩니다.

키워드 컬럼은 원문 표기 그대로여서, 같은 키워드가 "흑공"으로도 "검은 연기"로도 등장한다면 두 행이 각각 자기 표기를 담고, 둘이 같은 의미인지의 결정은 2차 통합으로 미룹니다. 번역 후보, 곧 영문명이나 로마자 표기 따위는 이 컬럼이 아니라 2차의 13컬럼에서 결정합니다. 설명 컬럼은 한두 줄 정의이며 명확하지 않으면 "○○이라고 추정됨" 정도로만 적어 두고 2차에서 다듬는 반면, 출처 컬럼은 어느 문서의 어느 챕터 몇 줄인지를 적는 자료라 1차에서 가장 정확하게 채워야 합니다. 출처가 흐려지면 다음 단계에서 그 키워드를 원문에서 다시 찾아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직접 끌어낼 것들

1차 추출은 AI 작업 동료가 핵심을 맡는 단계이지만, 그 안에는 사람이 직접 끌어내야 하는 부분이 몇 갈래 남아 있습니다. 첫째는 미세한 분류 판단, 곧 사물인지 장치인지, 사건인지 개념인지 헷갈리는 경우의 결정입니다. AI 작업 동료에게 9분류 가이드를 함께 전달하면 대체로 잘 분류하지만, 막상 헷갈리는 대목에서 어느 쪽이 본 IP에 적합한지는 사람이 압니다. 그래서 "본 IP에서 마법 지팡이류는 장치로", "직책 호칭은 인물로" 같은 기준을 작업 시작 시 한 번 정해 9분류 가이드에 적어 함께 전달하면, 1차 추출이 일관된 결을 유지합니다.

새로운 영역을 처음 알아보는 것도 사람의 몫이어서, 한 IP에 새로 등장한 어떤 키워드가 아홉 분류 중 어디에도 딱 맞지 않을 때 새 분류를 신설할지 결정하는 일은 사람이 합니다. 다만 실제로는 1차에서 가장 가까운 분류에 일단 두고, 신설 여부는 2차 통합에서 가립니다.

그다음으로 사람이 챙기는 것은 대명사나 지시어로만 등장하는 키워드를 추적하는 일입니다. "그가 들어왔다"의 그, "거기서 만났다"의 거기처럼 고유 이름 없이 지시어로만 기능하는 키워드들인데, 문맥상 어떤 분류에 속하는지를 추정해 그 분류로 끌어내되 키워드 컬럼에 "그 (추정: 인물)", "거기 (추정: 장소)"처럼 추정임을 표시한 뒤 2차 통합에서 확인합니다.

한 작품에서 대명사로만 등장한 인물이나 장소가 다른 작품에서 비로소 이름을 받는 일이 자주 있어서, 첫 작품의 "그"가 다섯 번째 작품에서 "강시우"라는 이름을 받곤 합니다. 1차에서 이 "그"를 놓치면, 다섯 번째 작품의 "강시우"는 첫 작품과 끝내 연결되지 않은 채로 남습니다.

AI 작업 동료가 이 부분을 자주 놓치므로, 1차 추출 후 사람이 같은 문서를 다시 한 번 훑으면서 대명사와 지시어 키워드를 표시합니다. 한 문서당 약 15~30분 걸립니다.

마지막으로 거시 검수가 사람에게 남습니다. 1차 추출이 끝나면 결과 표를 한 번 훑으며 9분류 중 한 분류가 비정상적으로 비어 있는지, 곧 AI가 그 분류를 통째로 놓쳤을 가능성을 보고, 반대로 한 분류가 부풀어 있다면 그 분류 안을 더 세분해야 할 신호로 읽습니다. 표 전체를 정독하는 것이 아니라 분류별 합계 숫자만 보고 이상치를 잡는 작업이라 약 30분이면 끝납니다.

AI 작업 동료에게 위임하기

이제 AI 작업 동료가 맡는 부분, 곧 1차 추출의 본 작업이 여기서 일어납니다. 예전에는 큰 원고를 사람이 적당한 줄 수로 나누어 읽히는 식으로 진행했지만, 현재의 기준은 다릅니다. 입력 텍스트는 먼저 전체가 한 번 정규화되고, 어느 파일의 어느 줄 범위에서 키워드가 나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준비됩니다. AI 작업 동료는 분량 한도를 걱정하며 앞부분만 읽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전달받은 전체 텍스트에서 전수 추출에 집중합니다.

룰북 한 챕터든 단편 한 편이든 기획서 한 장이든 한 덩이가 단위가 되는데, 거기에 9분류 가이드와 5컬럼 CSV의 형식을 함께 전달하면 AI 작업 동료가 그 문서를 읽고 9분류에 따라 키워드를 끌어내 5컬럼 CSV로 돌려줍니다. 단편 소설이라면 본문, 작품설명, 용어집, 작가의 노트를 같은 방식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본문은 용례 중심으로, 작품설명은 설정 밀도가 높은 원천으로, 용어집은 용어와 설명 쌍으로 처리하고, 메타 코멘터리는 보통 추출 대상에서 뺍니다. 룰북이라면 규칙 정의는 전문용어와 장치로, 수치와 표는 숫자만이 아니라 단위와 맥락을 함께 추출합니다. 입력의 종류를 먼저 밝히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 위임은 병렬로 진행됩니다. 한 IP에 입력 문서가 50개라면 여러 AI 작업 동료가 동시에 여러 문서를 처리하는데, 다섯이 동시에 다섯 문서를 처리하면 한 사람이 한 문서를 30분에 처리하는 것과 같은 30분 안에 다섯 문서가 끝나고, 50개가 다섯씩 묶여 열 번의 30분으로 마무리됩니다. 그 사이 사람은 다른 일을 합니다. 이 병렬 처리가 라이브러링이 9~16시간에 끝나는 비결의 큰 부분이어서, 사람이 손으로 50개 문서를 통독하면 한 달 걸릴 일이 AI 작업 동료에게 병렬로 위임하면 대략 두 시간으로 줄어듭니다. 다만 빠르게 끝났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아서, 추출 뒤에는 출처가 입력 문서의 앞부분에만 몰려 있지 않은지 확인합니다. 후반부 줄 범위에서 출처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추출이 중간에 멈췄다는 신호입니다.

이 위임을 협업 4축으로 풀어 두면 이렇습니다. 입력은 한 문서 한 덩이와 9분류 가이드, 곧 정의와 본 IP에서의 미세 결정, 그리고 5컬럼 CSV의 형식과 1차 합격선의 자세입니다. 합격선의 자세란 중복을 허용하고 오기를 허용하며 정리에 매이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출력은 5컬럼 CSV 한 표이고, 의도는 시간 단축입니다. 사람이 통독하며 끌어내면 한 시간 드는 작업이 약 510분에 끝나고, 50개를 병렬로 돌리면 사람의 실제 투입 시간은 크게 줄어듭니다. 기대 효과는 5,00015,000행이 약 30분에서 2시간 안에 나오는 것인데, 한 시간이 채 안 걸리는 IP도 있고 두 시간 가까이 걸리는 IP도 있습니다.

한계는 위임이 닿지 못하는 영역들입니다. 함의 키워드(본문에 명시되지 않고 전제로 깔려 있는 키워드로, 개념과 가치 분류에 자주 나옵니다), 대명사로만 등장하는 인물과 사물과 장소(위에서 짚었습니다), 시점과 연대 표기("그해 봄"이 IP의 어느 해를 가리키는지의 결정으로, 1차에서는 표기 그대로 끌어내고 결정은 2차에서 합니다), IP 고유의 농담과 인용(한 작품 안에서 다른 작품을 인용하는 경우, 한 인물의 한 줄이 다른 인물과 거울처럼 호응하는 경우로, 5년치를 다 읽은 사람의 머릿속에만 있는 자료입니다)이 그것입니다. 이 네 가지가 1차 추출에서 사람이 반드시 한 번 더 통과하는 부분입니다. 합산 시간이 한 IP에 약 1~2시간이고, 합쳐도 1차 추출이 약 한두 시간 안에 끝납니다.

텍스트를 지식 구조로 옮긴다는 것

1차 추출은 창작 현장의 감각으로는 키워드 뽑기이지만, 더 넓게 보면 텍스트를 지식 구조로 옮기는 작업입니다. 디지털 인문학에서 쓰는 TEI 같은 체계가 오래 다뤄 온 문제도 여기에 가깝습니다. 문학 텍스트 안에 섞여 있는 이름, 지명, 날짜, 주석, 인용, 판본 정보를 그냥 문장 속에 묻어 두지 않고, 나중에 다시 찾고 비교할 수 있는 구조로 표시하는 것입니다.

라이브러링은 TEI처럼 XML 마크업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대신 훨씬 낮은 층위에서, 작품 본문과 설정집과 작가 노트와 용어표를 읽어 인물, 장소, 사건, 장치, 개념 같은 표제어 후보로 바꿉니다. 본문은 용례를 주고, 설정집은 정의를 주며, 작가 노트는 의도를 주고, 용어표는 기존 명명 결정을 줍니다. 입력의 종류가 다르면 그 입력에서 끌어낼 수 있는 지식도 다릅니다.

이 관점이 있으면 1차 추출의 태도가 분명해집니다. 우리는 원문을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원문 안에 흩어진 지식 단위를 꺼내어 나중에 연결할 수 있는 재료로 바꾸고 있습니다. 그래서 출처와 줄 범위를 꼼꼼히 남기고, 본문·작품설명·용어집·작가 노트를 같은 방식으로 뭉개지 않습니다. 1차의 산출물은 단순한 목록이 아니라, 텍스트에서 지식 구조로 넘어가는 첫 변환표입니다.

1차 추출의 산출물

1차가 끝나면 한 IP의 5컬럼 CSV 한 표가 손에 들어옵니다. 5,000~15,000행. 9분류로 정렬되어 있고 한 행이 한 키워드인 이 표는, 만 행에 이르면 사람이 한 번에 다 읽을 수 없습니다. 다행히 1차에서는 다 읽지 않아도 되어서, 거시 검수에서 분류별 합계만 확인하면 충분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은 2차 통합부터 시작합니다.

1차가 끝난 후 9분류 중 한 분류를 골라 처음 50행 정도를 훑어 보면 본 IP의 1차 추출이 어떤 자세로 진행됐는지가 손에 잡힙니다. AI 작업 동료가 어떤 분류는 잘 끌어내고 어떤 분류는 어색하게 끌어냈는지가 보입니다. 50행 읽기에 약 15분, 그 시간이 2차 통합의 결정을 가볍게 합니다.

여기서 자주 나오는 걱정이 있습니다. AI 작업 동료가 키워드를 잘못 끌어내면 어떻게 하는가, 정확하지 않은 5컬럼이 5,000행 들어오면 어떻게 하는가. 답은 단순합니다. 1차에서는 정확성이 60%면 충분하므로, 그 60% 안에서 일부가 잘못 분류되어 있더라도 2차에서 사람이 한 번 더 결정하니 무방합니다. 실제로는 AI 작업 동료의 1차 추출 정확도가 80%를 넘고 9분류 가이드를 잘 다듬어 함께 전달하면 90%에 가깝게 가는데, 60%면 충분한 단계에 80~90%가 나오니 1차는 일관되게 통과합니다. 다만 이 60% 합격선은 1차에만 해당하고, 다음 단계인 2차 통합의 합격선은 95%로 한층 까다롭습니다. 1차의 너그러움이 다음 단계로 그대로 흐르지 않도록 합격선을 단계마다 다르게 잡아 둔 것입니다.

1차 추출을 마치며

먼저 모으고 나중에 정리한다. 완벽한 정리가 목표가 아닙니다. 아무것도 빠뜨리지 않는 것이 목표이고, 정리는 다음 단계들이 합니다.

5장은 2차 통합입니다. 1차의 5,00015,000행이 1,0002,000개의 표제어로 묶이는 과정입니다. 합격선이 95%로 까다롭고, 사람의 결정이 핵심이 됩니다.


© 2026 MEJE WORKS Corp. & 김동은WhtDrg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