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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제9장

MEJE Works · Chapter 9

제9장. 4차 서술 집필 - Vault에 생명을 불어넣기

동양 왕조물 세계관 「우사부」에서 표제어 "기우제"를 찾아보면 "가뭄에 비를 비는 국가 의례"라는 정의가 나오고, 상세설명에는 의례의 순서와 조건과 결과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작가가 이것만 가지고 그 장면을 쓸 수 있을까요. 갈라진 논을 등지고 마른 하늘을 향해 처음으로 비를 빌던 한낮의 풍경, 막막함인지 절박함인지 모를 그 감각까지 써야 한다면 정의와 상세설명만으로는 손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4차 서술 집필은 바로 그 서술을 쓰는 단계입니다.

왜 서술이 필요한가, 정의만으로 부족한 이유

5장에서 만든 정의를 다시 떠올려 봅니다. "기우제는 가뭄에 비를 비는 국가 의례이다. 임금의 덕과 정통성을 시험하는 무대가 된다." 정확하고 자기완결적이며 다른 표제어의 상세설명 안에서 인용될 때 바로 이해되는, 좋은 정의입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기우제"를 처음 지내는 인물을 묘사하려는 작가는 이 정의를 읽고도 곧바로 장면을 쓰지 못하는데, 이 의례가 어떤 분위기이고 어떤 감각적 경험인지, 이 IP 세계에서 사람들이 이 의례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이 의례를 처음 올린 인물이 그 후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모두 정의 밖에 남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장면화 포인트입니다. 장면화 포인트는 표제어를 곧장 소설 문장이나 콘티로 바꾸는 완성 원고가 아니라, 정의와 상세설명만으로는 붙잡히지 않는 창작의 착지점입니다. 사건보다 작고, 샷이나 컷보다 큽니다. "기우제"라는 사건 전체가 아니라, 갈라진 논을 등지고 마른 하늘을 처음 올려다보는 한낮의 장면, 왕이 비를 빌지만 군중은 이미 침묵으로 실패를 예감하는 장면, 제관의 축문이 끝났는데도 바람 하나 일지 않는 순간 같은 단위입니다.

이 단위는 매체마다 다른 이름으로 번역됩니다. 웹소설에서는 장면 또는 시점 장면이 되고, 웹툰에서는 여러 컷이 묶인 장면이 되며,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씬이나 시퀀스가 됩니다. 게임에서는 이벤트 씬, 컷신, 퀘스트 장면, 때로는 스테이지의 핵심 순간으로 바뀝니다. 이름은 달라도 기능은 같습니다. 표제어의 개념을 독자나 관객이나 플레이어가 실제로 겪을 수 있는 순간으로 내려놓는 것입니다.

장면화 포인트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첫째는 감각형입니다. 갈라진 논의 흙냄새, 한낮의 흰빛, 먼지 낀 제단,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군중처럼 표제어의 감각 온도를 잡습니다. 둘째는 행위형입니다. 제관이 물 없는 그릇을 올린다, 임금이 마른 땅에 무릎을 꿇는다, 백성이 하늘 대신 수문을 바라본다처럼 표제어가 몸의 행동으로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셋째는 관계형입니다. 누가 누구 앞에서 의례를 집행하고, 누가 그것을 믿거나 의심하며, 그 시선의 위치가 어떻게 갈라지는지를 잡습니다.

넷째는 갈등형입니다. 기우제가 단순히 비를 비는 의례가 아니라 임금의 덕과 정통성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때, 표제어는 설명이 아니라 압력이 됩니다. 다섯째는 전환형입니다. 의례가 끝난 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인물이 하늘을 믿지 않게 되거나, 반대로 늦은 비 한 줄기 때문에 권력의 질서가 다시 굳어지는 순간입니다. 이 다섯 유형을 모두 매번 채울 필요는 없지만, 중요한 hub 표제어라면 적어도 하나 이상의 장면화 포인트가 있어야 작가가 그 표제어를 실제 장면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백과사전 편찬학에는 정의와 해설의 오랜 구분이 있습니다. 정의는 범주와 특성을 논리적으로 서술하고, 해설은 그 대상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맥락 안에 놓여 있는지, 무엇이 흥미로운지를 이야기합니다. 좋은 백과사전 항목은 정의로 시작해 해설로 이어집니다. 라이브러링에서는 %% LLM %% 블록이 해설을 담는 공간입니다. 정의와 상세설명이 논리적 기술이라면, LLM 블록은 이 표제어가 IP 세계 안에서 살아 있는 존재임을 보여 주는 서술입니다.

이 서술이 있으면 두 가지가 달라집니다. 먼저 IP 창작자가 이 Vault를 참고할 때의 경험인데, 정의만 있는 Vault가 사전이라면 LLM 블록이 채워진 Vault는 IP 세계의 기억 저장소여서, 사전을 뒤지는 것과 기억 저장소를 거니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 됩니다. 다음은 AI 작업 동료가 이 Vault를 컨텍스트로 사용할 때의 품질입니다. AI가 Vault에서 "기우제"를 참고할 때 정의만 있으면 일반 지식 수준의 답을 내놓지만, LLM 블록 서술이 있으면 이 IP의 고유한 질감으로 답을 냅니다. Vault의 밀도가 산출물의 밀도를 결정합니다.

표제어 하나하나의 서술이 모이면 그 자체로 세계가 살아난다는 것을, 저는 게임 쪽에서 가장 또렷하게 봅니다. 프롬소프트웨어의 〈엘든 링〉과 〈다크 소울〉은 본편 컷신을 아끼는 대신 무기와 방어구와 부적 같은 아이템의 설명문 한 줄 한 줄에 세계사의 단편을 담아 두고, 플레이어는 그 조각을 모아 머릿속에서 세계를 복원합니다. 저는 이 방식을 4차 서술의 모델로 삼는데, 표제어 하나하나를 그런 설명문처럼 짜 두면 작가가 Vault를 순서 없이 흩어 읽어도 그 조각들이 모여 세계가 살아나기 때문입니다. 〈할로우 나이트〉도 같은 원리를 따라서, 적을 잡을수록 채워지는 인유니버스 도감 '사냥꾼의 일지'는 168개 항목마다 적의 정보와 함께 사냥꾼의 시선과 세계의 역사를 적어, 도감 자체가 세계를 푸는 입구가 됩니다.

4차 집필의 구조

4차 집필은 네 단계로 흐릅니다.

먼저 hub 표제어를 직접 씁니다. 100150개의 hub 중 대표적인 510개를 제작자가 직접 쓰며, 이 서술이 이후 집필 전체의 톤 기준이 됩니다. 표제어가 무거운 IP라면 5개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고, 톤이 쉽게 잡히지 않는 IP라면 10개 가까이 써야 합니다.

그 다음 나머지를 AI 작업 동료에게 위임합니다. 남은 hub와 중간 표제어와 leaf를 배치로 나누어 위임하는데, 여기서 배치 크기와 동시 처리 수는 고정값이 아닙니다. 표제어가 가벼우면 한 배치에 더 많이 담을 수 있고, 주인공이나 핵심 장치처럼 무거운 표제어가 섞이면 배치를 줄입니다.

5단계 검수를 거칩니다. 위임 결과를 그대로 받아 파일에 주입하지 않고, 5단계 검수를 통과한 서술만 LLM 블록에 들어갑니다.

마지막으로 manifest를 갱신합니다. manifest는 빌드 결과를 요약해 둔 파일인데, 각 배치가 끝날 때마다 그 진행 상황을 여기에 적어 두면 작업이 중단됐다가 재개될 때 어느 배치부터 이어야 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hub 5~10개를 직접 쓴다는 것, 목소리를 찾는 과정

사람이 직접 쓰는 hub 5~10개는 단순히 품질 높은 서술이 아닙니다. 제작자가 이 IP 서술의 목소리를 처음으로 찾는 과정입니다.

같은 내용도 쓰는 사람의 관점과 문체에 따라 완전히 다른 텍스트가 됩니다. 기우제를 설명하는 서술은 의례 절차를 중립적으로 기술하는 사관 기록의 목소리일 수도 있고, 이 의례를 처음 올리는 인물의 절박함과 막막함을 안에서 바라본 목소리일 수도 있으며, 이 세계의 오래된 천명 신앙을 전하는 이야기꾼의 목소리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목소리를 선택하는가는 기술적 결정이 아니라 창작적 결정이며, 바로 이 결정을 hub 직접 집필에서 내립니다. 처음 3개를 쓰면서 목소리를 시험하고 5개를 지나면서 방향이 잡혀, 10개가 끝날 즈음에는 이 IP 서술의 목소리가 완성됩니다.

그래서 hub 직접 집필은 한 표제어당 가장 정성이 들어가는 작업으로, 한 표제어에 20분에서 30분이 들어갑니다. 5개면 최소한의 톤 기준이 생기고, 10개 가까이 쓰면 세계관의 여러 축을 가로지르는 기준 사례집이 됩니다. 이 시간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hub 직접 집필본이 탄탄하면 두 가지가 따라옵니다. 하나는 나머지 위임 결과 품질이 올라간다는 것인데, AI 작업 동료가 hub 서술을 사례로 받아서 패턴을 학습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검수 5단계 중 4단계인 톤 일관성이 훨씬 가벼워진다는 것으로, 기준이 선명할수록 기준과 어긋남을 발견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인물 표제어의 4계층 분량

4차 집필에서 표제어의 비중에 따라 분량이 다르게 적용됩니다. 인물 표제어는 특히 4계층으로 나누어 분량을 차등합니다.

주인공(작품의 핵심 시점이자 갈등의 축)은 6~8문단의 자유 서술입니다. 서사적 의미와 상징, 인물 관계, 확정된 외형과 소속, 그리고 이 인물이 IP 세계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모두 담습니다.

주요 인물(다수 사건에 관여하며 서사에 영향을 주는 인물)은 35문단으로 쓰고, 조연(일부 사건이나 장면에 등장하는 인물)은 12문단입니다. 단역(이름만 한두 번 나오는 인물)은 1~2문장으로, 첫 등장 위치와 간략한 역할만 씁니다.

왜 단역에게 단 두 문장만 쓰는가. 단역은 leaf이고, leaf에게 hub만큼의 공을 들이면 균형이 깨지기 때문입니다. Vault 안에서 표제어들의 분량 차이는 그 표제어들이 IP 안에서 갖는 비중을 그대로 보여 주는데, 모든 표제어를 같은 분량으로 쓰면 아이러니하게도 아무것도 강조되지 않습니다.

위키피디아의 인물 항목 분포도 같은 4계층을 따릅니다. "셰익스피어"가 만 단어가 넘는 장편 서술이라면 〈햄릿〉의 주요 등장인물 "호레이쇼"는 천 단어 안팎의 독립 문서이고, 〈햄릿〉 1막 1장에 잠깐 등장하는 보초병 "프란시스코"는 독립 문서조차 없이 등장인물 목록 문서에 두어 줄로만 적혀 있습니다. 분량이 달라야 분량으로 비중이 드러나며, 같은 결의 4계층이 라이브러링 인물 표제어 안에서도 작동합니다.

지금 작업 중인 「우사부」 IP에 같은 4계층을 적용해 봅니다. 맨눈으로 하늘을 읽어 비를 맞히는 예외인 [[야천자]]가 주인공입니다. 그의 적중이 곧 대역죄가 되는 단 하나의 변수이자 서사 갈등의 축이므로 68문단으로 가장 깊게 씁니다. 같은 규칙의 반대쪽 끝에 선 우사부 대제학도 주인공에 준하는 비중이라 그에 맞추어 씁니다. 주요 인물은 예측과 물과 의례에 직접 관여하는 [[우사부]] 관원, 그리고 저수와 물길을 쥔 권문이며, 35문단으로 씁니다. 조연은 일부 장면에만 나오는 우사부 말단 관원과 위쪽 고을의 향리이며, 12문단입니다. 단역은 흠천을 믿고 씨를 뿌리다 가뭄에 무너지는 아래쪽 고을의 백성처럼 이름만 한두 번 언급되는 인물이며, 첫 등장 위치와 역할만 12문장으로 적습니다. 같은 인물 풀이라도 비중에 따라 분량이 네 단계로 갈립니다.

이 계층 구분은 8장의 hub/leaf 구분과 함께 적용되어서, 주인공이면서 hub인 인물은 가장 깊고 길게 쓰고 단역이면서 leaf인 인물은 가장 짧게 씁니다. 때로는 계층과 hub/leaf가 어긋나는 경우도 있는데, 단역이지만 IP의 핵심 장치와 연결되어 인용이 많은 경우가 그 예이며, 이때는 hub 판단을 따릅니다.

인물 외 표제어의 구조화

인물 외의 분류에서도 서술 안에 구조화된 정보가 들어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장치 표제어는 이 장치가 IP 세계 안에서 어떻게 경험되는지를 서술로 풀어 놓은 뒤 "제약 조건" 섹션을 둡니다. 이 장치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출처와 함께 정리하되, 추측이나 해석은 자유 서술 영역에 넣고 출처에 명시된 규칙만 제약 조건 섹션에 넣습니다. 이 섹션이 중요한 까닭은 장치의 제약이 곧 서사를 만들기 때문이어서, 이 장치로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알아야 이 장치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무슨 일이 가능한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장소와 조직 표제어에서는 그 장소나 조직이 IP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서술로 풀어 놓은 뒤 "구성 요소" 섹션을 두는데, 여기에는 그 장소나 조직에 소속된 인물들과 관련 장치의 목록이 들어갑니다.

사건 표제어가 담는 것은 그 사건이 IP 타임라인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어떤 인물들이 관여했는지, 이 사건이 IP 세계관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입니다. 사건 표제어는 특히 인과 관계가 중요해서, 이 사건이 왜 일어났고 그 결과 무엇이 달라졌는가가 이 섹션의 핵심이 됩니다.

이 구조화된 섹션이 있어야 다음 작업들이 Vault에서 정보를 정확하게 가져올 수 있습니다. 구조화 없이 자유 서술만 있으면, 도구가 서술에서 정보를 추출할 때 오류가 발생합니다.

스토리 다이제스트, 4차의 핵심 입력

4차 집필에서 AI 작업 동료에게 제공하는 핵심 입력 중 하나가 스토리 다이제스트입니다.

AI 작업 동료에게 표제어를 위임할 때 무엇을 함께 줘야 할까요? 최소한으로 생각하면 그 표제어의 정의와 상세설명입니다. 그런데 그것만 주면 AI는 본 IP의 맥락 없이 일반 지식으로 서술을 짜냅니다. "기우제"라는 표제어의 정의만 주면, AI는 동아시아 기우 의례 일반에 대한 서술을 씁니다. 본 IP의 세계관 안에서 기우제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스토리 다이제스트는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이것은 원본 문서를 짧게 줄인 요약문이 아니라, 4차 집필을 위한 해석된 맥락 파일입니다. 원고와 스크립트와 룰북 같은 자료를 제작자의 눈으로 다시 읽어, 씬별 줄거리와 인물 관계와 동선, 핵심 사건 타임라인, 상징과 모티프의 반복 패턴을 한 덩어리로 압축합니다. 분량은 대체로 원본의 5분의 1 안팎을 목표로 하지만, 핵심은 토큰을 아끼는 데 있지 않습니다. 어떤 사건이 왜 중요하고, 어떤 감각이 반복되며, 어떤 관계가 어디서 꺾이는지를 해석해 4차 산문의 재료로 만드는 데 있습니다. 이것을 함께 주면 AI는 본 IP의 고유한 맥락 안에서 서술을 써서, "기우제"가 이 IP에서 어떤 인물에게 어떤 방식으로 일어났는지, 그 경험이 서사에서 어떻게 묘사되었는지를 알고 씁니다.

그 파일에 무엇을 담을지는 분명합니다. 씬별 줄거리는 "A가 B를 했다"가 아니라 "A가 B를 해서 C가 달라졌다"는 형식으로 인과 연결이 드러나야 하고, 인물 관계는 처음 상태와 마지막 상태를 모두 적으며, IP 안에서 반복되는 감각 모티프, 곧 색과 냄새와 소리, 그리고 상징 패턴을 명시합니다. 핵심 사건 타임라인은 연대순이 아니라 인과순으로 정렬합니다. 무엇을 넣지 않을지도 분명한데, 원본 문장을 그대로 옮긴 발췌는 넣지 않습니다. 발췌를 넣으면 분량이 5분의 1을 넘는 데다 AI가 원본 문장을 그대로 서술에 끌어오는 오류도 생기기 때문이고, 등장 횟수가 한두 번에 그치는 단역 묘사도 같은 이유로 생략합니다. 다이제스트의 목적은 IP의 맥락 뼈대를 전달하는 것이지 원본을 재현하는 것이 아닙니다.

스토리 다이제스트를 잘못 만들면 4차 검수 5단계에서 그 결과가 나타납니다. 원본 발췌가 많거나 분량이 5분의 1을 초과하면 AI가 그 문장들을 서술에 그대로 끌어와 LLM 블록이 원본 재현에 가까워지고, IP 고유의 어휘와 질감이 아니라 원본 문체가 그대로 복사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반대로 너무 압축해서 핵심 인과와 감각 모티프가 빠지면 AI가 부족한 부분을 일반 지식으로 보충하는데, 비와 천명의 IP인데도 기우제를 일반 기상 의례 지식으로 서술하거나 인물 관계가 드러나야 할 곳에 관계는 빠진 채 개념 설명만 나오는 식입니다. 이 경우 검수 5단계인 프로젝트 맥락 부합에서 탈락이 많아지고 재요청 횟수가 늘어납니다.

스토리 다이제스트가 올바르면 검수 5단계 통과율이 높아지고 보류 표제어 수가 줄어들어, 이 파일의 품질이 4차 전체의 시간 예산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스토리 다이제스트는 4차 집필 전에 사람이 한 번 작성하며 약 30~60분이 걸리는데, 3장 시간 예산에 별도 항목으로 들어간 이유가 이것입니다.

위임 구조, 배치와 병렬 처리

AI 작업 동료에게 남은 표제어 전체를 한꺼번에 위임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의 요청에 들어가는 맥락에는 한계가 있고, 한 번에 너무 많이 처리하면 무엇보다 검수의 기준이 흐려집니다.

라이브러링의 위임 구조는 배치 처리입니다. 기준값은 한 배치 15개, 동시 처리 3개 정도로 잡을 수 있지만, 이 숫자는 절대 규칙이 아닙니다. hub나 주요 인물처럼 무거운 표제어가 섞이면 8개나 10개로 줄이고, leaf 위주의 가벼운 표제어라면 20개 안팎까지 늘릴 수 있습니다. 동시 처리도 마찬가지로, 톤을 단단히 맞춰야 하는 무거운 배치에서는 둘로 줄이고, 형식이 안정된 leaf 배치에서는 넷까지 늘릴 수 있습니다.

배치 크기를 정할 때의 기준은 처리 효율만이 아닙니다. 더 중요한 기준은 검수 단위의 일관성입니다. 한 배치는 검수자가 형식, 링크, 분량, 톤, 프로젝트 맥락을 한 번에 같은 눈금으로 점검할 수 있을 만큼 작아야 합니다. 너무 커지면 한 배치 안에서도 앞쪽과 뒤쪽의 톤이 달라지고, 너무 작아지면 전체 작업이 지나치게 잘게 끊깁니다. 같은 세계관축이나 같은 분류의 표제어를 묶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천명 축 표제어를 한 배치로, 물 축 표제어를 다른 배치로 묶으면 AI 작업 동료도 그 축의 어휘와 맥락을 한 배치 안에서 일관되게 유지하고, 사람도 같은 기준으로 검수할 수 있습니다.

위임 후 검수 5단계

AI 작업 동료가 짜낸 서술을 그대로 받아 파일에 주입하지 않습니다. 결과를 직접 파일에 써 넣는 방식이든, 중간 결과로 받아 사람이 반영하는 방식이든 중요한 것은 하나입니다. 5단계 검수를 통과하기 전에는 Vault에 확정 반영하지 않습니다. 이 정지선이 무너지면 4차는 빨라지는 대신 전체 Vault의 톤과 형식이 흐트러집니다.

첫째는 형식 일관성입니다. LLM 블록 구조와 구조화 섹션의 헤딩과 필드 순서가 형식 예시와 동일한지를 보아 양식 100% 일치를 통과 기준으로 삼는데, 자동화 처리가 가능한 상태인지를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섹션 헤딩이 다르거나 필드 순서가 다르면 이 파일을 읽는 다음 작업이 정보를 잘못 읽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링크 무결성으로, 본문 안의 [[링크]]가 모두 Vault 안에 실재하는지,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링크가 없는지를 보아 끊어진 링크 0건을 통과 기준으로 합니다. AI가 서술을 쓰면서 존재하지 않는 표제어를 [[링크]]로 연결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것은 자동 검사로 검출합니다.

셋째는 분량 기준 부합입니다. 인물 4계층이나 hub/leaf 분량 기준에서 ±30% 이내인지가 통과 기준으로, 자원 배분이 설계대로 되었는지를 보아 hub인데 너무 짧거나 leaf인데 너무 길지 않은지를 확인하고 ±30% 범위 안이면 통과시킵니다. 넷째는 톤 일관성으로, hub 직접 집필본의 핵심 자세가 다른 표제어에서도 같은 자세로 적용되었는지를 보아 프레이밍 어긋남 0건을 통과 기준으로 합니다. 자동화로 판단할 수 없고 사람이 읽으면서 느껴야 하는, 가장 판단이 어려운 단계입니다. 다섯째는 프로젝트 맥락 부합입니다. 프로파일에서 정한 세계관축과 시대와 문화권 어휘에 어긋나지 않는지를 보아 맥락 위반 0건을 통과 기준으로 하며, 이 IP의 세계관과 충돌하는 내용이 없는지를 확인합니다. AI가 일반 지식을 끌어와 IP의 설정과 부딪치는 서술을 하는 경우가 여기에 걸리는데, "기우제"에서 본 IP에는 없는 의례 절차를 묘사한다면 5단계 탈락입니다.

검수 한 사이클을 실제로 따라가기, leaf 표제어 [[보의 수문]]

다섯 단계를 말로만 늘어놓으면 추상적입니다. 그래서 실제 한 사이클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 보려고 합니다. hub 직접 집필이 톤의 기준을 세우는 과정이었다면, 이번에는 그 기준이 위임 결과를 어디서 멈춰 세우는지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작은 leaf 하나를 골라, AI 초고가 들어오고 검수에서 탈락하고 재요청으로 고쳐져 통과하는 한 바퀴를 그대로 살펴봅니다.

고른 표제어는 [[보의 수문]]입니다. 「우사부」에서 보의 수문은 고을에게는 생명을 나누는 물길이지만, 그것을 쥔 자에게는 한 고을을 마르게 할 손잡이입니다. 작은 사물 표제어이지만 여기에는 이 IP의 핵심, 곧 물을 쥐는 일이 곧 권력이라는 규칙이 걸려 있습니다.

AI 작업 동료가 배치에 담아 보내온 초고는 이렇습니다.

보의 수문은 저수지나 보에 설치되어 물의 흐름을 조절하는 장치다. 수문을 열면 물이 하류로 흐르고 닫으면 물이 저수지에 고인다. 농경 사회에서 관개의 핵심 시설로, 가뭄과 홍수를 조절하는 데 쓰였다.

읽어 보면 틀린 말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위험합니다. 형식도 맞고 링크도 끊긴 데 없고 분량도 leaf 기준 안에 들며 문장의 결도 무난해서 검수 1~4단계를 그대로 통과하지만, 5단계 프로젝트 맥락 부합에서 멈춥니다. 이 서술이 어느 농경 세계에 갖다 놓아도 똑같이 맞는 일반 관개 지식인 탓에, 「우사부」에서 보의 수문이 무엇이었는지가 통째로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물을 위에서 쥔 자가 아래 고을의 생사를 쥔다는 것, 권문이 보의 수문을 닫아 정적의 고을에 가뭄을 내릴 수 있다는 것, 그 가뭄이 곧 천명을 흔드는 정치라는 것이 빠져 있는 것입니다. 이 IP에서 수문은 관개 장치가 아니라 한 고을을 마르게 할 손잡이인데, 그 권력의 결이 없으니 5단계 탈락입니다.

탈락 판정과 함께 재요청 코멘트를 한 문장으로 동봉합니다. "수문을 일반 관개 장치로 쓰지 말고, 물을 위에서 쥔 권문이 이것을 닫아 아래 고을에 가뭄을 내리는 무기로, 그 가뭄이 천명을 흔드는 정치로 다시 쓸 것."

같은 표제어가 이렇게 돌아옵니다.

보의 수문은 물을 가두고 흘리는 장치이되, 「우사부」에서는 한 고을의 생사를 쥔 손잡이다. 위쪽 고을의 저수를 쥔 권문이 수문을 닫으면 아래쪽 마른 고을은 비 한 줄기 없이 가뭄에 갈라진다. 그렇게 만든 가뭄은 천재의 얼굴을 하지만 실은 누군가의 손이 내린 인재이며, 가뭄이 곧 천명을 흔드는 이 세계에서 수문 하나를 닫는 일은 한 임금의 정통성까지 건드리는 정치가 된다.

초고와 통과본은 같은 사물을 말하되, 다른 것은 이 사물이 「우사부」 안에서 무엇이냐는 점입니다. 초고는 수문의 기능을 말하고, 통과본은 수문의 권력을 말합니다. 검수가 잡아낸 것이 정확히 그 차이입니다. AI는 일반 지식의 표면까지는 혼자 도달하지만, 이 IP의 고유한 맥락은 사람이 5단계에서 기준을 들이대 끌어올려야 비로소 들어옵니다. 사람이 어디서 멈추고 AI가 어디서 시작하는지, 그 경계선이 이 한 표제어에서 드러납니다.

5단계를 통과하지 못하면 AI 작업 동료에게 검수 결과를 동봉해 재요청합니다. 앞의 [[보의 수문]]은 한 번의 재요청으로 통과했지만, 재요청을 3회 반복해도 통과하지 못하면 그 표제어는 "보류" 상태로 두고 사람이 직접 처리하며, 이 보류 목록은 manifest에 기록됩니다.

4차의 시간 예산

4차 서술 집필은 라이브러링 전체에서 시간이 가장 많이 드는 단계입니다.

hub 510개를 직접 집필하는 데 25시간이 들어가고, 나머지 표제어를 AI 작업 동료에게 배치로 위임하고 검수하는 데 재요청과 수동 수정을 포함해 35시간이 들어갑니다. 둘을 합치면 510시간으로, 3장 시간 예산에서 4차 서술 집필에 배정한 범위 그대로입니다.

이 시간을 줄이려 하면 두 가지 결과가 따라옵니다. 하나는 서술 품질이 떨어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중에 운영 중 Vault를 참고할 때 빈 정보와 오류를 계속 만나게 되는 것이어서, 처음 쓸 때 아낀 시간이 이후 운영에서 몇 배로 돌아옵니다. 4차는 시간에 쫓기지 않고 한 배치씩 정성껏 통과시키는 자세가 적합합니다.

한 hub를 끝까지 따라가기, 톤의 기준이 어떻게 서는가

hub 직접 집필이 어떻게 이후 전체의 기준이 되는지를 한 표제어로 끝까지 따라가 봅니다. 「우사부」의 hub 표제어 [[천명(天命)]]을 골라 4차 서술을 씁니다. 정의는 이미 있습니다. "하늘이 임금에게 내린 다스릴 권한이며, 비가 그 증표이고 가뭄이 그 철회의 신호다." 4차에서는 이 정의 위에 해설을 더합니다. 비가 오는 한 임금은 정당하지만 가뭄이 드는 순간 그 권한이 의심받는다는 것, 그래서 하늘을 말하는 권한이 곧 권력의 뿌리가 된다는 것을 이 세계 안에서 살아 있는 질서로 풀어 씁니다.

이 hub 서술을 쓸 때 목소리를 하나 정하는데, 천명을 왕조의 정통성이 비 한 줄기에 걸린 질서로 보는 정치적 시선으로 잡았다고 합시다. 그 시선이 이 표제어의 어휘와 거리를 결정하고, 이 결정이 이후 남은 표제어 톤의 기준이 됩니다.

그리고 [[천명(天命)]]의 서술은 거기서 여러 갈래로 가지를 칩니다. 비가 그 증표이니 [[비]]로, 하늘을 말하는 권한을 쥔 관청 [[우사부]]로, 천명을 받은 자 [[임금]]으로, 그 철회의 신호인 [[가뭄]]으로, 권한 밖에서 진짜 하늘을 읽어 천명을 흔드는 변수 [[야천자]]로 이어집니다. 한 hub에서 다섯 갈래의 길이 갈라집니다. 이 다섯 표제어를 다음에 쓸 때, 작가는 [[천명(天命)]]에서 정한 정치적 시선을 이어받아 같은 거리로 씁니다. hub부터 쓰면 그 한 편의 서술이 이렇게 인접 표제어로 톤을 번지게 합니다.

4차가 완성될 때, Vault가 살아 있다는 것

4차 서술 집필이 끝나면 LLM 블록 1,500개에 서술이 들어차 있습니다. 이 시점에 .md 파일 하나를 열면 정의와 상세설명과 서술이 모두 갖추어진 완성된 표제어 페이지가 보입니다.

이제 옵시디안에서 한 표제어의 서술을 읽다가 [[링크]]를 눌러 관련 표제어로 이동하고, 그 표제어에서 또 다른 표제어로, 다시 또 다른 표제어로 옮겨 가면, 한 IP의 세계관을 손끝으로 짚으며 거닐 수 있습니다. 5년을 운영한 IP인데도 이런 방식으로 세계관을 처음 둘러보았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천명(天命)]]에서 시작해 [[비]]로, [[비]]에서 [[우사부]]로, [[우사부]]에서 [[가뭄]]으로, [[가뭄]]에서 [[야천자]]로 옮겨 갑니다. 몇 분을 거닐다 보면 이 IP의 세계관 구조가 몸으로 느껴집니다. 어떤 개념이 다른 개념과 어떻게 묶여 있는지, 어떤 표제어에서 수많은 길이 갈라지는지가 보입니다. 이것이 살아 있는 Vault의 느낌이며, 4차가 끝났을 때 비로소 Vault가 그 느낌을 갖습니다.

4차를 마치며

4차는 앞선 단계들과 성격이 다릅니다. 집필이기 때문에 기준이 딱 떨어지지 않고, 사람의 판단이 더 많이 들어가며, 한 배치의 서술이 다음 배치의 기준이 됩니다.

hub 5~10개를 직접 쓰는 시간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그 몇 편이 나머지 표제어의 목소리를 결정합니다.

10장은 검증입니다. 4차 집필이 끝난 Vault가 실제로 사용 가능한 수준인지를 확인하는 단계로, 발견된 문제를 시급도에 따라 세 등급으로 나누는 P0/P1/P2 이슈 분류, 그리고 자동 검사와 샘플 검수와 통합 빌드라는 세 층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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