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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제5장
제5장. Wiki 표제어로 묶기 - 2차 통합의 결정들
1차 추출이 끝나면 5,000행에서 15,000행 규모의 표 하나가 남습니다. 줄이 많고 분류는 아홉 가지로 갈려 있지만, 이 표를 그대로 Vault에 넣을 수는 없습니다. 같은 인물이 세 가지 다른 이름으로 세 행에 흩어져 있고, 같은 장소가 두 가지 표기로 각각 들어와 있으며, 어떤 키워드가 다른 키워드와 연결되는지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흩어진 줄들을 한 권의 사전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2차 통합입니다.
2차 통합은 라이브러링 4단계 가운데 사람의 손이 가장 깊이 들어가는 단계여서, 합격선도 1차의 60%에서 95%로 올라갑니다.
표제어란 무엇인가, 사전편찬학의 기반 개념
2차 통합을 이해하려면 먼저 표제어(headword, lemma)라는 개념을 정확히 잡아야 합니다.
일반 국어사전을 펼쳐 보면 "가다"라는 표제어 아래에 "갔다", "가서", "가는", "갈" 같은 활용형이 별도 항목으로 올라 있지 않고 모두 그 하나 아래에서 처리됩니다. 표제어란 한 어휘의 모든 형태를 대표하는 표준 형태이며, 바로 이 원칙이 사전을 사전으로 만드는 핵심입니다. 만약 활용형이 저마다 별개의 항목이라면 사전의 분량이 수십 배로 늘어나고, 독자는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어떤 형태로 검색해야 하는지부터 먼저 알아야 할 것입니다. 표제어가 그 모든 형태를 한곳으로 모아 주는 것입니다.
라이브러링의 2차 통합이 하는 일이 바로 이것입니다. 1차에서 「성라강호」의 한 인물이 본명, 한자 표기, 직함, 계열 호칭이라는 네 표기로 흩어져 있다면, 2차에서 그 넷을 표제어 하나로 모읍니다. 어느 형태로 검색하든 어느 형태로 등장하든, 표제어 하나에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합니다.
사전편찬학에는 대표 표기를 선정하는 원칙이 있어서, 가장 자주 쓰이는 형태나 가장 기본이 되는 형태, 또는 규범 표기법이 정한 형태를 표제어로 삼습니다. IP 라이브러링도 같은 원칙을 따라, 본 IP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표기나 IP 제작자가 정식으로 정한 표기를 대표키워드로 정합니다. 이때 표제어 선정은 "어느 표기를 쓸지"를 임의로 정하는 결정이 아니라, IP의 모든 미래 참조가 이 표제어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는 기반 결정입니다. 한 번 정해지면 Vault 전체가 그 표제어를 중심으로 구조화되기 때문입니다.
던전 앤 드래곤의 「포가튼 렐름」에서 표제어 하나를 가져오면 원리가 분명해집니다. 엘민스터라는 인물의 본명은 엘민스터 아우마르이고, 호칭은 섀도데일의 현자, 노마법사를 비롯해 변장 가명까지 여러 개입니다. 「포가튼 렐름 위키」의 엘민스터 표제어 한 페이지가 이 모든 표기를 한곳에 모아 본명을 대표로 삼고, 어느 호칭으로 검색해도 그 한 페이지로 이어집니다. 라이브러링 2차 통합이 1,000개에서 2,000개 표제어 단위로 만들어 내는 구조가 이와 같습니다.
표제어와 지식조직체계
표제어와 별칭을 나누는 감각은 도서관학과 지식조직체계에서도 오래 다뤄 온 문제입니다. W3C의 SKOS는 시소러스, 분류표, 주제명표 같은 통제 어휘를 표현하기 위한 모델인데, 한 개념에 대표 표기를 붙이고 대체 표기와 숨은 검색어를 따로 두며, 더 넓은 개념과 더 좁은 개념, 관련 개념을 구분합니다.
라이브러링의 13컬럼도 이 감각과 닮아 있습니다. 대표키워드는 그 표제어의 우선 표기이고, 이칭과 별칭은 같은 대상을 찾게 해 주는 대체 표기이며, 관련키워드는 표제어들이 서로 의미를 기대고 있는 연결입니다. 더 넓은 범주와 더 좁은 범주가 분명한 경우에는 상위와 하위 관계로 읽을 수 있고, 둘 중 어느 쪽도 상하가 아니라면 관련 관계로 두는 편이 맞습니다.
다만 라이브러링은 SKOS를 구현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RDF를 발행하거나 외부 지식체계와 기계적으로 매핑하려는 것이 아니라, 창작 IP의 Vault 안에서 같은 원리를 낮추어 쓰는 것입니다. 이 비교가 유용한 까닭은 "별칭을 왜 따로 두는가", "관련키워드를 왜 함부로 넣으면 안 되는가", "같은 표기가 두 개념을 가리킬 때 왜 분리해야 하는가"를 설명해 주기 때문입니다. 표제어는 단어장이 아니라, 통제된 어휘의 첫 단위입니다.
1차 결과의 구조
먼저 1차의 결과 표를 다시 펴 봅니다. 「성라강호」의 인물 분류를 예로 들면, 한 검객이 본명("서운경"), 한자 표기("徐雲卿"), 계열 호칭("천검수 검객"), 강호의 평("흉일 안에 숨은 길일을 캐는 검객")이라는 네 행에 흩어져 들어와 있습니다. 한 인물이 본명과 한자, 계열, 별호로 등장하는 이 사정은 한국어 IP에서나 외국어 작품에서나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분류에서도 같은 양상이 나타납니다. 장치 분류에서는 "천기", "별빛에 실린 기", "하늘에서 내리는 기"가 따로따로 들어와 있고, 장소 분류에서는 한 관청의 정식 명칭과 약칭과 작중 지칭이 따로 있으며, 사물 분류에서는 어느 조직의 정식 명칭과 약자와 구어 호칭이 따로 있습니다. 이 흩어짐은 1차 추출의 방식에서 나온 결과여서, 1차에서는 표기를 그대로 끌어내고 같은 의미인지를 판단하는 결정은 미뤄 두었습니다. 그 결정을 이 장에서 합니다.
같은 의미의 행들을 하나로 묶는 작업이 2차 통합의 출발점입니다. 위 서운경의 네 행을 한 표제어로 묶으면 한 행으로 줄어드는데, 대표키워드는 "서운경"으로 정해 두고 나머지 표기("徐雲卿", "천검수 검객", "흉일 안에 숨은 길일을 캐는 검객")는 별칭 컬럼에 모아 두며 정의는 네 행의 짧은 설명을 합쳐 한 줄로 정리합니다. 이 묶음이 2차 통합의 본질이고, 그 결과 5,000행에서 15,000행이 1,000개에서 2,000개의 표제어로 줄어듭니다. 표제어 하나가 같은 의미를 갖는 모든 표기를 자기 안에 품게 되면서, 한 IP의 자료가 비로소 사전의 형태에 가까워집니다.
한 존재가 여러 표기를 동시에 가진 작품을 보면 이 묶음이 왜 필요한지가 분명해집니다.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성좌'는 본명 대신 '수식언'이라는 별호로만 불리며 정체를 숨기는데, 이 수식언을 해독하면 실제 신화 속 인물이 드러납니다. 수식언 "악마 같은 불의 심판자"가 곧 대천사 우리엘인 식입니다. 한 존재가 수식언, 진명, 신화 출전이라는 여러 표기를 동시에 가지므로, 이 셋을 한 표제어 아래로 묶어 두어야 독자가 같은 인물을 다른 인물로 착각하지 않습니다.
합격선이 95%인 이유
1차의 합격선이 60%였던 데 비해 2차의 합격선은 95%로 뛰어오르는데, 그 차이가 어디에서 오는지 짚어 둡니다.
1차에서 잘못 분류된 행이 있어도 무방한 이유는, 같은 행이 어차피 2차에서 다시 한 번 통과하기 때문입니다. 한 행이 인물에 들어갔든 사물에 들어갔든 2차에서 사람이 한 번 더 보면서 결정하고, 그 결정에서 분류가 바로잡힙니다. 그러나 2차에서 잘못 묶인 행은 그다음 단계인 3차 골격 빌드에서 그대로 .md 파일이 되어, 다른 두 인물이 한 표제어로 묶이면 두 인물의 정보가 한 파일에 뒤섞인 .md 파일이 만들어집니다. 그 잘못은 4차 서술 집필에 그대로 반영되어 검증 단계에서 발견될 때까지 남아 있으니, 한 번 잘못 묶이면 회복 비용이 큽니다.
그래서 2차의 합격선은 95%입니다. 100%가 아닌 까닭은 사람의 결정도 가끔 어긋나기 때문인데, 그 5%의 어긋남은 마지막 검증 단계에서 잡히므로 95%면 사람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까다로운 선이 됩니다. 바로 이 까다로움 때문에 2차 통합이 사람이 주도하는 단계가 되고, AI 작업 동료가 동의어 후보를 빠르게 짜내더라도 마지막 결정은 사람이 합니다.
13컬럼 표제어의 구조
1차의 산출물이 5컬럼(IDX, 분류, 키워드, 설명, 출처)이었다면, 2차의 산출물은 13컬럼입니다. 1차에서 가져온 기반 정보(IDX, 분류, 출처목록)가 살아남고, 8개의 컬럼이 새로 더해집니다. 새로 더해지는 8개를 차례로 펼쳐 두면 다음과 같습니다.
표제어의 정체를 잡는 컬럼들. 대표키워드는 묶인 동의어들 가운데 이 표제어를 대표하는 표기로, 본 IP의 정식 명칭이나 가장 자주 등장하는 표기를 대표로 정합니다. 이 대표키워드가 표제어의 파일명이 되고, Vault 안에서 다른 표제어들이 [[대표키워드]] 형식으로 이 표제어를 인용합니다.
대표키워드가 정해지면 Vault 안의 모든 참조가 이 표기를 기준으로 이루어집니다. 만약 어느 IP 제작팀이 한 장치의 명칭을 공식적으로 바꾼다면, 대표키워드를 새 명칭으로 변경하고 옛 명칭을 별칭으로 내려 두는 것만으로 Vault 안의 모든 wikilink가 자동으로 업데이트됩니다. 단일 진실 공급원의 강점입니다.
세계관축은 9분류와 직교하는 두 번째 분류 기준입니다. "이 키워드가 우리 세계관의 어느 구조에 속하는가"에 대한 답이고, 6장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이칭, 별칭은 대표키워드 외에 같은 대상을 가리키는 표기들입니다. 검색을 위한 컬럼이고, 여기에 등록되어 있어야 독자가 자기 IP의 위키에서 별칭으로 검색했을 때 그 표제어로 갑니다. 자매 작업이 새 단편 원고를 검사할 때도, 별칭이 등록되어 있어야 그 표기가 어느 표제어인지를 자동으로 인식합니다.
다국어 컬럼들. 영문명은 번역용으로 제안하는 영문 표기이고, 로마자는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RR) 기준 표기입니다. 인명은 "Min-ji"처럼 로마자에 하이픈을 붙인 형태로, 장소 고유명은 "Haewon Restaurant"처럼 로마자에 유형을 덧붙인 형태로, 문화 고유어는 "Han (lingering resentment)"처럼 음차에 해설을 붙인 형태로 채웁니다. 다국어 발간을 준비하는 IP에서 이 두 컬럼이 핵심 자료가 됩니다. 번역자가 Vault를 처음 열었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컬럼이며, 번역자가 표기를 독자적으로 결정하느라 들이는 불필요한 시간이 줄어듭니다.
본문 컬럼들. 정의는 그 표제어가 무엇인지를 가장 압축해서 적은 한두 문장의 핵심 정의로, [[링크]]를 넣지 않고 자기완결적으로 씁니다.
상세설명은 작동 원리와 역사, 구조, 다른 표제어와의 관계가 담기는 두 문장에서 여덟 문장 분량의 본문입니다. 여기에는 결국 [[링크]]가 들어가지만, 작업자가 처음부터 손으로 링크를 박지는 않습니다. 먼저 상세설명을 순수 텍스트로 작성하고, 2차 병합 단계에서 대표키워드와 이칭, 별칭 목록을 기준으로 관련 표제어가 자동으로 wikilink 처리됩니다. 이렇게 해야 [[X|Y]] 같은 임의 별칭 링크가 뒤섞이지 않고, Vault 전체가 대표키워드를 기준으로 정돈됩니다. 두 컬럼의 초고는 2차에서 80% 수준이면 충분한데, 동의어 묶음 같은 핵심 결정이 95% 합격선을 넘겨야 하는 것과 달리 정의와 상세는 4차 서술 집필에서 다시 다듬어지므로 방향이 맞고 핵심이 들어 있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관련키워드는 이 표제어와 연결되는 다른 표제어들의 목록입니다. 이 컬럼이 채워지면 3차 골격 빌드에서 wikilink가 자동으로 주입되어, 옵시디안에서 노드와 노드 사이에 링크가 그어집니다. 키워드 클라우드의 연결망이 이 컬럼에서 짜이며, 관련키워드가 없는 표제어는 그래프 뷰에서 고립된 노드로 남습니다. 이 연결망이 촘촘할수록 좋은 Vault가 됩니다.
시기, 번역 메타. 버전상태는 표제어의 시기 상태입니다. "현행"은 본 IP에서 현재 사용 중인 표제어로, 대부분이 여기 속합니다. "과거"는 어떤 시점에서는 사용됐지만 지금은 표기나 의미가 바뀐 표제어입니다. 어느 IP의 1판에서 쓰던 지명이 3판에서 다른 지명으로 바뀐 경우, 1판의 옛 지명이 그 예입니다.
"폐기"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표제어로, 폐기 사유를 번역노트에 적어 두면 다음 사람이 같은 표기를 다시 사용하는 혼선이 없어집니다. "이중표기"는 두 표기가 의도적으로 공존하는 경우이며, 같은 사물을 지역에 따라 다르게 부르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미정"은 아직 확정하지 못한 표제어입니다. 과거와 폐기 표제어를 지우지 않고 보존하는 까닭은 과거 작품을 읽을 때 그 표기가 등장하기 때문인데, 독자가 1판을 보고 검색했을 때 표제어가 없으면 정보를 찾지 못합니다.
번역노트는 번역할 때의 문화적, 맥락적 주의사항입니다. "한(恨)" 같은 문화 고유어에는 음차 방식과 해설을, 무속 용어에는 "Mudang (Korean shaman)"처럼 음차에 해설을 붙이는 방식을, 시대어에는 번역할 때 유의할 맥락을 적어 둡니다. 미래의 번역자에게 보내는 편지에 해당하며, 다음 번역 작업에서 같은 결정을 다시 내릴 필요가 없게 합니다.
이 13컬럼이 한 표제어 한 행을 이룹니다. 1,000개에서 2,000개의 표제어가 정렬되면 한 IP의 어휘 전체가 한 표 안에 들어옵니다.
사람이 결정하는 것들
이 13컬럼 안에서 사람이 직접 결정하는 부분을 짚어 둡니다.
가장 까다로운 결정은 동의어 묶음입니다. 「성라강호」의 서운경이 본명, 한자 표기, 계열 호칭, 강호의 별호로 등장한다면, 그 넷을 한 표제어로 묶을지, 그중 하나는 다른 인물을 가리키는 표기인지를 결정하는 일입니다. 본 IP에 익숙하면 자명한 결정처럼 보이지만, 같은 계열 표기가 다른 인물을 가리키는 일이 있습니다. "천검수 검객"이라는 표기는 서운경에게도 붙고 사목에게도 붙는데, 한쪽은 길성의 길일에 검을 뽑는 정파 검객이고 다른 쪽은 흉성의 결을 함께 받아 사파로 흘러든 검객입니다. 같은 천검수를 본명성으로 받은 두 사람을 한 표제어로 묶으면, 정파 검객의 정의에 사파 검객의 정의가 섞여 듭니다. "천검수 검객"이라는 한 표기를 두 표제어 가운데 어느 쪽에 넣을지를 사람이 결정해야 합니다.
시기에 따라 의미가 바뀐 표기도 있습니다. 1판에서 어떤 장치 이름이 한 가지를 가리켰는데 3판에서 같은 호칭이 다른 장치를 가리키게 된 경우가 그것입니다. 두 시점의 표기를 한 표제어로 묶을지, 두 표제어로 갈라 둘지를 결정해야 하고, 이 글에서 권하는 방식은 갈라 두고 버전상태에 "1판 한정 / 3판 한정"으로 표시하는 쪽입니다. 묶어 두면 두 의미가 한 파일에서 충돌합니다.
같은 이름이지만 시즌 1에서는 단역이고 시즌 3에서는 주연이 된 인물이라면, 한 표제어로 묶되 본문에서 시기별 변천을 정리하는 편이 적절합니다. 이런 판단은 5년치 작품을 다 읽은 사람의 머릿속에서만 정확히 내려집니다.
표제어 명명은 같은 의미의 표기 여럿이 묶인 후 그중 어느 표기를 대표로 삼을지를 정하는 결정입니다. 한국어 IP라면 한국어 정식 명칭을, 외국어 작품의 한국어 발간을 다루는 경우라면 한국어 발간 시 사용할 표기를, 정식 표기가 정해져 있지 않다면 가장 자주 등장한 표기를 고릅니다. 대표가 정해지면 그 외의 모든 표기는 별칭으로 들어갑니다. 별칭은 검색에는 걸리지만 표제어의 제목으로는 등장하지 않고, Vault 안의 wikilink는 대표키워드로 통합됩니다.
세계관축 결정과 버전상태 결정도 사람의 일입니다. 세계관축의 허용값(IP별 5개에서 7개 축)은 1차 추출 전 프로파일링 단계에서 미리 정해 두며, AI가 후보를 제안할 수는 있지만 어떤 축이 본 IP의 구조에 맞는지에 대한 판단은 사람의 몫입니다. 버전상태는 본 IP의 시기 흐름을 다 알고 있는 사람만 결정할 수 있습니다. 1판에서 등장한 표기가 3판에서 폐기됐다는 사실은 두 판본을 모두 읽은 사람의 머릿속에 있고, AI는 두 판본을 모두 읽었어도 그 변화가 의도적인 폐기인지 단순한 표기 변화인지를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의의 합격선 판단도 사람의 일이어서, 여러 행에서 모인 짧은 설명을 한 줄로 정리한 정의가 합격선을 넘었는지를 사람이 가늠합니다. 너무 짧으면 표제어의 윤곽이 잡히지 않고 너무 길면 정의가 아니라 긴 서술이 되니, 한 줄에서 두세 줄 사이가 적정합니다.
AI 작업 동료에게 위임하기
사람의 결정을 보조하는 곳에서 AI 작업 동료가 빠르게 일을 합니다. 동의어 후보 추출은 1차의 5,000행에서 15,000행을 받아 같은 의미일 가능성이 있는 행 묶음을 후보로 짜내는 작업으로, 표기가 비슷한 행과 같은 출처에서 등장한 행, 같은 정의가 들어 있는 행을 한 묶음으로 잡습니다. 이렇게 나온 후보의 약 70%에서 80%가 그대로 통과되고 20%에서 30%만 사람이 다듬습니다. 정의 한 줄 초고는 한 표제어의 별칭 묶음이 결정된 뒤 정의 한 줄을 초고로 짜내는 작업이어서, 1차에서 모인 짧은 설명들을 합쳐 한두 줄로 압축해 두면 사람이 80% 수준으로 검수합니다. 관련 키워드는 AI가 후보를 제안할 수 있지만, 최종 wikilink 주입은 전역 표제어 목록을 기준으로 자동 처리하는 편이 안정적입니다. 세계관축 후보 부착은 프로파일링에서 미리 정한 허용값 목록을 받아 각 표제어에 가장 가까운 축을 후보로 붙여 두면 사람이 검수해 확정하는 작업입니다.
위임 내용을 입력과 출력으로 풀면 다음과 같습니다. 입력은 1차의 5컬럼 CSV 한 덩이와 본 IP의 동의어 묶음 가이드, 세계관축 허용값 목록, 13컬럼 통합 CSV의 형식입니다. 출력은 13컬럼 통합 CSV이고, 여기에는 동의어 묶음 후보가 자동으로 부착되어 있고, 정의 한 줄 초고가 채워져 있으며, 관련 키워드의 wikilink가 자동으로 주입되어 있고, 세계관축 후보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위임의 의도는 시간 단축과 일관성 둘 다입니다. 사람이 5,000행을 한 번 통독해 동의어 후보를 짜내려면 한 주가 걸리는데, 이 작업이 약 30분 만에 후보로 나오고 사람의 결정 시간은 약 두세 시간으로 줄어듭니다. 기대 효과는 1,000개에서 2,000개의 표제어가 정렬된 13컬럼 CSV가 약 두 시간에서 네 시간 만에 나오는 것입니다. 한계는 동의어의 마지막 결정, 세계관축 신설 결정, 정의의 톤, 버전상태 결정이고, 이 네 가지는 사람이 반드시 결정합니다.
결정의 흐름
2차 통합의 작업 흐름을 하나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먼저 1차의 5컬럼 CSV를 AI 작업 동료에게 통째로 전달하고, 동의어 묶음 가이드와 13컬럼 형식, 프로파일링에서 결정된 세계관축 허용값 목록을 함께 건넵니다. AI가 약 30분에서 한 시간 동안 동의어 후보 묶음, 정의 한 줄 초고, 관련 키워드 후보, 세계관축 후보를 짜냅니다. 그 뒤 병합 단계에서 대표키워드와 별칭 목록을 기준으로 상세설명 안의 표제어들이 자동으로 [[대표키워드]] 형태의 링크가 되고, 허용된 세계관축 밖의 값은 오류로 잡힙니다.
결과를 받은 사람이 95%라는 까다로운 합격선을 두고 검수에 들어갑니다. 동의어 묶음을 한 묶음씩 보면서 옳은지, 갈라야 하는지, 한 행을 더 들여야 하는지를 결정하고, 세계관축 후보를 검수해 확정하며, 버전상태 컬럼을 채우고, 정의 초고를 검수합니다.
검수 시간은 약 두세 시간으로, 한 IP의 1,500개 표제어를 한 번씩 통과하는 시간입니다. 다만 통과의 깊이는 표제어마다 달라서, hub 표제어 100개에서 150개는 한 표제어당 1분에서 2분의 결정이 들어가는 반면 leaf 표제어 1,000개는 한 표제어당 10초 정도면 됩니다. 자동 카운트가 정확하면 leaf의 결정은 거의 통과만 시키면 되기 때문입니다.
검수가 끝나면 13컬럼 통합 CSV가 합격선을 넘습니다. 1차의 5,000행에서 15,000행이 1,000개에서 2,000개의 표제어로 묶여 정렬되고, 한 IP의 자료가 비로소 한 권의 사전 형태에 도달합니다.
2차가 끝나고 보이는 것
2차 통합이 끝나고 나면 흥미로운 결과가 한 번 드러납니다. 13컬럼 CSV를 표제어별 피인용 횟수 기준으로 정렬해 보는 것인데, 피인용 횟수란 한 표제어가 다른 표제어들의 관련키워드 컬럼에 등장한 횟수를 자동으로 센 숫자입니다. 인용이 가장 많은 표제어부터 가장 적은 표제어 순으로 줄을 세운 다음 상위 10개를 살펴보면, 본 IP가 무엇을 중심에 두고 있는지가 한눈에 보입니다.
「성라강호」에서 이 정렬을 해 보면, 1위 표제어가 무공의 위력을 가르는 핵심 자원인 "천기"였고, 2위가 그 천기 질서의 유일한 예외인 주인공 "역천자"였으며, 3위가 역법을 통제하는 권력의 중심 "무림맹"이었고, 4위가 강호를 양분하는 "정사파"였습니다. 본 IP의 정체가 이 네 표제어로 압축되는 셈인데, 5년을 운영했으면서도 정작 그 정체를 이렇게 압축적으로 확인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그때 드러났습니다. 1,500개의 표제어가 정리되면 그 IP의 정체가 hub 순위에서 드러나고, 이런 결과가 라이브러링의 기대 효과 가운데 하나입니다.
여기에는 동의어 묶음을 너무 넓게 잡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데, 외국어 작품에서 분명한 사례를 하나 가져옵니다. 「오만과 편견」의 베넷 가문에는 자매가 다섯이고 작중 호칭 관습상 누구든 "베넷 양"으로 불릴 수 있어서, 한 곳에서 "베넷 양"이 등장한다고 해서 그것이 자동으로 맏딸 제인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래서 권하는 방식은 호칭을 처음 만나면 일단 따로 잡아 두었다가 본문 안에서 어느 사람인지가 명시된 곳에서만 동의어로 묶는 쪽이고, 명시되지 않은 곳은 "베넷 양 (불특정)"으로 두어 4차 서술이나 검증에서 한 번 더 결정합니다. 잘못 묶으면 한 인물의 정의가 다른 인물의 정의를 침범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호칭이 시점에 따라 다른 인물을 가리키는 경우도 같은 함정입니다. 「나 혼자만 레벨업」에서 '그림자 군주'는 직책 명칭이고, 1대 그림자 군주의 고유명은 아스본이며, 주인공 성진우가 그 힘을 물려받아 2대 그림자 군주가 됩니다. 하나의 호칭이 작품의 시점에 따라 아스본과 성진우 둘을 가리키므로, 표제어에 직책과 고유명과 계승 관계를 함께 적어 두어야 어느 대목의 '그림자 군주'가 누구인지 분간됩니다.
자동 카운트의 한계도 짚어 둡니다. 자동 카운트는 한 표제어가 다른 표제어들의 관련 키워드 컬럼에 몇 번 등장했는지를 세어 그 횟수가 높을수록 hub 후보로 표시하지만, 등장 횟수가 곧 IP의 핵심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성라강호」에서 거의 모든 무인의 강약을 셈하는 기준으로 등장하는 "역법"은 인용 횟수가 매우 높으면서도 본 IP의 정수라기보다 배경 자료에 가깝고, 거꾸로 인용 횟수는 적지만 본 IP의 정체를 결정하는 표제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별자리에도 속하지 않는 "무명성"이 그런 경우인데, 등장 빈도는 낮아도 그 비어 있음 자체가 본 IP의 정수를 이룹니다. 그래서 자동 카운트가 hub 후보를 표시하면, 사람이 그 후보 가운데 본 IP의 핵심에 해당하는 것을 hub로 확정합니다. 이 판단은 8장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2차 통합을 마치며
13컬럼 CSV를 한 번 위아래로 훑어보면, 한 IP의 어휘 전체가 한 화면에 들어옵니다. 1,500개의 표제어가 줄지어 있고, 각 표제어가 어느 분류와 세계관축에 속하는지, 어떤 별칭을 가졌는지가 보입니다. 본 IP의 전체 어휘 지도를 처음으로 한눈에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6장은 세계관축을 본격적으로 다룹니다. 이 장에서 개념만 잡아 둔 세계관축이 어떻게 IP별로 설계되고, 9분류와 어떻게 직교해서 Vault의 지형을 그려내는지를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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