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DONG-EUN · 뉴콘텐츠 BM과 IP 확장 경제 (30편)
IP 확장 경제 게임·음악·영상·MD의 습관 순환
26편. IP 확장 경제 - 게임·음악·영상·MD의 습관 순환
핵심 질문: 하나의 IP가 어떻게 여러 지불 습관 공간을 동시에 점령하는가?
이전 습관 공간: 굿즈를 산다는 것의 역사
1977년 **조지 루카스(George Lucas)**는 **스타워즈(Star Wars)**를 개봉하면서 기이한 계약을 맺었다. 20세기 폭스에게 감독료를 낮추는 대신 영화의 **"머천다이징 권리(merchandising rights)"**를 자신이 갖겠다고 했다. 폭스는 별 생각 없이 동의했다. 당시 영화 굿즈 시장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협상 테이블에 앉은 폭스 임원들은 굿즈 권리가 "거의 아무 가치 없다"고 여겼다. 영화 홍보용 포스터나 소수의 기념품 정도가 전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타워즈 개봉 후, 루카스는 완구 라이선싱으로 첫 해에 1억 달러 이상을 벌었다. 이것이 현대 엔터테인먼트 IP 경제의 기원이다. 영화는 굿즈를 파는 수단이 됐다. 아니, 둘이 동시에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스타워즈 머천다이징은 반세기 동안 축적되어, 2023년 추정 기준 누적 굿즈 판매액이 **약 420억 달러($42B)**에 달한다. 영화 자체의 전 세계 누적 흥행 수입을 훨씬 웃도는 숫자다.
그 전에도 지불 습관은 있었다. 운동선수 응원 굿즈, 특정 가수의 콘서트 기념품, 동네 문구점의 캐릭터 지우개처럼 좋아하는 대상의 물건을 사는 행위. 이것이 IP 굿즈 구매 습관의 원형이다.
이 습관이 현재는 어떻게 확장됐는가. 굿즈 구매는 여전히 남아있되, 거기에 게임, 영상, 음악, 테마파크, 팝업스토어, 앱, OTT 콘텐츠가 동시에 연결되는 **"습관 순환"**이 만들어졌다.
포켓몬: 세계 최대 IP의 순환 경제
**포켓몬(Pokémon)**은 2022년 기준 추정 가치 **약 1,200억~1,500억 달러(출처별 추정)**로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IP다. 마블, 스타워즈, 해리포터보다 크다.
시작은 소박했다. 1996년 닌텐도 게임보이용 게임 **"포켓몬 레드·그린"**이었다. **다지리 사토시(田尻智, Satoshi Tajiri)**가 개발한 이 게임의 핵심 개념은 단순했다. 포켓몬을 잡고, 교환하고, 싸운다. 게임보이 두 대를 통신 케이블로 연결해야 교환이 가능했다. 교환을 위해 친구가 필요했다. 사회적 연결이 게임의 핵심 메커니즘이었다.
이후 단계를 보자.
1997년 애니메이션: 지우와 피카츄의 이야기. 매주 방영하는 TV 애니메이션이 게임 팬을 시청자로 전환했다.
1996년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 매직더개더링의 대항마로 출시. 포켓몬 카드를 수집하고 대전하는 별도 게임. 2022년 기준 포켓몬 카드 시장 규모는 약 100억 달러. 1세대 희귀 카드 "리자몽"이 경매에서 약 37만 달러에 낙찰되는 사례도 나왔다. 2020~2021년 팬데믹 시기에는 포켓몬 카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전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닌텐도가 카드 인쇄 공장을 24시간 가동해도 수요를 따라잡지 못했고, 편의점과 완구점 진열대가 수시로 비었다. 이 시기 유튜브에서는 포켓몬 카드 팩을 개봉하는 "팩 개봉 영상"이 주요 트렌드가 됐다. 유튜버 **로건 폴(Logan Paul)**은 2021년 370만 달러 상당의 포켓몬 카드를 구매해 박스 개봉 영상을 올렸고, 이 영상이 수천만 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카드 투자 열기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1999년 극장 개봉 영화: "뮤츠의 역습". 일본에서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
2000년대 굿즈 확장: 인형, 문구, 의류, 식품, 협업 제품. 전 세계 연간 굿즈 판매 수십억 달러.
2016년 포켓몬 GO(Pokémon GO): 증강현실(AR) 스마트폰 게임. 출시 약 3주 만에 다운로드 7,500만 회. 닌텐도 주가가 출시 후 약 2주 만에 약 120% 급등하면서 시가총액 약 200억 달러 이상이 증가했다. 그런데 직후 닌텐도가 "우리는 포켓몬 GO의 직접 개발사가 아니며, 해당 게임이 닌텐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공시를 냈고, 주가는 다시 급락했다. 투자자들이 "닌텐도 = 포켓몬 GO"라고 착각한 결과였다. 이 사건은 게임 IP와 주식 시장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한 사례로 지금도 인용된다. 2022년 누적 매출 62억 달러. 포켓몬을 찾아 현실 세계를 돌아다니는 새로운 습관 공간이 만들어졌다.
이 순환 경제의 핵심은 각 매체가 서로 다른 지불 습관 공간에 착지한다는 것이다. 게임을 사는 지불 습관, TV를 보는 지불 습관, 카드를 수집하는 지불 습관, 앱을 결제하는 지불 습관이라는 이 네 가지가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 서로 다른 시점에, 서로 다른 금액으로 작동한다.
마블 MCU: 27년짜리 지불 습관의 건축
**마블(Marvel)**은 1939년 만화 출판사로 시작했다. 수십 년간 만화책을 팔았다. 1996년 파산했다. 이후 IP 라이선싱으로 스파이더맨 게임, X-맨 영화 판권을 팔면서 회생했다.
2005년, 마블은 메릴린치에서 5억 달러를 빌려 자체 영화 제작을 시작했다. 담보로 잡힌 것은 아이언맨, 토르, 캡틴아메리카 등 10개 캐릭터의 판권이었다. 파산한 회사가 5억 달러를 빌려 만든 영화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시작이다.
2008년 "아이언맨" 개봉. 세계 흥행 5억 8,500만 달러.
2009년, 디즈니가 마블을 40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 인수가 MCU의 규모를 폭발시켰다.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전 세계 흥행 27억 9,800만 달러(역대 흥행 1위 달성, 이후 아바타 재개봉으로 2위)를 기록했다. 2012년부터 누적된 22편의 영화가 하나의 클라이맥스로 수렴하는 구조는, 마블이 영화를 시리즈 구독으로 전환시켰음을 의미한다. 한 편을 보면 다음 편을 봐야 맥락이 이어진다. 마블 영화를 보는 사람은 다음 편도 극장에 가야 한다. 이것은 넷플릭스의 빈지워칭과 같은 구조다. 다만 회차 간격이 수개월~1년이고, 극장 관람료를 매번 낸다.
MCU 20082022년 누적 흥행 수입: 약 280억 달러 이상(2022년까지 페이즈 14 합산).
MCU IP가 착지한 지불 습관 공간 목록:
- 극장 티켓: 22편 이상의 영화, 한 편당 1만~1만5,000원
- OTT(디즈니+): MCU 드라마 시리즈 ("완다비전", "로키", "팔콘과 윈터 솔저", "호크아이", "미즈 마블", "시크릿 인베이전" 등), 2021~2023년 3년 사이에만 12편 이상의 드라마 시리즈가 공개됐다. 디즈니+ 구독을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이지만, 동시에 과잉 공급 논란의 핵심이기도 하다
- 굿즈: 피규어, 의류, 문구, 협업 상품(연간 수십억 달러)
- 테마파크: 디즈니랜드·디즈니 월드의 마블 어트랙션 ("어벤져스 캠퍼스")
- 게임: "마블 스냅",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라이선싱 수익)
- 만화: 원작 디지털 만화 구독 (마블 언리미티드, 월 9.99달러)
이 모든 공간에서 돈이 흘러들어온다. 한 사람이 모든 공간에서 쓰지 않아도 된다. 각 공간의 지불 습관이 있는 사람들이 각자 참여한다.
BTS IP: 음악에서 시작해 세계관으로
**방탄소년단(BTS)**의 IP 확장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IP 경제의 가장 진화된 형태다.
시작은 음악이었다. 그러나 **하이브(HYBE, 2005년)**는 음악을 콘텐츠 IP의 중심으로 놓고, 주변에 여러 지불 습관 공간을 연결했다.
**BTS Universe(BU)**는 공식 세계관으로, 뮤직비디오와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 숨겨진 이야기가 존재한다. 팬들이 이 세계관을 해석하고 확장하는 활발한 팬 서브컬처가 형성됐다.
이 세계관이 착지한 지불 습관 공간:
- 음반/음원: 기본 수익. 2020년 BTS "Map of the Soul: 7" 한국 첫 주 약 337만 장
- 공연: 2022년 서울 공연 오프라인 19만 2,000명 + 130개국 온라인 스트리밍
- MD(굿즈): 공연 현장 굿즈, 공식 쇼핑몰 위버스샵. 하이브 2022년 MD 매출 약 1,000억 원. 위버스샵의 글로벌 거래액은 2022년 기준 약 3,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 팬 플랫폼(위버스): 구독형 팬 커뮤니티, 디지털 콘텐츠 판매, 2023년 MAU 약 4,000만 명
- 모바일 게임: 넷마블과 협업한 "BTS WORLD(2019년)", 엔씨소프트 협업 "BTS Universe Story"
- 웹툰: "SAVE ME"(BTS Universe 기반 웹툰, 네이버에서 무료 연재)
- 팝업스토어: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진행하는 오프라인 팝업. 한정판 굿즈와 체험형 전시가 결합됐다. 2024년 서울에서 열린 팝업스토어 **"MONOCHROME"**은 입장 대기 시간이 수시간에 달했고, 한정 굿즈는 개장 직후 매진됐다
- IP 라이선싱: 신용카드, 캐릭터 인형(TinyTAN), 식음료 협업 제품
하이브 2022년 매출 1조 7,803억 원. 이 중 음반·음원 이외의 매출이 절반을 넘는다. BTS는 음악 그룹이지만, 하이브의 사업은 IP 플랫폼이다.
중요한 사례: 2022년 BTS가 "군백기(군 입대로 인한 활동 중단)"를 발표했을 때, 하이브 주가는 하루 만에 약 25.65% 하락했다. 시가총액 약 2조 원 이상이 사라졌다. 이것은 BTS라는 IP가 하이브 사업 전체의 핵심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단일 IP 의존의 리스크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이후 하이브는 뉴진스, 르세라핌, &TEAM 등 멀티 레이블 전략으로 IP 분산을 가속했다. 한편 팬덤 입장에서는 2025~2026년 예정된 멤버 전원 전역과 완전체 복귀 일정이 "기다림의 이유"가 됐다. 팬덤이 해산하지 않고 군백기를 버티는 것 자체가, 강력한 팬덤이 IP를 살아있게 유지하는 방식의 실증 사례다.
포켓몬 카드와 마블 피규어: 수집이라는 오래된 지불 습관
IP 굿즈 경제에서 가장 강력한 습관 공간은 수집이다.
수집의 지불 습관은 수천 년의 역사를 갖는다. 희귀한 것을 모으는 행위는 보상 심리, 소유욕, 커뮤니티 소속감이 결합된 복합 습관이다. 우표 수집, 야구 카드, 골동품 모두 같은 심리 구조다.
포켓몬 카드가 2020년대 초 전 세계적으로 폭발한 이유는 팬데믹이었다. 재택근무 중 어릴 때 좋아했던 포켓몬 카드를 다시 꺼내는 성인 팬들이 늘었다. 유튜버들이 카드팩 개봉 영상을 올렸고, 이것이 FOMO(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를 자극했다.
1세대 1판 "리자몽" 카드가 2020년 경매에서 약 37만 달러에 낙찰됐다. "피카츄 일러스트레이터" 카드는 2021년 7월 로건 폴이 527만 5,000달러에 구매하며 포켓몬 카드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이것은 미술품 경매 시장의 논리다. 희소성 + 팬덤 + 투자 가치.
마블의 라이카(LAIKA) 피규어, 핫토이스(Hot Toys)의 1/6 스케일 마블 피규어는 한 점당 20만~100만 원 이상이다. 컬렉터들은 이것을 "장난감"이 아닌 **"투자"**로 접근한다. 미개봉 보관, 가격 상승 기대. 이것은 부동산이나 주식의 지불 습관이 피규어 시장으로 이전된 사례다.
버추얼 인플루언서: IP가 사람을 대체할 때
IP 확장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다. 실존하지 않는 캐릭터가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것이다.
**릴 미켈라(Lil Miquela, 2016년)**는 미국의 버추얼 인플루언서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300만 명 이상. 프라다, 캘빈클라인, 삼성 등과 광고 계약. 연간 수익 추정 1,200만 달러 이상. 실제로는 AI와 그래픽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지만, 팔로워들은 "그녀"의 일상을 팔로우하고 "그녀"의 음악을 듣는다.
**로지(Rozy, 2021년)**는 한국의 버추얼 인플루언서다. 신한라이프 광고로 대중에 알려졌다. 실제 사람처럼 보이는 생성 AI 기반 이미지. 이후 LG전자, 현대자동차 등과 광고 계약.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BM 장점은 명확하다. 스캔들이 없다. 나이를 먹지 않는다. 계약 분쟁이 없다. 24시간 365일 활동할 수 있다. 한 번 만들어진 IP가 영구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것은 K팝 버추얼 아이돌(플레이브, 이세계아이돌)과 같은 논리다.
한국 버추얼 아이돌 중 주목할 사례가 있다. **플레이브(PLAVE, 2023년)**는 버추얼 캐릭터 외형이지만, 실제 인간 멤버들의 목소리와 퍼포먼스가 캐릭터에 그대로 반영된다. 데뷔 첫 앨범 초동 34만 장을 기록했고, 데뷔 1년 만에 공식 팬카페 가입자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세계아이돌(ISEGYE IDOL, 2021년)**은 유튜브·트위치 스트리밍을 기반으로 팬덤을 형성한 버추얼 아이돌 그룹으로, 2023년 오프라인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현장 관객이 화면 속 버추얼 캐릭터를 향해 응원봉을 흔드는 광경은 IP 확장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줬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공감의 한계. 팬들이 감정 이입하는 대상이 "사람이 아님"을 인지하는 순간, 지불 동기가 흔들린다. 플레이브가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멤버 뒤에 실제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버추얼 껍데기 안에 인간의 목소리와 감정이 있다. 이것이 완전히 AI가 생성한 버추얼 인플루언서(로지처럼 CGI로만 구성된 존재)와의 결정적 차이다. AI 생성형 인플루언서는 광고 모델로는 효율적이지만, 팬들이 장기간 감정적으로 투자하는 깊은 팬덤을 형성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찰이다. 버추얼 껍데기 안에 인간의 실재가 얼마나 느껴지느냐가 팬덤의 깊이를 결정한다.
한국 게임 IP의 외부 확장
한국 게임 IP가 다른 미디어로 확장하는 경로도 빠르게 발전했다.
**리니지(Lineage, 1998년)**는 엔씨소프트의 한국 PC 온라인 게임 전설이다. IP를 기반으로 드라마 제작이 시도됐고, 웹툰도 연재됐다. 게임 IP를 TV로 가져오려는 시도였지만, 원작 게임만큼의 팬덤 이전이 쉽지 않았다.
**마비노기(Mabinogi, 2004년)**는 넥슨의 아일랜드 신화를 배경으로 한 MMORPG다. 게임 내 음악 시스템이 정교해서, 마비노기 OST 앨범과 클래식 음악 공연이 별도로 진행됐다. "마비노기 페스타" 같은 오프라인 이벤트가 게임 팬덤을 공연 관객으로 전환시켰다.
**나 혼자만 레벨업(2024년)**은 한국 웹소설 IP가 가장 완전한 미디어 믹스를 이룬 사례다. 웹소설(카카오페이지) → 웹툰(D&C Media, 카카오페이지) → 일본 애니메이션(A-1 Pictures, 2024년) → 글로벌 배급(크런치롤) → 게임(넷마블). 각 단계에서 다른 지불 습관 공간에 착지했다. 웹소설 쿠키 결제 → 웹툰 쿠키/광고 →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구독 → 게임 인앱결제.
특수 분야: 동인지·팬픽 경제 - 비공식 팬덤이 만드는 지불 공간
IP 확장 경제에서 독특한 공간이 있다. 공식이 아닌, 팬이 만드는 콘텐츠다.
**코미케(コミックマーケット, Comic Market)**는 1975년 도쿄에서 시작한 세계 최대 동인지 행사다. 연 2회(여름·겨울), 도쿄 빅사이트에서 개최. 팬데믹 이전 기준 참가자 최대 75만 명, 판매 서클(참가 팀) 약 3만 5,000개. 코미케에서 판매되는 동인지는 대부분 기존 IP(게임, 애니, 만화)의 캐릭터를 소재로 한 팬 창작물이다.
코미케의 경제 효과는 수십억 엔 이상으로 추정된다. 도쿄 지역 교통·숙박·외식을 포함한 1회 행사의 경제 파급 효과는 약 180억 엔으로 추산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중 원작 IP 보유사에 가는 돈은 제로다. 코미케는 비영리이고, 팬 창작은 원칙적으로 무허가다.
그런데 일본의 주요 IP 보유사들은 코미케를 묵인한다. 이유가 있다. 팬 창작이 IP를 살아있게 유지한다. 공식 콘텐츠가 끝난 오래된 IP라도 팬들이 창작을 이어가면, IP의 생명이 연장된다. 팬덤이 살아있는 IP는 언제든 복각판, 리마스터, 콜라보의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팬픽, 팬아트, 팬 유튜브 문화도 같은 구조다. K팝 아이돌 팬들이 만드는 영상, 웹툰, 이미지가 공식 IP를 보완하고 팬덤을 유지한다. 하이브, SM, JYP, YG는 이것을 명시적으로 단속하지 않는다. 팬 창작이 가져오는 바이럴 효과가 공식 마케팅보다 때로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팬 창작 경제의 지불 습관은 독특하다. 팬들이 팬 창작에 직접 돈을 낸다. 코미케에서 팬 아티스트가 자신의 동인지를 500~1,500엔에 판매한다. 서클당 하루 평균 판매 수십에서 수백 권이 이루어지며, 인기 서클은 개장 직후 매진이 나오기도 한다. 구매자는 공식 제품이 아님을 알면서도 산다. 아이돌 팬이 팬 아티스트의 굿즈를 사고, 팬픽 작가에게 후원한다. 원작 IP보다 팬 IP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팬덤 세그먼트가 존재한다.
한국에도 유사한 행사가 있다. **코믹월드(Comic World)**는 국내 최대 동인 행사로 연 4회 개최된다. 참가 규모와 행사 방식은 코미케보다 작지만, K팝·웹툰·게임 IP 기반의 팬 창작물이 거래되는 구조는 동일하다. 이 외에도 코믹코너, 서울 코믹스 등 다양한 국내 동인 행사가 팬 창작 경제를 구성한다.
IP 확장의 실패 패턴
IP 확장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실패 패턴도 명확하다.
스핀오프의 실패: 원작 IP를 억지로 확장하려다 원작 팬덤마저 잃는 경우. **"스타워즈"**는 MCU의 길을 따라가려다 팬덤 분열을 겪었다. 디즈니+ 드라마 시리즈 과다 제작으로 MCU "피로감(Marvel Fatigue)" 논의가 2022년 이후 본격화됐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MCU 영화들의 오프닝 주말 흥행 수치를 보면, 2021~2023년 작품들의 상당수가 "엔드게임" 이전 페이즈 영화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엔드게임"이 22편 누적 서사의 정점이었다면, 그 이후의 작품들은 새로운 정점을 향해 달려가야 하는데, 팬들의 감정적 탈진과 콘텐츠 과잉이 맞물린 결과로 평가된다.
원작 훼손: IP를 다른 매체로 이전할 때 원작의 핵심 매력을 잃는 경우. "카우보이 비밥" 넷플릭스 실사판(2021년)은 팬들의 혹평 속에 1시즌 만에 종료됐다. 원작 애니메이션 팬들이 실사판 구독을 유도하지 않았다.
게임 IP의 영상화 실패: 영화 역사상 비디오게임 원작 영화의 흥행 성적은 대체로 저조했다. "슈퍼마리오 브라더스(1993)", "스트리트 파이터(1994)", "던전 앤 드래곤(2000)" 등이 대표적 실패 사례. 반면 **"소닉 더 헤지혹(2020)"**은 개봉 전 팬들의 격렬한 비판에 디자인을 수정하고 재제작해 흥행에 성공했다. 팬덤 피드백이 IP 확장의 방향을 수정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힌트 포인트
IP 확장 경제에서 핵심 패턴은 무엇인가.
첫째, IP 확장은 기존 지불 습관 공간으로의 이전이다. 포켓몬이 카드 수집 시장에 진입한 것은 야구 카드, 우표 수집이라는 기존 습관 공간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마블이 테마파크에 진입한 것은 테마파크 방문이라는 기존 지불 습관 공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IP 확장은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습관 공간에 IP를 착지시키는 것이다.
둘째, 팬덤이 확장의 자원이다. 팬덤이 클수록 더 많은 지불 습관 공간에 진입할 수 있다. BTS 팬덤이 게임을 하지 않아도, 게임 회사는 BTS IP 라이선스를 원한다. 게이머들 중 BTS 팬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 과잉 확장은 원작을 희석한다. MCU와 스타워즈가 보여준 것처럼, IP가 너무 많은 공간에 너무 빠르게 확장하면 팬덤이 피로해진다. "특별함"이 사라지면 지불 동기도 약해진다.
내 콘텐츠의 IP 확장 시나리오 3개를 그릴 수 있는가? 각 확장이 어떤 기존 지불 습관 공간으로 들어가는가. 그리고 그 공간에 이미 있는 선점자는 누구인가.
포켓몬은 게임으로 시작해 카드로, 애니로, 앱으로 확장했다. 그러나 이 모든 확장의 공통점은 하나다. "포켓몬을 좋아한다"는 감정, 즉 지불 습관이 아니라 팬덤이 먼저였다. 팬덤이 없는 IP 확장 전략은 껍데기다.
김동은WhtDrgon@MEJE.kr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