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JE PROCESS · MEJE 설정 프로세스 로어북
01 제1장
제1장. 한 IP의 백과사전 - LOREBOOK이란 무엇인가
J.R.R. 톨킨은 죽기 전까지 〈실마릴리온〉을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1937년 〈호빗〉 출간 직후부터 그가 평생 쌓아 두었던 중간계의 자료, 즉 발리노르의 신화와 첫 시대의 전쟁, 누메노르의 흥망에 관한 노트와 원고지 다발이 옥스퍼드의 책장에 쌓여 있었고, 그가 세상을 떠난 1973년에도 그 자료들 사이에서 책 한 권의 윤곽이 떠올라 있었습니다. 아들 크리스토퍼가 정리에 다시 25년을 들였고,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 〈중간계 역사〉 12권, 그리고 마지막으로 〈후린의 아이들〉(2007)이 차례로 책장에 들어왔습니다. 한 IP의 자료가 한 권의 책으로 묶이기까지 70년이 든 셈입니다.
세상의 모든 창작자들은 결국, 세계를 창작하게 됩니다. 한 인물을 만들면 그 인물이 사는 세계가 따라오고, 한 도시가 짜이면 그 도시의 법칙이 따라옵니다. 한 작품의 자료가 모이면 그 자료들 사이에 한 세계가 떠오르는 시기가 옵니다. 5년 동안 한 IP를 운영해 온 사람이라면 룰북·단편·기획서·외부 위키·캐릭터 시트가 폴더 곳곳에 쌓여 있고, 그 자료를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두고 싶어지는 시기를 짐작합니다. 톨킨처럼 평생을 들여도 끝나지 않을 수 있는 작업이고, 그 어려움이 본 글의 출발점입니다.
이 글은 그 떠오른 세계를 한 권의 책으로 묶는 절차를 다룹니다. 14장에 걸쳐 풀어내는 14회의 연재이고, 출판본과 웹 공개본을 동시에 만드는 9~14개월의 작업입니다.
메제웍스의 다섯 자매편
이 글이 메제웍스(MEJE Works Corp.)의 자매편 가운데 한 편으로 짜여 있어, 글의 시작 전에 메제웍스를 짧게 짚어 둡니다. 메제웍스는 세계관을 만드는 회사이고, 창립자 김동은(하얀용·WhtDrgon)은 아이돌·영화·게임이 결합된 콘텐츠와 하이브의 세계관 라이브러리 파트장을 거친 메타버스·커뮤니티 전문가입니다. 20여 년의 MMORPG 개발과 융복합 콘텐츠 작업에서 출발해 캠페인 세팅·월드 설정집이라는 호칭으로 다듬어져 온 세계관 제작이 회사의 본업입니다.
세계관 제작은 한때 반년 이상 걸리는 수작업이었습니다. 한 사람이 룰북·단편·기획서·외부 위키를 손으로 정리하면서, 흩어진 자료를 한 권의 책으로 묶기까지 한 해 가까운 시간이 들었습니다. 그 작업이 차근차근 짧아져 왔습니다. 기술로 적당히 커버되지 않는 창작 집필의 영역과 함께, 무수히 창작의 기회비용을 잡아먹던 위키 사관 급의 자료 정리 작업이 AI와 함께 World Building·Universe Setting이라는 절차적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 가는 중입니다.
메제웍스의 절차적 창작은 다섯 자매편으로 짜입니다.
- 〈서연각〉: 외국어 작품을 깊이 읽으면서 번역 키워드를 정리하는 작업. 산출물은 한 권의 번역·각색 자료.
- 〈신규 캐릭터 빌드〉: 0에서 한 인물을 만드는 작업. 산출물은 한 캐릭터의 12 단계 시트.
- 〈라이브러링〉: 흩어진 자료를 한 사전(라이브러리)으로 묶는 작업. 산출물은 옵시디안 Vault 1,500 표제어.
- 〈LOREBOOK〉: 자료를 한 권의 백과사전으로 묶는 작업. 산출물은 B5 양장 약 450p의 출판본과 웹 공개본. 이 연재가 다루는 자매편.
- 〈스토리텔링100〉: 라이브러리를 바탕으로 단편 100편을 짜는 작업. 산출물은 단편 100편 별권 단편집.
다섯 자매편이 한 IP의 절차적 창작 구조를 짜고, 이 글은 그 중 LOREBOOK을 다룹니다. 라이브러링이 끝난 다음 LOREBOOK이 시작되는 흐름이 메제웍스의 표준이지만, 라이브러링이 꼭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독자의 IP에 자료가 어느 정도 모인 상태이면 LOREBOOK 작업이 시작될 수 있고, 라이브러링은 그 자료의 정리 짝 도구로 함께 따라오면 됩니다. 편하게 따라오시면 됩니다.
기술로 커버되지 않는 창작 집필의 영역, 곧 한 IP의 톤을 짜고 한 인물의 깊이를 빚고 한 사건이 어떻게 풀려 가는지를 결정하는 부분은 메제웍스의 사내 노하우로 남아 있어 이 글에서 기술적으로 풀어내지 않습니다. 자료만 정리하면 저절로 세계관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창작 작법을 이렇게 기술적으로 설명하기엔 아직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 글은 그 어려움을 자료 정리와 출판물 묶음이라는 한 부분에 한정해 다룹니다.
LOREBOOK이란 무엇인가
LOREBOOK은 한 IP의 세계관·역사·지리·인물·법칙을 한 권의 백과사전 형태로 묶은 출판물입니다. 영어 lore(전승·지식)와 book(책)을 합친 말이고, 한국어로는 〈로어북〉 또는 〈공식 설정집〉이라 부릅니다. 시중에는 〈World Codex〉·〈Lore Book〉·〈공식 설정집〉 같은 호칭으로 유통됩니다.
여기서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재산)는 작가나 회사가 자기 자산으로 가진 세계관·캐릭터·이야기의 묶음을 가리킵니다. 소설 한 권이 IP 하나일 수도 있고, 소설·게임·애니메이션이 묶여 하나의 IP가 되기도 합니다. 이 글의 대상은 그 한 IP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제작자(producer)입니다. 작가가 글을 직접 쓰는 사람이라면, 제작자는 부 구성·항목 분량·일러스트 발주·출판 사양까지 결정하는 사람입니다.
책장 앞 풍경
서점의 TRPG 코너에 가면 두꺼운 양장본이 한 권 꽂혀 있습니다. 손에 들면 약 1kg에 책등이 28mm 두께입니다. 〈위쳐 3 컴펜디움〉이 그 두께와 비슷하고, 〈Forgotten Realms Campaign Setting〉(3판, 2001)은 본문이 320페이지로 약간 가벼우며 〈Coyote & Crow〉(2021)는 530페이지로 더 무겁습니다. 표지에는 한 도시의 풍경이 풀컬러로 그려져 있고, 페이지를 펼치면 본문이 좌우 두 단으로 흘러가며, 페이지마다 일러스트가 약 20% 분량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권말에는 용어집·색인·지도집·연대기 총람이 부록으로 묶여 있습니다.
이 한 권이 독자의 손에 들어왔을 때 일어나는 일이 LOREBOOK의 짜임을 결정합니다. 독자가 어떤 새 IP를 처음 만나 그 세계관에 끌렸을 때, 자료를 더 깊이 만지고 싶어 책장 앞에 앉습니다. 한 도시의 풍경을 더 자세히 보고 싶고, 한 인물의 어린 시절을 알고 싶고, 한 사건의 배경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묻고 싶습니다. 양장본 한 권이 책장에서 내려오고, 독자는 그 책을 무릎에 올려 펼칩니다. 그때 책이 응답하는 방식이 LOREBOOK의 정체입니다.
본문의 색조는 다섯 색만 사용합니다. 〈Eberron Rising From the Last War〉가 비취·청동·먹·구리·흰 다섯 색을 표지에서 부록까지 일관 반복하는 방식. 본문 강조에 쓰는 서사색, 인포그래픽에 쓰는 기술색, IP의 정체성을 표시하는 테마색, 경고나 금기를 짚는 위험색, 핵심 박스에 쓰는 강조색. 한 IP의 시각 정체성을 다섯 색으로 한정해 표지·본문·일러스트 어디에서나 같은 색이 반복되도록 짜는 방식이고, 독자가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같은 색조에서 한 IP의 분위기를 만나게 됩니다. 페이지마다 새 색이 등장하면 책이 산만해 보이고, 너무 적으면 도감 같은 단조로움이 되며, 다섯이 그 사이의 균형점입니다.
페이지를 두 단으로 나누는 까닭은 가독성에 있습니다. 한 단의 폭이 좁으면 한 행이 짧아지고, 한 행이 짧으면 시선이 다음 행으로 옮겨 갈 때 헤매지 않습니다. 17세기 디드로의 〈백과전서〉가 두 단 편집을 표준으로 둔 이래 백과사전·논문·신문이 같은 형식을 따라왔고, 항목별 검색이 잦은 LOREBOOK에 자연스럽게 적용됩니다. 풀어 쓰자면 두 단은 사전의 읽기 속도에 맞는 형식입니다. 한 항목을 빠르게 훑어 갈 때 시선이 끊기지 않고, 항목 사이를 옮겨 갈 때 다음 항목이 시야 안에 들어옵니다.
300~600개의 항목이 한 권에 묶여 있는데, 그 묶음의 골격은 12부형. 다섯 변주(아트북·내러티브 바이블·게임 디자인 바이블·만화·웹툰 공식 설정집)가 시장에 함께 있고, 다섯의 차이는 다음 회에서 자세히 짚습니다.
사전이자 안내서
LOREBOOK은 두 가지 용도를 한 권에 담은 책입니다. 검색용 사전과 통독용 안내서.
검색 용도는 단순합니다. 독자가 〈Forgotten Realms〉의 한 캠페인을 짜다가 "엘민스터가 누구지"라고 묻고, 권말 색인에서 'Elminster, p.142, 198, 305'를 확인하고, 142쪽으로 가면 그 마법사의 풀컬러 인물 카드 한 페이지가 펼쳐집니다. 도시 이름이든 세력 이름이든 인물 이름이든 1~2분 안에 답을 얻고 책을 덮습니다.
통독 용도는 성격이 다릅니다. 독자가 매일 밤 30분씩 책을 펼쳐 흥미가 끌리는 항목부터 자유롭게 읽습니다. 4부 지리에서 한 도시의 거리 풍경을 따라가다, 그 도시 가장자리에 있는 한 사원의 항목으로 옮겨 가고, 그 사원의 주신을 다루는 2부 세계 법칙으로 가고, 그 신을 모시는 무당가의 9부 인물 항목으로 옮겨 갑니다. 한 권을 다 읽기까지 몇 달이 걸리는 긴 일정이 됩니다. 〈Final Fantasy X Ultimania〉의 한 독자가 약 8개월에 걸쳐 매주 한두 항목씩 천천히 통독한다는 인터넷 사례가 흔하고, 출판된 LOREBOOK이 독자 옆에서 천천히 읽히는 책이 됩니다.
두 용도는 보통 한 권 안에서 충돌합니다. 사전은 통독에 적합하지 않고, 안내서는 검색에 약합니다. 톨킨의 〈실마릴리온〉(1977)이 통독 우선의 안내서였다면, D&D의 〈Forgotten Realms Campaign Setting〉(2001)은 검색 우선의 사전이었습니다. 〈실마릴리온〉을 펼친 독자는 발리노르의 형성을 한 흐름의 신화로 따라가지만 한 신의 이름을 색인에서 찾으려 하면 권말 색인이 가벼워 헤매고, 〈Forgotten Realms〉를 펼친 독자는 한 인물의 이름을 1초에 찾지만 책을 처음부터 통독하면 도시 카드와 인물 카드가 끝없이 이어져 흐름이 잡히지 않습니다. 한쪽은 단편 사이의 흐름이 우선이라 검색이 약하고, 다른 한쪽은 항목별로 분리되어 있어 검색은 빠르지만 통독 흐름이 약합니다. LOREBOOK은 그 둘의 중간을 짭니다. 항목별 분리로 사전 용도를 만족시키고, 항목 사이에 wikilink를 걸어 통독 흐름을 만들고, 권말 색인이 검색을 마지막으로 잡아 줍니다.
여기서 wikilink는 옵시디안 노트 사이를 잇는 [[표제어]] 형식의 링크를 가리킵니다. 한 항목에서 다른 항목으로 이동하는 다리이고, 출판본에서는 페이지 번호 참조로, 웹 공개본에서는 클릭 가능한 링크로 변환됩니다. 한 항목 끝에 관련 항목이라는 절이 다섯에서 열 개의 wikilink를 모아 두는 식인데, 독자가 한 항목을 다 읽고 책을 덮을지, 다음 항목으로 넘어갈지를 결정하는 자리가 됩니다. wikilink가 잘 짜인 LOREBOOK은 통독 독자가 한 시간을 한 항목에 쓰고 다음 항목으로 자연스럽게 옮겨 가는 흐름을 만들고, 흐름이 끊긴 LOREBOOK은 한 항목에서 독자가 책을 덮게 됩니다.
설계의 골자를 짧게 짚으면 셋입니다. 항목 분량을 1,500~3,000자로 압축해 한 항목을 한 자리에서 읽히게 하고, 항목 사이에 wikilink를 걸어 통독을 가능하게 하고, 권말 색인으로 검색을 보완합니다.
출판본과 웹 동시 발행
LOREBOOK은 두 매체에 동시 발행되는 책입니다. 양장 하드커버 출판본과 정적 사이트 형태의 웹 공개본.
출판본은 책장에 꽂아 두고 보는 책. 웹 공개본은 인터넷 주소로 접근하는 사이트로, 검색창에 키워드를 넣으면 해당 항목 페이지로 1초 안에 이동하고 모바일에서도 읽힙니다. 두 매체는 다르지만 같은 .md 파일 1,500개를 단일 소스로 둡니다. 같은 자료가 출판 조판으로는 양장본이 되고, 정적 사이트 변환으로는 웹 페이지가 됩니다.
두 매체를 따로 작업하면 자료가 두 종류로 분리되고 한쪽이 갱신되면 다른 쪽이 뒤처집니다. 블리자드의 〈World of Warcraft〉가 좋은 반례입니다. 출판본 〈Chronicle〉 3권, 팬 위키 Wowpedia, 공식 사이트의 종족·지역 페이지가 같은 IP를 세 매체로 흩어 운영하다 보니, 한쪽이 갱신될 때 다른 쪽이 따라오는 데 시간이 걸리고 매체 사이의 정합성이 어긋납니다. 단일 소스 원칙은 그 어긋남을 처음부터 막는 설계입니다.
방향은 정해져 있습니다. 웹 먼저, 책 나중. 웹 친화적 구조의 .md 파일을 출판 PDF로 옮기는 작업은 가능하지만, 책 친화적 구조의 .md 파일을 웹으로 옮기는 작업은 어렵습니다. 항목 분량을 웹 한 페이지에 맞춘 1,500~3,000자로 잡고, 출판은 그 분량을 변환해 받는 식으로 처리합니다.
라이브러링과의 짝
LOREBOOK 작업의 표준 입력은 라이브러링이 끝난 Vault입니다. 다만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독자의 IP에 자료가 어느 정도 모여 룰북·단편·기획서·외부 위키가 폴더에 쌓여 있는 상태라면 LOREBOOK 작업을 시작할 수 있고, 라이브러링은 그 자료의 정리 짝 도구로 함께 따라옵니다.
라이브러링은 자매편 〈라이브러링〉이 다루는 작업입니다. 한 IP의 흩어진 자료(룰북·단편·외부 위키·기획서)에서 키워드를 뽑고, 같은 의미의 단어들을 한 표제어로 묶고, 옵시디안 위키 형태의 .md 파일 약 1,500개로 정리하는 4단계 절차. 산출물이 옵시디안 Vault라는 자료 묶음입니다.
옵시디안(Obsidian)은 .md 파일을 위키 형태로 다루는 무료 노트 도구입니다. 한 작업 폴더 안의 .md 파일들이 wikilink로 연결되어 한 권의 위키처럼 작동합니다. 폴더를 옵시디안에서 열면 사이드바에 파일 목록이 나타나고, 그래프 뷰를 띄우면 파일들이 점, 파일 사이의 링크가 선으로 보입니다. 그 폴더를 Vault라 부릅니다.
LOREBOOK은 라이브러링의 산출물인 Vault 1,500 표제어를 입력으로 받습니다. 표제어들은 두 가지 분류로 정렬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어느 IP에나 같은 9분류로, 한 키워드가 서사 안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가를 묻습니다. 전문용어·인물·장소·사물·사건·장치·미장센·개념·가치 9가지 중 하나가 매겨집니다. 다른 하나는 IP마다 다르게 정해지는 세계관축으로, 한 키워드가 그 IP의 어떤 구조적 영역에 속하는가를 묻습니다. 가공 IP "○○"이라면 무속·요리·혼령·현세·관계·일반 6축 가운데 하나가 됩니다.
한 표제어는 (9분류 한 개) × (세계관축 한 개)의 두 좌표를 갖고, 두 좌표가 LOREBOOK의 부 구성을 결정합니다. 자세한 분류 정의와 부 매핑은 3장(라이브러링 산출물)과 6장(두 좌표 매핑)에서 다룹니다.
각 표제어는 13개 컬럼으로 정리됩니다. 대표키워드, 분류, 세계관축, 이칭·별칭, 영문명, 로마자, 정의, 상세설명, 관련 키워드, 버전상태, 출처목록, 번역노트. 그리고 200~1,000자 분량의 산문 한 단락이 채워져 있습니다. 이 컬럼 묶음을 frontmatter라 부르는데, .md 파일 머리에 들어가는 메타 정보입니다. 형식은 5장에서 다룹니다.
라이브러링과 LOREBOOK은 결정의 층이 다릅니다. 라이브러링에서는 한 표제어 안에서 결정이 일어납니다. 이 키워드와 저 키워드가 같은 인물인가, 같은 사건인가. LOREBOOK에서는 표제어들 사이에서 결정이 일어납니다. 이 표제어와 저 표제어를 한 항목으로 묶을 것인가, 따로 둘 것인가, 어느 부에 들어갈 것인가.
자매편 〈라이브러링〉을 보지 않은 사람도 따라올 수 있습니다. 3장에서 라이브러링 산출물의 모양을 다시 짚고, Vault가 없어도 자료가 어느 정도 모인 상태이면 시작할 수 있습니다.
AI 작업 동료의 도입
LOREBOOK 작업은 사람 혼자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듭니다. 1,500 항목의 부 매핑을 손으로 하면 한 주, frontmatter 변환을 손으로 하면 또 한 주, 산문 톤 일관성 검수를 손으로 하면 두 주가 걸려, 합산하면 1년에 한 권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시장의 LOREBOOK들이 출간 주기 18~24개월을 표준으로 두는 까닭이 여기에 있고, D&D의 〈Forgotten Realms Campaign Setting〉이 1판(1987)에서 4판(2008)까지 약 21년에 네 차례 출간되는 동안 한 판에 평균 5년이 걸린 사례, 〈Eberron〉이 2004년 첫 〈Eberron Campaign Setting〉 이후 〈Rising From the Last War〉(2019)까지 15년에 한 차례 큰 갱신을 거친 사례가 그 시간의 규모를 보여 줍니다. 한 IP를 깊이 사랑하는 한 사람이 평생에 두세 권의 LOREBOOK을 책장에 올리는 정도의 속도였습니다.
작업을 9~14개월에 끝내는 근거는 AI 작업 동료의 도입입니다. 자매편 〈라이브러링〉에서 정착한 협업 방식을 그대로 받습니다.
AI 작업 동료는 일상에서 한두 번 써 본 텍스트 생성 보조 도구를 가리킵니다. 질문을 주면 답을 만들고, 단락을 주면 정리하고, 표를 주면 다른 형식으로 변환합니다. 어느 회사의 어느 모델인지는 따로 짚지 않습니다. 독자가 자기 환경의 도구를 써도 절차가 그대로 적용되도록 짜 두었습니다.
AI 작업 동료가 잘 맡는 일은 두 좌표 검색으로 1,500 항목의 부 매핑 후보 짜기, 라이브러링 13컬럼 frontmatter를 LOREBOOK frontmatter로 자동 변환, 1,500 항목의 교차 참조 자동 부착, 부 단위 산문의 톤 일관성 검수, 일러스트 스펙 카드 작성 같은 부분입니다. 사람이 결정하는 일은 부 구성(10·12·14부형 중 어느 형으로 갈지와 부별 우선순위), 통합과 분할, 음색 합격선, 일러스트 발주 시점, 마지막 통합 빌드 검수 같은 부분입니다. 매 장에서 이 분담을 같은 형식으로 짚어 두는데, 자매편 〈라이브러링〉에서 정착한 협업 4축, 곧 규격·의도·기대 효과·한계 네 축을 매 장 같은 형식으로 둡니다.
다섯 가지 LOREBOOK
14장에 걸쳐 다루는 형태는 표준 백과형입니다. 시장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D&D 캠페인 세팅이 여기에 속합니다. 다른 변주 넷은 다음과 같습니다.
- 표준 백과형 (기본). D&D Forgotten Realms, Lancer World Book.
- 아트북·공식 설정집형. Final Fantasy Ultimania, Witcher Compendium, Elden Ring Lore Book.
- 내러티브 바이블. Netflix·HBO 시리즈 바이블, 마블·디즈니 IP 바이블.
- 게임 디자인 바이블. 콘솔·PC 게임 컨셉 바이블, 인디 게임 GDD 부록.
- 만화·웹툰 공식 설정집. 신의 탑 공식 설정집, 나루토 공식 설정자료집.
다섯 종류 모두 LOREBOOK이라는 호칭을 쓰지만, 독자·시각 자료 비중·룰 포함 여부·매체 분기에 따라 성격이 다릅니다. 이 글은 표준 백과형을 기본으로 두고 다른 4종을 그 변주로 흡수합니다. 독자의 IP에 어느 변주가 맞을지는 2장에서 결정합니다.
14회의 지도
14회 연재의 흐름을 짧게 펼쳐 둡니다.
- 1회 LOREBOOK의 정체(이 회)
- 2회 다섯 가지 LOREBOOK 변주
- 3회 라이브러링 산출물의 모양
- 4회 거시 6 섹션과 12부형
- 5회 한 항목의 표준 모양과 frontmatter
- 6회 두 좌표가 부 구성을 결정하는 방법
- 7회 세 음색과 부별 매핑
- 8회 이중 서술의 산문
- 9회 단편 인용과 다국어
- 10회 Phase 0~3 (입력에서 시범 부까지)
- 11회 Phase 4~6 (정합·부록·웹/출판 묶기)
- 12회 AI 작업 동료와의 협업 4축
- 13회 정합성·버전·일러스트 운영
- 14회 회고와 첫 작업
각 회는 자기완결적으로 읽힙니다. 14회 통독 후 독자가 자기 IP에 적용할 때 권말 부록(주요 용어 색인·시장 사례 모음·협업 4축 통합 매트릭스·샘플 한 항목)이 함께 있습니다.
갖춰 두면 좋은 자료
이 글을 따라오는 동안 갖춰 두면 좋은 자료는 한 IP의 자료입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입력은 라이브러링이 끝난 Vault, 곧 옵시디안에서 작업 폴더를 열면 1,000~2,000개의 .md 파일이 정렬되어 있고, 파일 사이에 wikilink가 걸려 있고, 그래프 뷰에 노드와 링크가 펼쳐지는 상태입니다. Vault가 없더라도 한 IP의 자료(룰북·단편·기획서·외부 위키)를 어느 정도 갖춘 상태이면 시작할 수 있습니다.
라이브러링이 아직 끝나 있지 않다면 두 가지 진입로가 있습니다. 자매편 〈라이브러링〉과 짝지어 따라오면서 한 IP의 자료를 한 권의 책으로 옮기는 전 과정을 함께 진행하는 길, 또는 이 글로 LOREBOOK의 큰 그림을 먼저 잡아 두고 IP가 라이브러링 단계에 이르렀을 때 다시 돌아오는 길. 어느 쪽이든 편하게 따라오시면 됩니다.
2장은 다섯 가지 LOREBOOK 변주를 다룹니다. 같은 호칭 아래 시장에 다섯 가지 다른 책이 있고, 독자의 IP에 어느 종류가 맞는지를 결정하는 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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