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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DONG-EUN · FTUE 최초 사용자 경험

02 FTUE는튜토리얼이아니다

김동은WhtDrgon. · Chapter 2

2장. FTUE는 튜토리얼이 아니다

"튜토리얼 다 만들었으니까 FTUE는 끝났네."

게임 회사 회의실에서 자주 나오는 말인데, 절반은 맞고 절반은 위험하게 틀렸다. 튜토리얼을 만든 건 분명 일을 한 것이지만, 문제는 그걸 끝낸 순간 첫 경험 전체가 끝났다고 믿는 데 있다. 사용자가 조작법을 다 배웠으니 이제 알아서 잘 놀겠지, 하는 그 안도가 D1 지표를 보는 순간 깨진다. 가상의 숫자로 그려보자. 튜토리얼 완료율은 80%인데 다음 날 다시 켠 사람은 20%다. 다 가르쳤는데 다 떠났다.

튜토리얼은 FTUE의 일부일 뿐이고, 때로는 FTUE를 망치는 가장 친절한 장치다.

여기서 우리가 멈춰 세워야 할 익숙한 단어가 FTUE, First-Time User Experience, 최초 사용자 경험이다. 우리는 이 말을 너무 자주 써서 다 안다고 느끼지만, 막상 "FTUE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느냐"고 물으면 누구는 첫 화면, 누구는 튜토리얼, 누구는 첫날 전체라고 답이 제각각이다. 같은 단어를 쓰면서 서로 다른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경계가 흐린 단어로는 설계를 못 한다. 그래서 이 장은 FTUE라는 단어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옆 단어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먼저 긋고, 그 '최초'가 몇 단계로 나뉘는지는 3장에서 따로 센다.

닌텐도 스위치를 처음 켜던 날

한 장면을 떠올려보자. 닌텐도 스위치를 선물받았다. 상자를 뜯는다. 본체에 조이콘을 끼우고, 전원을 켜고, 언어와 지역을 고르고, 와이파이를 잡고, 시간대를 맞추고, 내 프로필(아이콘과 별명)을 만들고, 시스템 업데이트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닌텐도 계정 연결까지 여기서 할 수도 있다. 여기까지가 한 덩어리다. 게임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기기를 '쓸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과정이다.

이제 젤다의 전설을 꽂는다. 링크가 낯선 방에서 눈을 뜨고, 처음으로 절벽을 기어오르고, 나뭇가지를 주워 들고, 첫 적을 만나 처음으로 휘두른다. 손에 익지 않은 조작에 몇 번 헤매다가 어느 순간 "아, 이 게임 이런 거구나"가 오는데, 이게 또 다른 덩어리다.

그리고 한 달 뒤. 이제 링크 조작은 손에 붙어서, 퇴근하면 습관처럼 스위치를 켜고 오늘은 어느 사당을 깰지 정하고 친구가 보낸 맵 좌표를 확인한다. 게임이 '내 일상의 일부'가 된 상태이고, 이것도 또 다른 덩어리다.

세 덩어리는 분명히 다르다. 첫째는 기기를 작동시키는 일, 둘째는 게임을 처음 만나 정체를 알아채는 일, 셋째는 게임이 삶에 정착하는 일이다. 우리가 'FTUE'라고 뭉뚱그려 부르던 것 안에 사실은 서로 성격이 다른 구간들이 들어 있어서, 이걸 같은 이름으로 부르면 설계가 엉킨다. 기기 세팅을 고쳐야 할 때 게임 튜토리얼을 손보고, 한 달 뒤 정착을 챙겨야 할 때 첫 화면만 다듬는 식이다.

우리 가상 게임으로 옮겨보자. 이 책이 계속 쓸 예시는 '캐릭터 기반 숏폼 수집 대화형 모바일 게임'이다. 짧은 영상으로 캐릭터를 만나고, 마음에 든 캐릭터를 모으고, 그 캐릭터와 대화하며 키우는 게임이라고 하자. 여기서도 세 덩어리가 똑같이 나타난다. 앱을 깔고 권한을 허용하고 로그인하는 구간, 첫 캐릭터를 만나 처음 모으고 처음 대화해보고 "이게 이런 게임이구나"를 깨닫는 구간, 그리고 매일 캐릭터를 보러 들어오는 습관이 붙는 구간. 성격이 다른 세 가지 일인데도, 회의실에서는 셋 다 'FTUE'라는 한 단어로 불린다.

여섯 단어를 제자리에 놓는다

이제 단어들을 하나씩 멈춰 세우자. 현장에서 섞여 쓰이는 여섯 개가 있다. OOBE, 튜토리얼, 온보딩, FTUE, NUX, UX. 이걸 산문으로 풀어 제자리에 놓는다.

가장 바깥쪽 큰 그릇이 UX다. 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 사용자가 우리 제품과 맺는 관계의 전체 생애를 뜻한다. 첫 소문을 듣는 순간부터, 한창 빠져 있는 시기를 지나, 질려서 떠나고, 어쩌면 몇 달 뒤 복귀하는 순간까지 전부가 UX다. 가장 넓은 말이라 가장 막연하다. "UX를 좋게 하자"는 말은 "사업을 잘하자"만큼이나 행동으로 옮기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이 큰 그릇 안을 시간대로 잘라야 한다.

UX의 맨 앞, 사용자가 우리를 처음 만나는 구간이 FTUE로, 첫 노출에서 시작해 첫 핵심 재미를 맛보는 순간까지다. 젤다로 치면 링크가 눈 뜨는 장면부터 "이 게임 이런 거구나"가 오는 순간까지고, 우리 가상 게임으로 치면 첫 영상부터 "첫 캐릭터를 완성해서 처음 대화를 나눠본" 순간까지다. 첫인상, 정체 파악, 첫 성취. 이 셋이 FTUE의 일이다.

FTUE와 짝을 이루는 다른 한쪽이 NUX, New User Experience, 신규 사용자 경험이다. 첫 재미를 본 사람을 '다시 오는 사람'으로 만드는 구간으로, 관심사가 첫인상에서 습관으로 넘어가면서 내일 또 켤 이유, 일주일 뒤에도 켤 이유를 만드는 일이다. 지표로 말하면 FTUE는 '처음 핵심 재미에 도달했는가(Activation)'를 보고, NUX는 '다음 날 돌아왔는가(D1), 일주일 뒤에도 있는가(D7)'를 본다. 다만 둘은 칼로 자르듯 나뉘지 않는다. 정착의 씨는 사실 설치하고 처음 들어오는 순간부터 뿌려진다. 진입이 험하고 첫인상이 차가우면 내일 돌아올 확률이 그 자리에서 깎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주도권의 구분은 분명해서, 첫 재미가 오기 전까지는 FTUE가 운전대를 쥐고 NUX는 씨만 뿌리며, 첫 재미를 넘긴 뒤에야 운전대가 NUX로 넘어온다. 경계는 한 점이 아니라 한동안 겹치는 구간이고, 이 겹침에 정확한 좌표를 붙이는 일은 다음 장에서 한다.

여기까지가 큰 세 그릇이다. UX가 전체, FTUE가 첫 만남, NUX가 정착. 나머지 셋은 이 안에 들어가는 작은 도구들이다.

OOBE는 Out-of-Box Experience, 상자에서 꺼내 쓸 수 있게 되기까지의 경험으로, 스위치 세팅이 정확히 이거다. 설치, 권한, 계정, 데이터 다운로드를 거쳐 막히지 않고 시작 상태에 도달하는 게 전부이고, 게임이 재밌는지와는 상관없다. 그러니 OOBE는 FTUE의 맨 앞 구간(첫 진입)에 자리한 좁은 단계다. 모바일 앱도 마찬가지여서, 새 앱을 깔고 처음 열면 알림 권한, 위치 권한, 로그인, 첫 데이터 내려받기가 줄지어 기다리는데, 이 줄이 길고 빽빽할수록 사람은 게임의 재미를 보기도 전에 떨어져 나간다. 그래서 잘 설계된 앱일수록 꼭 필요한 권한만 그것이 필요한 순간에 묻고, 나머지는 뒤로 미룬다.

튜토리얼은 화살표로 "여기를 누르세요"를 안내하고 손가락 모양으로 드래그를 시키는, 조작과 규칙을 가르치는 한 가지 형식이다. 중요한 건 튜토리얼이 FTUE에 들어갈 수 있는 여러 형식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점이고, FTUE를 튜토리얼 없이 설계할 수도 있다. 슈퍼마리오 1-1에는 "오른쪽으로 가시오"라는 튜토리얼 문구가 없지만 화면 구성만으로 사용자를 오른쪽으로 걷게 만드니, 그 첫 화면은 완벽한 FTUE다. 튜토리얼은 가르치는 한 방법이고 FTUE는 첫 경험 전체이므로, 둘은 크기가 다르다.

여기서 가르치는 방식 두 가지를 갈라두면 도움이 된다. 화살표와 안내문으로 "이걸 누르세요"라고 일러주는 명시 학습이 있고, 마리오의 화면처럼 배치만으로 사용자가 스스로 깨닫게 하는 암묵 학습이 있다. 좋은 첫 경험일수록 가르치는 티가 안 나는 암묵 학습 쪽으로 기운다. 그런데 명시든 암묵이든 튜토리얼에는 위험한 구석이 하나 있다. 가르치지 않고 "이건 당연히 알겠지"하며 건너뛴 장르 관습을, 튜토리얼은 사실 사용자에게 떠넘기고 있다. HP 바가 무슨 뜻인지, 인벤토리 격자를 어떻게 채우는지, 퀘스트 목록을 왜 봐야 하는지를 게이머는 이미 알지만 일반인은 모른다. 그래서 튜토리얼은 사용자 교육 장치이기 이전에 팀의 전제 목록이다. 무엇을 가르치기로 했는가보다 무엇을 안 가르쳐도 된다고 봤는가에, 그 팀이 상상하는 사용자가 고스란히 찍혀 있다. 마리오의 화면이 명작인 이유도 여기 있다. 그 화면은 어떤 장르 지식도 전제하지 않고, 처음 보는 사람이 가진 '오른쪽은 앞'이라는 보편 직관만으로 다음 행동을 끌어낸다.

온보딩은 첫날 출석 보상, 첫 주 미션 체크리스트, "친구를 초대하면 선물" 같은 것으로 사용자를 세계 안에 정착시키는 활동이다. 현장에서는 '온보딩 퍼널'이라는 말로 첫 세션 전체, 그러니까 이 책의 FTUE에 해당하는 구간을 가리키는 경우도 많아서 당신 회사의 용법과 다를 수 있는데, 이 책에서는 정착 활동이라는 좁은 뜻으로만 쓴다. 튜토리얼이 '조작을 가르친다'면 온보딩은 '습관을 붙이는' 일이라, 주로 NUX 구간에서 일한다.

이제 여섯 단어가 제자리에 놓였다. 가장 큰 UX 안에 FTUE와 NUX가 시간 순서로 놓이고, OOBE와 튜토리얼은 FTUE 안의 작은 단계와 형식이며, 온보딩은 NUX의 도구다. 핵심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 FTUE는 튜토리얼을 포함할 수 있지만, 튜토리얼이 끝났다고 FTUE가 끝나는 게 아니다. 그리고 이 여섯 단어를 계속 한 단어로 뭉쳐 쓰는 팀은, 어느 구간이 새는지 영영 모른 채 엉뚱한 곳을 고치게 된다.

▶ 내 화면에 대입하는 세 가지

  1. 나는 FTUE를 튜토리얼로 좁혀 보고 있지 않은가?
  2. 튜토리얼 바깥의 첫인상, 신뢰, 재방문까지 설계하고 있는가?
  3. 우리 튜토리얼이 오히려 첫 재미를 뒤로 미루고 있지는 않은가? 튜토리얼만 손보고 첫 경험을 다 챙겼다고 믿는 순간, 가장 친절한 장치가 첫 재미를 가린다.

그래서 무엇을 먼저 정해야 하는가

단어를 제자리에 놓고 나면 회의실의 그 위험한 말이 왜 위험한지 보인다. "튜토리얼 다 만들었으니 FTUE 끝났네"는 작은 도구 하나를 완성하고 큰 구간 전체가 끝났다고 단정하는 말이다. 튜토리얼은 '첫 조작'을 도왔을 뿐, 첫 화면에서 정체를 알아채는 일(첫 인식), 첫 성취의 쾌감(첫 보상), 다음 날 돌아올 이유(재방문)는 손도 안 댄 상태다. 이 여러 '처음'에 다음 장에서 번호를 붙여 하나씩 가른다. 튜토리얼 완료율 80%에 D1 20%라는 숫자는 정확히 이 빈 구간을 가리킨다. 가르치긴 했는데 첫 재미를 못 줬거나, 첫 재미는 줬는데 돌아올 이유를 안 만든 것이다. 그러니 이 장의 첫 장면, 회의실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그 숫자를 정면으로 말할 차례다. 튜토리얼 완료율은 허영 지표다. 높을수록 기분은 좋아지지만 사용자가 재미를 느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고, 스킵을 막고 따라하기를 강제할수록 오히려 손쉽게 올라간다. 가장 뼈아픈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튜토리얼을 친절하게 짜서 거의 모두가 끝까지 따라오게 만들어 놓고도, 다음 날 그 화면을 다시 켜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경우. 다 가르쳤다는 안도가 가장 큰 함정이었다.

그러니 설계를 시작하기 전에 가장 먼저 정할 것은 단 하나다. 우리 게임의 FTUE는 어디서 끝나고, 거기서부터 NUX가 시작되는가. 이 한 줄을 팀이 합의하지 못하면, 어떤 지표가 나빠졌을 때 누구는 튜토리얼을 고치자 하고 누구는 출석 보상을 늘리자 한다. 같은 단어로 다른 구간을 가리키며 싸운다.

우리 가상 게임으로 그 선을 그어보자. FTUE의 끝은 "사용자가 첫 캐릭터를 만들어 처음 대화를 나눈 순간"으로 잡는다. 그 전까지는 첫인상과 첫 성취를 책임지는 FTUE의 일이고, 그 후 매일 캐릭터를 보러 오게 만드는 일은 NUX의 일이다. 이 선이 그어지면 회의가 달라져서, "첫 대화까지 도달한 사람 비율이 낮다"는 FTUE 문제가 되고 "첫 대화는 했는데 다음 날 안 온다"는 NUX 문제가 되니, 고칠 곳이 명확해진다.

MEJE 아이동월드에 적용하면 이렇다. 아이동월드는 케이팝 아이돌의 특징을 강아지, 개구리, 고양이 같은 여러 '아이동'에 나눠 담은 다마고치형 라이프 시뮬레이션으로, 팬이 자기 최애를 닮은 아이동을 만나 데려와 꾸미고 보살피는 게임이다. 팬이 최애를 닮은 아이동(강아지)을 만나 처음 쓰다듬고 이름을 붙여 "내 아이동"이 곁에 온 순간이 FTUE의 종료점이고, 그다음 날 팬이 "내 아이동 보러 가자"며 다시 앱을 여는 일은 NUX의 영역이다. 같은 아이동을 두고도, 처음 만나게 하는 설계와 매일 보고 싶게 만드는 설계는 다른 사람이 다른 지표를 보며 챙겨야 한다.

이 선언문을 정식 양식으로 적는 작업은 20장에서 본격적으로 한다. 여기서는 경계가 흐린 단어 여섯 개를 제자리에 놓고, "우리 FTUE의 끝선"을 임시로 한 줄 그어보는 것까지다. (FTUE 시작·종료점의 정밀한 선언문 양식은 부록 A.)

참고 콘텐츠

이 장의 개념이 드러나는 다른 매체의 사례.

비디오게임

  • 하프라이프 : HEV 슈트를 입어야 비로소 HUD가 화면에 켜지고, 점프·웅크리기·무기 조작을 가르치는 '해저드 코스'는 본편과 분리된 별도 훈련 시설로 들어간다. 가르치는 형식(훈련 코스)과 첫 만남(트램을 타고 블랙메사로 들어가는 진입)이 다른 크기임을 보여준다.
  •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1-1 : 시작하자마자 다가오는 첫 굼바가 점프를 못 하면 사용자를 죽이고, 곧이어 나오는 금색 블록은 동전을 뱉어 같은 동작을 반복하게 만들며, 두 번째 블록에서 튀어나온 버섯은 좁은 블록 통로가 도망을 막아 굳이 먹게 만든다. 안내문 한 줄 없이 배치만으로 점프와 파워업을 차례로 가르치는 암묵 학습이다.
  •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 '그레이트 플래토'라는 시작 지대에서 네 사당을 깨 네 가지 룬(폭탄·크라이오니스·스테이시스·마그네시스)을 모두 손에 넣어야 패러글라이더를 받아 지대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닫힌 시작 지대가 핵심 조작을 다 가르치는 FTUE 구간이고, 그 뒤 사당을 정해 켜는 습관은 NUX로 정착한다.

현실 업무 절차

  • 신입 온보딩 프로그램 : 장비 세팅(OOBE격)·직무 교육(튜토리얼격)·조직 정착(온보딩격)이 분명히 다른 단계다.

일반 앱

  • 듀오링고 : 회원가입을 첫 화면이 아니라 첫 체험 레슨을 끝낸 뒤로 미뤄, 재미를 먼저 맛보게 한 다음 계정을 묻는다. 또 가입 단계에서 연속 학습일(스트릭) 목표를 정하게 해 첫 세션부터 'Day 1'을 띄운다. 첫 재미까지의 거리를 줄이는 FTUE 설계와, 매일 다시 오게 만드는 NUX 설계가 다른 일임을 보여준다. 알려진 바로는 가입 시점을 첫 레슨 뒤로 미룬 변경이 다음날 잔존율을 끌어올린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나머지 참고 콘텐츠는 이 글 끝의 '2장 부록'에 모아 두었다(단행본에서는 부록 D로 묶인다).


설계 노트 ▶ 직접 해보기

종이에 한 문장씩 채워보자.

"우리 게임의 FTUE는 (   )에서 끝나고, 거기서 NUX가 시작된다."

빈칸에는 '첫 핵심 재미를 맛본 순간'을 넣는다. 첫 전투를 이긴 순간일 수도, 첫 캐릭터를 완성한 순간일 수도, 첫 협동을 해본 순간일 수도 있다. 정답은 게임마다 다르지만, 후보를 거르는 기준은 있다. 핵심 루프가 한 바퀴 닫히는 최초의 순간일 것, 첫 세션 안에서 일어나 측정할 수 있을 것, 그리고 '재미를 느낀다' 같은 느낌이 아니라 '첫 대화를 보낸다' 같은 사용자의 행동으로 적을 것. 이 세 기준을 통과하는 문장이어야 끝선 구실을 한다. 중요한 건 팀의 모두가 같은 순간을 가리키는지다. 이어서 한 줄 더. "우리가 만든 튜토리얼은 이 FTUE의 (   ) 단계까지만 돕는다." 튜토리얼이 첫 경험 전체가 아니라 그 일부였음을 눈으로 확인하는 칸이다.

마지막 칸이 사실 이 장의 결론이다. 튜토리얼이 가르치는 것의 목록이 아니라 가르치지 않는 것의 목록을 적어라. HP 바, 인벤토리, 퀘스트 마커처럼 "이미 알아야 한다"고 떠넘긴 관습들. 그 목록이 바로 당신 팀이 상상하는 사용자의 초상이다. 목록이 길고 게이머 상식으로 가득하다면, 팀은 일반인을 데려오겠다고 말하면서 게이머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첫째 칸의 끝선을 팀이 한 문장으로 합의하지 못하면, 어떤 지표가 나빠져도 어디를 고쳐야 할지 영영 가려내지 못한다.

한 줄 요약: FTUE는 튜토리얼이 아니다. UX라는 큰 그릇 안에 FTUE(첫 만남)와 NUX(정착)가 시간 순으로 놓이되 한동안 겹쳐 이어지고, OOBE와 튜토리얼은 FTUE 안의 작은 단계와 형식, 온보딩은 NUX의 도구다. 튜토리얼이 끝나도 FTUE는 끝나지 않는다. 다음 장: 그 'FTUE'라는 첫 만남도 사실 한 점이 아니다. 첫 소문부터 첫 재방문까지, '최초'는 한 번이 아니라 열한 번 온다.


2장 부록: 참고 콘텐츠 모음

이 모음은 2장이 가른 여섯 단어, 곧 UX라는 전체 안에서 FTUE(첫 만남)와 NUX(정착)가 나뉘고 OOBE·튜토리얼·온보딩이 그 안의 작은 단계와 형식이라는 구분이, 게임 밖의 매체와 일상에서도 똑같이 나타나는 사례들이다. 비디오게임, 영상·콘텐츠, 보드게임·놀이, 모바일·앱·서비스, 오프라인·일상으로 묶었다. 사례마다 '쓸 수 있게 만드는 구간, 정체를 알아채는 구간, 습관이 되는 구간이 어디서 갈리는가'를 본문의 세 덩어리(기기 세팅, 첫 플레이, 한 달 뒤)와 짝지어 보면 좋다.

비디오게임

  • 포털 : 초반 시험실이 튜토리얼이면서 본편의 일부라, 조작 학습 구간과 핵심 재미 구간이 경계 없이 이어진다. 살펴볼 점: 튜토리얼이 FTUE에 들어갈 수 있는 한 형식일 뿐이라는 구분을, 형식과 경험을 한 몸으로 만들어 지워 버린 극단으로 본다.
  • 하프라이프2 블랙메사 이스트 : 알릭스가 로봇 '도그'와 공 던지기 놀이를 시켜, 비활성화된 콤바인 롤러마인을 주고받게 하면서 중력건의 당기기와 밀기를 화살표 없이 손에 익히게 한다. 살펴볼 점: 튜토리얼이 별도 안내문이 아니라 캐릭터와의 놀이 자체로 녹아든 암묵 학습으로, 명시 학습과 암묵 학습의 갈림을 본다.
  • 동물의 숲 : 초기 동물의 숲에서는 마을에 이사 온 직후 너굴이 빚을 핑계로 가게 아르바이트를 시켜, 옷 갈아입기와 묘목 심기, 이웃에게 인사 돌리기 같은 심부름을 마쳐야 자유 플레이가 열린다. 살펴볼 점: 정체를 알리는 강제 튜토리얼 구간과 매일 마을을 보러 다시 켜는 정착 습관이 분명히 다른 단계라는 것, 곧 튜토리얼과 NUX의 경계를 본다.
  • 오버워치 연습장 : 본편 매칭과 분리된 연습장과 AI 상대 모드를 따로 두어, 영웅의 기술을 시험해 보는 구간과 실제 첫 대전이 다른 단계로 놓인다. 살펴볼 점: 가르치는 형식(연습장)을 갖췄다고 첫 실전의 경험까지 책임져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 첫 빠른대전에서 무엇이 벌어지는지가 FTUE의 남은 절반이라는 것을 본다.

영상·콘텐츠

  • 브레이킹 배드 1화 콜드 오픈 : 가스마스크에 속옷 차림으로 사막에서 캠핑카를 모는 월터가 사이렌 소리에 쫓기는 장면을 설명 없이 먼저 던진다. 알려진 바로는 이 시리즈의 콜드 오픈은 정보 전달보다 갈고리 역할에 무게를 둔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살펴볼 점: 관객을 붙드는 첫인상과 세계·규칙을 전달하는 일이 별개의 설계라는 것, 곧 첫인상과 튜토리얼격 설명이 다른 일이라는 것을 본다.
  • 스타워즈 에피소드4 도입부 : 1977년작이 오프닝 크롤 몇 줄로 최소한의 맥락만 주고, 이미 진행 중인 은하 내전의 한복판에 관객을 떨어뜨려 나머지는 이야기가 풀리며 채우게 한다. 살펴볼 점: 배경을 다 설명하는 일과 처음부터 빠져들게 하는 일이 다르다는 것, 설명을 미뤄도 첫 몰입이 성립한다는 것을 본다.
  • 시리즈물의 파일럿 에피소드 : 1화로 세계와 규칙과 인물을 알리는 일과, 매주 다시 켜게 만드는 일이 따로 설계된다. 살펴볼 점: 첫 만남의 설계(FTUE격)와 정착의 설계(NUX격)가 같은 작품 안에서 다른 기술로 다뤄진다는 것을 본다.
  • 소설의 프롤로그와 1장 : 배경을 깔아 주는 구간과 이야기에 빠져드는 구간이 나뉜다. 살펴볼 점: 프롤로그를 건너뛰는 독자가 많다는 통설까지 겹쳐 보면, 설명 구간을 앞에 세웠을 때의 비용이 보인다.

보드게임·놀이

  • 글룸헤이븐 / 팬데믹 입문 시나리오 : 룰북 학습은 한 형식일 뿐이고, 첫 판을 끝까지 즐기게 하는 설계는 그보다 넓다. 살펴볼 점: '규칙을 가르쳤다'와 '첫 판이 즐거웠다' 사이의 거리가, 튜토리얼 완료율과 D1 사이의 거리와 같은 모양이라는 것을 본다.
  • 룰을 가르치는 '러닝 게임' 변형 룰 : 첫 판은 일부러 점수를 안 세거나 규칙을 줄여서 도는 식으로, 규칙 교육 구간과 본 게임의 재미가 구분된다. 살펴볼 점: 교육용 한 판을 따로 떼어 두는 결정이, 명시 학습을 본편 바깥에 두는 설계와 같다는 것을 본다.
  • TRPG '세션 제로' : 본 모험을 시작하기 전에 기대와 규칙, 금기를 맞추는 자리를 따로 갖는 관습이다. 살펴볼 점: 첫 조작을 가르치는 일과 첫 경험 전체를 합의하는 일이 다르다는 것, 기대 맞추기가 별도 단계로 분리될 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본다.

모바일·앱·서비스

  • 아이폰 첫 전원 'Hello' 화면 : 여러 언어의 'Hello'를 차례로 보여주는 인사 한 장으로 시작해, 빽빽한 안내문 없이 언어·계정·권한 설정으로 사용자를 데려간다. 살펴볼 점: 쓸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OOBE 구간이 본편의 재미보다 앞에 따로 놓여 있고, 그 진입을 마찰 없이 짧게 짜는 일이 별개의 설계라는 것을 본다.
  • 새 스마트폰 초기 설정 마법사 : 언어·계정·권한을 잡는 OOBE 구간이 앱을 즐기는 구간 앞에 따로 놓인다. 살펴볼 점: 이 구간의 길이와 막힘이 첫 재미와 무관하게 이탈을 만든다는 것, 그래서 OOBE는 재미가 아니라 마찰 제거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을 본다.
  • 권한 요청을 필요한 순간으로 미루는 앱 : 알림·위치 같은 권한을 첫 진입에서 묶어 묻지 않고, 그 권한이 실제로 필요해지는 순간에 하나씩 묻는다. 살펴볼 점: 진입 줄을 짧게 해 첫 재미까지의 거리를 줄이는 OOBE 분할 설계로, '언제 묻느냐'가 '무엇을 묻느냐'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본다.
  • 슬랙의 슬랙봇 첫 안내 : 처음 들어온 사용자에게 슬랙봇이라는 봇과의 대화로 프로필 설정 같은 첫 단계를 밟게 해, 도구의 핵심 동작인 메시지 주고받기를 안내 절차 자체로 먼저 시켜 본다고 알려져 있다. 살펴볼 점: OOBE격 설정 절차를 제품의 핵심 문법 안에서 치르게 하면, 가르침과 첫 사용이 한 동작으로 겹쳐진다는 것을 본다.
  • 넷플릭스 프로필 만들기와 취향 고르기 : 가입 직후 프로필을 만들고 좋아하는 작품 몇 개를 고르게 하는 절차를 시청이라는 본편 앞에 따로 두어, 첫 추천 화면을 채울 재료를 미리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살펴볼 점: 쓸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구간과 정주행이 습관이 되는 구간이 서비스에서도 다른 설계라는 것을 본다.

오프라인·일상

  • 공연 전 안내 방송과 막 오름 : 좌석과 비상구를 알리는 작동 안내(OOBE격)와 극의 첫 장면은 성격이 다르다. 살펴볼 점: 같은 시공간 안에서도 두 구간의 말투와 목적이 완전히 갈린다는 것, 안내가 끝나야 비로소 첫 경험이 시작된다는 것을 본다.
  • 운전 교습소 학과와 도로 주행 : 규칙을 배우는 일과 실제로 운전이 손에 붙는 일은 다른 구간으로 나뉜다. 살펴볼 점: 학과 만점이 도로 위 능숙함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튜토리얼 완료율이 첫 재미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본문의 논점과 겹친다.
  • 가전의 개봉·설치(OOBE)와 첫 사용 : 쓸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일과 실제로 잘 쓰는 일이 나뉜다. 살펴볼 점: 설치 기사가 다녀간 날과 그 가전이 일상이 된 날 사이의 거리를 떠올려 보면, OOBE와 정착의 차이가 손에 잡힌다.
  • 자동차 키 넘겨받고 첫 시동까지(인도 절차) : 차를 굴릴 수 있게 만드는 인도 단계와 운전이 몸에 익는 단계가 다르다. 살펴볼 점: 인도 절차가 아무리 친절해도 첫 주행의 긴장은 따로 남는다는 것, 두 단계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본다.
  • 이케아 조립 설명서 : 글자 없이 막대 인물과 화살표, 기호만으로 조립 순서를 보여줘, 어떤 언어 지식도 전제하지 않고 처음 보는 사람을 따라오게 만든다. 살펴볼 점: 마리오 1-1처럼 보편 직관에 기대 가르치는 안내의 본보기로, 명시 안내문 없이 배치와 그림만으로 다음 행동을 끌어내는 설계를 본다.
  • 헬스장 OT(오리엔테이션) : 등록 직후의 기구 사용법 안내와 인바디 측정은 시설을 쓸 수 있게 만드는 절차일 뿐이라, 그것을 마친 회원이 다음 주에도 나오느냐는 별개의 문제로 남는다. 살펴볼 점: 튜토리얼 완료(OT 이수)가 정착(꾸준한 출석)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본문의 D1 이야기가 오프라인에서 그대로 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