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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DONG-EUN · FTUE 최초 사용자 경험

08 고객안의고객들

김동은WhtDrgon. · Chapter 8

8장. 고객 안의 고객들: 페르소나에서 이민 후보자로

페르소나를 만들어 본 사람은 안다. 보통 그 종이는 만들고 나면 서랍으로 들어간다.

나이와 성별로 그린 페르소나는 첫 화면에서 아무 버튼도 골라주지 못한다.

이름을 붙이고, 나이를 적고, 직업과 취미를 채우고, 그럴듯한 인물 사진까지 붙인다. "28세 직장인 김지은,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본다." 회의실 벽에 한 장 붙여 두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막상 첫 화면을 짤 때 "28세 여성"이라고 적힌 그 종이만 들고는 첫 버튼을 무엇으로 둘지 못 정한다. 28세든 29세든, 그 칸은 여기 강아지를 둘지 고양이를 둘지 한마디도 거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 화면을 짤 때 그 종이를 다시 꺼내 보는 사람은 드물다. 김지은이 28세든 29세든, 첫 화면에 무엇을 먼저 보여줄지는 달라지지 않는다.

페르소나가 장식으로 끝나는 건, 우리가 그 사람을 '인구통계의 한 점'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나이와 직업은 그 사람이 어디에 사는지를 알려줄 뿐, 그 사람이 우리 화면 앞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에 멈칫하는지를 알려주지 않는다. 첫 경험 설계에 쓸모 있는 페르소나는 다른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사람은 지금 어디서 살다가 왔으며, 우리 세계로 옮겨 올 마음이 있는가.

세 장이 한 사람을 점점 좁혀 온 셈이다. 6장은 한 사람 안의 역할을 계층으로 나눴다. 같은 사람이 어느 순간엔 값을 따지는 고객이고 어느 순간엔 손가락을 움직이는 플레이어라는, 한 사람 안의 여러 얼굴이었다. 7장은 사람마다 모르는 것의 종류가 다르다는 걸 봤다. 누구는 장르를 모르고 누구는 결제를 모르고 누구는 어디를 눌러야 할지를 모른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차이였다. 8장은 그 사람을 실제 설계 대상으로 고정한다. 계층도 모르는 것의 종류도 한 명의 구체적인 얼굴 위에 모아, 첫 화면을 짤 때 책상에 올려 두는 한 사람으로 만든다.

여기서 한 가지를 먼저 갈라 둬야 한다. 속성이 많은 페르소나와 결정을 바꾸는 페르소나는 다르다. 김지은의 칸을 아무리 빼곡히 채워도, 그 칸들이 첫 화면의 한 결정도 바꾸지 못하면 그 페르소나는 장식이다. 키가 몇이고 어느 동네에 살고 커피를 좋아한다는 정보는, 우리가 첫 화면에 무엇을 먼저 놓을지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쓸모 있는 페르소나는 칸이 적어도 좋되, 그 적은 칸이 한 결정을 바꿔야 한다. "이 사람은 실패를 거슬려 한다"는 한 줄은 첫 화면에서 실패를 먼저 보여줄지 말지를 곧장 가른다. 페르소나의 값어치는 칸의 개수가 아니라, 그 칸이 첫 화면의 어떤 결정을 바꾸느냐로 잰다. 이 기준은 검증 가능한 절차로 만들 수 있다. 페르소나의 모든 칸 옆에 '이 칸이 바꾼 첫 화면 결정'을 한 줄씩 적어 보고, 빈 채로 남는 칸은 지우는 것이다. 이 칸 삭제 규칙 하나만 돌려도 페르소나는 살이 붙기만 하는 문서에서 다이어트되는 문서로 바뀐다.

한 사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입구로 들어오는 사람들

가상의 게임으로 들어가 보자. 캐릭터를 중심에 둔 숏폼과 수집과 대화가 섞이고, 거기에 가벼운 전투가 곁들여진 모바일 게임이다. 이 게임을 깔 만한 사람을 한 명으로 그리려고 하면 자꾸 미끄러져, 그릴 때마다 다른 사람이 나온다.

한 사람은 아이돌 그룹의 오랜 팬이다. 최애의 영상이라면 다 챙겨 보고, 굿즈를 모으고, 매일 그의 소식을 확인하는 게 하루 일과다. 이 사람이 우리 게임을 깔았다면, 그가 기대하는 건 전투도 경쟁도 아니다. 좋아하는 캐릭터와 매일 안부를 나누고, 그를 꾸미고, 그와의 관계가 쌓이는 감각이다. 또 한 사람은 웹툰을 정주행하는 독자다. 출근길에 한 회씩 넘겨 읽고, 다음 화를 기다리는 데 익숙하다. 이 사람이 기대하는 건 이야기의 다음이고, 세로로 넘기는 손맛이고, 한 회 분량의 완결감이다. 세 번째 사람은 숏폼을 끝없이 넘기는 사람이다. 그는 아주 짧은 순간 안에 재미가 안 보이면 넘긴다. 로딩도 인트로도 튜토리얼도 그에게는 다 방해물이다.

이 셋은 같은 게임을 깔지만 같은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셋에게 똑같은 첫 화면을 보여주면 셋 다 어딘가에서 어긋난다. 팬에게는 갑작스러운 전투 튜토리얼이 거슬리고, 웹툰 독자에게는 길 잃을 자유도가 부담스럽고, 숏폼 시청자에게는 시작 전에 봐야 하는 인트로가 길다. 고객 안에 다양한 고객이 있다는 말은 이 뜻이다. 우리 고객은 한 종류가 아니라, 저마다 다른 동네에서 살다가 다른 입구로 들어오는 여러 사람이다.

MEJE 아이동월드에서도 아이동을 만나 데려올 팬은 한 종류가 아니다. 어떤 팬은 최애의 다정하고 보드라운 면에 애착이 깊은 팬이다. 어떤 팬은 최애의 통통 튀고 장난스러운 면에 끌려, 자꾸 반응을 끌어내고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팬이다. 강아지의 보드라움에 끌릴 팬과 개구리의 통통 튀는 반응에 끌릴 팬은, 같은 첫 화면을 봐도 다른 곳에서 눈이 멈춘다.

페르소나에 게임의 결을 입힌다

쓸모 있는 페르소나를 그리려면, 일반적인 제품 페르소나가 적는 칸을 먼저 채우고, 그 위에 게임만의 칸을 더 얹는다.

먼저 어느 제품에서나 묻는 것들이다. 이 사람이 이루려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그를 불편하게 하는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가. 어떤 환경에서 화면을 보는가. 출근길 흔들리는 지하철인지, 잠들기 전 침대인지, 아이 옆에 앉은 거실인지. 여기까지는 어떤 앱을 만들든 채우는 칸이다.

게임은 사람에게 실패를 겪게 하고 경쟁을 붙이고 무언가를 소유하게 하는 매체라서, 일반적인 앱보다 마음을 더 깊이 건드린다. 그래서 여기에 한 겹을 더한다. 이 사람은 남에게 보이고 싶어 하는가, 아니면 조용히 혼자 즐기고 싶어 하는가. 무엇에 자존심을 느끼고, 무엇에서 부끄러움을 느끼는가. 자랑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가, 어딘가에 속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가. 좋아하는 캐릭터에게 애착을 쏟는 사람인가,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굴리는 데서 만족을 얻는 사람인가. 이 칸들이 채워져야 비로소 페르소나가 결정할 거리를 준다. 자존심이 센 사람에게는 첫 화면부터 꼴찌 순위를 보여주면 안 되고, 애착이 깊은 사람에게는 캐릭터를 너무 빨리 도구처럼 다루게 하면 안 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5장에서 본 출신 매체가 이 페르소나의 가장 중요한 정보다. 아이돌 팬은 최애와의 일상 동행을 들고 오고 전투와 실패를 거슬려 하며, 영화나 드라마를 보던 사람은 서사와 연출과 결말을 기대하다 갑자기 조작을 요구받으면 당황하고, 웹툰 독자는 회차감과 세로 스크롤을 들고 오면서 길을 잃거나 실패하는 걸 싫어한다. 이 사람들은 게임의 문법이 아니라 자기가 살던 세계의 문법을 들고 온다. 그 문법을 모르고 첫 화면을 짜면, 우리는 그 사람의 손에 익은 동작을 못 쓰게 만들고 그가 싫어하는 걸 첫 화면에서 들이밀게 된다.

실제 게임들이 이 점을 신경 쓰는 흔적이 보인다. 웹소설과 웹툰으로 먼저 큰 팬층을 모은 「나 혼자만 레벨업」을 게임으로 옮긴 「어라이즈」는, 원작을 읽고 들어온 독자가 적지 않다는 걸 전제로 깔았다. 그래서 게임 평을 보면 원작의 장면을 만화 컷 연출로 되살린 컷신을 호평하는 목소리가 자주 눈에 띈다. 원작 독자가 들고 온 게 무엇인지를 짚어 보면 이유가 보인다. 그가 들고 온 건 전투 조작이 아니라 '그 이야기의 다음 장면'이다. 첫 화면이 그가 아는 장면으로 그를 맞으면, 그는 낯선 조작을 배우기 전에 자기가 살던 곳의 익숙한 신호부터 받는다. 같은 출신을 거꾸로 대접한 예도 흔하다. 원작 독자를 잔뜩 끌어들이고는 첫 화면을 여느 역할수행게임과 똑같은 전투 튜토리얼로 열면, 이야기를 따라온 사람은 자기가 기대한 게 여기 없다고 느끼고 입구에서 돌아선다. 어느 쪽이든 가르는 건 화면의 화려함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디서 무엇을 들고 왔는지를 첫 화면이 알고 있느냐다.

슬롯과 스탯이라는, 묻지 않고 넘어간 약속

이 대목에서 게임이 오래 물려받은 관습 하나를 검문소에 세워야 한다. 페르소나를 '캐릭터 슬롯'과 '능력치'로 바꿔 적는 습관이다.

게임 기획자는 사람을 분류할 때 무의식적으로 게임의 언어를 쓴다. 이 캐릭터는 탱커, 저 캐릭터는 딜러. 이 유저는 과금 등급 몇, 저 유저는 전투력 몇. 페르소나조차 "전사형 유저"니 "수집가형 유저"니 하는 슬롯으로 나눈다. 이 관습은 역할 분담이 뚜렷한 역할수행게임의 파티 구성에서 왔다. 탱커가 앞을 막고 딜러가 뒤에서 때리고 힐러가 회복하는, 그 깔끔한 분업의 틀이라, 게임 안에서는 잘 작동한다.

문제는 일반인이 이 약속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아이돌 팬에게 "당신은 수집가형입니다"라고 말하면 그는 자기를 모욕당한 듯 느낄 수 있다. 그는 자기가 무언가를 '수집'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좋아하는 대상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같은 행동을 게이머는 수집이라 부르고 팬은 애정이라 부른다. 우리가 그를 슬롯에 넣는 순간 우리는 그가 자기를 보는 방식과 다른 언어로 그를 보게 되고, 그러면 첫 화면도 그 잘못된 언어로 짜여 수집 진행도 막대를 들이밀고 등급을 매기고 효율을 따지게 만든다. 정작 그 사람이 원한 건 안부와 애착이었는데.

이 관습이 일반인에게 물리는 요금은 배제감이다. 자기 언어가 아닌 언어로 분류당한 사람은 이 게임이 자기를 위한 게 아니라고 느낀다. 그래서 슬롯과 스탯은 우리 내부 설계 문서에는 남겨 두되, 그 사람을 이해하는 첫 단계로 쓰지는 않는다. "이 사람은 무슨 형인가"를 묻는 대신 "이 사람은 어디서 살다 왔고, 무엇을 들고 왔고, 무엇을 거슬려 하는가"를 묻는다. 슬롯은 그 사람을 다 이해한 다음 시스템을 굴릴 때나 꺼내는 도구이지, 사람을 처음 그릴 때 꺼내는 게 아니다. 한 발 더 가야 하는 이유도 있다. 내부 언어는 반드시 샌다. 내부 문서에서 팬을 '수집가형'이라 부르면 어느 날 UI 문구에 '수집 진행도'가 새어 나오는데, 화면의 말은 결국 만드는 사람들의 말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스템 수치야 내부에 남겨 두더라도, 사람을 가리키는 내부 문서의 용어만큼은 그 사람이 자기를 부르는 말로 미리 바꿔 두는 편이 안전하다.

슬롯으로 묶다가 놓치는 게 또 있다. 같은 출신처럼 보여도 7장의 구경꾼 항목에서 본 참여의 온도가 사람마다 달라서, 같은 웹툰 독자라도 읽기만 하는 사람과 매회 감상을 남기는 사람은 첫 화면에서 원하는 게 다르다. 우리 이민 후보 안에도 이 온도 차가 있으니, 후보 카드에 그 사람의 온도를 한 줄 적어 두면 첫 화면부터 제작 도구를 들이미는 실수를 미리 막는다.

▶ 내 화면에 대입하는 세 가지

  1. 우리 페르소나가 첫 화면의 선택을 좁혀 주나, 아니면 인구통계만 적혀 있나.
  2. 우리는 이 사람을 '이민 후보'로 보고 있나, 아니면 보고용 초상화로 그치나.
  3. 구경꾼과 창작자를 같은 입구로 밀어 넣고 있지 않나.

세 질문 중 하나라도 막히면, 그 페르소나는 첫 화면을 한 칸도 못 바꾼다.

그래서, 이 사람을 이민 후보로 본다

페르소나를 이렇게 다시 그리고 나면 그 종이의 성격이 바뀐다. 더 이상 '우리 고객은 이렇게 생겼습니다'라는 보고용 초상화가 아니라, '이 사람을 우리 세계로 데려오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이주 계획서가 된다.

이민자를 떠올려 보면 된다. 어떤 사람이 새 나라로 옮겨 갈지 고민할 때, 그는 지금 살던 곳을 완전히 잊고 빈손으로 가지 않는다. 살던 곳의 언어와 입맛과 습관을 그대로 들고 간다. 새 나라가 그걸 받아 줄 수 있는지, 거기서도 자기가 알던 방식이 통하는지를 본다. 우리 세계로 누군가를 데려오는 일도 같다. 아이돌 팬을 데려오려면, 그가 살던 곳에서 하던 일, 곧 최애와의 안부와 꾸미기와 애착을 우리 세계 안에서도 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그게 안 되면 그는 입구에서 돌아선다. 여기는 내가 살던 곳과 너무 다르다고 느끼면서.

이민이라는 말이 '출신'이라는 말에 더하는 게 바로 이 무게다. 이민은 구경이 아니라 살림을 옮기는 편도의 결정에 가까워서, 오는 사람은 반드시 무언가를 두고 와야 한다. 그가 우리 게임에 쓸 시간은 어디서 새로 생기는 게 아니라 원래 웹툰과 숏폼에 쓰던 시간에서 떼어 오는 것이고, 그가 돌아갈 나라, 곧 어제까지 살던 콘텐츠는 손가락 하나 거리에 늘 열려 있다. 첫 경험이 조금만 서먹해도 그는 언제든 되돌아갈 수 있으니, 우리는 환영 인사만 준비할 게 아니라 그가 우리에게 오기 위해 무엇을 끊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그 결심의 값은 11장에서 경험의 요금으로 다시 계산한다.

그래서 이 장이 남기는 결정은 단순하다. 우리 게임이 데려올 이민 후보를 몇 명 정하고, 각자가 어디서 살다 왔는지, 무엇을 들고 오는지, 무엇을 거슬려 할지를 한 사람씩 그린다. 일곱 칸짜리 표를 다 채울 필요는 없고, 그 사람을 떠올렸을 때 첫 화면에서 무엇을 가장 먼저 보여줄지 무엇을 절대 안 보여줄지가 떠오르면 그것으로 된다.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 페르소나는 아직 인구통계의 한 점에 머물러 있다는 신호다.

6장의 계층, 7장의 모르는 것, 8장의 이민 후보. 세 장이 한 사람을 점점 좁혀 와, 이제 책상 위에 올려 둘 구체적인 얼굴 몇이 남았다. 이 얼굴들은 다음 장부터 쓰일 재료다. 9장은 이 후보들을 어느 세계로 들일지 정하고, 10장은 누구를 첫 화면 맨 앞에 세워 그들을 맞을지 정한다. 후보들의 요구가 서로 부딪칠 때, 이를테면 팬은 전투가 거슬리는데 게임에서 온 후보는 도전부터 원할 때, 그 충돌은 한 화면 안에서 풀려 하지 말고 9장의 입구에서 가른다. 한 가지만 미리 적어 두자. 후보를 여러 명 정했다면, 나중에 첫 화면 통과율을 전체 한 덩어리로 보지 말고 후보별로 갈라서 보라. 팬이 전투에서 식어 나간 것과 웹툰 독자가 자유도에서 길을 잃어 나간 것은, 한 숫자에 섞이면 원인이 안 보인다.

참고 콘텐츠

이 장의 개념이 드러나는 다른 매체의 사례.

비디오게임

  •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 웹소설과 웹툰으로 먼저 큰 팬층을 모은 원작 독자가 들고 온 건 전투 조작이 아니라 '그 이야기의 다음 장면'이라, 게임은 원작의 명장면을 만화 컷 연출과 컷신으로 되살려 첫 진입에서 먼저 맞는다. 출신 매체의 손에 익은 신호(컷 연출·세로 흐름)를 조작 학습보다 앞에 두는 배치를 참조한다.
  • 사이버펑크 2077 : 같은 게임을 시작해도 '코퍼/스트리트키드/노마드'라는 출신을 고르면 도입부의 첫 장면·첫 동선·첫 대사가 통째로 달라져, 출신별로 첫 화면의 입구 자체를 갈라 주는 분기 설계를 참조한다.
  • 우마무스메 : 함께 레이스에 내보내고 보살펴 호감도를 쌓으면 캐릭터 스토리가 풀리는 구조라, 팬은 자신이 하는 일을 '수집'이 아니라 최애를 키우고 곁을 지키는 일로 받아들인다. 같은 행위를 게임 언어로 '수집'이라 부르지 않고 애착의 언어로 감싸는 설계를 참조한다.
  • 리틀빅플래닛 : 누구나 레벨을 만들 수 있는 게임이지만 실제로 만들어 공유한 사람은 일부에 그쳐, 다수는 남이 만든 걸 즐기러 온다. 같은 출신 안에서도 '만드는 사람'과 '구경하는 사람'의 온도가 갈리니 첫 화면에서 제작 도구를 모두에게 들이밀면 안 된다는 근거로 참조한다.

앱·UX

  • 듀오링고 첫 진입 : 시작하자마자 '처음 배우는지, 이미 좀 아는지'를 물어, 처음이면 기초 경로로 보내고 아는 사람에게는 배치 테스트로 기초를 건너뛰게 한다. 출신(사전 경험)을 첫 질문 한 줄로 갈라 입구를 나누는 온보딩을 참조한다.

나머지 참고 콘텐츠는 이 글 끝의 '8장 부록'에 모아 두었다(단행본에서는 부록 D로 묶인다).


설계 노트 ▶ 직접 해보기

우리 게임이 1차로 데려올 이민 후보를 세 명에서 다섯 명 그린다. 인구통계 대신 다음 네 가지만 적는다.

이 사람은 지금 어디서 살다 왔는가(출신 매체). 거기서 손에 익은 동작은 무엇인가. 우리 첫 화면에서 그가 가장 거슬려 할 것 하나. 그를 안심시킬 익숙한 신호 하나.

여기에 칸을 셋 더한다. 6장에서 정한 첫 진입 계층, 7장에서 고른 체험자 종류, 그리고 이 사람이 우리에게 오기 위해 끊는 것(시간을 쓰던 기존 콘텐츠)이다. 앞의 두 칸이 들어오면 6·7·8장의 세 분류가 따로 도는 셋이 아니라 카드 한 장의 칸 셋으로 수렴하고, 마지막 칸은 11장의 요금 계산에 쓰인다.

이 네 줄이 떠올랐으면, 한 줄을 더 적는다. 이 사람에게 첫 화면에서 절대 쓰면 안 되는 게임 용어나 관습 하나. 아이돌 팬에게는 그를 '수집가형'이라 부르는 분류이고, 웹툰 독자에게는 갑자기 길을 잃게 두는 자유도다. 이 한 줄이 그 사람을 거슬리게 할 지점을 미리 가린다. 그러고 나서 마지막으로, 이 사람을 위해 첫 화면에서 가장 먼저 보여줄 한 가지를 적는다. 다 적었으면 칸마다 옆에 '이 칸이 바꾼 첫 화면 결정'을 한 줄씩 달아 보고, 빈 채로 남는 칸은 지운다. 이렇게 다이어트된 카드들이 부록 A의 '이민 후보자 카드'로 자라난다.

후보 한 명을 떠올렸을 때 첫 버튼이 곧장 손에 잡히면 그 페르소나는 일을 하지만, 안 잡히면 아직 인구통계의 한 점에 머물러 있으니 다시 그린다.

한 줄 요약: 인구통계로 그린 페르소나는 서랍으로 들어간다. 쓸모 있는 페르소나는 그 사람의 자존심과 애착과 출신 매체까지 그려, 첫 화면에서 무엇을 먼저 보여주고 무엇을 숨길지를 결정하게 한다. 그 사람을 '우리 세계로 옮겨 올 이민 후보'로 보면, 페르소나는 초상화가 아니라 이주 계획서가 된다. 슬롯과 스탯은 사람을 처음 이해할 때 꺼내는 게 아니라, 다 이해한 다음 꺼내는 도구다. 다음 장: 우리는 이제 데려올 사람을 정했다. 다음은 그 사람이 들어올 '세계'를 정한다. 어디에 살던 사람을 우리 어느 세계로 옮길 것인가. 주력 세계관과 인접 세계관, 그리고 세계가 주민을 입주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말로 넘어간다.


8장 부록: 참고 콘텐츠 모음

이 모음은 우리 고객이 한 종류가 아니라 저마다 다른 동네에서 살다가 다른 입구로 들어오는 여러 사람이라는 이 글의 논점, 곧 페르소나를 인구통계의 초상화가 아니라 어디서 살다 왔고 무엇을 들고 왔는지를 적는 이민 후보자 카드로 그려야 첫 화면의 결정이 바뀐다는 논점을 게임 안팎의 사례로 넓혀 본 것이다. 같은 장면이 출신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사례, 출신별로 입구를 갈라 둔 사례, 출신을 첫 질문으로 묻는 사례를 본문 절의 핵심 사례에 더해 비디오게임부터 오프라인까지 매체별로 묶었고, 항목마다 끝에 '살펴볼 점'을 달아 설계자가 무엇을 관찰하면 좋은지 적었다. 읽는 요령은 하나다. 각 사례에서 서로 다른 출신이 같은 입구에서 무엇을 다르게 받아 가는지, 그리고 그 차이가 설계의 어느 결정을 바꿨는지를 본다.

비디오게임

  • 위쳐 3: 와일드 헌트 : 1·2편이 게롤트를 기억상실로 그려 신규 입문자에게 세계와 인물을 처음부터 소개하던 장치를, 2015년의 3편은 기억이 돌아온 게롤트로 시작하면서 내려놓는다. 원작 소설과 전작을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인물과 사건을 도입에 깔되, 대화와 회상으로 맥락을 흘려 모르는 사람도 따라가게 한다. 살펴볼 점: 한 입구에서 입문자는 백지에서 안내받고 기존 팬은 아는 이름으로 환대받는 이중 신호가 어떻게 공존하는지, 우리 첫 화면에도 두 출신이 각자 받아 갈 신호가 있는지 본다.
  •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 2018년 퀀틱 드림의 인터랙티브 드라마로, 영화와 드라마를 보던 사람이 들고 온 감상 습관, 곧 장면을 따라가고 인물에 이입하는 손에 익은 방식을 그대로 받아 조작 대부분을 장면 속 선택과 짧은 입력으로 좁힌다. 챕터가 끝날 때마다 분기 순서도를 보여줘 자기 선택이 이야기를 갈랐음을 확인시킨다. 살펴볼 점: 게임 출신이 아닌 사람의 손버릇(보고 고르는 동작)을 첫 입력으로 삼은 배치와, 그 사람이 게임에서만 얻는 새 맛인 분기 확인을 어디에 두었는지 본다.
  • 킹덤 하츠 : 본편 사이사이의 다기종 외전들이 핵심 설정을 떠안으면서, 앞 작품과 외전을 안 거친 신규 플레이어는 본편 도입에서부터 길을 잃는다고 자주 회자된다. 살펴볼 점: 출신(사전 지식) 없이 들어온 사람을 입구에서 배제해 버리는 '연속성 잠금'의 반례로, 우리 콘텐츠에서 앞 회차를 안 본 사람이 첫 화면에서 무엇을 모른 채 시작하게 되는지 본다.
  • 스트리트 파이터 6 : 2023년작 격투 게임으로, 커맨드 입력에 익은 시리즈 팬을 위한 클래식 조작과 버튼 하나로 필살기가 나가는 모던 조작을 처음부터 나란히 두고, 격투 게임이 처음인 사람은 거리를 돌아다니며 싸움을 배우는 싱글 모드 월드 투어로 따로 맞는다. 살펴볼 점: 같은 게임이 출신별로 조작 체계와 모드라는 입구를 갈라 둔 방식과, 어느 입구로 들어와도 결국 같은 대전의 세계에서 만나게 한 합류 동선을 본다.
  • 포켓몬 GO : 2016년에 나온 위치 기반 게임의 첫 화면 앞에는 어린 시절 포켓몬을 키운 팬과, 게임은 안 하지만 산책 삼아 깔아 본 사람이 같이 선다. 팬은 첫 스타팅 포켓몬에서 추억의 신호를 받고, 산책 출신은 지도 위를 걷는 익숙한 동작만으로 시작할 수 있어 두 출신이 같은 앱에 서로 다른 이유로 머물렀다고 회자된다. 살펴볼 점: 한 입구에 모인 두 출신이 각자 다른 보상으로 정착하는 구조와, 우리 첫 동작이 게임 출신이 아닌 사람의 손버릇으로도 되는지 본다.

모바일·앱·서비스

  • 스포티파이 첫 진입 : 가입 직후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세 팀 이상 고르게 해, 첫 홈 화면을 빈 화면이 아니라 그 취향으로 채운 추천으로 보여준다. 이 사람이 어떤 음악 동네에 살다 왔는지를 첫 질문으로 묻고, 그 답을 곧장 첫 화면의 결정으로 바꾸는 셈이다. 살펴볼 점: 출신을 묻는 질문 하나가 첫 화면을 실제로 바꾸는 흐름과, 우리 페르소나의 칸 가운데 첫 화면의 결정을 바꾸는 칸이 몇 개나 되는지 본다.

영화·드라마

  • 어벤져스(2012) 쿠키 영상 : 본편이 끝난 뒤 짧은 장면에서 "그들과 싸우는 것은 죽음을 흠모하는 일"이라는 대사에 타노스가 돌아보며 미소 짓는다. 코믹스 독자는 타노스가 죽음(데스)이라는 존재를 흠모해 온 설정을 아는 채로 그 미소의 함의를 읽고, 신규 관객은 그저 새 악당의 등장으로 본다. 살펴볼 점: 같은 장면에서 출신에 따라 받아 가는 신호의 두께가 달라진다는 것, 그러면서도 모르는 쪽에게 장면이 그 자체로 완결되게 받쳐 둔 처리를 본다.
  • 해리 포터 영화화 : 책 독자는 자기가 상상해 온 장면의 재현을 기대하고 영화로 처음 만나는 관객은 새 이야기를 기대해, 같은 상영관에 서로 다른 기대 둘이 나란히 앉는다. 살펴볼 점: 원작 재현과 신규 안내 중 무엇을 우선했는지가 어느 출신을 주된 이민 후보로 삼았는지를 드러낸다는 것을 본다.
  • 듄(2021) : 드니 빌뇌브의 영화화는 소설 팬이 들고 온 고유명사들과 입문 관객의 백지를 한 도입에서 같이 다룬다. 용어는 화면 곳곳에 흘리되 이야기 자체는 가문 사이의 갈등이라는 보편 구도로 따라가게 해, 모르는 사람은 분위기로 받고 아는 사람은 깊이로 받는다. 살펴볼 점: 같은 고유명사가 한 출신에게는 환대가 되고 다른 출신에게는 외울 거리가 되지 않게 받쳐 둔 장치가 무엇인지 본다.
  • 탑건: 매버릭 : 2022년작은 1986년 전편을 모르는 관객도 완결된 이야기로 따라갈 수 있게 짜면서, 전작을 본 팬에게는 구스의 아들 루스터와 오래된 사진 같은 신호를 따로 얹는다. 살펴볼 점: 신규를 막지 않으면서 팬에게만 추가 보상을 주는 이중 설계가 수십 년의 간격을 어떻게 건너는지, 팬용 신호가 신규의 이해를 가로막지 않게 놓인 위치를 본다.
  • 더 라스트 오브 어스 드라마 1화 : 2023년 HBO판 1화는 게임에서 짧게 스치던 딸 세라의 일상을 길게 늘려, 게임을 안 한 시청자는 인물에 먼저 정을 붙이게 하고 게임 팬에게는 아는 결말을 다른 각도로 다시 보게 한다. 살펴볼 점: 같은 도입을 두 출신에게 동시에 맞추려고 분량과 시점을 재배치한 방식과, 우리 도입에서는 어느 출신을 위해 무엇을 늘리고 줄였는지 본다.
  • 왕좌의 게임 : 원작 소설 독자는 다음 전개를 아는 채로 연출과 각색을 보고, 드라마만 본 시청자는 전개 자체를 처음 겪어, 같은 회차가 한쪽에는 비교의 대상이 되고 한쪽에는 충격의 대상이 된다. 살펴볼 점: 두 출신의 반응이 갈리는 회차일수록 무엇이 스포일러이고 무엇이 보상인지가 출신에 따라 뒤집힌다는 것을 본다.

애니메이션

  •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 2020년 극장판은 TV판 1기의 바로 다음 이야기를 잇는다. 1기를 본 사람은 네즈코의 사정과 귀살대의 위계를 알고 들어와 감정선이 곧장 작동하지만, 극장에서 처음 보는 사람은 같은 장면에서 인물 관계와 긴장의 무게가 빈칸으로 남는다. 살펴볼 점: 직전 회차를 본 출신과 안 본 출신이 같은 첫 장면에서 받는 정보량의 격차, 그리고 그 격차를 메우는 안내를 어디까지 넣을지의 판단을 본다.
  • 아케인(롤 원작 애니) : 2021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으로, 롤을 한 번도 안 해 본 시청자도 사전 지식 없이 볼 수 있게 자매의 이야기 중심으로 짜고, 게임 팬에게는 아는 챔피언과 지명을 알아보는 별도의 보상을 얹는다. 살펴볼 점: 출신을 모르는 사람을 입구에서 막지 않으면서 아는 사람에게만 추가 신호를 주는 이중 설계와, 그 보상이 본 줄거리의 이해 조건이 되지 않게 지킨 선을 본다.

음악

  • K/DA 'POP/STARS' : 2018년 롤드컵 시기에 라이엇이 롤 챔피언들로 만든 가상 걸그룹의 곡으로, 게임 팬에게는 아는 챔피언이 무대에 선 사건으로 닿고 게임을 모르는 K-pop·팝 청자에게는 그냥 좋은 신곡으로 닿아 양쪽이 다른 입구로 같은 곡에 모인다. 살펴볼 점: 한 콘텐츠가 두 출신의 서로 다른 기대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조건, 곧 어느 한쪽의 사전 지식도 감상의 필수가 아니게 만든 완결성을 본다.

출판·IP 확장

  • 영화 노벨라이제이션 / 게임 타이인 소설 : 영상으로 먼저 만난 독자를 글의 입구로 옮겨 오는 오래된 관행으로, 독자는 장면과 배우의 얼굴을 이미 아는 채로 책장을 넘긴다. 살펴볼 점: 다른 매체에서 생긴 기대(아는 장면, 아는 목소리)가 새 매체의 첫 페이지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우리 매체로 옮겨 올 사람이 들고 올 심상이 무엇인지 본다.
  • 원작 웹툰의 드라마·게임화 : 회차감과 세로 스크롤에 익숙한 독자를 다른 매체로 옮겨 오는 일로, 독자는 이야기의 다음을 아는 채로 오되 손에 익은 읽기 동작은 두고 와야 한다. 살펴볼 점: 원작 독자가 들고 오는 것(다음 장면에 대한 기대)과 두고 오는 것(읽기 손버릇)을 갈라 적으면 이민 후보자 카드의 칸이 그대로 나온다는 것을 본다.
  • 웹소설 원작 IP 확장 : 사이다 전개와 빠른 호흡에 익은 독자를 영상이나 게임으로 데려올 때 기대가 충돌한다. 영상은 호흡이 느려지고 게임은 조작이 끼어들기 때문이다. 살펴볼 점: 같은 이야기라도 매체가 바뀌면 출신 독자가 거슬려 할 것이 새로 생긴다는 것, 그 거슬림을 후보 카드의 '거슬려 할 것' 칸에 미리 적을 수 있는지 본다.
  • 비디오게임 원작 보드게임 : 디지털로 먼저 만난 팬을 물리 컴포넌트의 첫 셋업으로 맞는다. 화면이 대신해 주던 규칙 처리를 사람이 직접 떠안아야 해서, 같은 IP인데도 첫 경험의 비용 구조가 다르다. 살펴볼 점: 같은 세계를 좋아하는 같은 사람이라도 매체가 바뀌면 첫 셋업에서 막히는 지점이 달라진다는 것을 본다.

오프라인·일상

  • 헬스장 첫 상담 : 처음 등록한 사람에게 트레이너가 운동 이력부터 묻는다. 운동이 처음인지, 쉬다 돌아왔는지, 다른 운동을 하다 왔는지에 따라 첫 프로그램이 갈린다. 살펴볼 점: 출신을 묻는 질문 하나가 첫 프로그램이라는 첫 화면을 곧장 바꾸는, 가장 작은 이민 후보자 카드라는 것과 우리 온보딩의 첫 질문이 이만큼 결정을 바꾸는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