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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DONG-EUN · FTUE 최초 사용자 경험

09 주력세계관과인접세계관

김동은WhtDrgon. · Chapter 9

9장. 주력 세계관과 인접 세계관: 세계는 주민을 입주시킬 수 있어야 한다

앞 장에서 우리는 데려올 사람을 정했다. 이제 그 사람이 들어올 세계를 정한다. 그 세계에 사는 캐릭터 한 명 한 명의 얼굴은 10장에서 그린다.

세계관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살 수 있게 보여주는 것이다.

세계관이라는 말을 들으면 기획자는 보통 설정집부터 떠올린다. 그건 절반만 맞다.

대륙의 지도가 있고, 종족이 몇이고, 천년 전에 무슨 전쟁이 있었고, 신이 몇이고, 화폐 단위가 무엇인지, 두꺼운 설정 문서가 쌓일수록 세계가 깊어진다고 믿는다. 그런데 첫 화면 앞에 선 일반인에게 이 설정은 깊이가 아니라 벽이어서, 첫 화면을 켜자마자 인명과 지명 같은 고유명사 다섯 개가 한꺼번에 쏟아지면 일반인은 세계의 두께를 느끼는 게 아니라 외울 거리부터 떠안는다. 그는 천년 전 전쟁을 알고 싶어 들어온 게 아니라, 들어와서 살 만한 곳인지를 보러 왔다.

세계관을 설정의 양으로 재는 습관을 멈춰 세워야 한다. 첫 경험에서 세계관이 하는 일은 사람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들이는 것이고, 세계는 주민을 입주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이 반복하는 문장이다. 아무리 정교하게 지은 세계라도 사람이 들어와 살 자리가 없으면 그건 박물관이지 사는 곳이 아니어서, 세계관을 짤 때 던질 질문은 "이 세계는 얼마나 깊은가"가 아니라 "어디에 살던 사람을 이 세계로 옮겨 올 것인가"이다.

그래서 미리 정의해 두자. 이 책에서 세계는 설정의 단위가 아니라 사는 방식의 단위다. 캐릭터를 꾸미고 보살피는 세계, 짧은 도전을 즐기는 세계라고 말할 때의 세계는 저마다 다른 설정을 가진 별개의 땅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사람이 무엇을 하며 사는지가 다른 동네를 가리킨다. 설정과 로어는 그 동네에 깔린 배경일 뿐이고, 이 장에서 주력이니 인접이니 가르는 대상은 어디까지나 사는 방식이다.

웹툰 독자를 어느 세계로 데려올 것인가

가상의 캐릭터 게임으로 돌아간다. 우리는 8장에서 그린 후보 중 하나인, 웹툰을 정주행하던 독자를 데려오기로 했다. 그를 데려오려면 그가 가장 깊이 머물 중심 세계와, 그 옆에 붙은 가까운 세계들을 정해야 한다.

웹툰 독자는 지금 어떤 세계에 살고 있나. 한 회씩 끊어 읽고, 다음 화를 기다리고, 좋아하는 캐릭터에게 마음을 주고, 세로로 넘기며 이야기에 잠기는 세계다. 이 사람을 우리 게임으로 데려올 때, 우리의 중심 세계는 이 사람이 살던 곳과 너무 멀어서는 안 된다. 우리 게임의 주력 세계가 빠른 전투와 경쟁 위주라면 이 사람은 입구에서부터 이질감을 느끼는데, 살던 동네와 새 동네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면 이주는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중심 세계를 '캐릭터와 함께 흘러가는 이야기가 있는 세계'로 잡는다. 이게 주력 세계관, 곧 이 게임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답하는, 가장 많은 사람이 살게 될 곳이다. 그리고 그 옆에 캐릭터를 꾸미고 보살피는 세계, 같은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느슨하게 어울리는 세계, 짧은 도전을 즐기는 세계 같은 가까운 세계 몇을 둔다. 이게 인접 세계관으로, 주력 세계가 마음에 들어 들어온 사람이 자연스럽게 발을 들일 수 있는, 걸어서 갈 만한 거리의 이웃 동네들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거리 감각이다. 인접 세계가 주력 세계와 너무 동떨어져 있으면 그건 이웃이 아니라 다른 나라여서, 이야기를 보러 온 사람에게 갑자기 빡빡한 순위 경쟁 세계를 들이밀면 그는 자기가 잘못 들어왔다고 느낀다. 그렇다고 인접 세계가 주력 세계와 똑같으면 굳이 발을 옮길 이유가 없으니, 인접 세계는 주력과 충분히 가깝되 새로운 맛이 하나는 있는, 그 미묘한 거리에 놓여야 한다.

이 거리 감각을 실무로 옮기면, 출신 세계마다 우리 세계까지의 이민 거리가 다르다는 기준이 된다. 웹툰을 읽던 사람, 숏폼을 넘기던 사람, 아이돌을 좋아하던 사람, 다른 게임을 하던 사람은 저마다 다른 동네에서 출발해 우리 세계로 오기 때문이다. 어떤 출신은 가까운 이민이다. 캐릭터에게 마음을 주고 이야기를 따라가던 웹툰 독자가 캐릭터와 함께 흐르는 우리 세계로 오는 일은 동네 하나만 건너면 되는 가까운 거리다. 어떤 출신은 먼 이민이어서, 빠른 전투와 효율에 길든 사람이 느긋한 돌봄의 세계로 오는 일은 손에 익은 것의 절반을 내려놓아야 하는 먼 길이다. 그리고 어떤 출신은 위험한 이민이다. 들고 온 기대가 우리 세계의 문법과 정면으로 부딪혀서, 잘못 안내하면 입구에서 거부감만 안고 돌아서는 경우인데, 자기 최애에게 등급이 매겨지는 걸 견디지 못하는 팬을 순위 경쟁 세계로 데려오는 일이 그렇다. 덧붙이면 이 셋은 출신에 영영 붙는 라벨이 아니라 설계에 따라 움직이는 변수라서, 같은 팬 출신도 돌봄의 세계로 안내하면 가까운 이민이지만 순위 경쟁 세계로 데려가면 위험한 이민이 된다.

거리를 감으로만 재지 않으려면 두 성분으로 쪼개면 된다. 하나는 그 출신이 들고 온 동작 가운데 우리 세계에서 그대로 통하는 비율, 곧 손버릇의 재사용률이고, 다른 하나는 들고 온 기대 가운데 우리 세계가 정면으로 어기는 개수, 곧 기대 충돌 수다. 재사용률이 낮으면 먼 이민이고, 충돌이 단 하나라도 최애에 등급을 매기는 일처럼 핵심 기대를 건드리면 위험한 이민이다. 이렇게 쪼개 두면 부록 B의 이민 지도를 감이 아니라 채점으로 그릴 수 있다.

실무 기준은 단순하다. 주력 세계는 가까운 이민에서 데려오는데, 가장 적은 거리로 가장 많은 사람이 정착할 곳이라야 주력이다. 인접 세계는 그다음 거리에서 데려오면서, 먼 이민은 인접 세계로 천천히 안내하고 위험한 이민은 첫 화면에서 무리하게 잡지 않는다.

방향을 뒤집어 써야 하는 독자도 많을 것이다. 신규 프로젝트가 아니라 이미 세계가 정해진 라이브 게임이라면, 사람을 정해 놓고 세계를 고르는 게 아니라 세계를 펴 놓고 사람을 찾는다. 우리 세계에서 이민 거리가 가장 가까운 출신부터 찾아, 그 출신이 모여 사는 곳에 입구와 광고를 내고 그들의 손버릇이 통하는 첫 동작부터 점검하는 것이라, 순서만 뒤집힐 뿐 거리로 잰다는 잣대는 같다.

MEJE 아이동월드에서 주력 세계는 최애를 닮은 아이동을 직접 꾸미고 보살피는 세계다. 강아지를, 개구리를, 고양이를 만나 내 손으로 꾸며 내 것으로 삼고, 그 옆에 아이동을 그룹으로 매칭하며 캐미를 맞춰 가는 세계와 다른 팬이 키운 아이동을 구경하는 세계가 붙는다. 그래서 최애 꾸미기를 즐기던 팬은 꾸미는 세계로 들어오고, 함께 어울리기를 좋아하던 팬은 그룹·캐미 세계 쪽으로 더 끌리니, 같은 동네 안에서도 살 자리가 여러 개다.

첫 화면은 동네 초입이지, 주민센터가 아니다

여기서 입주의 비유를 첫 화면 설계로만 좁혀 쓴다. 새 동네로 이사 갈지 고민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보는 건 그 동네의 초입이어서, 거리가 깨끗한지, 사람들 표정이 어떤지, 내가 여기 어울릴지를 몇 초 만에 가늠한다. 우리 게임의 첫 화면이 바로 이 동네 초입이라, 보러 온 사람이 이 몇 초 동안 '여기 살 만하겠다'고 느끼면 안으로 발을 들이고 '여긴 내 동네가 아니다'라고 느끼면 돌아선다.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동네 초입에 주민센터를 세우는 것이다. 들어오자마자 등록 서류부터 내밀고, 이 세계의 규칙을 외우게 하고, 신분증을 발급받게 하는, 세계관 설정을 첫 화면에 쏟아붓는 일이 이것이다. 이사 올지 보러 온 사람에게 주민등록부터 시키면 그는 구경도 못 해 보고 발길을 돌리는데, 동네가 마음에 들어야 등록할 마음도 생기는 법이니 순서가 거꾸로다.

이 비유는 첫 화면 설계까지만이다. 보러 온 사람을 안에서 사는 사람으로 바꾸는 일, 거기까지가 첫 경험의 몫이며, 그 사람이 들어와 살기 시작한 다음에 무엇으로 오래 머물게 할지는 이 책의 주제가 아니다. 우리가 짜는 건 동네 초입의 첫인상이고, 들어와 둘러볼 첫 골목이다.

고유명사 폭탄이라는, 게임이 사랑하는 관습

세계관을 다루는 장이니 게임의 관습 하나를 검문소에 세운다. 첫 화면에서 세계의 고유명사와 설정을 한꺼번에 퍼붓는 습관이다.

게임은 자기 세계의 고유명사를 사랑해서, 종족 이름과 지역 이름과 진영 이름, 신의 이름과 사건의 이름이 첫 화면이나 첫 컷신에서 비처럼 쏟아진다. "아르카니아 대륙의 벨테인 왕국, 천 년 전 그림자 군주 모르가스와의 전쟁 이래..." 이 관습은 어디서 왔나. 두꺼운 판타지 소설과 대작 역할수행게임의 오프닝에서 왔다. 그 세계에 깊이 들어온 사람에게는 이 고유명사들이 세계의 두께를 증명하고, 이름이 많을수록 세계가 진짜처럼 느껴진다.

일반인 중 상당수는 이 약속을 공유하지 않는다. 아이돌 팬이나 웹툰 독자에게 낯선 고유명사 다섯 개를 첫 화면에서 던지면 그는 세계의 깊이를 느끼는 게 아니라 입학시험을 마주하고, 외워야 할 게 생겼다고 느끼는 순간 이게 자기에게 너무 복잡한 게임이라고 판단한다. 게이머는 고유명사를 '나중에 알아 가면 되는 떡밥'으로 읽지만 일반인은 '지금 이해 못 하면 못 따라가는 진입 장벽'으로 읽으니, 같은 화면이 한쪽에는 약속이고 한쪽에는 비용이다.

이 관습이 일반인에게 물리는 요금은 집중력이다. 처음 보는 이름을 기억하는 일은 인지 비용이 큰데, 첫 화면은 그 비용을 가장 아껴 써야 할 자리인데도 고유명사 폭탄은 거기서 예산을 다 써 버려서 정작 중요한 첫 동작에 쓸 집중력이 남지 않는다. 본질만 남기고 바꾼다. 세계는 첫 화면에서 이름으로 소개하지 않고 분위기로 소개하면서, 이 동네가 따뜻한 곳인지 차가운 곳인지, 느긋한 곳인지 분주한 곳인지, 안전한 곳인지 위험한 곳인지를 색과 소리와 캐릭터의 표정으로 먼저 느끼게 한다. 고유명사는 사람이 들어와 살기 시작한 뒤에 그 동네를 돌아다니다 자연스럽게 하나씩 알아 가게 하면 된다. 세계는 외우게 하는 게 아니라 살게 하는 것이다.

같은 자리에 검문할 관습이 하나 더 있다. 세계관을 설명하는 오프닝 컷신이다. 두꺼운 세계라면 그 세계를 통째로 보여주는 긴 영상으로 시작하는 게 오래된 관습인데, 천 년의 역사를 깔고 진영을 소개하고 운명을 예고하는 그 몇 분의 영상은 어디서 왔나. 대작 게임의 장중한 인트로에서 왔다. 게이머는 이 컷신을 세계의 예고편으로 보아, 곧 자기가 살게 될 곳의 첫 장면이니 가만히 앉아 끝까지 본다. 그런데 일반인은 같은 컷신을 다르게 받아서, 그에게 오프닝 컷신은 예고가 아니라 조작을 막아 둔 대기시간이고, 빨리 만져 보고 싶은데 화면이 자기 말을 안 듣는 그 몇 분이 로딩과 다를 게 없다. 게이머에게는 세계의 약속인 영상이 일반인에게는 손이 묶인 시간으로 느껴지니, 같은 화면이 한쪽에는 예고이고 한쪽에는 대기다. 이 관습이 일반인에게 물리는 요금은 시간이다. 첫 화면에서 가장 비싼 게 시작 직전의 시간인데, 긴 컷신은 그 시간을 먼저 청구한다. 큰 칭찬을 받은 대작 중에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게 풀리기까지 한참 따라가야 하는 게임이 있는데, 「어쌔신 크리드 3」가 그렇게 도입이 길기로 자주 입에 오른다. 이야기에 깊이 들어온 사람에게는 그 무게가 매력이지만 짬을 내 잠깐 만져 보려던 사람에게는 그저 손이 묶인 시간이다.

본질만 남기고 바꾼다. 도입을 잘 짠 게임들은 반대로 가서, 전쟁이 있었고 공주가 있었고 적이 있다는 정도만 일러 주고 나머지는 그 이야기 조각이 실제로 필요해지는 순간에 풀어 놓는다. 세계의 첫인상은 영상으로 떠먹이지 않고 사람이 손을 움직이는 동안 배경으로 스며들게 하며, 보여줄 게 있다면 건너뛸 수 있게 두고, 먼저 만지게 한 다음 그가 멈춰 쉬는 틈에 한 조각씩 흘린다.

두 검문을 하나의 규칙으로 묶을 수 있다. 고유명사와 컷신은 절대악이 아니라, 그 가치가 보는 이의 선행 경험에 그 이름이 있느냐로 갈린다. 8장에서 본 원작 팬에게 원작의 장면과 이름으로 여는 첫 진입은 5장의 익숙함이라 환대가 되지만, 같은 화면이 원작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외울 거리이고 입학시험이 된다. 그러니 컷신을 넣을지 말지를 묻지 말고, 지금 이 입구로 들어오는 사람의 선행 경험 안에 이 이름들이 들어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 내 화면에 대입하는 세 가지

  1. 첫 화면이 세계를 설명하나, 아니면 사람을 들여 살게 하나.
  2. 고유명사를 첫 화면에 몇 개나 던졌나, 외울 거리가 되고 있지 않나.
  3. 들어온 사람에게 이 세계의 주민이 될 역할을 줬나.

첫 화면이 주민등록부터 시킨다면, 보러 온 사람은 구경도 못 하고 돌아선다.

그래서, 주력 하나와 인접 몇을 정한다

세계관을 입주의 관점으로 보고 나면 첫 경험에서 내릴 결정이 또렷해져서, 우리 게임의 주력 세계 하나를 정하고 그 옆에 둘 인접 세계 두셋을 정하게 된다. 주력 세계는 '이 게임이 무엇인가'에 한마디로 답하는 곳이고, 인접 세계는 그 답이 마음에 든 사람이 걸어서 갈 만한 이웃이다.

이때 8장에서 그린 이민 후보들을 이 지도 위에 올린다. 웹툰 독자는 어느 세계 초입으로 들어오게 할지, 아이돌 팬은 어디서 가장 오래 머물지, 숏폼 시청자는 어느 골목을 가장 빨리 둘러볼지, 후보마다 들어오는 입구가 다르고 머무는 곳이 다르다. 모두를 같은 입구로 밀어 넣으면 누군가는 반드시 자기 동네가 아닌 곳에 떨어지니,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는 건 결국 아무 입구도 또렷이 짜지 않았다는 뜻이다.

입구를 여러 개 짰다면, 나중에 어느 입구로 들어온 사람이 안으로 더 깊이 가는지를 입구별로 갈라 보면 된다. 어느 세계에서 들어오자마자 돌아서는 사람이 많은지가 보이면, 그 동네 초입에 주민센터를 세워 둔 건 아닌지 의심할 거리가 생긴다.

그런데 세계를 정하고 입구를 갈라 놓아도, 그 입구 앞에 실제로 서서 사람을 맞는 건 세계 자체가 아니다. 동네에 처음 발을 들인 사람의 눈을 붙잡는 건 거리의 분위기이기 전에, 거기 살고 있는 누군가의 얼굴이다. 다음 장은 그 얼굴을 정한다. 세계를 처음 통역하는 캐릭터, 그 캐릭터가 어떤 감각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지로 넘어간다.

참고 콘텐츠

이 장의 개념이 드러나는 다른 매체의 사례.

비디오게임

  • 어쌔신 크리드 3 : 자유 이동까지 도입이 길어 자주 회자된다. 이야기에 들어온 사람에겐 무게지만 잠깐 만지려던 사람에겐 손이 묶인 시간이다.
  • 하프라이프 2 도입부 : 시티 17에 도착한 기차에서 내려 걷는 동안 안내 방송, 벽보, 군인에게 떠밀리는 사람을 직접 지나치게 해 억압된 세계를 설명 없이 체감시킨다. 컷신으로 떠먹이지 않고 플레이어가 손을 움직이는 동안 배경으로 세계를 스며들게 하는 첫 골목 설계를 참조한다.
  • 동물의 숲(모여봐요 동물의 숲) 도입부 : 무인도에 도착하면 너굴이 텐트부터 치게 하고 환영 파티용 나뭇가지를 모으게 해, 세계 설정 대신 '여기서 이렇게 산다'를 작은 일거리로 먼저 보여준다. 최애 아이동을 손으로 꾸미고 보살피는 MEJE 주력 세계와 가장 가까운 입주형 라이프심 도입이라 참조한다.

필름 실사

  • 스타워즈 오프닝 크롤 : 세 문단짜리 짧은 자막으로 제국과 반란군의 정세만 일러 준 뒤, 글자가 사라지면 카메라가 아래로 기울어 곧장 우주선 추격 장면으로 내려가 한복판에 떨어뜨린다. 긴 설명 컷신 대신 정세 한 줌만 깔고 바로 만지게 하는 도입의 길이 감각을 참조한다.

일반 앱

  • 듀오링고 온보딩 : 8장에서 배치 테스트로 출신을 가르던 그 앱이 여기서는 다른 면으로 등장한다. 가입을 미루고 첫 레슨부터 바로 풀게 한 뒤, 진도를 저장하고 싶어질 때쯤 계정 생성을 권한다. 동네 초입에서 주민등록부터 시키지 않고 먼저 살아 보게 한 다음 등록을 권하는 순서를 그대로 보여주니, 첫 화면이 주민센터가 되지 않게 하는 설계를 참조한다.

나머지 참고 콘텐츠는 이 글 끝의 '9장 부록'에 모아 두었다(단행본에서는 부록 D로 묶인다).


설계 노트 ▶ 직접 해보기

우리 게임의 주력 세계 하나를 한 문장으로 적는다. "우리 게임은 ____ 세계다." 설정이 아니라 그 세계에서 사람이 무엇을 하며 사는지로 적는다.

그 옆에 인접 세계 두셋을 적는다. 각각이 주력 세계와 얼마나 가까운지를 손버릇 재사용률과 기대 충돌 수로 가늠하고, 거기에 누가(어느 이민 후보가) 들어와 살지를 한 줄씩 붙인다.

그다음, 첫 화면에서 금지할 세계관 정보 세 개를 적는다. 외우게 하는 고유명사 하나, 역사나 설정을 떠먹이는 긴 컷신 하나, 지금 몰라도 사는 데 지장 없는 설정 하나를 미리 빼 두면, 첫 화면에 남길 게 또렷해진다. 마지막으로, 첫 화면이 이 세계를 고유명사 없이 분위기만으로 소개한다면 무엇을 보여줄지 한 가지만 적는다. 이 지도가 부록 B의 '세계관 이민 지도'로 자라난다.

세 가지를 다 빼고도 첫 화면이 '여기 살 만하겠다'고 느끼게 하면, 그 세계는 사람을 들인다. 아직 외울 거리만 남는다면 동네 초입에 주민센터를 세운 셈이니 다시 짠다.

한 줄 요약: 세계관은 설정의 양이 아니라 사람이 들어와 살 수 있는 자리로 잰다. 주력 세계 하나로 '이 게임이 무엇인가'에 답하고, 인접 세계 몇으로 걸어갈 이웃을 둔다. 첫 화면은 동네 초입이라, 보러 온 사람에게 주민등록부터 시키면 안 된다. 세계는 고유명사로 외우게 하는 게 아니라 분위기로 느끼게 해 살게 하는 것이다. 다음 장: 우리는 이제 그 사람이 들어올 세계를 정했다. 이제 그 세계를 처음 통역할 캐릭터를 정한다. 누가 사는지, 그들이 저마다 어떤 감각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지, 그 캐릭터를 좋아할 사람은 어디서 왔는지로 넘어간다.


9장 부록: 참고 콘텐츠 모음

이 모음은 세계관을 설정의 양이 아니라 사람이 들어와 살 수 있는지로 재야 한다는 이 글의 논점, 곧 주력 세계 하나와 인접 세계 몇을 정하고 출신마다 다른 이민 거리(가까운 이민, 먼 이민, 위험한 이민)를 재며 첫 화면을 주민센터가 아니라 동네 초입으로 짜야 한다는 논점을 게임 안팎의 사례로 넓혀 본 것이다. 본문 절의 핵심 사례에 더해 나머지를 비디오게임부터 오프라인까지 매체별로 묶었고, 항목마다 끝에 '살펴볼 점'을 달아 설계자가 무엇을 관찰하면 좋은지 적었다. 읽는 요령은 하나다. 각 사례에서 세계가 고유명사와 설명으로 들어오는지 분위기와 행동으로 들어오는지, 그리고 들어온 사람이 살던 곳과 새 세계 사이의 거리를 무엇이 좁혀 주는지를 본다.

비디오게임

  • 엘든 링 / 다크 소울 : 프롬 소프트웨어의 이 계열은 천년 역사를 자막으로 깔지 않고, 무너진 마을과 교회와 도시의 폐허 배치, 아이템 설명문 한 줄에 세계사를 흘려 둔다. 엘든 링에서는 도읍 로데일 지하의 '흉조가 버려진 지하' 같은 숨은 구역의 단서를 모아야 황금률의 진짜 역사가 보인다. 살펴볼 점: 외우게 하는 게 아니라 돌아다니며 알아 가게 하는 설계가 깊이와 진입성을 어떻게 같이 잡는지, 우리 세계의 설정이 첫 화면이 아니라 어디에 묻혀 있는지 본다.
  •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 2017년작은 긴 설정 설명 없이 깨어난 링크를 너른 대지로 내보내, 눈앞의 풍경과 멀리 보이는 탑과 사당이 다음 발걸음을 부르게 한다. 고유명사보다 동네 초입의 인상이 먼저 온다. 살펴볼 점: 첫 화면이 정보가 아니라 가 보고 싶은 방향을 주는 방식과, 랜드마크가 안내문을 대신하는 동선을 본다.
  • 헤일로 / 매스 이펙트 : 우주적 규모의 설정을 가진 시리즈들인데도 종족과 진영의 고유명사를 첫 화면에 쏟지 않고, 임무를 수행하며 돌아다니는 동안 대화와 기록으로 한 조각씩 흘려 세계를 알아 가게 한다. 살펴볼 점: 설정의 총량이 큰 세계일수록 입구에서 보여줄 양을 더 아껴야 한다는 것, 첫 한 시간에 등장하는 고유명사의 개수를 본다.
  • 포털 도입부 : 2007년 밸브의 퍼즐 게임은 깨어난 시험 대상이 인공지능 글라도스의 안내 방송만 들으며 첫 방을 직접 풀게 해, 규칙을 외우게 하지 않고 만지는 동안 세계와 조작을 동시에 익히게 한다. 살펴볼 점: 첫 화면에서 설명 대신 곧장 살아 보게 하는 입주형 도입과, 안내 방송이라는 세계 안의 장치가 튜토리얼 문구를 대신하는 통역을 본다.
  • 할로우 나이트 도입부 : 2017년작은 짧은 조작 안내 뒤 폐가와 가로등뿐인 마을 더트마우스에 플레이어를 내려놓고, 노인의 만류에도 우물 아래로 내려가게 한다. 누가, 왜 같은 설정을 일러 주지 않고 텅 빈 동네 초입의 쓸쓸한 인상으로 무너진 왕국의 무게를 먼저 느끼게 한다. 살펴볼 점: 분위기가 설정보다 먼저 오는 도입에서 사람이 언제 처음 '이 세계가 궁금하다'고 느끼는지, 그 호기심이 생긴 다음에야 로어가 풀리는 순서를 본다.
  • 디스코 엘리시움 도입부 : 2019년작은 기억을 잃은 형사가 망가진 여관방에서 깨어나, 세계 설정을 듣는 게 아니라 자기 처지부터 더듬어 가며 플레이어와 같은 속도로 세계를 알아 가게 한다. 살펴볼 점: 설정 떡밥을 한꺼번에 던지지 않고 필요해지는 순간 한 조각씩 푸는 속도 조절과, 주인공의 무지가 플레이어의 무지를 변명해 주는 장치를 본다.
  • 킹덤 하츠 / 제노사가 : 하트리스·노바디·키블레이드 같은 고유 용어가 시리즈를 거치며 누적되어 신규 유입의 진입 장벽으로 자주 거론된다. 알려진 바로는 깊이 들어온 팬에게는 떡밥인 이름이 처음 온 사람에게는 입학시험이 된다. 살펴볼 점: 첫 화면의 고유명사 폭탄이 어떻게 비용이 되는지를 거꾸로 보여주는 사례로, 우리 입구에서 지금 몰라도 되는 이름이 몇 개나 먼저 나오는지 본다.
  • 마인크래프트 : 시작하면 설명도 목표 안내도 없이 들판에 서고, 나무를 캐고 첫 밤을 버티는 동안 이 세계의 규칙이 손으로 익는다. 살아남는 서바이벌 세계 옆에 마음껏 짓는 크리에이티브 세계가 같은 블록 문법으로 붙어 있어, 한쪽에 익숙해진 사람이 걸어서 건너갈 수 있다. 살펴볼 점: 주력 세계와 인접 세계가 손버릇을 공유해 이민 거리가 짧아지는 구조와, 세계가 설정이 아니라 사는 방식의 단위라는 정의가 그대로 구현된 모습을 본다.
  • 포트나이트 : 배틀로얄이라는 주력 세계 옆에 직접 만들고 노는 크리에이티브, 공연과 어울림 위주의 행사, 레고 포트나이트(2023) 같은 인접 세계를 붙여 왔고, 어느 세계로 가든 같은 아바타와 보관함이 따라간다. 살펴볼 점: 인접 세계가 주력과 충분히 가깝되 새로운 맛이 하나씩 있는 거리 배치와, 아바타라는 공통 살림이 이주 부담을 줄이는 방식을 본다.

모바일·앱·서비스

  • 신규 사용자에게 빈 화면 대신 예시로 채운 첫인상 : 협업 도구나 노트 앱들이 첫 진입을 빈 화면이 아니라 예시 문서와 예시 프로젝트로 채워, 설정을 외우게 하지 않고 '여기서 이런 걸 하며 산다'를 분위기로 먼저 보여준다. 살펴볼 점: 입주 전에 차려 둔 모델하우스 같은 예시가 첫 동작을 안내하는지, 그리고 필요 없어졌을 때 쉽게 치워지는지 본다.
  • 인스타그램 릴스 : 2020년에 더해진 세로 짧은 영상 구역으로, 틱톡에서 살던 사람의 손버릇인 세로로 넘기는 시청이 그대로 통하게 짜였다고 회자된다. 기존 인스타그램 주민에게는 같은 앱 안의 이웃 동네가 되고, 틱톡 출신에게는 가까운 이민이 된다. 살펴볼 점: 다른 동네의 손버릇을 들여와 이민 거리를 줄이는 방식과, 기존 주민이 자기 동네가 변했다고 느끼는 비용을 같이 본다.

영화·애니메이션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도입부 : 2001년작은 설명 대사 없이 치히로가 터널을 지나 빈 음식점 거리를 헤매다, 밤이 되어 신들이 떠오르는 광경을 직접 겪게 한다. 관객은 치히로와 같은 속도로 분위기만으로 이세계를 받아들인다. 살펴볼 점: 고유명사 없이 풍경과 빛으로 세계를 먼저 느끼게 하는 도입과, 주인공의 어리둥절함이 관객의 어리둥절함을 대신 짊어지는 구도를 본다.
  • 진격의 거인 1화 : 벽 안의 평화로운 일상을 먼저 보여준 뒤 곧장 초대형 거인이 벽을 부수는 사건 한가운데로 떨어뜨려, 세계 설정을 강의하지 않고 사건으로 세계를 겪게 한다. 살펴볼 점: 배경을 먼저 깔지 않는 인 메디아스 레스 도입에서, 일상 장면 몇 분이 뒤이은 충격의 무게를 어떻게 받쳐 주는지 본다.
  • 메이드 인 어비스 1화 : 거대한 구멍 가장자리 마을 오스의 일상부터 보여주고 탐굴 문화를 곧장 행동으로 겪게 해, 설명 없이 세계의 분위기와 규칙을 살아 보게 한다. 살펴볼 점: 첫 화에서 설정 강의 대신 동네 초입의 인상부터 주는 방식과, 세계의 핵심 규칙이 인물의 일과 속에 자연스럽게 실려 오는 배치를 본다.
  •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 2015년작은 짧은 독백 몇 마디 뒤 곧장 추격전 한복판에 관객을 떨어뜨리고, 물과 기름을 쥔 자가 지배하는 황무지라는 세계의 규칙을 대사 설명이 아니라 미술과 인물의 행동으로 알게 한다. 전작 세 편을 몰라도 따라가는 데 지장이 없다. 살펴볼 점: 설명을 극단까지 줄여도 관객이 길을 잃지 않게 받쳐 주는 것이 무엇인지, 또렷한 욕망과 한 방향의 동선이 설정 강의를 대신하는 방식을 본다.

문학·서사 기법

  • 톨킨 실마릴리온과 호빗 : 같은 세계라도 계보와 신화부터 펼치는 실마릴리온과 한 호빗의 모험으로 들이는 호빗은 이민 거리가 다르다. 깊이가 곧 진입성은 아니다. 살펴볼 점: 같은 세계에 입구를 여럿 두되 첫 입구는 가까운 이민으로 두는 배치와, 우리 세계의 실마릴리온을 첫 화면에 내놓고 있지는 않은지 본다.
  • 인 메디아스 레스(이야기 한가운데서 시작하기) : 배경을 먼저 깔지 않고 사건 속으로 독자를 떨어뜨려 세계에 살게 하는, 서사시 시절부터 오래 쓰여 온 도입법이다. 살펴볼 점: 설명을 뒤로 미루는 대신 무엇으로 독자를 붙잡는지, 사건의 긴장이 설정의 빈칸을 견디게 해 주는 시간을 본다.

음악

  • 자넬 모네 메트로폴리스 연작 : 안드로이드 신디 메이웨더의 디스토피아 도시를 설정집이 아니라 앨범의 곡과 곡 사이 스킷으로 한 조각씩 흘려 쌓아 올린다. 살펴볼 점: 세계를 한꺼번에 설명하지 않고 작품을 즐기는 동안 배경으로 스며들게 하는 입주형 세계관 구축과, 설정을 몰라도 곡이 먼저 좋게 만든 순서를 본다.

보드게임·TRPG

  • 글룸헤이븐 첫 시나리오 : 2017년에 나온 대형 캠페인 보드게임인데도 설정집을 통째로 읽히는 대신, 작은 첫 모험 하나로 그 세계가 어떤 곳인지 살아 보게 한다. 살펴볼 점: 규칙과 세계를 첫 판 분량으로 줄여 건네는 방식과, 큰 세계일수록 첫 입구를 작게 깎는 절제를 본다.
  • TRPG 세션 제로 : 본편을 시작하기 전에 모여 톤과 분위기, 하고 싶은 것과 꺼리는 것을 맞추는 관행으로, 규칙서를 다 외우게 하기 전에 사람이 들어와 살 만한 곳인지부터 맞춰 본다. 살펴볼 점: 입주 전에 동네의 분위기를 합의하는 절차가 이탈을 줄인다는 것과, 우리 온보딩에 세션 제로에 해당하는 단계가 있는지 본다.

오프라인·일상

  • 디즈니랜드의 '위니'(시선을 끄는 랜드마크) : 월트 디즈니가 쓰던 말로 알려진 위니는 멀리서 시선을 끌어 사람을 안쪽으로 걷게 하는 성 같은 랜드마크를 가리킨다. 안내문 없이 풍경이 길을 가리킨다. 살펴볼 점: 이름과 지도가 아니라 풍경이 동선을 만드는 설계와, 우리 첫 화면에서 위니 노릇을 하는 것이 무엇인지 본다.
  • 박물관 첫 전시실의 분위기 설계 : 벽글을 쏟아붓는 대신 첫 방의 빛과 소리로 어떤 곳인지 먼저 느끼게 해 관람 피로를 줄인다. 살펴볼 점: 정보를 읽기 전에 분위기부터 건네는 첫 방의 배치와, 우리 첫 화면이 벽글의 방인지 빛의 방인지 본다.
  • 이케아 쇼룸 : 가구를 사양표와 선반 진열로 보여주는 대신 거실과 침실을 통째로 차려 놓아, 들어선 사람이 '여기 살면 이렇겠다'를 몸으로 가늠하게 한다. 살펴볼 점: 사양 정보가 아니라 사는 방식의 전시가 입주의 상상을 당긴다는 것과, 우리 첫 화면이 스펙을 보여주는지 살림을 보여주는지 본다.
  • 새 동네 사전 답사 / 이사 결정 : 주민등록부터 하는 게 아니라 거리의 분위기와 사람들 표정을 먼저 보고 살 만한 곳인지 가늠한다. 살펴볼 점: 첫 화면이 곧 이 답사의 대상이라는 것과, 우리 동네 초입에서 처음 몇 초 안에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