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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DONG-EUN · FTUE 최초 사용자 경험 (30편)

7장. 극단적 초보자와 가짜 초보자: 체험자 8종

김동은WhtDrgon. · 7편

7장. 극단적 초보자와 가짜 초보자: 체험자 8종

경력자도 우리 게임 앞에선, 다른 데서 배운 오답을 들고 온 초보자다.

다른 게임 고수가 우리 규칙 앞에서 헛손질한다. 옆 게임에서 통하던 손버릇대로 화면을 꾹 누르는데 우리 화면은 그 자리에 아무것도 걸어 두지 않아서, 그는 손이 빈 채로 "이 게임 왜 이래"라고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과 잘못 알고 들어온 사람, 둘 중 누가 더 다루기 어려울까.

상식대로면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야 하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더 어렵다. 그러나 첫 경험 현장에서는 정반대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차라리 다루기 쉽다. 백지여서가 아니라 그는 자기가 모른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천히 보고, 안내를 따르고, 막히면 멈춰 묻는다.

까다로운 쪽은 잘못 안 채로 자신만만하게 들어온 사람이다. 그는 안내를 안 읽고, 다른 게임에서 통하던 손버릇으로 화면을 휘젓다가 안 되면 게임이 이상하다고 판단하고 나가버린다. 1장에서 익숙함이 무지보다 위험하다고 했는데, 그 익숙함이 사람의 형태로 나타난 게 바로 이 가짜 초보자다.

초보자는 하나가 아니다. 이 책이 반복하는 문장이다. '신규 유저'라는 한 단어로 묶어 두는 순간, 우리는 서로 다른 여러 사람을 같은 튜토리얼에 욱여넣게 된다. 6장이 한 사람 안의 층을 갈랐다면, 이번에는 사람과 사람을 가른다.

가장 큰 분기는 종류 이전에 있다

체험자를 잘게 나누기 전에, 그보다 훨씬 큰 갈림길 하나를 먼저 그어야 한다. 이 갈림길을 놓치면 나머지 분류가 다 어긋난다.

게임을 처음 켜는 사람은 크게 둘로 갈린다. 게이머일반인이다.

게이머는 게임을 '하러' 온 사람이다. 자원을 관리하고, 장애물을 넘고, 목표를 달성하고, 밸런스를 따지는 일 자체를 즐기며, 설명서를 읽고, 어려워도 파고들고, 안 되면 공략을 찾는다. 우리가 첫 경험을 까다롭게 짜도 이 사람은 견딘다. 문제는 이 책이 말하는 이 좁은 의미의 게이머가 극소수라는 것이다. 게임을 켜는 사람은 많아도 게임을 '하러' 오는 사람은 전체로 보면 한 줌인데, 정작 게임 회사 안에서 일하는 우리는 대개 게이머다. 그래서 우리는 자꾸 게이머를 기준으로 게임을 설계하다가 시장의 대다수인 나머지를 놓친다. 이건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를 닮은 사용자만 상상하게 되는 직업병에 가까워서, 이 장의 분류는 그 좁아진 상상을 대신 넓혀 주려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잡아야 할 사람은 일반인이다. 그는 게임을 '하러' 온 게 아니라, 지하철 한 정거장,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동안, 커피 나오기까지의 그 2분을 채울 무언가를 찾다가 우리 앞에 왔다. 그에게 우리 게임은 유튜브 쇼츠·웹툰·SNS와 같은 줄에 서 있는 후보 하나일 뿐이라, 깊이를 묻지 않는다. 정해진 공식은 아니지만 대체로 "3분 안에 끝나나? 과금 안 해도 되나? 친구랑 같이 하나?" 같은 걸 먼저 따지는데, 이런 질문에 화면이 곧바로 답하지 못하면 손가락은 이미 다음 콘텐츠로 넘어간다.

이 책이 처음부터 일반인을 1차 대상으로 분명히 정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게이머에 맞춰 짠 입구는 일반인을 쫓아내기 쉽지만, 반대로 일반인에 맞춘 입구는 적어도 입구에 한해서는 게이머도 대체로 통과시킨다. 게이머는 쉬운 입구를 견딜 수 있어도 일반인은 어려운 입구를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6장에서 통제감을 원하는 플레이어에게 손가락 가이드만 반복하는 걸 사고라 불렀으니, 둘을 화해시키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게 건너뛰기와 분기라서, 일반인용 입구에는 게이머가 제 속도로 빠져나갈 샛길을 함께 둔다. 그러니 입구는 일반인의 키에 맞춰 짜고, 깊이는 그 뒤에 천천히 더한다.

RPG 20년 차가 우리 게임 앞에서 헤매는 이유

가상의 캐릭터 수집 게임으로 장면을 옮겨서, 테스트에 두 사람이 들어온 가상의 장면을 그려 보자.

첫 번째는 RPG를 20년 한 베테랑이다. 콘솔로, PC로, 수백 시간짜리 대작을 수십 개 클리어한, 누가 봐도 게임 고수다. 그런데 이 사람이 우리의 단순한 모바일 캐릭터 게임 앞에서 화면을 꾹 눌러 대며 헤맸다. PC에서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눌러 메뉴를 부르던 손버릇 때문이었다. 모바일에도 그 동작에 대응하는 게 없지는 않아서, 길게 누르기, 곧 롱프레스가 흔히 그 동작을 대신해 링크나 사진을 꾹 누르면 복사·저장 같은 메뉴가 뜬다. 다만 그건 운영체제 차원의 약속일 뿐, 우리 게임 화면은 거기에 메뉴를 두지 않았다. 그는 길게 눌러도 아무 반응이 없자 "이 게임 반응이 왜 이래"라고 했다. 게임이 멈춘 게 아니라, 그가 다른 매체에서 굳은 손버릇을 우리가 받아 주지 않는 곳에 들고 온 것이다. 장르 고수이면서 플랫폼 초보였다.

두 번째는 게임을 거의 안 하는 30대 직장인이다. 자기는 게임 잘 모른다고 했는데, 캐릭터 꾸미기 화면에서는 막힘이 없었다. 인스타 스토리를 매일 꾸미고 쇼핑 앱에서 옷을 매일 고르던 사람이라 색을 고르고 부위를 바꾸는 동작이 손에 익어 있었던 것이다. 게임은 초보지만, 우리 게임이 빌려온 그 동작들에는 베테랑이었다.

두 사람을 '신규 유저'라는 한 칸에 넣고 같은 튜토리얼을 보여줬다면, 둘 다 헛다리를 짚었을 것이다. 베테랑에게는 게임의 기본을 설명하느라 시간을 버렸을 테고, 직장인에게는 그가 이미 아는 꾸미기를 처음부터 가르치느라 지루하게 했을 테다. 정작 베테랑에게 필요했던 건 "이 플랫폼에선 길게 누르는 게 아니라 톡 친다"는 한 줄이었고, 직장인에게 필요했던 건 "당신이 인스타에서 하던 그 꾸미기, 여기서도 통한다"는 안심 한 줄이었다.

한 발 더 가면, 바로잡는 안내 한 줄보다 강한 처방은 오답을 받아 주는 화면이다. 베테랑의 롱프레스를 무반응으로 버려두지 말고, 길게 누르면 그 자리에 "여기선 톡 치면 돼요"가 뜨게 하는 것이다. 잘못된 손버릇을 오류가 아니라 입력의 하나로 설계해 두면 가짜 초보자의 오답이 그대로 학습의 재료가 되는데, 이 원칙은 17장의 오류와 복구에서 다시 만난다.

MEJE 아이동월드에서는 코어 팬과 라이트 팬이 서로 다른 체험자로 갈린다. 코어 팬은 직접 아이동을 만나 수집하고 육성하러 오는 사람이고, 아직 영상이나 친구 플레이로만 아이동을 보는 라이트 팬은 뒤에서 볼 여덟 종류 가운데 구경꾼에 해당한다. 라이트 팬에게 필요한 첫 경험은 '내가 직접 키운다'가 아니라 '봐도 충분히 따뜻하다'는 신호여서, 같은 화면이라도 코어 팬에게는 수집하고 꾸밀 거리를, 라이트 팬에게는 보기만 해도 최애가 곁에 온 듯한 온기를 줘야 한다. 둘을 같은 체험자로 보면 라이트 팬을 부담스럽게 하거나 코어 팬을 답답하게 한다.

모르는 게 저마다 다른 여덟 사람

일반인이라는 큰 묶음 안에서, 모르는 것의 종류로 체험자를 다시 나누면 여덟 갈래가 나온다. 정밀한 표는 부록 A에 있다. 여기서는 각자가 무엇을 모르고, 첫 허들이 무엇이며, 어기면 안 되는 금기가 무엇인지만 산문으로 짚는다.

장르 초보자는 이 장르 자체가 처음인, 수집형 게임을 안 해본 사람이다. 그에게는 '뭘 모으는지, 모으면 뭐가 좋은지'가 첫 허들이고, 금기는 장르 용어를 설명 없이 쏟는 것이다. '가챠'니 '돌파'니 하는 말을 첫 화면에서 쓰면 그는 외계어를 만난다.

작품 초보자는 장르는 알지만 이 작품이 처음인, 수집 게임은 해봤는데 우리 게임은 처음인 사람이다. 그는 빨리 '이건 뭐가 다른가'를 알고 싶어 하니, 첫 허들은 차별점이고 금기는 옆 게임과 똑같아 보이는 것이다. 다 비슷하면 "또 그거네" 하고 나간다.

플랫폼 초보자는 위의 RPG 베테랑으로, 게임은 잘하는데 이 기기·이 조작이 낯설다. 첫 허들은 조작 매핑이고, 금기는 다른 플랫폼 문법을 강요하는 것이다. 모바일에 PC식 단축키를 깔면 이 사람만 헤맨다.

세계관 초보자는 시스템은 알지만 이 세계의 이야기·캐릭터·규범이 처음이다. 첫 허들은 '여기가 어떤 세계이고 나는 누구인가'이고, 금기는 방대한 설정을 첫 화면부터 들이붓는 것이다. 세계는 살면서 알아가게 해야지, 입학시험처럼 외우게 하면 안 된다.

경제 초보자는 게임의 재화·과금·교환 구조가 낯설다. 첫 허들은 '뭐가 공짜고 뭐가 유료인가'이고, 금기는 가치를 이해하기도 전에 결제를 들이미는 것이다. 커머스에서 온 신중한 사람일수록 여기서 차갑게 식는다.

소셜 초보자는 혼자 하는 건 익숙한데 함께·경쟁·공유가 낯설다. 첫 허들은 '남이 나를 보는 부담'이고, 금기는 초반부터 랭킹과 공개 비교를 들이대는 것이다. 아직 캐릭터 하나 못 키운 사람을 전체 순위 꼴찌에 앉히면 위축돼서 떠난다.

복귀 초보자는 예전에 했다가 떠났던, 머릿속에 옛 버전이 남아 있는 사람이다. 첫 허들은 '그동안 뭐가 바뀌었나'이고, 금기는 신규처럼 처음부터 다 가르치는 것이다. 그는 신규가 아니라 다시 초보가 된 사람이다. 이 '다시 초보가 되는' 상태는 업데이트나 시즌 전환 때 기존 유저에게도 똑같이 찾아오는데, 그 설계는 25장에서 다시 다룬다.

구경꾼은 직접 할 마음은 아직 없고 보러 온, 친구가 하는 걸 옆에서 보거나 영상으로 접한 사람이다. 첫 허들은 '봐도 재밌나'이고, 금기는 보기만 하려는 사람에게 곧바로 가입과 조작을 요구하는 것이다. 보다가 끌려 들어오게 해야지, 보려는 사람에게 회원가입 벽을 세우면 발길을 돌린다. 온라인 서비스를 오래 본 사람들 사이에는 대다수가 구경만 하고 가끔 손대는 사람이 소수이며 직접 만드는 사람은 한 줌이라는 경험칙이 도는데, 이 참여의 온도 차가 말해 주는 것도 결국 같다. 구경은 참여의 실패가 아니라 참여의 한 온도이니, 보는 것만으로도 경험이 완결되게 짜 줘야 한다.

여덟을 가르는 또 하나의 잣대는, 각자가 무엇을 들고 오느냐다. 가짜 초보자는 빈손이 아니라 엉뚱한 짐을 지고 오는데, 여덟 모두가 짐을 지는 건 아니라서 짐을 진 종류와 빈손인 종류를 갈라 봐야 한다. 짐이 또렷한 쪽은 작품·플랫폼·복귀 초보자다. 작품 초보자는 '기존작이 이랬으니 여기도 이렇겠지'라는 가정을 들고 와 우리가 일부러 바꾼 자리에서 헛디디고, 플랫폼 초보자는 다른 기기의 조작을 당연한 듯 들고 오며, 복귀 초보자는 이미 갈아엎어진 낡은 메타를 머릿속에 그대로 들고 있다. 소셜 초보자가 공개 비교와 랭킹을 당연한 관행으로 여기는 것이나, 구경꾼이 '게임은 직접 해야 아는 것'이라는 관전 전제를 들고 와 보기만 해서는 재미를 못 느낄 거라 지레 판단하는 것도 같은 계열의 짐이다. 반대로 장르 초보자는 빈손에 가깝다. '가챠'·'돌파'·'리세마라' 같은 약어가 첫 화면에 깔리면 그는 잘못 아는 게 아니라 아예 못 읽어서 길을 잃으니, 이 장 서두의 극단적 초보자 쪽에 선 사람이다. 세계관 초보자와 경제 초보자는 그 사이 어디쯤에 있어서, 다른 작품의 고유명사나 다른 게임의 과금 문법을 들고 올 수도 있고 그저 빈손일 수도 있다. 그러니 체험자를 정할 때는 그가 무엇을 모르는지뿐 아니라, 그가 엉뚱한 짐을 졌는지 아니면 정말 빈손인지를 함께 짚어야 한다.

하나 더 일러둘 것은, 여덟이 칸이 아니라 체크리스트라는 점이다. 한 사람에게 여러 개가 동시에 켜져서, 장르도 경제도 세계관도 처음인 사람이 오히려 보통이다.

이 여덟은 6장의 8계층과 헷갈리기 쉽다. 둘은 다른 축이다. 8계층은 한 사람 안에 쌓인 역할이고, 여기 8종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차이다. 한 사람이 '플레이어'(계층)이면서 동시에 '플랫폼 초보자'(종류)일 수 있다. 그리고 이 사람 축은 3장의 '최초 11문턱'이라는 시간 축과도 직교한다. 같은 T5(첫 조작) 문턱이라도, 장르 초보자가 막히는 지점과 플랫폼 초보자가 막히는 지점이 다르다.

▶ 내 화면에 대입하는 세 가지

  1. 경력을 실력으로 착각해, 그가 안다고 넘겨짚고 설명을 빼지 않았나.
  2. 아무것도 모르는 극단적 초보자가, 안내만 따라가도 첫 동작을 해낼 수 있나.
  3. 경력자가 잘못 들고 온 오답을, 첫 화면에서 바로잡아 주는 안내가 한 줄이라도 있나. 셋 중 하나라도 비면, 우리 화면은 빈손 초보자나 가짜 초보자 가운데 한쪽을 놓친다.

그래서, 누구의 첫 화면을 먼저 짤 것인가

여덟을 다 만족시키는 단 하나의 첫 경험은 없다. 장르 초보자에게 친절한 설명은 작품 초보자에게 지루하고, 소셜 초보자를 배려한 비공개는 과시하고 싶은 사람을 심심하게 한다. 모두에게 맞추려다 누구에게도 안 맞는 밋밋한 입구가 나온다.

그래서 첫 경험에서 내릴 결정은 '누구를 버릴까'에 가깝다. 우리 게임이 1차로 데려올 체험자를 한둘 정하고, 그 사람의 첫 허들을 가장 먼저 치우고, 그 사람의 금기를 가장 먼저 막은 다음, 나머지 체험자에게는 분기를 둔다. 다만 분기도 공짜가 아니라서, 그 분기조차 1차 체험자의 동선을 해친다면 버린다. 첫 화면에서 "수집 게임 처음이세요?" 한 번만 물어도 장르 초보자에게는 설명을, 작품 초보자에게는 건너뛰기를 줄 수 있다. 5장에서 빌려온 익숙함이 여기서 분기의 재료가 되니, 그가 어디서 왔는지를 알면 그에게 무엇을 빌려 보여줄지가 정해진다.

이 결정은 그대로 측정으로 이어진다. 1차 대상 체험자를 정했으면 그 사람이 첫 허들을 넘는 비율을 따로 본다. 전체 이탈률 하나만 보면 장르 초보자가 용어에서 막혀 나가는 것과 소셜 초보자가 랭킹에서 위축돼 나가는 것이 같은 숫자에 섞여 원인이 안 보이니, 체험자별로 갈라 봐야 어느 사람이 어느 허들에서 새는지가 드러난다. 가르는 방법은 멀리 있지 않아서, 방금 그 분기 질문에 사람이 고른 답을 세그먼트 키로 저장해 두면 그게 그대로 체험자 식별자가 된다. 정량에 자존심 상하지 말고, 그 숫자를 어느 체험자에게 잘못 말 걸었는지 알려주는 신호로 읽는다.

참고 콘텐츠

이 장의 개념이 드러나는 다른 매체의 사례.

비디오게임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레벨 압축 : 최대 레벨이 120에서 60으로 줄고 성장 경로가 바뀌어, 옛 레벨 감각을 들고 온 복귀자가 '내가 알던 그 진행'이 아니라며 어디서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지 헷갈린다.
  • 가챠 게임 첫 화면의 용어 : '리세마라'·'천장'·'픽업'·'SSR' 같은 말이 안내 없이 깔리면, 장르 초보자는 무엇을 다시 시작하고 무엇이 보장되는지조차 못 읽고 길을 잃는다.
  • 스트리밍 관전자 : 직접 손을 대지 않고도 방송으로 게임을 즐기는 구경꾼이 분명히 존재하며, 사보고 살지 가늠하는 시청자, 사교 없이 보기만 하는 시청자처럼 결이 갈린다. 보다가 끌려 들어오게 설계해야지 보려는 사람에게 곧바로 조작을 요구하면 안 된다.
  • 리더보드 첫 노출의 부담 : 아직 캐릭터 하나 못 키운 사람을 전체 랭킹에 곧장 앉히면 위축되는데, 장기간 굳어진 순위표는 신규에게 '나는 못 따라간다'는 신호가 되어 아예 시도조차 안 하게 만든다.

일반 앱

  • 안드로이드에서 아이폰으로 갈아탄 사용자의 뒤로가기 : 화면 아래 뒤로가기 버튼에 굳은 손이, 좌측 가장자리 스와이프로 바뀐 아이폰에서 헛스와이프를 반복하며 '뒤로'를 못 찾는다.

나머지 참고 콘텐츠는 이 글 끝의 '7장 부록'에 모아 두었다(단행본에서는 부록 D로 묶인다).


설계 노트 ▶ 직접 해보기

우리 게임이 1차로 데려올 체험자 한 명을 고른다. 게이머인가 일반인인가부터 정하고(기본값은 일반인이다), 그다음 여덟 종류 가운데 그 사람에게 켜진 것들을 체크한 뒤 가장 크게 켜진 하나를 고른다.

그 한 명에 대해 네 줄을 적어라. 이 사람이 우리 게임에 대해 모르는 것 하나. 첫 화면에서 그가 가장 먼저 부딪칠 허들 하나. 우리가 절대 하면 안 되는 금기 하나. 그리고 그가 잘못 들고 온 게이머 상식 하나. 마지막 줄이 빈손 초보자와 가짜 초보자를 가른다.

그리고 그 옆에, 5장의 차용표를 다시 본다. 이 사람은 어느 매체에서 왔는가. 거기서 빌려올 익숙함으로 첫 허들을 지울 수 있는가.

이 네 줄이 부록 A의 '체험자 종류별 첫 허들·첫 보상·첫 금기표'로 자라나는데, 그중 네 번째 줄, 그가 잘못 들고 온 게이머 상식부터 먼저 바로잡는다.

한 줄 요약: 초보자는 하나가 아니다. 가장 큰 갈림길은 게이머냐 일반인이냐이고(우리 1차 대상은 일반인, 그가 묻는 건 "3분·과금·함께"뿐), 그 아래로 모르는 것의 종류에 따라 여덟 갈래(장르·작품·플랫폼·세계관·경제·소셜·복귀·구경꾼)가 갈린다. 다 만족시킬 첫 경험은 없으니, 1차 체험자 한 명을 정해 그의 첫 허들과 금기부터 다룬다. 다음 장: 데려올 체험자를 정했다. 다음은 그를 한 명의 구체적인 사람으로 그린다. 페르소나, 그리고 그 사람을 '이 세계로 이민 올 후보자'로 보는 관점으로 넘어간다.


7장 부록: 참고 콘텐츠 모음

이 모음은 7장의 논점, 곧 초보자가 하나가 아니라 게이머와 일반인이라는 큰 갈림 아래 모르는 것의 종류에 따라 장르·작품·플랫폼·세계관·경제·소셜·복귀·구경꾼의 여덟 갈래로 나뉘고, 빈손으로 온 극단적 초보자보다 엉뚱한 짐을 지고 온 가짜 초보자가 더 까다롭다는 이야기를, 게임 바깥의 매체까지 넓혀 확인하는 사례들이다. 비디오게임, 보드게임, 영상·출판·콘텐츠, 모바일·앱·서비스, 오프라인·일상의 다섯 갈래로 묶었다. 사례마다 이 사람이 여덟 가운데 어느 초보자인지, 빈손으로 왔는지 엉뚱한 짐을 지고 왔는지를 가려 보며 읽으면 좋다.

비디오게임

  • 데드 셀 / 하데스 : 죽음을 전제로 반복하는 로그라이크 두 편으로, 장르 문법을 아는 사람은 첫 죽음을 '여기서부터 본편'이라는 신호로 읽고 강화로 넘어가지만, 처음인 사람은 같은 죽음을 실패와 끝으로 읽는다. 하데스(2020)는 죽어 돌아간 본거지에서 대화와 이야기가 진행되게 해 죽음 자체에 보상을 붙였다. 살펴볼 점: 같은 화면이 장르 초보자와 베테랑에게 정반대로 읽힐 때, 죽음 직후의 첫 화면이 어느 쪽 해석을 거들고 있는지 본다.
  • 다크 소울 첫 죽음 : 소울라이크 문법을 아는 사람은 죽음을 학습의 신호로 읽지만, 처음인 사람은 같은 죽음을 '게임이 불공평하다'로 읽어 같은 화면이 정반대로 해석된다. 죽어서 떨어뜨린 소울을 그 자리에서 되찾을 수 있다는 규칙을 아는지가 해석을 가른다. 살펴볼 점: 장르 초보자에게는 죽음의 의미부터가 가르칠 대상이고 베테랑에게는 같은 설명이 군더더기라는 것을 한 장면에서 본다.
  • 데빌 메이 크라이 점프 버튼 : 시리즈 초기작과 후속작 사이에 기본 버튼 배치가 달라, 후속작 기준으로 손이 굳은 사람이 초기작이나 복각판으로 돌아가면 점프 자리부터 헛누른다는 이야기가 커뮤니티에서 자주 회자된다. 같은 시리즈 안에서도 판본에 따라 손버릇이 어긋난다. 살펴볼 점: 가짜 초보자가 다른 작품에서만 오는 게 아니라 같은 시리즈의 다른 판본에서도 온다는 것, 그래서 '우리 팬이니까 알겠지'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본다.
  • 이브 온라인 약어 장벽 : 우주 MMO 이브 온라인에서는 MWD·AB·BS 같은 약어가 채팅과 안내에 깔려 있어, 커뮤니티가 신입용 용어 사전을 따로 만들어 둘 만큼 장르 초보자에게 첫 화면이 외계어가 된다. 살펴볼 점: 용어 장벽이 높으면 결국 사용자들이 비공식 통역(사전, 멘토 조직)을 스스로 만들어 메운다는 것, 그 비용을 처음부터 설계가 치를 수도 있었다는 것을 본다.
  • 모여봐요 동물의 숲 : 게임을 안 하던 사람도 낚시·채집처럼 실패해도 손해가 거의 없는 단순한 동작부터 천천히 익히게 짜여 있고, 하루에 할 일이 조금씩만 나와 게이머의 속도가 아니라 일반인의 생활 속도에 맞는다. 살펴볼 점: 일반인을 1차 대상으로 잡은 입구가 어떤 모양인지, 그러면서도 꾸미기·수집 도감처럼 깊이 파고들 거리를 뒤쪽에 쌓아 게이머도 붙잡는 이중 구조를 본다.
  • 스트리트 파이터 6의 모던 컨트롤 : 2023년작이 전통 커맨드 입력의 클래식과, 버튼 하나로 필살기가 나가는 대신 일부 보정이 붙는 모던을 처음에 고르게 한다. 장르 초보자는 모던으로 곧장 대전의 재미에 닿고, 베테랑은 클래식으로 제 손버릇을 그대로 쓴다. 살펴볼 점: "처음이세요?"를 묻고 입구를 둘로 가르는 분기 처방이, 진입 장벽 높기로 이름난 격투 장르에서 조작 체계 차원으로 구현된 경우로 본다.

보드게임

  • 트와일라잇 임페리움 / 글룸헤이븐 : 한 판에 몇 시간씩 걸리는 대작 보드게임들 앞에서는 보드게임 베테랑도 룰북 두께에 눌려 작품 초보자가 된다. 그래서 글룸헤이븐류의 대작은 규칙 일부만 쓰는 입문 시나리오를 따로 두기도 한다. 살펴볼 점: 베테랑조차 이 작품 앞에서는 초보라는 전제를 제품이 스스로 인정하고, 입문용 입구를 따로 마련해 두는지 본다.
  • 카탄 : 룰은 가벼워도 승부가 자원 거래와 협상에서 갈리는 게임이라, 규칙을 다 읽은 사람끼리도 거래에 처음인 사람과 익숙한 사람의 첫 판이 완전히 다르다. 살펴볼 점: 협상의 요령이나 시세 감각처럼 규칙 바깥의 문법은 룰북이 못 가르친다는 것, 그 부분이 사실상 소셜 초보자의 첫 허들이라는 것을 본다.

영상·출판·콘텐츠

  • 자막 없는 외국어 영화 : 같은 화면이 언어 초보자에게는 벽이 되고 그 언어를 아는 사람에게는 그냥 대사가 된다. 무엇을 아는 채로 왔느냐가 콘텐츠의 난도 자체를 바꾼다. 살펴볼 점: 난도가 콘텐츠의 속성이 아니라 콘텐츠와 체험자 사이의 관계라는, 이 장 분류 전체의 전제를 가장 짧게 보여주는 경우로 본다.
  •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도입부 : 2015년작이 짧은 내레이션 한 토막으로 물과 기름의 전쟁이라는 전제만 깔고 곧장 추격전으로 던져 넣어, 전작들을 몰라도 세계관 초보자가 따라오게 하면서 팬에게는 군더더기 없는 도입이 된다. 살펴볼 점: 세계관 초보자용 안내를 베테랑이 지루해하지 않을 길이까지 눌러 담는, 안내의 최소 분량 감각을 본다.
  • 장수 소프 오페라의 중간 합류 : 수십 년씩 이어지는 낮 시간대 연속극들은 인물이 지난 사건을 서로에게 다시 말해 주는 대사를 매 회 깔아, 어제 안 본 사람도 몇 편이면 누가 누구인지 따라잡게 만든다. 살펴볼 점: 어느 회차로 들어와도 작품 초보자가 합류할 수 있도록, 안내를 입구 한 곳이 아니라 본편 전체에 얇게 발라 둔 방식을 본다.
  • 시리즈물의 '지난 이야기' 리캡 : 시즌제 드라마가 새 에피소드 첫머리에 직전 줄거리를 1분 안팎으로 추려 보여 주는 관습으로, 지난주에 본 사람에게는 가벼운 복습이 되고 몇 달 만에 돌아온 사람에게는 '그동안 뭐가 바뀌었나'에 대한 답이 된다. 살펴볼 점: 복귀 초보자의 첫 허들을 본편을 건드리지 않고 치우는 표준 장치로, 게임의 복귀 유저 안내가 참조할 원형으로 본다.
  • 전문 분야 입문서와 학술 논문 : 같은 주제를 다뤄도 입문서는 독자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전제로 쓰고 논문은 선행 연구를 다 안다는 전제로 쓴다. 독자가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한 가정이 어휘와 도입과 각주의 짜임을 통째로 가른다. 살펴볼 점: 1차 독자를 어디에 두느냐가 문서의 형식 자체를 바꾼다는 것, 그래서 둘 다 만족시키는 한 권이 잘 없다는 것을 본다.

모바일·앱·서비스

  • 듀오링고의 배치고사 : 언어 학습 앱 듀오링고는 코스를 시작할 때 처음부터 시작할지 실력 진단 시험을 칠지 고르게 하고, 진단을 고른 사람은 결과에 맞는 지점에서 시작하게 한다. 살펴볼 점: 장르 초보자(그 언어가 처음인 사람)와 복귀 초보자(예전에 배웠던 사람)를 질문 하나로 가르고 그 답을 그대로 시작점에 반영하는, 분기 처방의 교과서 같은 구현으로 본다.

오프라인·일상

  • 클래식 공연 악장 사이 박수 : 처음 온 사람은 악장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려 하지만, 관습을 아는 사람은 곡 전체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 프로그램에 적힌 악장 수와 지휘자가 손을 내리는지를 봐야 끝을 아는데, 그 독법 자체가 아는 사람들끼리의 문법이다. 살펴볼 점: 선의의 박수가 '모르고 왔다'는 표지가 되어 버리는 구조를 보고, 안내문 한 줄이 그 부담을 미리 덜어 줄 수 있는지 따져 본다.
  • 패스트푸드 셀프 주문 키오스크 : 앱 결제에는 익숙한 사람도 매장 키오스크의 첫 화면에서 전체 메뉴가 한꺼번에 쏟아지면 어디부터 누를지 멈칫하다 뒤에 줄을 세운다. 같은 주문이라도 스마트폰과 키오스크는 화면 문법이 달라, 모바일에 능숙한 사람이 키오스크 앞에서는 플랫폼 초보자가 된다. 살펴볼 점: 뒤에 줄이 서 있다는 시간 압박이 초보자의 허들을 몇 배로 키운다는 것, 그래서 같은 UI라도 혼자 보는 화면보다 훨씬 관대해야 한다는 것을 본다.
  • 경력 이직자 온보딩 : 직무 능력은 베테랑인데 새 회사의 도구와 절차와 은어에는 초보라, 신입 교육을 다시 받자니 지루하고 안 받자니 막힌다. 회사들이 경력자용 온보딩을 따로 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살펴볼 점: '경력자니까 알겠지'와 '신입이니까 다 가르치자'가 둘 다 오답이 되는 경우로, 무엇을 건너뛰고 무엇만 가르칠지 고르는 일이 곧 체험자 분류라는 것을 본다.
  • 운전면허 보유자의 렌터카 첫 시동 : 운전 자체는 능숙해도 그 차의 시동 방식과 버튼 배치는 처음이라, 주차장에서 사이드브레이크 푸는 법부터 헤맨다. 기술이 아니라 배치가 낯선 것이다. 살펴볼 점: 능숙함의 큰 부분이 사실은 특정 배치에 대한 손버릇이라는 것, 그래서 배치가 바뀌면 베테랑부터 헤맨다는 것을 본다.
  • 방향지시등 레버가 반대쪽인 차 : 차종과 규격에 따라 방향지시등 레버가 핸들 왼쪽에 달리기도 오른쪽에 달리기도 해서, 수입차나 해외 렌터카로 갈아탄 운전 베테랑이 깜빡이를 켠다는 게 와이퍼를 움직이는 일이 흔하다고 회자된다. 살펴볼 점: 수십 년 운전자도 레버 하나로 플랫폼 초보자가 된다는 것과, 그 오답이 사고가 아니라 와이퍼 한 번으로 흡수되도록 되어 있어 웃고 지나가게 된다는 것을 본다.
  • 리모컨 바뀐 새 TV : TV 시청에는 능숙해도 새 TV의 리모컨에서 입력 전환 버튼이 어디 갔는지 못 찾으면 그 순간 플랫폼 초보가 된다. 기능은 다 알던 것인데 버튼의 이름과 위치만 바뀌었다. 살펴볼 점: 가짜 초보자의 막힘이 능력 부족이 아니라 매핑의 어긋남이라는 것, 그래서 처방도 교육이 아니라 대응표 한 줄이면 된다는 것을 본다.
  • 스타벅스식 사이즈 용어 : 톨·그란데·벤티처럼 매장 고유의 사이즈 명칭은 첫 방문자에게 작은 외계어가 되어, 주문대 앞에서 '큰 거 주세요'와 '그란데요' 사이에 통역이 필요해진다. 살펴볼 점: 장르 용어를 설명 없이 쏟지 말라는 금기가 카페 주문대에서도 똑같이 작동한다는 것과, 점원의 되물음 한 마디가 그 통역을 대신하고 있다는 것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