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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DONG-EUN · FTUE 최초 사용자 경험

13 버튼이상징하는것

김동은WhtDrgon. · Chapter 13

13장. 버튼이 상징하는 것: 경험모사 해부


사건 없는 축하는 사용자를 속이는 폭죽이다.

앞 장에서 우리는 첫 화면에 줄 경험 셋을 골랐다. 소유든 관계든 세계든 무엇을 먼저 치르게 할지 정했으니, 이제 그걸 화면 위에 올린다. 그런데 화면에 올리는 순간 함정이 하나 도사린다.

4장에서 우리는 하트 버튼을 봤다. 하트는 인정받는 경험을 가리키는 표시일 뿐, 하트를 그려 넣는다고 인정 경험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했다. 표시는 기표고 그 표시가 가리키는 진짜 사건은 기의인데, 기표를 베껴 와도 기의는 따라오지 않는다. 그 이야기를 여기서 실무로 끌어내린다. 4장이 "표시와 사건은 다르다"는 원리였다면, 이 장은 우리 화면의 표시들을 하나씩 손에 들고 "이건 무슨 사건을 가리키나, 그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나"를 묻는 해부다.

게임은 경험을 모사하는 표시를 SNS보다 훨씬 많이 쓴다. 보상 팝업, 레벨업 연출, 콤보 이펙트, 진행률 막대, 등급 배지가 다 무언가를 가리키는 표시인데, 화려할수록 우리는 그게 진짜 사건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폭죽은 터지는데 아무것도 해낸 게 없다

가상의 캐릭터 게임으로 들어간다. 우리 팀이 첫 화면 보상 연출에 공을 들여, 사용자가 첫 동작을 마치면 화면 가득 폭죽이 터지고 황금색 글자로 "축하합니다!"가 뜨고 보상 상자가 펑 열리며 코인이 쏟아진다. 효과음이 웅장하게 울리고 진동이 손에 전해지며 숫자가 빠르게 올라간다. 회의실에서 보면 짜릿하고, 성취감이 느껴진다.

그런데 그 첫 동작이 무엇이었는지 보자. 사용자는 그냥 "시작" 버튼을 한 번 눌렀을 뿐이어서, 아무것도 어렵지 않았고 아무것도 극복하지 않았고 무엇을 해냈는지도 모른다. 폭죽은 성취 경험을 가리키는 표시인데, 그 표시가 가리키는 진짜 사건, 곧 '어려운 걸 해냈다'는 사건이 없다. 폭죽은 터지는데 해낸 게 없다. 사용자는 처음엔 어리둥절하다가 두세 번 반복되면 그 화려한 연출이 거짓말이라는 걸 알고, 모든 사소한 동작에 폭죽이 터지면 폭죽은 의미를 잃고 그냥 시끄러운 장식이 된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화면만 요란하게 터지는 그 순간, 사용자는 축하가 비어 있다는 걸 알아채고 우리 연출 전체를 다시 의심하기 시작한다.

반대 경우도 보자. 사용자가 정말로 어려운 걸 해내, 한참 막히던 판을 처음 넘었다고 하자. 그런데 화면은 아무 표시도 없이 조용히 다음으로 넘어간다. 이번엔 사건은 있는데 표시가 없어서, 사용자는 자기가 뭔가 해냈다는 걸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친다. 해냈는데 해낸 줄 모르면, 성취 경험은 절반만 도착한다.

MEJE 아이동월드로 옮기면 균형점이 보이는데, 고백하자면 처음부터 맞췄던 건 아니다. 초기 시안에서는 환호를 고르게 뿌렸다. 색을 고를 때도 모양을 정할 때도 단계마다 반짝이는 연출을 깔았더니, 시연에서 모든 순간이 고만고만하게 반짝이는 바람에 정작 아이동이 완성되는 순간이 그 사이에 묻혔다. 그래서 중간 단계의 연출을 덜어내고 완성의 환호 하나를 키우는 쪽으로 고쳤다. 지금은 팬이 강아지 아이동을 처음 완성했을 때에야 화면이 환하게 밝아지고 아이동이 폴짝 뛰며 짖는데, 이 연출은 거짓이 아니다. 팬이 정말로 무언가를 해냈기 때문이다. 색을 고르고 모양을 정하고 이름을 붙이는 일은 팬에게는 제법 큰일이니, 그 환호는 진짜 사건을 가리킨다. 반대로 팬이 버튼 하나를 눌렀을 뿐인데 매번 폭죽이 터지게 하지는 않고, 표시의 크기를 사건의 크기에 맞춘다. 큰일에는 큰 환호, 작은 일에는 작은 반응. 표시와 사건이 짝을 이룰 때만 팬은 그 환호를 믿는다.

표시를 해부한다: 무엇을 가리키나, 일어나나

이제 화면 위의 표시들을 하나씩 손에 들고 해부한다. 해부의 칼날은 두 가지 질문이다. 이 표시는 무슨 경험을 가리키는가, 그 경험이 우리 화면에서 실제로 일어나는가.

보상 팝업부터 보자. 보상 팝업이 가리키는 경험은 성취이고, '내가 해낸 일에 대한 대가'라는 사건을 가리킨다. 그러니 보상 팝업을 띄울 때는 사용자가 방금 정말 무언가를 해냈는지를 물어야 한다. 해냈다면 팝업은 그 성취를 확인해 주는 진짜 표시지만, 안 해냈는데 팝업만 띄우면 보상은 성취감을 주는 대신 의심을 산다. 공짜로 뿌리는 보상이 반복되면, 사용자는 그 게임의 모든 보상을 가볍게 본다.

레벨업 연출을 보자. 이게 가리키는 경험은 성장이며, '어제보다 나아졌다'는 사건을 가리킨다. 그러니 레벨이 오를 때는 사용자가 실제로 더 잘하게 됐는지, 아니면 그냥 시간이 지나 숫자만 올랐는지를 물어야 한다. 4장에서 봤듯 레벨 30이라는 숫자가 박힌다고 성장감이 차오르지는 않는다. 성장감은 못 넘던 벽을 넘은 실제 사건에서 오고, 레벨 숫자는 그 사건이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 사건 없이 숫자만 올리는 레벨업은 빈 표시다.

콤보 이펙트를 보자. 이게 가리키는 경험은 숙련이며, '내가 점점 잘하고 있다'는 사건, 손이 흐름을 탔다는 사건을 가리킨다. 그러니 콤보 숫자가 올라갈 때는 그 숫자가 사용자의 실제 솜씨를 반영하는지, 아니면 아무렇게나 눌러도 올라가는지를 물어야 한다. 아무렇게나 눌러도 콤보가 쌓이면, 콤보는 숙련을 가리키지 않고 그냥 올라가는 숫자가 되며, 사용자도 그걸 곧 안다.

진행률 막대를 보자. 이게 가리키는 경험은 '얼마나 왔는지 안다'는 통제감과 '거의 다 왔으니 끝내자'는 마무리 욕구 두 가지가 섞여 있다. 그러니 진행률 막대를 놓을 때는 이 막대가 가리키는 진행이 사용자에게 의미 있는 진행인지를 물어야 한다. 의미 없는 일을 진행률 막대로 포장하면, 막대는 사용자를 채워야 할 빈칸 앞에 묶어 둘 뿐 진짜 통제감을 주지 못한다. 링크드인의 프로필 강도 막대가 오래 쓰인 건, 그 막대가 가리키는 진행이 사용자에게 실제 이득과 묶여 있기 때문이다. 칸을 채울수록 검색에 더 잘 노출되고 연결될 기회가 는다는 약속이 막대 뒤에 깔려 있다. 그래서 막대가 끝에 가까울수록 사람이 마저 채우려고 속도를 내는데, 그 진행이 빈 숫자가 아니라 의미 있는 진행이기 때문이다(막대의 모양과 문구는 시기마다 달라진다). 같은 막대라도 뒤에 약속이 없으면 그냥 채워야 할 빈칸으로 남는다.

해부의 결론은 4장과 같되 더 날카롭다. 표시가 화려한 것과 그 표시가 진짜인 것은 무관하며, 폭죽이 클수록 진짜인 게 아니다. 표시 뒤에 사건이 있어야 진짜고, 사건 없는 표시는 화려할수록 더 빨리 들킨다.

여기서 꼼꼼한 독자라면 반례를 떠올릴 것이다. 캔디 크러시는 매치 하나에도 굵은 목소리로 칭찬을 외치고 슬롯머신은 패배까지 승리처럼 울리는데, 둘 다 수많은 사람에게 오랫동안 들키지 않고 작동해 오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해부의 칼을 그 표시에 먼저 대 보면 답이 나온다. 12장의 유형으로 읽으면 캔디 크러시의 그 목소리가 가리키는 기의는 성취의 증서가 아니라 감각의 리듬이다. 사탕을 지울 때마다 돌아오는 칭찬과 반짝임은 '어려운 걸 해냈다'를 주장하는 게 아니라 손맛의 박자를 맞춰 주는 타악기에 가깝고, 사용자도 그걸 증서로 받지 않으니 애초에 속을 것이 없다. 반면 슬롯머신의 승리 연출은 이득이라는 사건을 정말로 거짓 가리키는 표시라, 효과음을 손해에 맞게 바꾸면 착각이 풀린다는 관찰이 따라붙는 것이다. 그러니 명제는 이렇게 다듬어진다. 들키는 건 화려한 표시가 아니라, 가리킨다고 주장하는 기의와 실제 사건이 어긋난 표시다. 표시를 검문할 때는 그 표시가 무슨 경험을 가리키는지부터 가려 읽어야 한다.

화려한 연출이 의미를 가린다는, 게임의 관습

경험모사를 다루는 장이니 게임의 관습 하나를 검문소에 세운다. 연출을 키우면 경험도 커진다고 믿는 습관이다.

게임은 더 큰 폭죽, 더 화려한 이펙트, 더 웅장한 효과음으로 연출 경쟁을 오래 해 왔고, 보상 하나를 줄 때도 상자가 빛나고 흔들리다 펑 열리는 긴 연출을 붙인다. 이 관습은 근거가 있었다. 잘 만든 연출은 작은 보상도 큰 사건처럼 느끼게 하고 그 과장이 즐거움을 키우기 때문이며, 게이머는 이 연출의 문법을 알아서 화려한 연출이 나오면 '뭔가 중요한 걸 받았구나'를 맥락으로 읽는다.

처음 온 사람은 이 문법을 모른다. 그에게 과장된 연출은 처음엔 그냥 시끄럽고, 그 연출이 가리키는 진짜 사건이 없다는 걸 알아채는 순간 시끄러움은 불신으로 바뀐다. 별것 아닌 일에 매번 폭죽이 터지는 게임을 그는 '호들갑스럽고 못 믿을 곳'으로 읽는다. 게이머는 화려한 연출을 '보상의 무게'로 읽지만 일반인은 '실속 없는 과장'으로 읽기 쉬우니, 같은 폭죽이 한쪽에는 만족이고 한쪽에는 소음이다.

이 관습이 일반인에게 물리는 요금은 집중력 요금과 신뢰의 손상이다. 화려한 연출은 그 자체로 시간과 주의를 잡아먹고, 그 연출이 빈 표시라는 게 드러나면 다음 연출까지 못 믿게 된다. 한 번 거짓 환호를 들킨 게임은 진짜 환호를 보낼 때조차 의심받는다. 환호는 화폐와 비슷해서 마구 찍어 내면 값이 떨어지니, 첫 세션의 가장 큰 연출은 한 번만 쓸 수 있는 예산으로 잡고 사용자가 처음으로 치러 낸 진짜 사건, 이를테면 첫 완성이나 첫 극복에만 지출한다. 11장에서 요금의 예산을 짰듯 환호에도 예산이 있는 셈이다. 본질만 남기고 바꾼다. 연출의 화려함을 키우는 대신 연출이 가리키는 사건을 먼저 만들고, 연출의 크기를 사건의 크기에 맞춰 작은 일에는 작게 큰일에는 크게 반응한다. 이때 사건의 크기는 사용자가 그 사건에 치른 요금의 크기로 잰다. 들인 시간, 견딘 실패, 내린 결정의 수가 그 자이고, 그 자로 재야 '큰일에는 큰 환호'가 감각이 아니라 계산이 된다. 그래야 사용자가 큰 연출을 만났을 때 '진짜 큰일을 해냈구나'를 믿는다. 연출은 사건을 비추는 거울이지 없는 사건을 지어내는 무대가 아니어서, 거울이 사건보다 크면 사용자는 거울이 거짓말한다는 걸 안다.

경쟁작에서 베껴 올 때 따라오지 않는 것

표시를 해부하는 눈은 경쟁작을 볼 때 가장 쓸모 있다. 잘나가는 게임의 화면을 뜯어보고 "쟤들은 이런 보상 연출이, 이런 콤보 시스템이, 이런 등급 배지가 있네, 우리도 넣자"고 결정하는 일은 흔하다. 그렇게 표시만 모으면 4장의 그 빈 SNS 클론과 같은 게 된다. 좋아요 버튼만 있고 좋아요는 없는 앱.

게임 밖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구글이 만든 구글플러스는 앞선 SNS의 표시들, 친구 묶기와 공유와 담벼락 기능을 거의 다 갖춰 놓고 출발했고, 가입자도 한때 어마어마하게 모였다. 그런데 표시 뒤의 진짜 사건, 곧 사람들이 거기서 실제로 대화하고 머무는 일은 따라오지 않았다. 기능은 닮았지만 대화가 오가지 않으니 빈 동네가 됐고, 결국 낮은 사용량을 이유로 개인용 서비스는 문을 닫았다(2019년 종료). 표시를 다 베껴 와도 그 표시가 가리키는 사건이 우리 화면에서 일어나지 않으면 빈 표시만 남는다.

베껴야 할 것은 표시가 아니라 그 표시 뒤에서 작동하는 사건이다. 잘나가는 게임의 콤보 이펙트가 잘 작동하는 건 이펙트가 화려해서가 아니라 그 게임의 조작이 실제로 솜씨를 요구하고 솜씨가 콤보로 정직하게 반영되기 때문이고, 그 게임의 보상 연출이 짜릿한 건 연출이 커서가 아니라 보상 전에 진짜 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건은 베끼지 않고 표시만 베껴 오면, 우리 화면에서 그 콤보는 아무 솜씨도 가리키지 않는 빈 숫자가 되고 그 보상은 아무 성취도 가리키지 않는 빈 팝업이 된다.

표시를 빌릴 때는 그 표시가 가리키는 경험까지 통째로 빌려야 한다. 그 경험의 요금도, 금기도, 보상도 함께 온다. 콤보를 빌리려면 솜씨를 요구하는 조작을 함께 짜야 하고, 보상 팝업을 빌리려면 보상 앞에 해낼 무언가를 함께 둬야 한다. 표시만 떼어 와서 화면에 붙이는 건, 간판만 떼어다 빈 가게에 거는 것과 같다.

이 실수가 거듭되는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경쟁작 분석 문서의 표준 양식이 기능 목록인 한, 우리는 표시만 적어 오게 되어 있다. 그러니 양식부터 바꾼다. 경쟁작을 볼 때는 항목마다 세 칸으로 적는다. 보이는 표시가 한 칸, 그 표시가 가리키는 경험이 한 칸, 그 경험을 만드는 사건이 마지막 칸이다. 콤보 이펙트라면 '콤보 연출, 숙련, 솜씨를 요구하고 그 솜씨를 정직하게 반영하는 조작'이 한 줄이 된다. 셋째 칸이 비는 항목은 베껴 와도 우리 화면에서 작동하지 않을 항목이고, 셋째 칸까지 적어 내려가야 베끼기가 비로소 벤치마킹이 된다.

▶ 내 화면에 대입하는 세 가지

  1. 이 연출 뒤에 진짜 사건이 있나.
  2. 화려함이 정작 알아야 할 의미를 가리고 있지 않나.
  3. 버튼이 약속한 것을 세계가 지키나. 셋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그 표시는 사건 없는 환호로 사용자를 속이고 있다.

그래서, 우리 표시들을 한 줄로 검문한다

표시를 해부하는 눈을 장착하면, 첫 화면 설계의 마지막 점검 하나가 생긴다. 화면에 무언가 표시를 올릴 때마다, 그게 가리키는 경험과 그 경험의 실제 발생을 짝지어 확인하는 일이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우리 첫 화면의 표시들을 하나씩 짚으며 각각 무슨 경험을 가리키는지, 그 경험이 실제로 일어나는지를 검문하는 것이다. 일어나지 않는다면 둘 중 하나다. 그 표시를 빼거나, 표시 뒤의 사건을 진짜로 만들거나. 4장에서 빈 하트를 그냥 두는 선택지가 없다고 했듯, 빈 폭죽을 그냥 두는 선택지도 없다.

이 결정은 측정으로 이어진다. 어떤 보상 연출 뒤에 사용자가 곧장 떠난다면 그 연출이 빈 표시였을 가능성이 높고, 화려한 환호 직후 이탈이 잦다면 사용자가 그 환호를 믿지 않았다는 신호다. 반대로 조용히 지나간 곳에서 사용자가 멈칫하며 화면을 다시 본다면, 진짜 사건을 우리가 표시 없이 흘려보냈을 수 있다. 표시와 이탈을 나란히 놓고 보면, 어느 표시가 거짓말을 하고 있었는지가 보인다. 정량은 우리 화면의 어떤 환호가 비어 있었는지를 비춘다.

참고 콘텐츠

이 장의 개념이 드러나는 다른 매체의 사례.

비디오게임

  • 쿠키 클리커 같은 방치형 클리커 : 숫자가 올라가는 표시를 성취의 증서로 읽으면, 솜씨도 도전도 없이 시간만 지나면 커지니 사건 없는 표시의 전형으로 보인다. 그런데 12장의 유형으로 가려 읽으면 이 숫자의 기의는 성취가 아니라 소유와 의식이고, 클리커는 그걸 성취인 척 꾸미지 않기에 그 나름대로 정직하다. 11장에서 '받기 전에 청구하지 않는' 모범으로, 12장에서 의식과 소유의 전형으로 등장한 같은 게임이 여기서는 '기의를 가려 읽어야 하는' 사례가 되는 이유다. 표시가 무슨 경험을 가리키는지부터 묻는 검문을 참조한다.
  • 멀티라인 슬롯머신의 '진 것을 이긴 것처럼' 연출 : 여러 줄에 건 돈보다 적게 돌려받아 실은 손해인데도, 기계는 건 돈을 다 잃었을 때의 침묵 대신 당첨과 똑같은 불빛과 승리 효과음을 울린다. 표시(환호)가 사건(이득)과 어긋나도 사람은 그걸 승리로 착각하며, 효과음을 손해에 맞게 바꾸면 착각이 풀린다는 것까지 참조한다.
  • 캔디 크러시의 음성 칭찬 : 11장에서 하트 제한으로 검문했던 그 게임을 이번엔 칭찬 소리로 다시 세운다. 매치 하나에도 굵고 흐뭇한 목소리가 'Sweet!' 'Tasty!' 'Divine!'을 외치고 화면이 반짝이는데, 본문에서 갈랐듯 이 표시의 기의는 성취의 증서가 아니라 감각의 리듬이라 거짓으로 들키지 않는다. 표시를 단죄하기 전에 그 표시가 무슨 경험을 가리키는지부터 가려 읽어야 한다는 사례로 참조한다. 일반 앱
  • 구글플러스 : 친구 묶기와 공유, 담벼락 같은 표시는 다 갖췄지만 사람들이 머물며 대화하는 사건은 따라오지 않아 빈 동네가 됐다.
  • 가짜 진행률 로딩 막대 : 실제 작업과 무관하게 차오르도록 만든 막대는, 흔히 순식간에 90퍼센트까지 갔다가 끝에서 한참 기는 식으로 정체를 드러낸다. 진행이라는 표시 뒤에 진행이라는 사건이 없을 때 사용자는 곧 막대가 거짓말한다는 걸 알아채고, 그런 앱은 신뢰와 평판을 잃는다는 것이 거듭 관찰된다. 여기서 선 하나를 그어 둔다. 시스템이 살아 있고 답이 오는 중이라는 사실만 알리는 빙글 도는 표시나 자리 잡기 화면은 아무 측정도 주장하지 않으니 거짓이 아니고, 퍼센트라는 측정을 위조하는 막대가 거짓이다. 살아 있음을 알리는 표시와 측정을 위조하는 표시의 이 구분은 15장에서 '답이 있다'는 신호를 다룰 때 다시 쓴다.

나머지 참고 콘텐츠는 이 글 끝의 '13장 부록'에 모아 두었다(단행본에서는 부록 D로 묶인다).


설계 노트 ▶ 직접 해보기

우리 첫 화면의 표시 다섯 개를 고른다. 보상 팝업, 레벨업 연출, 콤보 이펙트, 진행률 막대, 등급 배지처럼 무언가 경험을 흉내 내는 것들이다.

각 표시마다 한 줄로 채운다. "우리 화면의 (   )는 (   ) 경험을 가리키는 표시인데, 지금 그 경험은 실제로 (일어난다 / 안 일어난다)." 안 일어난다면 한 줄 더. "그 경험이 진짜로 일어나게 하려면, 이 표시가 뜨기 전에 (   )가 있어야 한다." 표시 앞에 사건을 끼워 넣는 칸이다. 보상 팝업 앞에 해낼 도전을, 콤보 앞에 솜씨를 요구하는 조작을 두는 식이다.

다 채웠으면, 표시의 크기와 사건의 크기를 견준다. 사건의 크기는 사용자가 치른 요금, 곧 들인 시간과 견딘 실패와 내린 결정의 수로 잰다. 사건은 작은데 표시만 큰 것에 동그라미를 친다. 동그라미 친 표시는 줄이거나, 그 앞에 그만한 사건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거꾸로 한 줄을 더 적는다. 우리 첫 화면에서 표시 없이 지나가는 사건은 없는가. 사용자가 제법 큰 요금을 치렀는데 화면이 조용히 넘어가는 지점이 있다면 거기에도 동그라미를 친다. 이 작업이 부록 B의 경험모사 해부표로 자라난다.

표시 뒤에 사건이 없다면, 그 표시를 빼거나 사건을 진짜로 만들어라.

한 줄 요약: 보상 팝업은 성취를, 레벨업 연출은 성장을, 콤보 이펙트는 숙련을 가리킨다. 그러나 표시가 화려한 것과 그 표시가 진짜인 것은 무관하다. 표시 뒤에 사건이 있어야 진짜고, 사건 없는 표시는 화려할수록 더 빨리 들킨다. 연출의 크기를 사건의 크기에 맞춰야, 사용자가 큰 환호를 만났을 때 그 환호를 믿는다. 경쟁작에서 표시만 베껴 오면 그 뒤의 사건은 따라오지 않는다. 다음 장: 표시와 사건을 짝지었으면, 이제 그 경험을 어떤 배합으로 줄지가 남는다. 다 새로우면 사용자는 길을 잃고, 다 익숙하면 지루하다. 다음 장에서 놀라움과 익숙함을 어떻게 섞을지를 다룬다.


13장 부록: 참고 콘텐츠 모음

이 모음은 화면 위의 표시(기표)와 그 표시가 가리키는 실제 사건(기의)을 갈라 보는 이 글의 해부, 곧 표시 뒤에 사건이 있어야 진짜고 사건 없는 표시는 화려할수록 빨리 들킨다는 논점과 연출의 크기를 사건의 크기에 맞추라는 원칙이 게임 밖에서도 똑같이 작동함을 보여 주는 사례집이다. 사례는 매체별로 묶었고, 항목마다 끝에 '살펴볼 점'을 달아 설계자가 무엇을 관찰하면 좋은지 적었다. 읽는 요령은 둘이다. 이 표시는 무슨 경험을 가리키는가, 그 경험이 실제로 일어나는가.

비디오게임

  • 디아블로 3의 전설템 강조 연출 : 2012년작에서 전설급 아이템이 떨어지면 묵직한 효과음이 울리고 바닥에서 주황빛 기둥이 솟으며 미니맵에 별이 찍혀, 떨어진 순간을 놓칠 수 없게 만든다. 다만 출시 초기에는 그 표시가 가리키는 '귀함'이 실제 성능과 자주 어긋나 빛기둥이 빈 표시에 가까웠고, 전리품 체계를 크게 손본 뒤에야 표시와 사건이 맞물렸다고 회자된다. 살펴볼 점: 사건의 무게를 표시의 크기로 정직하게 비추는지, 표시를 키우기 전에 사건(드롭의 가치)부터 고친 순서를 본다.
  • RPG의 레벨 숫자와 경험치 막대 : 숫자가 오르는 것이 성장을 가리키지만, 못 넘던 벽을 넘은 사건이 없으면 숫자만 빈 채로 오른다. 살펴볼 점: 레벨이 오를 때 사용자가 실제로 못 하던 무엇을 하게 되는지, 숫자와 사건이 짝지어져 있는지 본다.
  • 페글의 '익스트림 피버' 마무리 연출 : 2007년작에서 마지막 주황 페그를 맞히는 순간 시간이 느려지고 화면이 공을 따라 다가들다가 베토벤 '환희의 송가'가 터지며 무지개와 폭죽이 화면을 가른다. 더없이 과장된 연출인데도 거짓이 아닌 이유는, 그 앞에 판을 깼다는 진짜 사건이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살펴볼 점: 큰 연출이 큰 환호로 읽히려면 그만한 사건이 앞에 있어야 한다는 짝맞춤, 과장 자체는 죄가 아니라는 것을 본다.
  • 플레이스테이션의 '쉬운 플래티넘' 트로피 : 본래 어려운 일을 해냈음을 가리키던 최고 등급 트로피인데, 버튼만 몇 번 눌러 몇 분 만에 따는 양산형 게임이 쏟아지며 그 표시의 무게가 가벼워졌다. 알려진 바로는 대형 트로피 집계 사이트가 이런 게임을 순위에서 빼기 시작했고 플랫폼도 해당 개발 계정을 제재하는 데까지 갔다. 살펴볼 점: 자격이라는 사건 없이 발급되는 배지가 그 배지를 단 모든 사람의 가치까지 깎는다는 것, 표시는 발급 기준이 곧 값이라는 것을 본다.
  • 게임 연출의 '주스(juice)' 작법 : 화면 흔들림과 파티클, 타격감으로 동작에 만족감을 입히는 작법인데, 그 연출이 게임의 핵심 플레이를 그대로 되울려야 한다는 것이 이 작법의 지침으로 알려져 있다. 살펴볼 점: 연출은 진짜 사건을 키워 비추는 거울이지 없는 사건을 지어내는 무대가 아니라는 이 글의 결론을, 업계의 작법이 스스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본다.

필름 실사

  • 체호프의 총 : 안톤 체호프는 1장에서 벽에 총이 걸려 있다고 말했으면 뒤에서 반드시 발사돼야 하고, 쏠 게 아니면 거기 걸어 두지 말라고 적었다. 살펴볼 점: 표시를 걸었으면 그 뒤의 사건이 따라와야 한다고 이야기 자체가 요구한다는 것, 우리 화면에 걸어 두고 안 쏜 총이 몇 자루인지 본다.
  • 호러물의 '고양이 놀람' : 긴장 음악이 위협이라는 사건을 예고하지만 실제로는 창을 깨고 날아드는 새 같은 무해한 것만 튀어나온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가짜 단서로 한 번 속인 뒤 진짜를 터뜨리는 식으로 이 표시를 쓴다. 살펴볼 점: 표시가 사건을 거짓 예고하는 횟수가 쌓이면 관객이 표시 자체를 믿지 않게 된다는 것, 다만 한 번 속이고 진짜를 주는 의도된 배반은 장르의 합의 안에서 작동한다는 것을 본다.
  • 드라이브(2011)의 예고편 소송 : 추격 액션처럼 짠 예고편을 보고 극장을 찾은 관객이, 본편이 과묵한 드라마에 가깝자 배급사를 상대로 환불과 광고 중지를 요구하는 소송까지 냈다고 회자된다. 살펴볼 점: 예고편도 본편이라는 사건을 가리키는 표시라는 것, 표시가 약속한 사건과 실물이 어긋나면 그 비용이 환불 요구와 평판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본다.

문학

  • 표지와 띠지의 과장된 추천사 : '인생작'이라는 표시가 본문이라는 사건을 못 따라가면, 독자는 그 출판사의 다음 추천사까지 의심한다. 살펴볼 점: 표시의 신뢰가 한 권 단위가 아니라 발행처 단위로 깎인다는 것을 본다.
  • 셰익스피어 '맥베스'의 독백 : 맥베스는 삶을 '백치가 떠드는 이야기, 소리와 분노로 가득하나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 것이라 말한다. 살펴볼 점: 요란한 소리와 격정이라는 표시 뒤에 의미라는 사건이 없을 때 무엇이 남는지를 한 줄로 줄인 구절이라는 것을 본다.

실사 TV / 드라마

  • 리얼리티쇼의 과장된 자막과 효과음 : 별일 아닌 장면에 긴장 음악과 큰 자막을 깔아 사건을 부풀린다. 살펴볼 점: 표시가 사건보다 커지는 순간 시청자가 연출을 눈치챈다는 것, 부풀리기가 잦을수록 진짜 큰 장면의 값이 떨어진다는 것을 본다.
  • 시트콤의 통조림 웃음 : 사운드 엔지니어 찰스 더글러스가 1950년대부터 미리 녹음한 웃음을 모은 '래프 박스'로 장면마다 웃음을 더하고 빼며 '여기가 웃긴 곳'이라는 표시를 깔았다. 그러나 장면이 안 웃기면 그 트랙은 더 어색하게 들렸고, 시청자가 점차 그 표시를 못 믿게 되며 쓰임이 줄었다. 살펴볼 점: 표시로 반응을 지시하려다 사건과 어긋나면 역효과가 난다는 것, 관객의 반응은 표시가 아니라 사건이 만든다는 것을 본다.

음악

  • 과한 오토튠과 떼창 효과 : 감동이라는 사건을 음향 효과로 흉내 내지만, 곡 자체에 그 감정이 없으면 효과만 붕 뜬다. 살펴볼 점: 후반 작업이 키울 수 있는 것은 이미 있는 감정뿐이라는 것, 없는 사건은 믹싱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본다.
  • 밀리 바닐리 : 무대 위 가수라는 표시는 완벽했지만 정작 노래라는 사건은 다른 사람이 불렀다. 립싱크 음원이 무대에서 튀며 들통났고, 알려진 바로는 1990년에 신인상 그래미가 사상 처음으로 회수됐다. 살펴볼 점: 표시(공연하는 모습)만 갖추고 그 뒤의 사건(실제 가창)이 비면, 들킨 뒤엔 받은 환호까지 무효가 된다는 것을 본다.

만화 / 코믹북

  • 집중선과 효과음 글자(의성어) : 큰일이 벌어진다는 표시를 칸 가득 그려 넣어도, 실제로 벌어진 사건이 작으면 과장만 남는다. 살펴볼 점: 표시의 크기를 사건의 크기에 맞추는 감각이 칸 연출에서도 똑같이 요구된다는 것을 본다.

일반 앱

  • 빈 SNS 클론 앱 : 좋아요 버튼은 있는데 정작 오갈 사람이 없다. 표시만 베껴 와 사건이 비어 있는 경우다. 살펴볼 점: 경쟁작에서 기능(표시)을 베낄 때 그 기능을 작동시키던 사건(사람과 활동)은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을 본다.
  • 링크드인의 스킬 추천 : 프로필 강도 막대가 실제 이득에 묶여 작동하는 것과 달리, 한 번 클릭으로 누구나 누구에게나 달아 줄 수 있는 추천은 함께 일한 적 없는 사람에게서도 쌓여 무엇을 증명하는지 흐려진다. 살펴볼 점: 같은 서비스 안에서도 검증이라는 사건이 있는 표시와 없는 표시의 신뢰가 갈린다는 것을 본다.
  • 새 소식 없는 빨간 점 알림 : 누를 것이 없는데도 아이콘에 빨간 점을 찍어 두는 앱이 있는데, '새 사건이 있다'는 표시가 사건 없이 반복되면 사용자는 곧 그 점을 통째로 무시하는 법을 배운다. 주의를 끌기 위한 이런 설계는 다크패턴으로도 거론된다. 살펴볼 점: 표시의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속도, 우리 화면의 점과 배지 가운데 사건 없이 찍히는 것이 몇 개인지 센다.
  • 광고의 가짜 닫기 버튼 : 닫기 모양의 X가 실제로는 광고 페이지로 이어지거나 일부러 누르기 힘들게 작게 그려진 광고가 있다. 닫기라는 표시가 닫힘이라는 사건을 배신하는 순간, 사용자는 그 화면의 다른 표시까지 의심한다. 살펴볼 점: 표시 하나의 배신이 화면 전체의 신뢰 비용으로 번진다는 것을 본다.

역사 / 일반 사례

  • 포템킨 마을 : 알려진 바로는 예카테리나 2세의 시찰 길에 번듯한 마을의 겉면만 세워 두고 행렬이 지나가면 걷어 다음 강가에 다시 세웠다고 전한다(이 일화 자체는 과장됐다는 견해가 많다). 살펴볼 점: 일화의 사실 여부와 별개로, 알맹이 없는 겉면을 가리키는 말로 굳어질 만큼 표시만 있고 사건이 빈 구조가 보편적이라는 것을 본다.

오프라인·일상

  • 작동하지 않는 횡단보도 버튼 : 2004년 뉴욕시 보도에 따르면 시내 횡단보도 버튼 3,250개 가운데 2,500개 이상이 신호 자동화 이후 선이 끊긴 채 남아 있었다고 전해지고,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 일부도 같은 처지로 회자된다. 누름이라는 표시는 받는데 신호가 바뀌는 사건은 없는 플라시보 버튼이다. 살펴볼 점: 통제감을 무마하려고 남겨 둔 거짓 표시가 들키기 전까지는 작동한다는 것, 그리고 들킨 뒤에는 버튼이라는 표시 전체가 의심받는다는 것을 본다.
  • 식당의 '원조' 간판 : 한 골목에 원조가 여럿 붙으면 어느 간판도 원조라는 사건을 증명하지 못한다. 표시는 누구나 내걸 수 있지만 사건은 한 집에만 있었기 때문이다. 살펴볼 점: 검증 없는 표시가 흔해질수록 표시 전체의 값이 떨어진다는 것, '쉬운 플래티넘'과 같은 구조가 골목에도 있다는 것을 본다.